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대표선수로 요즘 독립 시리즈 연재로 알라딘에서 한참 주가를 올리고 계신 아프님 집에 놀러갔다 왔습니다 -_-v 혼자간 건 아니고, 아프님과 개인적으로 아는 다른 친구와 같이 갔다왔다지요. ㅎㅎㅎ
집을 스물 다섯개나 본 여자의 식견을 좀 보태자면 1)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곳 2) 그것도 교통 편리한 대학가 번화가에 3) 이정도 크기에, 4) 보안도 나쁘지 않은 집은 전세금 한 2천 5백 정도 더 올렸어도 이틀이면 나갈 것 같았는데, (그정도 가격에 더 나쁜 집도 훨씬 많은 세상에) 정말 집을 잘 구한 것 같아서 부러워 부러워를 연발하다가 왔지요. 들어가는 골목이 좀 좁긴 하지만 골목 안에 있어서 소음도 없고, 층에 한집씩 있어서 매우 조용한, 암튼 꽤 괜찮은 집이었지요.
독립선배 아프님은 남자치고 엄청 잘해놓고 살더군요. ㅎㅎ 들어서면 가득가득한 책들, 음반들, 뭐뭐 있나 쳐다보느라 한참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원룸으로 되어 있는 공간을 책꽂이를 파티션으로 활용해 구획해놓기도 하고요 (저도 큰 원룸을 구했다면 해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책꽂이, 혹은 아일랜드수납장으로 구획하기) 글에 써놨던 것들, 말로 들었던 것들을 눈으로 확인해보니 참 재밌더라고요. 밥통으로 태어나 밥은 여지껏 한번도 안해보고 고구마만 삶아본 기구한 운명의 밥통도 봤고, 맨날 아프님이 자랑하던 토스터기도 구경했고, 무려 4만원이나 한다는 초고급형 빨래 건조대도 구경했습니다. 아프님이 매일 간식으로 먹는다는 커피나를 먹으면서 앞으로 이거 절대 사먹지 말라는 구박도 잊지 않았지요 ㅋㅋㅋ 아프님 서재 메인화면에 있는 후추통도 확인했고, 예전에 예전에 서재에 올렸던 철학가 모양 작은 인형들도 보고. ㅎㅎㅎ 아프님이 사놓은 와인이랑 제가 사간 맥주랑 마시면서 책구경하면서 책얘기도 좀 하고, 좋아하는 씨디 찾아내서 음악 듣고 놀고 하다보니 금세 시간이 가더라고요. 역시 조곤조곤 노는게 짱입니다. 뭐 어쨌든 이래저래 즐겁기도하고, 또 도움이 되기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독립 3탄 쓰고나서 본의아니게 그간 절필을 했었는데 (ㅋㅋ) 아마도 이사는 봄쯤에 하게 될 것 같아요. 계약은 27일인데 집이 그때까지 지금 살고 있는 집주인이 이사갈 집을 못구할 것 같아서,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는 제가 좀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에어컨도 주고, 공기청정기도 주고, 가스렌지도 주고, 블라인드도 주고 가시는 고마운 집주인님이시니까요. 대신 시집가시는 과장님의 짐을 28일에 받기로 해서, 일단 1차적으로 그 짐들을 집주인님께서 좀 맡아주시고 계셔야 할 것 같아요.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무려 옷장 (큼) 침대 (퀸사이즈) 냉장고, 세탁기, 작은 수납장 하나에요. 집주인님 짐을 안빼고도 그것들이 들어갈 공간이 있을지 다시한 번 가늠해보러 수요일쯤 한번 더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걸 못들여놓게 되면 저는 엄청난 추가 출혈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지요. ㅜㅜ
요즘은 이런저런 살림들을 보고 있는데, 주변에서 엄청난 구박을 받고 있습니다. 구박의 요는 "착각하지마라, 시집가는 게 아니다" 입니다. 뭐 저는, 그냥 얻을 수 있는 건 후져도 최대한 얻고, (그런데 다행히 다 좋은 것들로 얻고 있어요- 과장님 주시는 냉장고가 골드스타이긴 하지만, 그것만 빼고는 모두 훌륭 ㅎㅎ) 사는 것은 기왕 돈을 들이는 거 마음에 드는 걸 사자, 주의로 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제 머릿속에는 자동 제어장치가 있기 때문에 알아서 비싼 건 제낍니다.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백만원짜리 테이블을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여전히 고민중인 아이템이 테이블인데 원목 테이블을 사고 싶어서 이래저래 좀 보고 있어요. DIY로 사서 조립과 칠을 제가 하면 10만원대로 살 수 있는데, 똑같은 걸 완제품으로 사면 30만원. 그런데 본인의 색칠실력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 어차피 천연페인트 사고 바니쉬 사고 인건비 들이고 하면 그냥 완제품을 사는 게 낫나. 아니면 불라 사장님이 맞췄다는 목공소를 가서 맞춰봐야 하나. 이래저래 고민중입니다. 원목테이블을 사면 문제가 또... 어울리는 의자가 비싸다는 건데, 그래서 어느 밤에 화이트 테이블과 화이트 의자로 딱 결론 내고 잠들고 다음날 아침에 원목 테이블의 나뭇결을 보고는 다시 뒤집고 ;;; 그러다가 의자 못골라서 다시 화이트로 맘돌리고.. 뭐 이런 일상의 연속... 테이블이랑 의자랑 책장이랑 부엌에 놓을 아일랜드수납장만 사면 나머지는 큰돈 들어갈 건 없을 것 같아요. (아일랜드장은 여차하면 안살지도 ;;;) 그래도 제가 TV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정말 다행....;;;;;;;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밤에 야근하다가, 혹은 놀다가 퇴근할 때마다, 아아아, 어서 빨리 이사를 해야지 내가 좀 편하지...하다가도 주말에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때면 편한시절 다갔다 싶기도 하고... 뭐 암튼, 그럼에도 딱히 뭘 해야될지, 뭘 사야될지 몰라서 서칭만 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애매한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ㅎㅎ 그런데 또 회사일은 어찌나 바쁜지 거의 정신을 놓고 있어요. 어휴. 그러다가 눈뜨면 어느날부터 새집에서 뿅 출근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 가을의 어느 날 너무 바빠서 눈코뜰새없이 지내다 어느날 갑자기 악. 소리를 지르며, 얼른 봄이 왔으면, 다가오는 봄에는 강북의 길들을 맘껏 쏘다녔으면 좋겠다고 한탄했었는데, 이제 입춘도 지나고, 봄비도 오고, 봄눈도 내렸고, 나는 이렇게 강북으로 이사를 가게 됐으니, 주말마다 하고 싶은 것들 리스트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아요.
- 쓰고나니 아프님 집 방문기인지, 이사 준비기인지. 태생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이라 남얘기를 하다가도 결국 제 얘기로 끝내고 마는 이 요상한 심성을 그저 이해해주시기 바라며, 제목을 바꿀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두는, 독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무심함도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이런 저라도 괜찮다면 저희집에도 놀러오세요. ㅎㅎㅎ 잘 차려드릴 자신은 없습니다만. hnine님 서재에 언젠가 올라왔던 오븐 감자구이 해드릴게요 (한번도 안해봤지만요... 당신은 실험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