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면옥에서의 모임이 끝나면 연락을 달라고 누군가 말을 해 거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가 슈스케하는 날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누군가님. 원망하는 거 아니고요. ㅎㅎ) 아. 맞다 슈스케. 인터넷 사이트를 열고 작게 틀고 통화하며 흘끗거리다가 포기하고, 전화 끊고 제대로 보자, 하고 일단 스피커를 껐다. 통화가 끝나고 방송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데,(그래야 파일이 올라오니까) 그런데 이거, 오늘따라 엄청 늦게 끝나나보다. 친구들의 문자가 막 오기 시작한다. 허각이 됐다는데. 허걱. 이다. 그럼 재인이가 떨어지겠구나. 싶어 얼른 파일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린다. 자꾸만 문자가 띠로롱 울리는데 나는 그냥 휴대폰을 뒤집는다. 혹시나 결과를 보면 안돼. 나도 함께 떨고 싶단 말이지. ㅜㅜ 트위터도 안열고 네이버도 안연다. 내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결과를 타의에 의해 덜컥, 받고 싶지 않아. 엉엉.
파일 다운로드가 완료되었다. 엄청 길었다. 다운로드 시간이. 나같은 사람 많았던 거지. 첫파일 기다리던 사람들. 시간은 1시 30분. 그러나, 내 마음속 시간은 11시 30분이다. 생방송을 대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시청을 하는데, 아, 마음이 급하다. 결국 앞부분 모두 스킵, 세 친구가 노래를 하는 장면과 심사를 받는 장면만 먼저 보기로 한다. 시상식이라며, 그 전에 나왔던 친구들 중 화제가 됐던 친구들이 나온다. 일단 스킵 스킵 스킵
허각의 무대는 기대 이상. 일단 선곡이 최고였다. 허각의 최고의 무대가 조조할인이었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은 팬들의 작품일 것이다. 실은 내가 장재인 팬카페에 가입되어 있는데 - 아, 가입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아, 그러니까... 애국가 동영상 보려고 찾아찾아 흘러들어가서 가입 - 계속 투표하라고 쪽지가 날아와서 들어가보니, 시청자들이 곡을 골라주는 것이 미션이라는 게 떠 있었고, 팬카페 사람들은 재인에게 제일 어울릴 것 같은 곡에 의견을 모으자고 투표를 하고 있는 걸 봤다. 사실 이 투표도 굉장히 미심쩍은데, 그 얘긴 나중에 다시. 암튼, 폭발적인 무대. 사실 난 여전히 허각이 늘 80이상을 할 수 있는 노래를 안일하게 노래하는 것이 계속 마음에 안들어왔었는데, 오늘의 무대는 아주 좋았다. 허각에게 100원을 썼다는 친구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내가 생방송으로 봤어도 그랬을 것 같다. 본인이 경쟁상대로 꼽은 팝 발라드 가수들이 갖지 못한 폭발력이 있고, 그게 더 어울린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발견했을 것 같다. (이런 건 심사위원들이 말해주기 전에 생방송 보면서 트윗에 한발 먼저 올렸어야 하는데, 지금 이렇게 말하면 윤종신 따라하는 것 같음. -_- 오늘도 나와의 놀라운 싱크로 보여준 윤종신. 존박 점수만 빼고) 지난 주에도, 차라리 엄정화의 페스티벌 같은 걸 불렀으면 더 나았을 것 같았다고 내가 말했던 것도 비슷한 선상에 있다. 차라리 이승철을 부를 거였으면 소녀시대, 가 나을 뻔했다. 그러니까, 허각은 사실 오늘의 Top3 중 가장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모르는 친구라 지속적으로 누군가의 코칭이 필요한 친구인 것 같다. 스토리없이, 그저 팡~ 터지는 화려한 무대 연출을 한 것도, 뭐, 나름 귀엽긴 했지만, 역시나 전체적인 센스는 ;;;; 그러나, 그럼에도, 오늘은 정말 잘했으니까, 저는 기성 가수의 점수를 드리겠습니다. 제점수는요~ ^-^b
존박은. 음. 내게는 한숨나는 무대였다. 아. 그러니까 나는 심지어 빨리 돌리기 버튼도 중간중간 눌렀다. 여전히 그의 매력은 내게 퀘스천마크. 심사위원들은 막 가성이 좋았다고 하는데, 나는 그 가성이 너무 답답했다. 시원한 가성이 아니라, 위가 막혀 있는 느낌의 가성이다. 곡 선택을, 정말 팬들이 한 것인가, 아니면 안티들이 작당하고 한 것인가 의심스러운 순간 ;; 무대도, 나름 스토리를 꾸민 건 알겠지만 자꾸만 시선이 분산되어 정신 없었다. 오늘의 꼴찌는 존박이다. 제 점수는요. -_-q
재인은, 소름돋을 정도로 잘하지는 않았고, 무난하고 깔끔한 무대를 보여줬다. 무대를 연출한 것도, 아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원하는 수준이 소품이 준비가 안되지 않았을까) 노래의 컨셉과 잘 맞았다. 그런데 나는 역시나 선곡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것 역시 팬카페에서 밀던 곡이 아니었는데, 그렇다면 안티드립인걸까. 정말 재인에게 레몬트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팬들이 추천했을까. 사실 그 때 잠깐 팬카페에 들어갔는데 팬카페에서 미는 곡이 너무 별로라 안타까운 마음에 댓글을 하나 남기고 왔었다. 재인양에게 정말 어울리는 곡은 장필순의 "그대로 있어주면 돼"라고 말하며 유튜브까지 찾아 동영상 링크도 했었는데, 오늘 보니 무려 3위가 그대로 있어주면 돼, 였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이었던걸까, 혹은 누군가 정말 내 댓글을 보고 추천한 걸까. 사실 정말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게 상위 5개의 곡의 득표율이 50%가 넘던데, 그 투표는 대한민국에 출시된 노래 중 수많은 노래들 중 한 곡을 투표하는 방식이었다. 현실적으로 5곡이 50%를 넘는다는 건 랜덤한 투표 환경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 다음 가설 중 하나가 성립할 거다. 1) 팬카페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 2) 투표가 조작이다 ;; 어느 쪽일까. 둘의 가능성은 반반일게다. 암튼, 난 정말로, 재인이 '그대로 있어주면 돼'를 불렀다면 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다. 아쉬움을 담은 제 점수는요~ ^-^
뭐, 어쨌든 결과적으로 재인을 이제 더 이상 슈스케에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재인이 떨어질 걸 알았으면서도, 존박이 너무 못해서, 그리고 허각이 붙어서, 시청자들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나도 모르게 했는지, 결과를 보는데, 정말 설레더라 (김성주 아저씨 너무 끌어요!!!) 윤종신 말처럼 비주류음악을 하면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노래하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 음악을 한다는 윤종신 심사평도 재인 보자마자 내가 했던 말이었는데, (슈스케 맨 처음에 보고 남겼던 트윗이, 유일하게 빛나는 장재인, 노래하는 애들 사이에 음악하는 친구 하나 끼어있으니 빛날 수 밖에, 였다) 암튼 난 슈스케 때문에 다시 윤종신을 애정하게 되었다. ;; (그간 엔터테이너 같아서 싫었었어요 ㅜㅜ) 재인이 엄정화 노래 부르고, 마이클잭슨의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어울리지 않는 노래 소화해내느라 애쓴다, 고 생각했는데, 이제 자기가 만든 자기 색깔의 노래 부를 수 있을테고,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테니, 그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원래 자기 노래 부르는 가수들을 좋아하잖아. 이제 다시 이 모습으로 갑시다. 재인씨. :) 예선 때 나를 설레게 했던 이 모습.
하지만 결국은 존박이 되겠지? 흑. ㅜㅜ 도대체 존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어딨는걸까. 나는 여전히 존박이 싫은데. ㅜㅜ 전 누나가 좋아요. 30대..는 너무 심한가? 라고 한 말, 이것도 너무 계산적인 것 같은데... 그래도 존박이 되겠지? ㅜㅜ
다음주엔 각에게 100원을 쓰겠다!!
ps 슈퍼위크때까지 나왔던 친구들이 어제 출연했는데 ㅊ님 말로는 패자부활전 다시해야하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김보경이 1등이었다며 ㅋㅋ 켈리클락슨의 노래를 다시 불렀는데, 본인이 얼마나 아쉬웠으면 그랬을까 싶다. 화면으로 자기 표정 보면서 느낀게 많았는지, 표정도 고치려고 애쓰는 모습이 귀여웠다. 노래도 정말 잘했고. (그래도 울상 쓸 때 나오던 고음에서의 호소력이 더 좋았던 것 같은데 ㅎ) 사실 우은미도 노래 정말 잘하는 친구였고... 실력만으로 봤을 때 운이 따라주지 않아 아쉬운 친구들이 어디 한둘일까. 제일 먼저 싱글 앨범을 내게 된 우은미는 못본 새 많이 예뻐졌다. 역시 사람은 꾸미기 나름. :) 아. 이제 다음주면 시즌2도 끝나는구나. 아쉬워라. 힝. 무슨 재미로 사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