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나는 숫자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라 3월이 되면 일단 무조건 봄같다. 그래도, 코트를 벗을 용기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더이상 패딩은 안입으니까 :) ㅎㅎ 


봄이고, 날이 따뜻하다고 해 기모스타킹을 벗어던지고, 

오랜만에 맨발에 레깅스, 단화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낮엔 전혀 춥지 않았으나,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 추웠다. 하지만 겨울의 바람과는 확실히 다른 바람.

봄, 봄이다. 봄이 왔다! 



잘 살고 있는 걸까


봄이 왔고, 나는 여전한 것들, 그리고 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 


집은 다시 2년 재계약을 했으나, 전세에서 월세 인생으로 하락했고 

(전세가 올라 오른 만큼 월세로 드리기로 했다.)


휴대폰은 그동안 멸시천대하던 아이폰으로 바꿨으며, 

(많은 안드로이드 유저들이 나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3월을 맞이해, 가계부 앱과 다이어트 앱을 다운로드 받아 열심히 기록하고 있다.

(그래봐야 아직 하루지만) 


다시 도시락을 포기했지만

(집안일의 노예로 살지 않기 위해 발악 중이다)


여전히 고기는 먹지 않고 있고

(이건 인생에 큰 지장이 없으니) 


몸무게는 좀처럼 줄지 않고, 요가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 하긴 바꿔 말하면 몸무게도 늘지 않고, 요가 실력이 줄지 않는다, 는 명제도 참이긴 참이다 




잘 살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을 하루에도 열두번씩 던지고 있는데, 답은 잘 모르겠다. 아니, 아닌 것 같다. 

잘 산다는 일은, 여전히 내게는 멀고도 아득한 일. 

평생에 걸쳐, 그 일에 이를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우주의 비밀. 


오늘 볕맞이 외출을 하며 들고 나갔던 김연수의 <원더보이>에 이런 글이 나왔다. 


"산은 더욱 산이 되어야만 하고, 물은 더욱 물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지. 그게 우주의 비밀이야"


훗, 나는 우주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몇년째 쓰고 있는 내 서재의 이름을 보시라. 

나는 나이므로, 더욱 열심히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 그것이 우주의 비밀.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면 삶의 마지막에서 '잘 살았다'고 내게 말해줄 수 있게 되려나. 



소설의 주인공인 정훈은 사고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후, 타인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그리고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 슬픔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정부 기관에 있는 사람들은 이 능력을 고문당하는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어내게 하는 데 이용하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타인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그 능력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아픔을 전할 수 있는데 쓰이게 되길 바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좀 엉뚱하지만 얼마 전 집 계약 연장을 위해 만난 집주인 할머니가 생각났다. 2년만의 만남이었다. 그간 내 삶에는 크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었던 데 반해, 집주인 할머니에게는 지금까지 굳건히 믿고 있던 세계가 뒤집힐만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 내가 딸 좀 살려보겠다고 거기에 돈을 너무 많이 쏟아 부어서, 그렇지만 않았으면 나도 이렇게 달라고 안했을텐데. 코묻은 돈까지 달라고 하네. 미안허게.

- 아, 아니에요. 전세가 올랐는데, 드려야죠. (그, 그런데, 할머니, 저, 저도 나름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있어요. 비염이 좀 있긴 하지만 돈에 막 코 묻히고 그러진 않아요.) 그런데, 따님이 아프셨던 거에요? 지금은 괜찮으시고요?

- 얼마 전에 하늘 나라로 갔잖여. 


라고 말하며, 할머니는 결국 눈물을 흘리신다. 2년 전만 해도, 고생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곱게 늙은 할머니였는데, 그 새 맘고생을 많이 하셨나보다. 딸을 보낸 아파트에서 살 수가 없어 나와 다른 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계신다고 한다. (우리집에 들어오신다고 하면 어쩌나 떨었으나 역시 기우였다. 40평대 아파트에 월세로 ;;; ㅎ) 남편은 동아일보 기자로 있었고, 본인도 돈을 벌어서 평생 돈 걱정 한 번 해본 적이 없었고, 자식 넷을 모두 예체능을 가르칠 정도로 유복했고, 인생에 큰 풍파가 없이 그저 편안하게만 살아왔다고 했다. 집이 네 채가 있는데, 자식이 넷이니까 집도 네개는 돼야지...... 라는 말을 너무 당연한 듯 하셔서, 뭐라 대꾸할 수도 없이 그저 그게 당연하다는 듯 나도 아....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게 벌써 2년 전. 할머니는 부동산에 앉아 부동산 아줌마와 나에게 계속 이야기를 하신다. 


- 나는 그 동안 누가 이런 일 겪었다고 말하면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그냥 '아, 저 사람이 죄를 많이 지었나보다' 이렇게 생각했지.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나는 살면서 아무 죄를 지은 게 없는데, 이런 일이 나한테도 오더라고. 그것도 가장 착한 딸을 그렇게 데려가시더라고. 


40년간 절에 다닌 할머니는 딸을 살려보겠다고 기독교로 개종도 하셨다는데, 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쿵. 어쩌면 저게 가장 일반적인 방식의 사고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아무튼, 평생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하게, 그저 자신과 자식의 무탈함을 복으로 알고 생각했던 할머니는 이렇게 느즈막히, 타인의 고통이 그들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너무 큰 일을 치르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그간 잘못 생각해왔음을 너무 뼈저리게 느끼고야 만다. 



나는 어떤가. 또 나는 어떨까. 미처 겪어보지 못한 일에 이러저러한 말을 더하는 일은 조심스럽지만, 너무 늦게, 뼈아프게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는 것만은 막아보자고 다짐한다. 산은 더욱 산이 되고, 물은 더욱 물이 되고, 나는 더욱 내가 되는 일에 정진하는 것 못지 않게, 내가 아닌, 네가 되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그러니 더욱 열심히 누군가와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하며 살아가자고, 결국은 그것이 '잘 산다는 것'인 것 같다는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 단순하고 단순한 우주의 비밀이라고. 물론 나는 우주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안다고 살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하고, 그러니 잘 살아보자며 다독여 보기도 한다. (병주고 약주고....인가...) 




다시 3월 


암튼, 이렇게 3월을 시작한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며, 그것도 계절의 시작인 '봄'을 맞이하며 하루의 쉼을 선물 받고, 책을 보며, 자신을 다잡을 수 있다는 건 매우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잠깐의 외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무려 100년전 '독립만세'를 하필 3월 1일에 외쳐주신 선조님들께 감사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런 의도는 전혀 없을 절박함이었겠지만, 어쨌든 100년 후 후손들은 이렇게 은덕을 입고 있습니다. 


아마 올 봄도 지난 봄과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좀 더 많이 웃고, 좀 더 많이 울고, 좀 더 많이 이야기하는 계절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 시작을 이 책과 함께한 건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3-02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3 0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12-03-0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가 내가 하소연하면 하는대로 웃으면 웃는대로 거기 있어주는 친구야 너 따라산 아이퐁

웽스북스 2012-03-03 03:27   좋아요 0 | URL
난 너따라 제주에 못가니, 그저 울지요. ㅠ

치니 2012-03-02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 님은 참 마음씨 고운 처자. :)

웽스북스 2012-03-03 03:27   좋아요 0 | URL
어머나! ㅎ

이진 2012-03-02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신발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천을 둘둘 말아놓은 것 같은데.. 어떻게 저걸 신고 밖을 나갈 수 있는거지!하는 남자다운 멍청한 생각이요. 단화가 플랫 슈즈가 맞던가요? 저런 신발도 밑창은 단단한 받침이 있지요? ㅎㅎ
저도 다이어트앱을 받아봐야겠어요. 그런 앱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당연히 있을 것을 생각안한 제 탓이군요 ㅎㅎ

웽스북스 2012-03-03 03:28   좋아요 0 | URL
그럼요. 신발안에 털도 있어요. ㅎ
다이어트앱은 추추추추추추천입니다!

하루에 2천칼로리 이하로 먹기 도전 중인데,
기름진게 먹고싶다는 친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피자를 먹어버렸어요. 그만. ㅠㅠ

다락방 2012-03-02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만 잘살고 있는걸까 생각해보고 있었어요. 또, 잘하고 싶다고도. 내가 잘 하고있는걸까. 어떡해야 잘하는거지. 잘하고 싶은데. 그런데 이 시간에 여기서 웬디양님의 글을 읽네요. 그것도 이런 글을. 나는 웬디양님을 좋아할수밖에 없고 웬디양님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건 정말 잘한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자요.

웽스북스 2012-03-03 03:29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을 걸어준 다락방님께, 나는 너무 고맙죠. 아시죠? :)
우리 이 계절을 잘 맞이하고, 또 잘 보내보아요 ㅎㅎ

레와 2012-03-0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

웽스북스 2012-03-03 03: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레와니임~ (하트)

... 2012-03-0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어렸을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건지, 왜 하필이면 나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데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불행한 일이 나한테 생길때, 아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래요. 듣는 순간 확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흐르는 물처럼 살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체념인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웬디양님 집주인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또 그 말이 생각나네요.

아이폰을 사는 즉시 깔아야 하는 앱은 잠금장치앱과 위치추적앱입니다. 한번 분실해서 혼비백산했던 1인 ㅜㅜ

웽스북스 2012-03-03 03:33   좋아요 0 | URL
위치추적앱 방금 깔았어요. 그런데 이거 그냥 깔아놓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잠금장치앱은...... 음...... 뭘 깔면 좋나요? 그거 깔면 아이폰 맨날 잠가놓아야 하는 건가요? 흠.

저도 주인 할머니에 대해 이렇게 말은 하지만, 이건 머리로만 아는 거라서요. 그래서 참, 뭐랄까 뭐든 장담도 단정도 할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왜 하필 나지?" 라고 하니 갑자기 보네거트 아저씨가 막 생각나네요 ㅋㅋ

굿바이 2012-03-0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어요 예쁜아가씨 ^__________^

웽스북스 2012-03-03 03:33   좋아요 0 | URL
비밀쟁이 언니 메롱이에요 ㅋㅋ

당고 2012-03-0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구절절 공감......
근데 아이폰은 왜 천대하셨어요? 제 주변엔 전부 아이폰을 숭배하던데 ㅎㅎ

웽스북스 2012-03-03 03:34   좋아요 0 | URL
음, 그게요.
제 주변에서도 전부 아이폰을 숭배해서요. ㅎㅎ

솔직히 숭배할 정도는 아니다, 라는 반감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ㅋㅋㅋ

당고 2012-03-04 03:4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러셨구나. 사실 저도 비슷한 사고 과정을 거쳤어요 ㅋ
 


그 겨울 내내 고문실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고문당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고통이 절정에 이를 때, 그들은 아직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떤 고통도 자신을 완전히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차례로 발견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삶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행하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쁨의 순간들을. 자기가 개나 돼지 혹은 곤충이나 벌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들을. 가슴이 터지도록 누군가를 꽉 껴안아 다른 인간의 심장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을, 흡족할 정도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배가 아프도록 웃던 순간을, 단풍이 든 산길을 걸어다니고 쌓인 눈을 밟고 초여름의 밤바다에 뛰어들고 공원 벤치에 누워 초승달을 바라보던 순간을, 그들은 죽어가면서 떠올렸다. 그게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을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로 떠올리는 것. 그런 순간에도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나는 아파하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또 침을 흘리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도, 다시 눈을 번쩍 뜨고는 말도 안되는 삶의 환희에 웃음을 지었다. 


p97-98 김연수, 원더보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휴 기간 동안, BBC 셜록 완전정복! 

너무 재밌고, 너무 멋져서 정신을 놓고 본 것 같다. 


그러니까, 얼굴도 멋지고 이름도 멋진 베네딕트 컴버배치! 때문에 정신을 놓았다는건데..

아무리 뜯어봐도 잘생기지는 않았는데, 

정말, 잘생기고 멋져보이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배우다 :)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에서 피터 길럼 역할로 나온다는데...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으헷~ 



아. 이렇게 멋질 수가! :) 3시즌은 연말이 지나야 나온다는데.  ㅜ_ㅜ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風流男兒 2012-01-25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드라마 보면서 깜놀했어요. 뭐야. 잘 만들었는걸. 하며 ㅎㅎ 게다가 나도 모르게 블랙베리에 자꾸 꽂히는 걸 발견했다는 ;; ㅎㅎ

다락방 2012-01-25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베리에 대한 욕망이 살아나지 않던가요? ㅋㅋ

웽스북스 2012-01-25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여러분! 셜록 아이폰으로 시즌2에서 바꿨어요. 노트북도 맥북으로 바꿨다는. ㅋㅋㅋ 애플에서 아무래도 협찬한듯?

네꼬 2012-01-2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아 나도 셜록으로 연휴 끝을 달랬다오.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 대체 어떻게 된걸까! 마음이 셜록셜록.)

웽스북스 2012-01-31 21:47   좋아요 0 | URL
마음이 셜록셜록! 그니까요!!

무해한모리군 2012-01-2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이 시리즈 dvd를 가지고 있다지요 ㅎㅎㅎ

웽스북스 2012-01-31 21:47   좋아요 0 | URL
으어 휘모리님 말 듣고 찾아보니 일시품절 ㅠ 재출간 알리미 신청해놨어요

다락방 2012-01-25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1시즌 1회인가 2회까지 보고나니 더 볼 생각이 없어져 버렸지? 난 이상한 사람인가봐요. -_-

웽스북스 2012-01-31 21:47   좋아요 0 | URL
히이. 다락방님이랑은 잘 안맞았나보아요.

카스피 2012-01-2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1시즌은 다보았는데 웬디님은 2시즌까지 완전정복 하신모양이네요^^

웽스북스 2012-01-31 21:48   좋아요 0 | URL
네 저는 2시즌을 더 재밌게 봤어요.

굿바이 2012-01-2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나는 저 코트의 빨간 단추 구멍만 보이네...여튼 그리 재미있다는 말이지요?
음...보겠소!!!

웽스북스 2012-01-31 21:48   좋아요 0 | URL
ㅋㅋ 언니 꼭 보세요!!

사과나무 2012-01-2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구멍은 특별히 부토니에(불어로 단추구멍)라고 하는 장식용 조화를 꽂는 데 씁니다

웽스북스 2012-01-31 21:48   좋아요 0 | URL
꽃을 단 남자....ㅋㅋ

버벌 2012-01-28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셜록홈즈 1시즌을 보고 블랙베리를 결정지었음. ㅡㅡ;;;
특히나 좋아하는 셜록이라 영화도 드라마도 다 봐 버렸어요. 베네딕트 너무 멋지삼.

웽스북스 2012-01-31 21:48   좋아요 0 | URL
으어 그런 분들이 꽤 되시더라고요...
 


누군가는, 한 쪽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그려진 영화라고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 역시 어쩌면 강자의 논리 아닌가. 우리는 한 쪽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그려진 현실, 관점, 역사를 진실이라 강요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런 세계에서, 명백히 약자인 자의 입장을 누군가 대변해 영화로 그린 것을 일방적이라 몰아가는 것도 모종의 폭력 아닌가. 당신들은 늘 해왔던 일 아닌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 영화에서 본 현실이 너무나 생경하고,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우리가 충분히 접하고 겪어온 권력의 말도 안되는 폭력을 구체화하고, 강화해 알려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부당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고, 말도 되지 않는 것이 종종 현실이 되어 우리의 삶의 현장에 불쑥 침투하는 것을 경험해 왔음에도, 이런 사실들을 맞닥뜨리면 또 자꾸만 화가 나고, 분한 마음이 든다. 아무리 학습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화내고, 억울해하고, 그렇게 기억하자.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슬프게도,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므로. 


 



*관련 팩트를 잘 모르긴 하지만, 좀 더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링크의 글이 도움이 될 듯. 여러모로 생각을 좀 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http://mirror.enha.kr/wiki/%ED%8C%90%EC%82%AC%20%EC%84%9D%EA%B6%81%20%ED%85%8C%EB%9F%AC%20%EC%82%AC%EA%B1%B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jongheuk 2012-01-2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요새 관심이 생겨서 관련 자료들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결국 판결 자체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보다는, 이 이슈를 둘러싼 담론들이 진행되는 형태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예요. 혹자가 말하는 진영 논리로 변질되는 모습도 보이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문제삼는 반대편의 물타기도 불편하고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웽스북스 2012-01-31 21: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하나의 영화와 그 영화를 대하는 시선들이 대변하는 어떤 시각들이 또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재밌어요!

서울엔 눈이 오는데, 종혁님 잘 지내고 계시죠? :)
 


도대체 왜? 라고 묻는 내가 어쩌면 속물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저 사만다라는 여인은 시릴이라는 생면부지의 아이를 온 마음을 다해 돌보고, 거두고, 건사하는가, 통속적인 고정관념으로 저 여인의 무슨 사연이라도 좀 나와 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세련된 문법을 가진 이런 영화에선 원래 안나와. 알아. 안나올거야. 알고 있다고. 그럼에도, 그녀의 모습은 내게 너무 낯설다. 뭐든,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온전히 주는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신뢰가 필요하다고 믿는 나는, 저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호의를 베푸는 그녀를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실은 그렇게 그녀에게 자꾸만 이유를 묻는 내가 조금은 서글프다. 나의 마음의 결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악물듯, 눈물을 삼키며 페달을 밟는 소년이 있다. 자신을 떠났을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자전거를 팔아버렸을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자신을 외면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차례로 무너질 때마다 소년은 의연한 척 하지만 너무나 속상하다. '속상해 죽겠어' 라고 말하는 대신 '괜찮아'라고 말하고, 눈물을 흘리는 대신 페달을 밟는다. 표현하는 일에 서툴고, 웃는 방법을 잊었고, 상대방을 씩씩거리며 물어뜯는 것으로 자신을 지키던 소년에게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은 이런,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냥' 사랑이다. 


영화는 과장스럽게 그녀의 사랑을 미화하지도, 호들갑스럽게 그녀의 희생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흐르고, 견디고, 싸우고, 이해하며, 그 때 그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그저 보여준다. 얻을 것 없는 사랑을 위해, 그녀가 치러야 할 대가는 결코 적지 않은데도, 그녀는 묵묵히 감내하며, 자신의 사랑을 보라고 생색을 내지도 않는다. 


세상에, 이런 사랑이라니. 


그런데 그 사랑이 결국엔 누군가의 삶을 바꾸어내는 것이다. 세계의 일부이지만, 누군가에겐 세계의 전부인 삶이다. 단 한 사람의 삶이지만, 그것을 바꾸어 내는 일은 결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닌 것이다. 돌이켜보면 세상이 그나마 좋은 쪽으로 움직이던 순간은 이렇게 누군가 묵묵히 어떤 것을 감당해주던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그 와중에 그러한 그녀의 사랑 앞에 '도대체 왜?' 라며, 자꾸만 물음표를 들이대는 나는, 아무래도 함량 미달로 아직 갈 길이 먼 사람이 아닐까. 혹은 함량 미달이라는 말로, 스스로에게 자꾸만 도망갈 길을 내어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2-01-2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와닿는 글... 그런데 저도 똑같은 꼬리표를 붙이며 영화를 봤다는, 흙.

웽스북스 2012-01-22 22:49   좋아요 0 | URL
꺄아 수다쟁이님! 반가워요~ :)
그런데 수다쟁이님도 ㅜㅜ 그러셨군요 ㅜㅜ

비로그인 2012-01-22 22:53   좋아요 0 | URL
히히, 반가워요 웬디양님! :)

저 여자가 소년이 학교로 잡혀가지 않으려고 자기를 붙잡았을 때,
붙잡아도 괜찮은데 아프니까 힘을 빼...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부터
'도대체 왜?' 꼬리표가 붙여진 것 같아요.

'그냥' 사랑이라니, 거참... 이 글 보고 문득 아연해졌어요.

치니 2012-01-2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절절 와닿아요. 묵묵히 누군가 감내해 준 어떤 것들 때문에 세상이 그나마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 자주 하고 살아야겠어요.

웽스북스 2012-01-24 18:13   좋아요 0 | URL
치니님 리뷰도 잘 읽었어요. 치니님 마음도 B님 마음도 모두 공감이 가요.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할까, 이래저래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사과나무 2012-01-23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그런 사랑이 영화니까 가능하지 현실은... 이라 생각한 나는?

웽스북스 2012-01-24 18:14   좋아요 0 | URL
오히려 너무 이상적으로 보여서, 관객들 각자가 느끼는 간극이 딱 현실과의 간극이다, 라고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사과나무 2012-01-25 14: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영화 전체에 걸쳐 현실 냄새가 잘 배어 있긴 했지만
그런 사만다의 모습 때문에 '이 영화는 우화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