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중간 간단하게 페이퍼로 남기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면. 그러니까, 오늘은 독립하고 처음으로 하루 세끼를 다 집에서 챙겨먹은 역사적인 날이다. 아. 보통 일이 아니더라는. 나는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을 존경하는 바이다. 나는 내 한몸 챙기는 걸로도, 내 한끼 챙기는 걸로도 거의 하루가 다 소진되더라.
* 아침은 간단히 전자렌지 돌린 만두. 그릇에 만두 조금 넣고 물 조금 넣고 랩씌워서 렌지에 3분 40초간 돌려서 먹었다. 일어나니 배고픈데 딱히 뭘 먹어야할지 난감한거다. 만두를 먹으며 오늘 하루 뭐 해먹을지를 대충 구상.
* 점심은 심야식당 놀이.
심야 식당에 보면 버터라이스, 라는 것이 나온다. 고로씨, 라는 가난한 음악사는 늘 심야식당에 들러 버터라이스를 주문하고, 심야식당의 주인은 그에게 늘 돈 대신 노래 한 곡을 청한다는 내용. 버터를 올리고 살짝 간장을 뿌리면 버터라이스의 완성.
(조악한 휴대폰 카메라) 이렇게 고로씨가 버터라이스를 시키면,
모두가 이렇게 되는 거다. ㅎ
모두가 좋아하는 인증샷. 처음엔 이렇게 밥에 버터를 올렸다가 뭔가 허전해
밥 위에 가쓰오부시를 올렸다.
자. 그리고 볶은 김치까지 올린 사진입니다. 인증샷을 잘 안올리는 이유는 제가 그렇게 맛있어보이게 만들지도 찍지도 못하기 때문에, (사진 보니 알겠죠?) 그리고, 귀/찮/아/서
다음엔 버터라이스만 해서, 김치 볶음을 반찬으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
* 저녁은 참치 스파게티
이 책을 그리 탐독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나에게 나름의 큰 의미. 보통날의 파스타라니. 아. 파스타는 보통날 먹어도 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한, 그냥 라면 끓이듯 파스타를 먹는 일의 부담을 내려오게 한 책이었다.
책에 있는 레시피를 조금 변종해서, 책에는 파의 흰 줄기 부분을 다져서 쓰라고 했는데, 나는 파도 없고 파를 다질 수도 없는 인간이고 해서, 다진 마늘을 한 스푼 넣는 걸로 대체.
A
올리브 오일 두르고,
다진 마늘을 살짝 볶다가 (너무 볶으면 타요)
화이트 와인 1/4컵 넣고 (이것 때문에 음식에 넣을 화이트와인 사옴)
2분간 졸이고,
B
옆에서는 면을 삶고,
C
기름뺀 참치캔에,
참치양 반 정도의 마요네즈를 넣은 후
A를 넣고 함께 믹서에 간다
B가 완성되면 C와 섞으면 끝.
초간단 스파게티다. 보통날의 파스타 보는 순간 제일 쉽다며 해먹어야지 했던 걸 이제서야. 역시나 허겁지겁 먹다보니 인증샷을 못찍어서, 책속 이미지로 대체. 저 이상의 비주얼은 나오기 힘든 파스타. 뭐, 내것도 얼추 비슷했다. (정말? ㅎ) 실은 빨리 먹어보고 싶어 바질을 올리는 것도 깜빡한 사건 -_-
책에서는 요 파스타를 걸인 버전이라고 했다. 럭셔리 버전 파스타는 요거.
나는 처음 보는순간, 걸인버전이 더 맛있어보이잖아, 라는 내 신분에 맞는 생각을. ㅎㅎ 게다가 소스가 은근히 맛있어서 넉넉하게 만들고 남은 소스에 빵까지 찍어먹은 조웬디씨. -_-v 장하다. 다이어트는 안드로메다로.
뭐, 암튼, 이래저래 책들을 따라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요즘이다.
페이퍼 쓰느라 휴대폰 사진 뺀 김에 몇장 더 올려보는 요즘 사진들.
어느 보통날의 파스타.
휴일의 여유. 원어데이에서 산 발사믹 소스와 올리브오일이 있어서 바게트를 너무 맛있게 먹었다. 여전히 아이스커피와 함께하던 가운데, 요즘은 장마철을 맞아 다시 뜨거운 커피로 변심하였다.
남들은 치워가면서 한다는데, 뭐라도 할라치면, 하튼 내 부엌은 이렇게 엉망이다. 에이드 간 믹서와 스파게티 소스 병. 다진 마늘이 들어있는 락앤락통 틈바구니에서 커피까지 내려마시는 놀라운 공간 활용 능력 -_-
아. 올려놓고 나니 좀 부끄럽네 이 사진은. ㅇㄴㄴ양은 비빔밥을 만들던 날의 우리집 부엌을 보고 '무서워!!!!' 라고 말했었다. 이러니 치우느라도 언제나 고생 ㅜㅜ 덕분에 어제 새벽 2시까지 부엌 청소를 했다. 아. 놔.
하여, 오늘은 뭐 이래저래 삭신이 쑤시다. 아.
법원 등기 때문에 우체국 갔던 길에 장을 보고, 슈렉 보고 싶은데, 망할 용산 CGV는 슈렉을 한국어 더빙본만 방영하는 만행을 저지르더니 그나마도 내려버렸다
라고 쓰고나서, 상영영화의 잔혹함을 증빙하기 위해 방금 용산 CGV를 검색한 조웬디양은 충격에 빠짐. 아. 세상에. 슈렉. 하고 있었다. 3D 4D는 자기네 홈페이지에서만 예매되게 한다고 하더니, 이거구나. 아까 나간 김에 보고 왔음 좋았을텐데. 머리아픈 영화를 연거푸 보고 나니, 요즘의 나는 만화책과 슈렉. 이면 딱 좋겠다 싶은 상황인 거다. 글도 못쓰겠고, 그저 트위터에 몇자 중얼중얼거리는 단순한 삶 외에는 별로 감내할 여력이 없다.
지금도 화장실과 거실이 청소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어제 청소한 주방은 언제 그랬냐는듯 제 모습을 되찾아 방긋 웃고 있다. (모두 외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