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위대한 탄생 재밌다고 한 건 취소다, 취소, 다 취소다. 요즘에 위대한 탄생만 보고 나면 입이 거칠어져서 아주 죽을 지경이다. 도대체 저 실력 있는 친구들이 왜 저 못난 친구 하나 때문에 떨어져야 하는가. 혼자 보면서 얼마나 열을 내는지, 주로 새벽시간에 봐서 어디 화낼 데도 없고, 성질만 점점 나빠지고 있다.
김태원, 말이다. 정말 보기 싫어서 기절하기 일보 직전. 김태원 멘토링이 하도 소문이 나서 보기 시작한 건데, 김태원 때문에 보기 싫어졌으니, 우스운 노릇이다. 지난 번 위탄 때도, 희망드립 그만 좀 해줬으면 한다, 고 썼는데, 도대체, 우리 팀장님 사모님 말마따나, 도사님도 아니고!! '그대'라는 말도 듣기 싫을 지경이다.
그게, 희망입니까? 기적입니까?
라고 묻고 싶다. 물론 한 개인의 삶에 있어서는 기적의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그걸 지켜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니라, 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문제인 그 친구가 계속해서 살아남는 것이, 당신에게 희망이 됩니까? 그렇게 당신이 그 기적에 동참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입니까? 그래서 그 친구가 가수가 되면, 그 때도 당신은 그를 열렬히 지지하겠습니까? 다시 소녀시대에게로 돌아갈 것 아닙니까? 라고 정말 묻고 싶다. 그런데 주변에 없어서 물어볼 수가 없네... 슈퍼스타 K에서 허각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고 모두들 열광했지만, 사회가 들썩였지만, 누구도 그의 음반을 구매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허각은 노래라도 괜찮게 불렀지 -_-
슈퍼스타 K에서 강승윤의 별명은 곱등이였다. 끈덕지게 안떨어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었다. 여중딩들에게 투표좀 잘하라고 전해달라는 이승철의 뼈 있는 우스개도 나돌았었다. 위탄에서의 손진영은 곱등이보다 더하다. -_- 그래도 강승윤은 잠재된 가능성과 스타성이 엿보였는데, 손진영은 정말 못난 것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의 지지층은 남성일텐데, 이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 자아인가. 자신의 못남을 타인에게 투영해 거기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그 감성을 보며, 차라리 '잘생긴 오빠', '귀여운 꽃돌이'를 뽑는 여성들이 훨씬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남성들이 못난 자신을 지키는 새 우리 예쁜 여자아이들은 다 떨어져버렸어요. ㅜㅜ 못난 자신을 투영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잘한다고 생각해서 뽑는 것이라면? 그 막귀도 문제다 -_-
오디션 프로그램이 미스/미스터 코리아처럼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개인의 힘들었던 과거, 어려운 환경 등이 오히려 실력을 뛰어넘어 선발의 결정적 요인이 되는, 이 한국인들의 서사적 작태가 너무나 촌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슈퍼스타K를 보면서도 애들 불쌍배틀 시키면서 눈물 콧물 찍찍 짜게 만들고,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친구들이 오히려 그로 인해 결핍을 느끼는, 그러니까 결핍의 결핍이 되려 컴플렉스가 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 생각했는데, 위대한 탄생에서도 그 현상이 엄청나다. 적극적으로 그것을 부각하는 멘토(김태원)의 제자들은 끝까지 살아남고, 오히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실력만 보여주려는 멘토의 제자들은 떨어진다. 인생을 가르치려는 멘토의 제자들은 살아남고, 음악을 가르치려는 멘토의 제자들은 떨어지다. 인생오디션이 아니라, 음악 오디션인데 말이다. 정말 인생역전 엄청 좋아하고, 스토리에 집착하는 국민들이로세. 오죽하면 이은미가 이건 드라마가 아니다, 라고 말했겠습니까. 노지훈이 떨어지면서, 본인도 환경이 좋지 않다, 라는 말을 잠깐 했는데, 나는 그게 참 의미심장하게 들리더라. 생방송부터 봐서 앞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노지훈은 한 순간도 불쌍한 캐릭터로 나온 적이 없었다. 물론 해당 방송에서 노지훈이 실수를 하긴 했으나, 손진영은 그 전 방송에서 더한 실수도 했었다 -_-
암튼, 난, 손진영이 계속해서 떨어지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손진영에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손진영을 뽑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김태원이 '그대는 아름답습니다' '그대는 할 수 있습니다' '그대는 이미 기적입니다' 라고 하는 것도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 김태원을 견딜 수 없는 게 아니라, 김태원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을 견딜 수가 없다. 인간들아, 책 좀 읽어라. 차라리 긍정의 힘을 읽어라. 아니, 이제 긍정의 힘 류의 책도 시장에서 힘을 잃어가고,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는 판에, 이 무슨 때 아닌 긍정 드립이요!!!!! 당신의 인생의 아름다운 부분은 스스로 찾으세요. 누군가가 도사같은 얼굴로 아름답다고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위대한 탄생 무대에는 아무런 기대도 생기지 않는다. 김태원을 영입한 것이 위대한 탄생에는 약이었겠으나, 이젠 독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생방 첫방송과 두번째 방송을 제외하고는 나를 흥미롭게 하는 무대를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슈퍼스타K를 보며, 허각은 싫지만 하늘을 달리다,를 들으며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 존박은 싫지만 Man in the mirror는 나름 멋졌는데, 지수와 재인이의 '신데렐라'를 들으면서 진짜 감탄, 감탄을 거듭하며 여러 번 들었는데, 재인이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과 '님과 함께'를 들으며 정말, 정말, 좋았었는데, 그 순간이 없다. 위대한 탄생, 에는....... 그러니 나는.....
<신입사원>이나 열심히 봐야지. 우유빛깔 김대호, 재치만점 장성규, 볼매돋네 정유진. 처음엔 김대호 때문에 봤는데, 볼수록 장성규, 정유진 너무 괜찮고, 실력파 정다희도 마음에 들고... 짜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나오고, 참가자들의 숨겨진 매력이 계속 발산되는 프로그램이다. 나가수에 밀려 시청률은 낮지만... 여기 나오는 친구들은 다들 너무 괜찮아 가서 친하게 지내자고 말하고 싶다. 내가 먼저 다가가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고 묻고 싶다.
다락방님이 <반짝반짝 빛나는>의 김석훈이 단순한 순대국집 아들이 아니라고 실망했는데, 김대호는 무려 해장국집 아들이다. 완벽하다!!!!! :)
위탄 때문에 열내면서 썼는데, 신입사원으로 마무리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윗부분은 다시 읽지 말아야겠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