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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집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아. 어제 쓰다가 잠들었다고 원성을 좀 들었지요. 오늘 저녁에 만난 후배도 (알라디너인데) 언니, 그렇게 끝내버리시면 어쩝니까. 라는 항의를 ㅎㅎㅎ 그러게요. 제가 간만에 1시반에 잠이 오는 게 너무 기뻐서 바로 굴복해버렸습니다. ㅎㅎㅎ

실은 집 하나가 생각이 안나서 오늘 쓸까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적은 노트가 있는데, 그게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막 떠올리다가, 조금 전 생각이. ㅎ 그럼 다시 이야기해볼까요? 아. 반말로했었으니, 다시 반말 모드로.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다시 평일. 지난 주에 뿌려둔 전화번호 덕인지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넓은 집 찾는 걸 알고, 좀 넓은 매물이 있어서 연락을 했다는 홍대의 모 부동산. 퇴근시간 땡! 하고 달려가 만난 열 여섯번째 집은, 정말, 굉장히 넓었다. 공간을 나눠서 써도 될 정도. 그런데, 보안이 첫번째 집과 다르지 않다. 문열고 들어가면 바로 집. 건물에 혼자 사는 건 아니지만, 따로 독립되어 있고, 1층이라 뭔가 위험해 보인다. 여기 할거면 첫집했지. 라는 마음으로 눈물을 머금고 패스.

그리고 다음은 상수 쪽에 있는 오피스텔이었는데 복층형이었다. 나름 복층 구조 집은 첫집 제외하고는 처음 본 거였는데, 건물 위치도, 보안도 너무 좋은데 방이 너무 좁다. 게다가 매우 허접한 옵션 옷장을 뺄 수 없냐고 물었더니 못뺀단다. 화장실 물이 잘 안내려가는지 변기가 지저분해 결국 매우 안좋은 인상으로 남은 집. 남향에 한강이 보이는 건 좋았다만.

그리고 신축 원룸에 가서 두개의 방을 봤다. 역시나 너무 좁아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침대 놓을 공간도 없는 방. 보는둥마는둥 나왔다. 신축이어서 집은 정말 깔끔했지만, 여기 들어가면 짐은 이고 살았어야 했을 거다. 옆방은 200만원 더 싼 방이어서, 그냥 안보겠다고, 쿨하게 나오려는데 부동산 아저씨가, 자기가 좀 봐야 다른 분들을 보여준다며 들어갔다. 첫방과의 차이를 모르겠다. 200만원은 왜 더 싼거지?

이쯤 보고 나니, 나도 안되겠다 싶다. 계속 마음에 남겨두었던 망원동, 아직 덜지은 집으로 그냥 들어가야겠다고 결정. 어제 홍대 가서 신축 원룸은 훨씬 깔끔하다는 거 알았으니까,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5층 건물에 5층이어서 도둑이 발코니로 뛰어내리면 어쩌나 싶긴 하지만, 막아달라고 부탁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한강 가깝고, 재래시장이 있는 동네라 살기도 괜찮겠다 싶어서... 출근 길에 한강을 건너며, 결심한다. 그래. 그냥 여기로 가자. 무엇보다 나는 한강을 좋아하니까, 매일매일 출근길에 졸다가도 동작역 지날 땐 꼭 한강을 보니까.  
 
사실 집을 찾는다는 건 단점의 싸움이다. 100%의 집이라는 건 없고, 결국 여러 단점들이 서로 싸우는 건데, 어떤 단점이 내가 감수할만한 것인가, 를 잘 재고 따져야 하는 것 같다. 마음에 들고 가격이 맞는 집들은, 반지하, 전입안됨, 위험함, 뭐 이런 단점들이 늘 존재했으니까. 저런 조건에 단점들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더 비쌌을 집들. 집값 만큼 정직한 녀석은 없는 것 같다는 게 희미하게나마 깨달아지던 진실... 결국 나는, 1억짜리 집을 찾고 있는 건가보아, 라는 결론을 ㅜㅜ

그래도 이 집은 융자는 좀 있긴 하지만, 한강이 가까우니까, 방은 넓고, 분리형이고, 발코니도 있으니까, 라며 계속 이유를 찾아가며 부동산에 전화를 했는데,

이미 나갔단다. 세상에 짓지도 않은 집을, 바닥도 안깐 집을, 정말 사람들이 계약을 하는구나. 3일만에. 가장 1순위에 있었던 집이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 이렇게 놓치는구나. 그야말로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다. 다른 집 더 알아봐달라며, 주말에 망원동에 가겠다고 이야기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아. 정말 다시 원점이구나. 뭐 죽도록 아쉽지는 않았다. 미친 듯이 마음에 들던 건 아니었던 거다. 암튼.

다음날은 성신여대 입구쪽까지 가봤다. 포기할 수 있는 조건이 거리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이제 정말 헛걸음하지 않으려고 올려놓은 평수가 실평수가 맞느냐고 미리 확인까지 했는데, 막상 가보니 실평수라니. 어림도 없었다. 멀리까지 갔건만, 제일 허탈하게 돌아온 케이스. 이제 불안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나 구할 수 있겠지?

그리고 다음날,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회사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위치는 어떨까 하여 바로 회사 근처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서대문과 충정로 사이에 있는 집을 택시를 타고 날아가서 봤으나... 일단 그 집에 살던 사람이 너무 오래 살아서 집이 지저분하고, 심지어 샤워기 줄에 껍질까지 벗겨져 있었다. 패스. ㅎㅎ 가까운 거 하나는 좋더라.

그날 저녁에는 피터팬에서 직거래 물량을 올려놓은 사람 집으로 찾아갔는데, 홍대 산울림소극장 근처였다. 일단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문자로 주고받을 땐 몰랐는데, 찾느라 근처에서 전화를 해보니 집주인이 남자였다. 나쁜 사람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함께.... 들어가지 말까...잠시 고민했으나, 인상이 나쁘지 않아 한번 들어가 본다.

와. 방이 넓다.

이가격에 이 크기 방 잘 없는 걸로 아는데, 라며 난 또 신나서, 계약하겠다며 설레발을. 보안도 괜찮고 2층이고, 방도넓고, 다 좋은데.... 불편한 점이... 세탁실이 외부 공동 세탁기이다. 사전에 알았다면 보러도 안갔을텐데, 방이 마음에 들고 나니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나는 100%의 집이 없다는 것도 아는 여자니까. 감수해야 할 단점이 세탁기 정도라면 괜찮을 것도 같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공용세탁기 써봤으니까. 일단 이 집은 내가 계약할테니 다른 사람 보여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왔다. 이 날이 금요일. 주말에 집을 보러 다니지 않고 쉬어도 된다는 기쁨에 마음이 홀가분하고 너무 좋다. 바로 모임 장소로 가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더니, 다들 

- 세탁실 밖에 있는 집은 안돼, 안돼, 모드다

함께모인 자취의 달인들은 그게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나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는데, 귀얇은 나는 또 팔랑팔랑. 그러고보니 나도 학교 때 은근 빨래 스트레스를 좀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안그래도 집안일 중에 빨래가 제일 싫은데 -_- 우울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죄송하다고. 집값을 잘못 말했다고, 1천만원 더 올려주셔야 하겠다고. 전화를 끊는데, 됐어 됐어 안가안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결국 이집도 킬. 스물 두번째 집이었다. 아. 이번 주말도 집을 보러 다녀야 하나.

그리하여 주말 아침. 원래는 망원동 부동산에 다시 가보고, 연희동에 피터팬 매물을 보러 가는 게 계획이었는데 삼각지 부동산에서 또 전화가 왔다. 정말 괜찮은 매물이 나왔다고. 그리하여 일단 삼각지부터 갔는데. 이 집, 전입이 안되는 집에 근저당까지 설정되어 있다. 실은 그러면 볼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보러 갔다. 오피스텔 치고 굉장히 넓었다. 신축 1년이라 깨끗. 아마도 전입만 가능했으면 들어갔을텐데. 아마 그랬다면 더 비쌌겠지.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련을 빨리 버려야했다. 망원이나다시 가야지. 망원 아저씨에게 전화를 드리고 6호선을 타고 망원역까지 가는데 효창 공원 역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웠다. 그래도 처음에 살고 싶었던 동네였는데. 숙대 2층집 틀어진 후에 다시 고려도 안한 동네라, 일단 먼저 내렸다.




(무슨 연재소설은 아니지만, 너무 졸려서 오늘은 또 여기까지... 이제 거의 다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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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29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재소설로 써야 독자들이 볼 수 있을 듯~ ^^
무튼 고생했어요~ 그래도 구했으니 푹~ 단잠자도 돼요.^^

웽스북스 2010-01-30 00:54   좋아요 0 | URL
연재논픽션 ㅋㅋㅋㅋ
뭐 그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관심가져주시니 감사할뿐인거죠

2010-01-29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30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2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참으로 여기까지 읽는 나도 숨이 찹니다 ㅎㅎㅎ

웽스북스 2010-01-30 00:58   좋아요 0 | URL
그러니 저기를 발로 다닌 저는..흑흑.
얼른 마무리해야지 숑숑

레와 2010-01-2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웬디양님 너무 늦게 자는거 같아요. (내 기준에)
^^;;

웽스북스 2010-01-30 00: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레와님. 제가 쫌 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10-01-2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웬디양님의 최종 선택이 궁금해져요.^^

웽스북스 2010-01-30 00:58   좋아요 0 | URL
개봉박두. 이제 나와요
(흥분해서 개방복두라고 쓸뻔했어요 ㅋㅋㅋㅋㅋ)

치니 2010-01-2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수야 고수, 이렇게 해서 더 궁금하게 해놓다니! ㅋㅋ

웽스북스 2010-01-30 00:59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전 그냥 정말 졸렸을 뿐. ㅎㅎ

마그 2010-01-2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무리봐도. 이거 뭐. 일부러 이러시는거죠 ?
그 집들을 다 기억한 웬디님께 존경을. ㅋㅋ

웽스북스 2010-01-30 00:59   좋아요 0 | URL
흑. 오해입니다. 오해.
그러나저러나 그간 참 감사했어용. ㅎㅎ
 


저녁을 먹으면서,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집은 구했어요?
네. 3월부터 나와 살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구한 집과 금액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을 하니, 운이 좋네, 잘 구했네. 라는 얘기 등을 하신다.

저, 스물 다섯개의 집을 봤는데요.
하하하. 그럼 그럴 자격 있네. 운 좋아도 되겠네.

뭐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뭐, 암튼, 역시나 현재 가진 금액에서는 최선이라 생각되는 집을 결국 구했다. 사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맘상한 적이 굉장히 많았는데, 워낙에 전세난이 심각하다보니 정말 짐들이고나면 두명 앉아서 얘기할 자리도 없는 집이 굉장히 비싼 값에, 그것도 없어서 못팔고 있다고 유세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맘이 확 상해버리는 거다. -_-

첫번째 집을 포기한 이유는 보안 때문이었다. 작은 2층 건물에, 함께 세들어사는 사람도 없이 혼자 산다는 게 위험한 건지, 몰랐다. 이렇게 무지하다. 계약하러 가기 전에 회사분들과 다음 로드뷰로 보면서 그제서야 실감했다. 실은 나도 내심 불안해, 관리비다 생각하고 집에 세콤을 달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여자 혼자 사는 집, 이라는 게 알려진다는 것의 위험성. 내가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한다는 것의 공포, 등등이 결국 그 집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전에 살던 사람도 신혼부부였다. 그날 봤던 다른 집들은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두번째집은 분리형 원룸이었는데, 역시나 비슷하게 건물 하나를 혼자 쓰는 형태. 여기 역시 여자혼자 살고 있는 집이 아닌, 남자가 살던 집. 그러니까 여자 혼자는 저런 집을 얻지 않는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이 집에 살던 남자는 결혼해서 나간다는데, 청소를 정말 징그럽게도 안하는지, 집에 온갖 잡동사니가 늘어져있어 굳이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날은 저 2층집에 마음이 혹한 상태)

세번째 집은 좀 독특한 집이었다. 원룸 건물 현관으로 들어가면, 또 문이 하나 있고, 두 가구가 함께 그 문안에 있다. 세탁실을 공유하고, 방 크기는 7평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작은 베란다가 있었던가. 풀옵션이었는데, 이유 없이 비싼 집.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았다.

네번째 집은 계단 세개쯤 내려가는 반지하.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안들어갈 거라고 생각을 했으니 (여전히 2층집에 마음이 혹해있으니) 들어가서도 제대로 봤을리 없다. 가족이 살던 집이라 꽤 넓었으나, 굳이 넓은 게 필요하지도 않았고, 당시 예산보다도 비싼 집이었다.

이렇게 네군데를 보고 나니, 당연히 첫집에 마음이 끌리지. 그래도 섣불리 계약은 하지 말라는 친구의 말에 부동산에 이집 다른 사람 보여주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와서 회사 근처 아현동 집을 찾아갔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카페에서 본 집이었고, 집주인과 직접 약속을 하고 갔는데, 이 집주인 어딘가로 끊임없이 올라간다. 회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긴 하지만, 너무 올라가니 슬쩍 마음이 상한다. 집으로 들어갔는데, 한 30년쯤 된 집인 것 같다. 방은 큼직큼직한데 이 집주인들 너무 무성의하다. 리모델링을 했답시고 자기네가 직접 도배를 했는데 (그거 얼마나 한다고 -_-) 마감이 제대로 안되어 있다. 심지어 천장 한구석은 벽지가 1m쯤 축 늘어져있다. 나는 이 집부터 봤다면 정말 우울했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창밖에 텃밭이 있다는데, 여기는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창을 뛰어넘어서 가면 된단다. 최고. -_-b 

결국 다시 숙대로 돌아와 그 부동산을 찾아가는데, 친구에게 하나만 더 보자고 했다. 그리하여 본 집은 매우 깔끔한 원룸이었는데, 전입신고가 안된단다. 문외한인 나도 전입신고 안되는 집이 위험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서 ;;; 미련없이 첫집을 계약하기로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여차저차 첫집을 포기하고나니 기운이 쭉 빠진다. 거의 아무것도 못하겠는 상황. 게다가 전날밤은 대출이 안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해서 단 한숨도 못잤던 터라, 거의 좀비 상황이었는데, 피터팬에 또 괜찮은 매물이 올라왔다. 회사분께서 고맙게도 차로 거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가는 도중에 전화를 하니, 집이 이미 나갔다고 한다. ㅜ 전세집을 구하는 건, 정말 시간싸움. 삼각지 쪽이었는데 근처 부동산에 명함 하나를 두고 왔다.

다음날, 이제 정말 발품의 시작이다. 라고하면서 피터팬과 원룸닷컴을 열심히 뒤졌다. 원룸닷컴에 있는 어떤 부동산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희동에 있는 원룸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그 집은 추천할만하지 않다며 다른 집을 보여주겠다고 해 신촌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아줌마, 엄청 허술하시다. 다른 부동산 매물을 들고 나온 것 같은데, 번호키 번호도 제대로 알아오지 않았다. 밖에서 한 20분은 번호 알아낸다고 보낸 것 같다. 그렇게 들어간 집은 정말 좁고 허접하다. 나는 좀더 넓은 집을 원한다, 라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다음날 연희동에 함께 가자고 말하는데, 나는 이미 이 분에 대한 신뢰가 바닥. ;;;; 일곱번째 집도 이렇게 땡.

돌아오면서 뭔가 신촌까지 온게 억울해 그냥 무턱대고 들어간 부동산. 역시 남의 부동산 매물을 하나 겨우겨우 찾아, 정말 없는 전세라는 유세에 유세를 들어가며, 집으로 갔다. 오르막 경사가 37도 정도 되는 길이었던 것 같고... 지금까지 봤던 집 중에 제일 후졌다. ;;;;; 게다가 외국인이 살던 집이라 냄새가 너무 심해서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여덟번째 집도 나가리. 이렇게 신촌 집 두개를 보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 것 같다. 이런 집에 살면서 대출금 힘겹게 갚느니, 나는 나오지 않겠어. 라는 결심이 선다. 죽어라 헤매더라도... 양보없이, 어디 한 번 찾는데까지 찾아보겠다, 라는 오기도 생긴다. 신촌에 집 보러 다시는 안온다, 라는 결심까지 했다.

그리고, 주중은 버리기로 한다. 정신을 두군데 쏟을 능력이 안되므로. 하여, 주말에 몰아서 보기로 한다. 금요일쯤 되니, 지난 번 명함을 두고 온 삼각지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괜찮은집이 나왔고, 평수도 꽤 되는데 싸다고. 그래서 다음날 동선의 시작은 삼각지로 정했다.

아홉번째 집. 삼각지 쪽 오피스텔이었는데, 재밌는 게 이전에 어느 건물을 찾느라 잘못 찾아간 건물이었다. 인연도 참 기묘하다 생각하면서 파는 쪽 부동산 사람을 기다린다. 잠시후 이분이 오셨는데, 헉.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누른다. 반지하였던 것이다. 그것도 꽤 깊은. 집은 정말 넓고 좋았다. C기획에 다니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결혼해서 나간단다. 거실에 서재도 놓을 수 있고, 붙박이장도 큼직한 게 좋다. 반지하라서 제습기까지 옵션으로 있다. 그런데, 반지하는 주변에서 하도 안된다고들 하니, 눈물을 머금고 나왔다. ㅜㅜ

열번째 집, 그 부동산에서 보여주는 다른 집. 역시나 방이 너무 좁다. 패스.

그리고 당산역 쪽으로 건너갔는데, 여긴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가는 부동산마다 다 할아버지 한분만 계시고, 아무도 없었다. 손님도 없고. 매물도 없다. 아무래도 이상한 동네로 찾아간 것 같은데, 여튼 뭔가 정이 안가서, 얼른 철수하고 망원동으로 향했다.

열한번째 집. 아까 신촌집 제일 후지다고 한거 취소다. 이집을 잊고 있었다. 함께본 분의 말에 의하면 여관방이었다.

열두번째 집. 깨끗하고 넓다. 집은 좋은데, 전입신고가 안된단다. 괜찮다 괜찮다, 라는 부동산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갔는데, 가니 유리문에 경고장이 붙어있고, 집은 검사를 받느라 싱크대를 다 뗐다고 한다. 불안해서 살 수가 없겠다.

열세번째 집. 이 집도, 집주인이 리모델링 한다고 페인트 칠한 집. (거 잘 못칠하면 칠하지 맙시다 ㅜㅜ) 1분도 고민하고 싶지가 않다. 
 
열네번째 집. 마음에 든다. 그런데 덜 지었다. 분리형 원룸에 방 크기가 꽤 되고 발코니도 있다. 그런데 바닥공사 중이어서, 보지도 않고 덜컥 계약하기는 어려워 좀 고민해보겠다고 하고 나왔다.

열다섯번째 집. 회사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부동산을 한 번 가보자는 말에 갔더니 여기도 매물이 없다고 유세다. 그 와중에 보여준 집에 갔는데, 예전에 외근가면서, 아니 뭐 저런 건물이 다있나, 했던 바로 그 건물이다. 지은지 오래되어 8층 건물에 8층인데 엘레베이터가 없다. 운동한다고 생각하라는데, 내가 6층을 살아봐서좀 아는데 8층은 정말 ;;; ㄷㄷㄷㄷ 


아. 스물 다섯개 다쓰고 자려고했는데, 이런 급졸린 상황. 불면에 밤잠은 언제나 웰컴이니, 일단 자겠어요. ㅎㅎ 남은 열개의 집도 까먹기 전에 얼른 써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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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0%의 집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2
    from 내가되는꿈 2010-01-29 02:16 
    아. 어제 쓰다가 잠들었다고 원성을 좀 들었지요. 오늘 저녁에 만난 후배도 (알라디너인데) 언니, 그렇게 끝내버리시면 어쩝니까. 라는 항의를 ㅎㅎㅎ 그러게요. 제가 간만에 1시반에 잠이 오는 게 너무 기뻐서 바로 굴복해버렸습니다. ㅎㅎㅎ 실은 집 하나가 생각이 안나서 오늘 쓸까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적은 노트가 있는데, 그게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막 떠올리다가, 조금 전 생각이. ㅎ 그럼 다시 이야기해볼까요? 아. 반말로했었으니, 다
 
 
무해한모리군 2010-01-2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 정말 집을 설렁설렁 얻어왔군요 ㅎㅎㅎ

최종적으로 얻은 집 얘기가 넘 궁금해욧!!

웽스북스 2010-01-29 01:18   좋아요 0 | URL
기록해놓은 공책이 있는데 잃어버려서, 집 하나가 죽어라 생각이 안나 더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중이에요. ㅋㅋㅋㅋㅋㅋ

개인주의 2010-01-2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세를 찾다가 찾다가 가본 집이 익숙해서 보니 전에 살던 집이더라는 ..
이런 뉴스를 본적이 있지요.-_-;;
친구는 근저당 설정 알고 들어갔는데
주인이 빚을 빨리 안갚고 그냥 재개발때까지 쭈욱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빚 다 갚으면 전세 올릴까봐;;

웽스북스 2010-01-29 01:1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비슷한 마음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마늘빵 2010-01-2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 정말 많이 봤어요. 여기저기 많아 발품 팔았네요. 그렇게 해서 얻은 집이니 잘 고를 수밖에요. 저는 여섯 집 정도 본 거 같은데. ^^

웽스북스 2010-01-29 01:18   좋아요 0 | URL
네네 발품 팔라는 아프님 말을 좀 과도하게 들었지요. ㅎㅎㅎ

치니 2010-01-2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이렇게 끝내버리면 궁금해서 어째요!

웽스북스 2010-01-29 01: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그러게요. 어제 갑자기 너무 졸려서
아. 그래도 궁금해해주시다니 감사감사

라주미힌 2010-01-2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로 갈수록 노래 같음. 흥이 나네용;;; 십이야;;;

웽스북스 2010-01-29 01:19   좋아요 0 | URL
저 고생한 얘기가 신나신다는거죠

2010-01-28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1-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전세집 찾으시느라고 고생 많으시네요.요즘 은행 이자가 낮아서 웬만한 좋은 집들은 대부분 월세로 전환했지요.아마 전세는 아주 금액이 비싸지 않으면 웬디님 보신것처럼 후진집이 대다수일겁니다.

웽스북스 2010-01-29 01:20   좋아요 0 | URL
그런가봐요. 정말 전세 찾는다고 하면 일단 다들 절레절레.
매물 자체가 없어서 다들 유세가 장난이 아니에요.

BRINY 2010-01-2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도심이라 더 고생하신 거 같아요. 다 앞으로 살면서 큰 재산 되실거여요. 앞으로 이사 가실 때는 이사갈 집과 들어갈 집 날짜 맞추는 것도 힘들어질거여요.

웽스북스 2010-01-29 01:2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멀리갈까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건
그럼 집에서 허락이 안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들 덕분(?)이었지요 ㅜㅜ

안그래도 날짜맞추는 건 지레 걱정되더라고요.
제가 그거 하나는 없어서 그나마 좀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 듯.

깐따삐야 2010-01-2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려 스물다섯개라니! 웬디양님이 남자친구를 안 만드는 이유를 알겠어요. ㅋㅋ ^^

웽스북스 2010-01-29 01:21   좋아요 0 | URL
아 예리하신 깐따삐야님.
실은 저도 자아발견 많이했어요 ;;;;; 그얘기도 쓰려고했었는데 ㅋㅋㅋㅋ

레와 2010-01-28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집을 계약했으니, 해피엔딩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웽스북스 2010-01-29 0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얼른 마저 써야할텐데요...
놀러와요 레와님. ㅎㅎㅎ

Mephistopheles 2010-01-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이제 웬디양님도 사소한 것 하나만 구비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려..ㅋㅋ

웽스북스 2010-01-29 01:22   좋아요 0 | URL
위에 깐따삐야님 댓글 보이시죠?

Mephistopheles 2010-01-29 02:59   좋아요 0 | URL
스물다섯개만에 집을 얻었다면 뭐 그 사소한 것도 언제든지...??

마그 2010-01-2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 스물다섯개?
이제 집도 계약하셨다고 하시니... 남자를 스물다섯명 구비해 봅시다...
재미있겠는데요... 한달에 5일 쉬고 남자 바꿔가며 만나기~

웽스북스 2010-01-29 01:22   좋아요 0 | URL
어이쿠. 아는 남자 다 합해도 스물 다섯 안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주5일로 20명 안될까요 ㅋㅋ

Jade 2010-01-2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집 정말 쉽게 구한거였군요...ㅋㅋㅋ 저는 딱 이동네에 구하려고 인터넷 좀 두드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부동산 막 찾아다녔거든요. 하긴 전 널리고 널린 월세였으니...


웽스북스 2010-01-29 01:23   좋아요 0 | URL
네네 월세는 상대적으로 집 상태도 좋고 괜찮을 거에요.
부동산 찾아다니는 게 역시나 짱인 것 같아요. 돈은 좀 들어도...
 



지난 번에 잔뜩 신나서 글을 올린 지 15일 정도가 지났더라고요. 그 후 2주동안 얼마나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는지. 주말 헌납하고, (그나마 부동산이 일요일은 하지 않는게 오히려 다행이었달까요) 온갖 동네들을 다 돌아다니며 좀 닥치는대로 집을 봤어요. 정말 화가나는 건, 사람 한명 겨우 눕고 세간살이 겨우 들어가는 정도의 방이 너무너무너무 비싼데, 그러면서도 전세라고 유세는 또 장난이 아니라는 거. -_- 뭐 암튼, 많은 분들의 조언 들어가면서 그러나 결국은 제맘대로, 앞으로 몇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동안, 아무튼 살게 될, 집을 결정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집을 봤던 터라, 실은 왠만한 집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어느 정도 눈을 낮추면 될 것을. 많은 짐을 다 들고 들어가겠다는 욕심에 거의 사이즈 위주로. 그리고, 첫번째 가려고했던 집을 보안 때문에 포기했던 만큼, 그 다음에는 보안을. 그리고는 뭐, 그냥 청결상태 같은 것들을 좀 보고난 후에야 나머지 것들을 따졌는데, 왠만한 집들은 1번에서 탈락, 1번이 되면 2번에서 탈락, 다 되고나면 전입신고 안되고, 반지하고, 뭐 이런 여러 단점들이 있어서 결국, 이 추운 계절 2주에 가까운 시간을 집을 찾아 헤매다녔네요. 그간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집을 봐주신 부동산 아줌마아저씨언니오빠만 략 7명 정도인데, 남들은 복비가 아깝다지만, 나는 이렇게 여러명 고생시켰으니, 그냥 겸허한 마음으로 내야 할 것 같아요. (아. 아까워라)

뭐, 하고 싶은 말은 막 목끝까지 차있는데, 여력은 없고. 하나만 물어보면.

- 전세 계약할 때 집주인과 만나서 꼭 체크할 건 뭘까요?

전입신고는 안될리 없는 집이고, 근저당은 체크했어요. 집주인이 살던 집을 내주는 거라서, 불편한게 뭐가 있냐, 이런 것도 그냥 솔직하게 이래저래 얘기했어요. 그게 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뭔가 중대한 거 말고, 좀 소소한데 꼭 좀 체크해봐야되겠다 싶은 거요. 이를테면, 전세의 경우에, 보일러같은 게 고장이 나면 주인이 고쳐주나요? 협의하기 나름인가요? 협의의 여지는 있나요? 뭐 워낙 빈약한 경험이니 ;;;

암튼, 예전에 광고회사 다닐 때는 꿈이 광고주였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광고주고뭐고, 집주인이 짱인건가, 라는 가치관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암튼 이것저것 부딪친서 생활의 바보가 생활의 중딩 정도는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조언들을 체크하여, 집계약은 고딩 정도는 되는 성숙한 모드로 해볼까 합니다. ㅎㅎㅎ

그럼, 도움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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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10-01-2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여러 사연이 있으셨구나...

웬디양님께 꼭 필요한 답글을 남겨드리고 싶지만. 저는 아직 월세로 사는지라 모르겠네요....ㅜㅠ

아무튼! 집을 찾으셨다니 다행이예요 ^^

웽스북스 2010-01-26 20: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이드님은 나중에 살림 장만할 때 도와주세요! ㅎ

순오기 2010-01-2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아직 계약은 안하고 가계약만 했나요?
전셋집은 일단 입주하면 세입자가 고쳐야 되니까 입주 전에 문제를 확인해야 돼요.
예를 들면 수도꼭지니 샤워기는 새지 않나, 뜨거운 물은 잘 나오나,
씽크대와 욕실 하수구는 물이 잘 빠지는지도 꼭 확인하고요.
비나 물이 새는 곳은 없나, 장판 들추면 바닥에 습기가 차 있지 않나~ 등등
보일러는 교체한지 얼마나 됐는지, 너무 오래 됐으면 고장날 수도 있으니까요.
주택은 외풍이나 습기가 아파트보다 많다는 건 감안해야 되지만 심하면 곤란하죠.

웽스북스 2010-01-26 20:56   좋아요 0 | URL
네 지금 계약하고 왔어요.
리모델링한지 2년된 집이라서, 그냥 다시 안가보고 계약서 도장 찍었어요.
넘 허술한가 ;;;

마늘빵 2010-01-26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보일러가 아무래도... 으음. 욕실 온수만 이상하네. 방금 샤워했는데 미지근한 물만 나와요 추워. 온수 나오는지 꼭 확인해봐요. 곰팡이, 습기, 채광 요런 것도 한번 보고. 여기 외풍도 좀 많은거 같은데 난방비 많이 나오게 생겼다눈.

웽스북스 2010-01-26 20:56   좋아요 0 | URL
어이구. 오늘 가스비/전기세 오른다는 기사에 덜컹했잖아요
평소같았으면 차비부터 보였을텐데 ㅜㅜ

이런 생활인모드

깐따삐야 2010-01-2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일러는 세입자가 나중에 떼어갖고 갈 것도 아닌데 집주인이 고쳐줘야하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은 미리미리 약속을 받아두셔야 할 것 같아요.
날씨도 추운데 고생이 많아요. 웬디양님. 이런 때일수록 건강 잘 챙기구요.^^

웽스북스 2010-01-26 20: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세입자랑 집주인이랑 맘고생하면 장난없을듯
고마워요 깐따삐야님. 이제 일단락. 이사만 잘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ㅎㅎㅎㅎ

치니 2010-01-2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착한 주인이라면 보일러 오래 되어 고장나면 고쳐주겠다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봐야 해요(니가 살다가 고장 난 거니 니가 고쳐라 쪽으로 말하죠). 보일러 겨울에도 빵빵 잘 나오는지 체크 필수! 살다가 고장나면 돈도 돈이지만 이 추운 겨울에 얼마나 고생인데요(어제 분 하이킥을 보세요 ㅋㅋ).
그리고 등본 떼서 다 확인하신 거 같으니 집 자체엔 금전적인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흑, 이렇게 조언이랍시고 쓰고 있는 저도 지금 주인크리로 고생이 심해요.
금액이 낮은 만큼 집이야 약간씩 결함이 있게 마련, 완벽하긴 어렵죠. 그럼에도 불구, 주인이 좋은 분이면 살 만 한데 주인이 영 괘씸하면 살 수록 힘들어요. 나중에 나가기도 힘들고. 웬디양님 주인집 꼭 좋은 분들이길 (적어도 상식 선에서 생각하시는 분들이길) 바랍니다 ~

웽스북스 2010-01-26 20:57   좋아요 0 | URL
어휴. 주인크리라니 왜요 ㄷㄷ
정말, 집 보러 다니면서 완벽한 집을 찾는 건 거의 불가에 가깝다는 걸 알았어요. 한 10억쯤 있지 않고서야.

100%의 집을 만나는 법, 이라는 글도 쓸까 생각했다는 ㅋㅋㅋㅋㅋㅋ

2010-01-26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0-01-2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일러 수명이 다해 고장이 난 경우를 제외하고 세입자가 고쳐써야합니다. (소모품 교체나 등등) 입주후 문제점 발견시 (기간은 모르겠음) 고쳐주고 보완해 주기도 합니다만 집 안의 모든 문제를 하루이틀 살면서 발견할수 없으니... 하여튼 이사하고 살면서 잘 살펴 보세요. 일찍 발견하고 보수요구하면 들어줘야해요. 한참 살다가는 힘들어요.(고장냈다고 몰아부칠수도 있음) 보일러 내구연한은 빠르게는 7년에서 10년 정도입니다 생산년도 확인해 보세요.(생산년도랑 설치시기가 다를수도 있으나... ) 노후에 의한 누수는 주인이 책임지지만 동파는 전적으로 세입자 책임입니다.(ㅠㅠ) 수압도 확인해 보세요 지역에 따라 수압이 약할 수도 있어요. 세대가 많을 경우 그럴 수 있습니다. (수도압은 서울시에서 )
2층이라도 장마에 비 샐수있으니 주인한테 확인해 두시고요.(이건 주인과 피해 협의 가능합니다만~ 책은 이미 탱탱 불어서 아무짝에도 못 쓰고......주인이 책값안물어주더라고요. 위로금 조금 주고 퉁치는거 봤어요) 그리고 또 뭐 있나~
맛있는 자장면집 빨리 알아두시고....

웽스북스 2010-01-26 20:59   좋아요 0 | URL
수압은 물 세게 나왔으면 되는거죠? ㅎ
동파는 조심해야겠어요. ㅎㅎㅎ 향편님 좋은 교훈이 되었어요. ㄷㄷㄷ

자장면은...이사날 시켜먹고 더 안시켜먹을거에요. 흥.

2010-01-26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01-2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철이 되면 그동안 집 안사고 뭐했나..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와요.
ㅡ.ㅜ

고생많아요, 웬디양님. (토닥토닥)

웽스북스 2010-01-26 21:01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레와님. 한시름. 툭.

leeji 2010-01-27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구하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집들이도 하는거야? 우어~ 놀러가서 커피한잔 얻어먹고 싶은데~~~~ 크리넥스 준비해야하낭? 헤~

웽스북스 2010-01-28 00:53   좋아요 0 | URL
네네. 할줄 아는 건 없지만 놀러오셔용. ㅎㅎㅎ 동현대리님 혜진씨 승문과장님 다같이 한번 오셔도 좋고요 ㅋㅋㅋ 제가 할줄 아는 건 없지만 자장면이라도 괜찮으시다면 ㅋㅋㅋㅋ

2010-01-27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8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2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집들이 하시면 와인은 제가! 가져가지요 으흐흐흐

웽스북스 2010-01-28 00:54   좋아요 0 | URL
집들이는 안해요. 어쩐지 이름이 거창해서 ㅎㅎ
그냥 편하게 놀러오세요.
 



지난 주 내내 추워서 한발짝도 안움직이고, 새벽까지 피터팬(집구하기 네이버 카페 이름)을 날아다니는 웬디 모드로 눈 시커매지도록 집구경을 하고나니, 뭐, 어느정도 가격이면 대략 어떤 집이구나, 라는 각 정도는 잡혔어요. 저는 생활의 바보이지만, 다행히 스스로 생활의 바보라는 걸 아는 매우 겸손한 생활의 바보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똑같은 얘기도 듣고 듣고 또 들었고, 드디어 오늘 처음 집을 보러, 아*님의 조언을 따라 어제 미리 전화해둔, ㅂㅂㄹ 어머니 추천 숙대입구역의 부동산 역으로 갔지요. 가기 전 ㄱㅂㅇ언니의 걱정어린 전화. 이토록 많은 사람의 걱정의 대상이 된 것은 처음입니다. 정말.

숙대입구역에서 밥을 먼저 먹으려고 다니는데, 눈이 오는 날의 동네가 그렇게 포근하게 느껴질 수가 없어요. 그냥, 여러동네 볼 생각이었지만, 아, 나 그냥 이 동네 살고 싶어. 라는 생각이 굳혀지는 순간입니다. 출근길이 그렇게 가까운 건 아니지만요. 오밀조밀 작은 옷가게들, 카페들도 마음에 들고, 어디하나 시끄러운 번화가는 없으면서 필요한 건 대충 다 있는. 그냥 마음에 차는 동네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전화한 부동산을 가기 전에, 그냥 다른 동네 부동산에 갔더니, 매몰차게 매물이 없다며 거절합니다. 전세집 구하기 정말 힘들다는 거, 실감에 또 실감을 해봅니다. 그래도, 어제 전화했던 집은 있다고 했으니까. 부동산을 찾아가 어제 전화한 사람이라고 인사를 하고, 아주머니를 따라 나서는데. 아. 이런. 첫집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두번째집. 눈에 안들어옵니다. 세번째집. 눈에 안들어옵니다. 네번째집. 눈에 안들어옵니다. 너무 마음에 드는 티도 내면 안된다는데 표정관리가 안되서 헤죽헤죽, 이미 마음은 첫집에 가있습니다. 이 첫집. 내가 매물로 올라오고 처음 봤다고 합니다. 계약 안하면 바로 나갈 것 같은데, 덜컥 계약금 몇백을 내기엔 가슴이 떨립니다. 일단 회사 근처에 또하나 보기로한 집이 있어서, 그리로 가면서

저기, 이집. 제가 다시 올 때까지 계약 안하시면 안돼요? 저녁에 다시 올게요.

라며 초비굴 모드로 사정사정. 내가 불쌍했는지 6시 전에 연락주면 안내놓겠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함께 집을 보러 다녀준 조웬디독립추진위원회 숙대지부장 ㅂㅂㄹ언니는 이미 하트로 변한 내 눈을 간파해내고는, 일찌기 우리가 이제 동친(동네친구)로 거듭날 것임을 예감합니다. 집도 같이 봐주러 다니고, 이제 대출자클럽이라며 돈도 없을텐데, 하며 밥까지 사준 ㅂㅂㄹ언니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ㅂㅂㄹ언니를 보내고 충정로로 넘어가 K를 만납니다. K는 수많은 월세방 전세방을 전전한 화려한 경력과 놀라운 생활력의 소유자. 사실 충정로로 넘어가면서도 나는 얼른 K를 다시 숙대집으로 데려가 숙대집 OK 사인을 받아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역시나 아현동집. 눈에 안들어옵니다. 건성건성 보고, 다시 숙대로 넘어와, 다시 첫번째 집으로 달인 K를 데려갑니다. 꼼꼼한 K는 내가 미처 못보던 것들을 다 따지고는, 내가 가진 돈과 모든 조건들을 계산하더니, OK 사인을 보냅니다. 안심하고 계약을 하려고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에는 아빠가 갑자기 반대를 합니다. 섭섭하신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제와서 왜 ㅜㅜ 부모님 허락 없이 덜컥 계약을 하고 갈 수는 없다며 가계약으로 돌려주시면 주말까지 반드시 허락을 받아오겠다는 나의 애절함을 어여삐 봐주시는 부동산 아주머니가 가계약으로 돌려주시고, 나는 돈을 뽑으러 갑니다.  

K는 내가 없는 동안, 저아가씨는 몇살이냐는 질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서른 하나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시는 아주머니들. K의 표현을 빌자면 애기인줄 알았답니다. 아. 세상에나. 굴욕입니다. 철없이 너무 샤방샤방 좋아서 뛰어다니기는 했지만. ;;;;; K는 저에게 마치 옷사는 것처럼 전세집을 구한다,는 굴욕적인 언사를 행했지만, 나를 걱정하는 부동산 아주머니가 심지어, 그래도 집은 그렇게 보는 게 아니라는 조언까지 해주셨지만, 그래도, 뭐, 마음에 드는 것 앞에 장사 있나요. 예. 제가 원래 좀 표정관리가 안됩니다. 포커페이스는 커녕. 투명표정입니다. 왜 투명해야 할 피부는 점점 안투명해지고 표정따위가 자꾸만 투명해지는 건지 걱정입니다.  

불라에가서 사람들에게 집을 구했다고 자랑을 하고, K와 나름의 축배를 들어봅니다. 집을 나올  때만 하더라도, 내가 오늘 집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집에 와서는 초비굴 애교짱모드로 아빠를 다시 설득합니다. 결국 주말엔 집에도 꼬박꼬박 잘 오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나니 (뭐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마지막 조건은. 봄에 가라. 입니다. 추우니까, 따뜻해지면 가라고. 이 뭉클한 조건을 거절할 명분이 없어, 저는 그러겠다고 합니다. 어차피 구정 지나고 들어갈 계획이었으니, 여러 짐들을 천천히 준비하며 이사를 미루지요 뭐. 옵션이 없는 집이라 이것저것 사야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말이죠 ㅠㅠ

집과도 인연이라는 게 있다면, 이 집과 저는 좋은 인연으로 만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회사에서 교통이 그닥 편리하지도 않은 숙대입구/효창공원 근처에서 생뚱맞게 살고 싶어진 것도 그렇고, ㅂㅂㄹ언니가 보내준 수많은 부동산들 중에서 하필 딱 그 부동산에 연락했던 것도 그렇고. 매물이 나와, 부동산 아주머니도 그 집이 마음에 들어 다른 부동산에 공유안하고 저한테만 보여주신 것도 그렇고, 쏙 마음에 들어 다른 것들은 쳐다보지도 않게 된 것도 그렇고요. 어쨌든 이 전세난에 전세집을 구하고 나니, 일단 좋긴 좋네요. 대출금액은 맥스로 잡았던 예상액으로 잡게되는 바람에 허리는 좀 휘게 생겼습니다. 대출자클럽 여러분들과 술을 한잔 마실 때도 삼고초려해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니, 차근차근, 천천히, 하나씩 준비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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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10-01-10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 집 찾으셨구나! >.< 축하드려요 눈오는 숙대입구 이쁠거 같아요 ㅎㅎ

그런데 아무 옵션도 없는 집이면 초반 한두달동안 이것저것 많이 사셔야 할텐데. (심지어 저는 풀옵션에 들어와놓고도 정신없이 사댔어요 전자렌지 밥솥 책장 각종 주방용품 욕실용품 조리도구들...ㅋㅋ) 제가 맛있는 커피한잔 사드릴게요 ㅎㅎㅎㅎ

웽스북스 2010-01-10 14:26   좋아요 0 | URL
네네 어제 찜닭먹으면서 눈오는 숙대입구를 보는데 (안어울리지만 ㅋ)
너무 예쁘고 고요하고 소담하고 좋더라고요.

그나저나 살림살이. 어휴. 저도 돈 엄청 깨질 것 같아서 떨고 있어요.
어제 새벽 여섯시까지 보다가...;;;;;

마늘빵 2010-01-1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우리 대출자 클럽 만들어요. ㅋㅋㅋ

제이드님 말대로, 나는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이미 내 방엔 컴퓨터 책상, 청소기, 선반, 드릴 등이 가득 쌓이고 있어요. -_- 들어가고서 주문하면 받을 사람이 없으니 그냥 지금 사서 다 싸가지고 간다는 주의.

웽스북스 2010-01-10 14:27   좋아요 0 | URL
아프님. 저 아무래도ㅜㅜ 돈이 엄청 깨질 것 같아요.
역시 옵션없는 집은 힘든데다가, 이건 뭐 욕심도 거의 혼수 수준으로 부리고 있으니....;;;;; (그나마 내가 티비를 안봐서 너무 다행이에요)

마늘빵 2010-01-10 17:38   좋아요 0 | URL
나는 티비는 티비수신카드를 컴 안에 내장할 거구요. 그럼 없어도 되니까. 대신 컴을 켜야 티비를 보는 단점은 있지만, 별로 안 보니까 상관 엄써요.

돈 무지 깨져요. 그래서 저도 대출금을 조금 더 높게 받았지요. 2-3백은 순식간이라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이런저런 거 사고, 복비, 도배, 장판, 용달, 가스렌지 설치비 등을 지불하려면...

마노아 2010-01-1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단번에 그렇게 맘에 드는 집을 찾게 되어 다행이에요. 웬디님께 행운이 따라다니네요. 축하합니다!

웽스북스 2010-01-10 14:27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마노아님. ㅎㅎㅎ
이 행운이 끝까지 가야할텐데 불안불안해죽겠어요.

Jade 2010-01-1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저도 대출자클럽...ㅋㅋㅋ

웽스북스 2010-01-10 14:2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로서 다섯번째 멤버 탄생
현재까지 아프 웬디 다락방 레와 그리고 제이드

우리는 모여서 술마시고 놀기만할건데 ㅋㅋㅋㅋㅋ

Jade 2010-01-10 16:53   좋아요 0 | URL
오오 술마시고 노는거 완전 좋아요! ㅋㅋ

마늘빵 2010-01-10 17:38   좋아요 0 | URL
대출자 클럽 답게 아주 싸고 맛있는 데로다가... ( ..) 생활의 달인 렌초님 모시고 한번 강의도 듣고?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1-10 22:23   좋아요 0 | URL
아하하 저도 완전 가입가능합니다 ㅋㄷㅋㄷ

치니 2010-01-1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출 금액은 (제 경험에 의하면) 반드시 맥스로 잡은 금액이거나 그걸 약간 초과하게 됩디다.
첫날에 맘에 드는 집을 찾은 건 정말 행운 중의 행운, 이사하고 집에 들어 앉는 그날까지 벼라별 일들이 다 생기는게 이사이긴 하지만 스타트가 좋네요.
이제 하나하나 살림 장만하는 재미가 쏠쏠하겠는 걸요? ^-^

웽스북스 2010-01-10 14:29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불안하기도하고.
살림 장만하는 재미는 뭐. 거의. 돈쓰는 재미랄까요.

집도 쇼핑하듯 본다고 친구한테 욕도 먹었는데,
이제 잔뜩 쇼핑할 생각하니 신나긴 하지만.
어휴. 돈나갈 생각하니 까마득해요. ㅜㅜ

대출은 진짜 맥스로 잡은 게 나가게 되나봐요
어쩔 수 없이 비싼 게 더 좋아보이니까.
근데 어제는 혹시나해서 이것보다 더 비싼 것도
안되는 거 알면서도 봤는데,
그것들보다도 이게 더 마음에 들었어요.

조웬디씨눈지금하트 ㅋㅋㅋㅋㅋㅋ 놀러와요 치니님!

순오기 2010-01-1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 집주인 노릇에 이골 난 순오기, 사랑방에 내놓고 전화통화만 해도 이사람이 우리집에 올 사람이구나, 딱 감이 옵니다~ 집은 그렇게 인연으로 만난다에 공감.^^
혼자 살아도 오만가지가 필요하지만 그걸 다 갖추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냥 없이 사는 쪽을 선택할 것도 있어요.^^
여튼 맘에 든 집을 구한 것도 독립을 허락받은 것도 축하해요~ 2010년은 조웬디의 해!!

굿바이 2010-01-1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했어! 잘했어! 그래도 웬디가 훨씬 잘한다! 나는 "한강이 보이네요, 그럼 계약하죠" 이렇게 그냥 계약했거든. 그랬더니, 나보고 "결혼날짜는 언제죠?"라고 부동산 아주머니가 좀 심각하게 물어보더라.ㅋㅋㅋ
형부는 아쉬워하겠지만, 형부는 웬디와 신세경을 구분을 거의 못하거든, 여튼 집들이 선물로 좋은 거 하나 해주라고 말할께. 형편이 안되면 종합과자세트라도....
그리고, 대출은, 너무 신경쓰지마, 나를 보렴. 그럼 위로가 되지 않을까? (됐고!)

어제 저녁에 연락하려고 했는데, 선배에게 붙들려서 오도가도 못했어.
이번주에 보고 더 이야기하자~ 여튼 웬디 만세!

메르헨 2010-01-1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독립하시는군요.
저는 결혼해서 독립이란걸 했기 때문에 별 느낌이 없더라구요.
와...웬디님 멋진 독립 생활...기대되는걸요.^^
맘에 드는 집 찾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내일부터 또 춥다는데 이사준비 조심히 하시길 바래요~~

2010-01-10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0-01-1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가까운곳에 사실때도 못 뵜는데 쫌 더 멀리 가시면 쫌 더 뵐 기회가 줄어들겠어요.
그렇지만 맘에 드는 집을 크게 힘들이지 않고(아프님의 고행기를 기억해 볼때요 ^^)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준비 잘 하시고 이후 잊주할때까지 막히는것 없이 술술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0-01-1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효창공원역 레스토랑에서 피자 먹으면서 웬디님 집이 이근처라니 담엔 웬디님하고 여기 같이 와야지 얘기했다는 ㅎㅎ

머큐리 2010-01-1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구하러 다니면서 그렇게 마음에 드는 집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웬디님 축하드려요...^^

레와 2010-01-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그런게 있어요!
'딱, 이거다!!'하고 feel이 강하게 오는.. ㅎㅎ

저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보기도 전에 밖에서 부터 느낌이 너무 좋은거예요!
전에 살던 세입자가 개를 3~4마리 정도 키워서 첫인상이 정신없던 집을 들어서면서 부터
'나, 이 집에 살래'하고 마음을 먹어버렸죠.
나중에 개오줌과 개털과 한판 전쟁을 치루긴 했지만..;;

무튼 계약 축하드립니다!!!^^

네꼬 2010-01-1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숙대입구-효창공원역 사이라면 그곳은 바로바로 나의 살던 고향(수준의 어린시절부터 3년 전까지 살았던 동네)예요. 좋은 동네예요, 웬디님. 좋은 동네예요. 좋은 동네예요.

마그 2010-01-1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는 집을 한방에 구한다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 입니다.
좋은 동네 이기는 하지만. 여인네 혼자 살기에는 쉽지않은 동네일수도 있답니다. 여대근처라고 여인네만 있겠습니까? 조심 또 조심 한번더 살펴 보시기를... ^^

후니마미 2010-01-1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웬디님이 요정의 집을 장만 하셨군요.
저는 집 구하고 좋아하는 웬디님 마음 보다는
독립 하고 나가려는 딸을 둔 아버지의 심정을 더 헤아리는 나이가 되었지만은
처녀적에 이렇게 독립해 보고 자기만의 방을 미리 만들어 보는 그 자유로움
저에겐 무척 부러운 자유인의 행복을 부러워 해 봅니다
서른 하나 되셨군요 ㅎㅎㅎ
살짝 엿보고.

새 주소 생성되면 알려주세요 ㅎㅎㅎ
어디 사는 사람인지 알고 지내고 싶어서요 ㅎㅎㅎ

pjy 2010-01-1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에 딱~ 진짜 행운이시네요~~

2010-01-1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네가 아침에 눈을 떠, 처음 전화받는 사람이....... 본부장님이라면?

집이 멀다보니 출근에 변수가 많이 생긴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얼마전에는 서울역에 35분에 떨어졌음에도 충정로에 있는 회사에 9시 1분에 도착해버리고야 말았다. 그날이 12월의 세번째 지각. 우리회사는 원래 지각 정책에 굉장히 엄격해 인사고과에 반영이 되는데, 월 3회쯤 지각을 하면 아무리 죽어라 일을 열심히 해도 이미 소용없는 지경에 이르러버린다. 휴가도 아니고, 바로 월급이 깎여버리는. 9시 30분 출근에 5분 정도는 봐주고 월 2회까지는 지각해도 페널티 적용이 안되던, 집에서도 더 가까운, 비교적 프리한 광고관련회사에 다니던 아가씨가 엄격하고 짤없고 매일매일이 전쟁인 유통업계에 와서 왠 고생인가. 하지만 다른 경쟁사들은 8시까지라니, 이조차도 감지덕지이긴 하다. 
 
12월의 두번째 지각을 하던날, 본부장님과의 1분 면담에서 한 번 더 지각을 하면 모닝콜을 하겠다는 본부장님의 말씀이 있고 얼마 후의 일이어서, 나는 그 다음날부터 본부장님의 모닝콜을 받는 직원이 되었다. 나의 이런 난감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매일 5분 전에 일어나 본부장님께 먼저, 일어났습니다. 하고 문자를 보내기가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예약문자를 해라, 하는 친구들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좀...그러다 또 지각이라도하면..) 그냥 받아들여라...나아가 즐겨라... 뭐 이런 여러 제안 중, 나는 그냥 뭐, 감사히 즐기기로 했다. (본부장님 감사합니다 ㅜㅜ)

그렇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 계속 이렇게 월급 깎여가며, 지각을 일삼아가며, 하루 두시간반씩 지하철에 서서, 집에 가면 기진맥진 쓰러져 아무것도 못하는 질떨어지는 삶을 살텐가.

게다가, 연말에 이래저래 좀 신나게 놀다보니, 막차를 두번이나 놓쳤는데, 한번은 버스를 세번 갈아타고 돌아돌아 집에 가는 시간이 2시간이나 걸린 적도 있었고 (눈오고 감기에 걸린 날이었다 ㅜㅜ) 그 다음다음날에는 새벽 세시까지 택시가 잡히기를 기다리다가 겨우겨우 콜택시를 타고 들어갔다. 집에 가니 네시. 어휴. 뭐, 여러 가지 상황들이 콤보로 나에게 다가와 나로하여금 어떤 결심을 하게끔 몰아 갔으니...



그래, 새해에는, 집을 나와야겠어.

그리하여 조웬디씨는 그저께 집에 허가를 구하고, 거의 80% 정도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낸다. 부모님이 허락을 해주지 않는 이유가 걱정 반 섭섭함 반이라는 이유를 알기에, 나 역시 최대한 그 마음을 고려해가며 여러가지 조건과 약속을 만들어가며, 이것 저것을 양보한다. (이를테면, 교회는 그냥 계속 다니기로 했다거나) 생각해보면 같이 살던 K양 나갈 때도 그렇게 섭섭해하던 엄마였는데, 나는 오죽하려고. 정말 재밌는 건 내 동생. 지하철로 한정거장 거리의 회사를 다니는 녀석은 내가 지금까지 그러고 회사를 다니는 게 절대 이해가 안됐다는 이야기를 하며, 본인도 회사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나가 살고 싶다는 어이없는 소망을 표한다. 물론 이녀석은 돈이 없으므로 패스. 실은 처음 엄마의 반응도 가관이다.

1. 회사를 옮기는 건 어때? (엄마!!!!!) 
2. 결혼을 해. (좀 현실적인 대안을 주세요!!!!)

뭐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나가사는 일이 확정되고 나니, 일단 여러가지 후회가 밀려오는데, 나는 그간 왜 더 열심히 돈을 모으지 않았단 말인가. 누구나 해보는 슬픈 계산. 지금까지 받았던 연봉을 총 합한 금액에서 지금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금액을 빼보면. 우와. 나 정말 사치스러운 사람이었던건가. 내몸하나 건사하는데 무슨 돈이 이렇게 많이 들었던 거지? 그런데 도대체 남아있는게 뭐지? 차라리 명품 가방이라도 하나 있으면 덜 억울하려나 싶은 생각마저도 든다.

암튼, 가진 돈으로는 서울에 전세방 얻기에는 좀 무리스럽고, 대출을 슬쩍 받아야되는데, 도대체 내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일까, 부터가 까마득하다. 아. 이제 나도. 대출금 갚는 여자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좀 서글퍼지지만, 그래도 자기 공간 하나 마련하기 어렵다는 서울시내에, 어쨌든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내 손으로 대출받고, 가진 돈 합해서 대충 대충 어떻게 원룸 전세 정도는 마련해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 뭔가 좀 진짜 스스로가 대견하고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오면 바로 후회한다는데, 나는, 어쩐지 나는 안그럴 것만 같은 것 같은 착각이 밀려오고, 샤방샤방한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어이없는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뭐,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거 알고 있다. 당장 오늘 만두와 떡을 넣은 김치찌개에 저녁 한그릇 신나게 먹으면서도 어휴. 이제 뭘 해먹고 사나. 라는 생각부터 들고. 하지만 또 박찬일의 보통날의 파스타 같은 책을 가지고 나는 보통날에도 이렇게 잘해먹고 살지 않을까, 라는 현실성 전혀 결여된 확신 같은 것도 갖게 되고. 그러다가도 한달 월급으로 예산만 잡아보면. 어휴. 어휴.

그러면서도 또 결심해 보는 건.

- 하늘이 잘 보이는 동네로 가야지
- 그래도 꽃이 피는 동네였으면 좋겠다
-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도 좀 있었으면

뭐, 이런저런 고려 끝에, 나는 효창공원쪽을 1차 목표지로 잡았다. (ㅂㅂㄹ언니 도와주세요) 이대나 아현 쪽은 가깝지만, 그보다는 홍대나 상수동 쪽이 좀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혜화동은 동네가 정말 마음에 드는데 회사에서 너무 멀어 아쉽고. 뭐, 암튼 대략 이 정도 가이드라인 내에서 살 곳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적어도 봄이 오기 전까지는 살 곳을 정하고, 짐을 모두 옮기고, 들여놓고, 좀 안정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어야겠다.  

이제 새해도 밝았고, 새해에는 아무것도 결심하지 않겠다, 라고 결심한 나이건만, 이렇게 큰 변화 앞에 어쨌거나 마음 다잡지 않으면 안되겠다. 떨리고 걱정되지만,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 더 크기에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혼자 사는 몇몇 알라디너 분들께 불쑥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할 수 있으니 친절히 대해주세요. ^-^ (ㅎㅁㄹ님 ㅈㅇㄷ님 ㄹㄹㅊㅇㅅㅈ님 ㅋㅋㅋ 그리고 이미 지난 30일, 집에 허락받기 전에 기습 전화 당하신 ㅇㅍㄹㅅㅅ님 ㅋㅋㅋ + 제보 환영!) 시집 가시는 옛날 팀장님 집에 가서 좀 저렴한 가격에 세간살이들을 퉁쳐와볼까 싶기도 하고... 어휴. 이제 주말에 다놀았어요. ㅎㅎㅎ

그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모두에게 복된 새해.
5월정도부터는 누가 놀러와도 내놓을 수 있는 요리신공도 하나 연마해놓을게요.
(이를테면, 고소하고 담백하고 꼬들꼬들하고 맛있는 치즈라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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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ㅂㄹ 2010-01-0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 울집 지하 월세만료기간이 언제였더라? 근데 웬디 혼자 살긴 넘 넓겠다.ㅋㅋ
대학가 쪽이라 원룸 형식 월세는 주변에 좀 있는거 같은데 하숙은 싫겠지?
자세한 건 나중에 만나서 함 해보자~
2. 이 재미난 글을 이제야 읽다닛!정굿바이 언니, 완전 언니 땜에 웃겨 죽을거 같아요;; (정초부터 살인나겠다~ㅎㅎ) 암튼 손가락 사건 때부터 알아봤지만 언니 인생은 영화라구요.

웽스북스 2010-01-03 02:08   좋아요 0 | URL
언니 아까 통화 반가웠어용.
담주에 봐용.

L.SHIN 2010-01-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댓글 어디 갔어~~~!!! ㅜ_ㅜ"

...하고 울뻔했다는...ㅡ.,ㅡ
댓글이 페이지로 구분된 것은 처음본다오! 웬디동상!!! 우어!

웽스북스 2010-01-03 02:10   좋아요 0 | URL
으허허허 다들 독립에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
근데 이런 겨우 종종 있지않나요? 아닌가?

(게다가 실은 태반은 제 답댓글 ㅋㅋ)

깐따삐야 2010-01-0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정말 독립선언을 한 거에요?! 저도 자취해봤지만 그게 일장일단이 있는 거라. 그래도 이미 결정했으니 안전하고 깨끗한 집 구할 수 있길 바래요. 임신부라 큰 도움은 못 주겠지만 나중에 소소한 생활용품이라도 제공할게요. 화이팅요.^^

웽스북스 2010-01-03 02:10   좋아요 0 | URL
고마워용 깐따삐야님.
혹시 서울 놀러오시면 주무시고 가세용. ㅎㅎㅎ

레와 2010-01-0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밀린 페이퍼를 차근차근 보고 있는데 웬디양님의 빅뉴스를 이제야 확인했어요!

독립, 저는 무조건 찬성하는 주의예요! 하하-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대출자 모임에 저도 들어가고 싶어요!
저는 차를 샀지 말입니다. ㅎㅎ

웽스북스 2010-01-07 12:09   좋아요 0 | URL
어.뭔가럭셔리한대출자인것같아서.
아무래도 기존 대출자들끼리 좀 협의를 해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협의고뭐고생각해보니 가난한 우리모임에 차있는분 한분 정도 있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ㅎㅎㅎㅎㅎㅎㅎ

후니마미 2010-01-1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늘이 잘 보이는 동네로 가야지
- 그래도 꽃이 피는 동네였으면 좋겠다
-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도 좀 있었으면


여기 있어요. 제주도 우리 집인데
집을 옮기지 말고 직장을 옮기거나 결혼을 제주섬사람과 좀 해 보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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