버리는 일은 시간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세간살이는 집의 한구석을 점유했던 시간의 이미지이다. 그 시간들은 따뜻하기보다 사소하게 수치스럽고 덧없으며 때로 히스테릭하다. 사물들은 그 시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피할 수 없게 만들며, 그 시간 앞에서 어떤 허세도 망각도 기만적인 것임을 알게 한다. 물건들을 견딘다는 것은 한때 부풀어 올랐다가 꺼져버린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받아들이는 일이다. 사물들의 배후에 있는 것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비밀이다. 버리기 쉬운 것들은 옅은 비밀을 간직한 것들이며, 깊고 무거운 비밀을 보유한 물건들은 그만큼 버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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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살이가 뒤집어져 낯선 이들에게 노출되고 트럭에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누추한 세간들이 환한 햇빛 아래 무방비로 드러난 채 트럭에 실릴 때마다 희극적이거나 외설스러웠고, 때로는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는 일은 드물었고 대부분 비슷한 공간이나 더 작은 공간으로 옮겼기 때문에, 이사 전에 가장 큰 일은 필요 없는 세간을 미리 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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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헉, 너무해!”
“오늘 이 기분에 진짜 1시까지만 마실 자신 있어?”
“음… 아니….”
“야, 거기서 순순히 아니라고 하면 어떡해. 일단 그렇다고 해야 나도 넘어가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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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너무나 웃겨 ㅋㅋㅋㅋ

밤 11시 20분, 너무나 함정 같은 시각이었다. 영화 속에서 외계인의 언어, 시제에 얽매이지 않는 원형적인 ‘헵타포드어’를 이해하고 나자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게 된 루이스 뱅크스 박사처럼, 갑자기 내 눈앞으로도 과거, 현재, 미래가 겹쳐져 나타났다. 이 비슷한 시각에 딱 한 시간만 먹자고 술집에 들어갔다가 새벽 서너 시까지 신나서 술을 마시고는 울다시피 출근했다가 기다시피 퇴근해서 기절하는 우리의 많은 과거들과 미래가 생생하게 보였다. 술이란 건 참 시도 때도 없이 시제에 얽매이지 않고 마시고 싶다는 점에서나, 마시기 전부터 이미 마시고 난 이후의 미래가 빤히 보인다는 점에서나,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앞일 뒷일 따위 생각 안 하는 비선형적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헵타포드어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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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편리한 말인지. ‘하지 말라’는 말을 꾸며주는 척하지만 슬그머니 ‘해도 된다’의 편도 들어주니 말이다. 어쨌든 규칙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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