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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의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일이 있었는데, 내려진 진단은 장기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과 함께, 윗쪽 흉부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닭고기가 치명적으로 안좋고, 커피도 가능한한 안마시는 게 좋고 야채와 과일을 듬뿍 먹어야 한단다. 아 이 얼마나 정석적인 처방인가!

운동은 요가가 좋단다. 그래서 귀팔랑 웬디양은 그날 바로! 요가를 끊었다
금요일은 선약이 있었고, 주말은 회사 근처에도 가기 싫은 관계로 오늘을 시작일로 세팅, 일주일에 두번,인데 날을 골라서 한달에 8번을 채우면 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요즘, 영어를 너무 안써서 심하게 언어 감각이 마비되고 있는 듯해서 영어학원도 끊었다. 물론 고정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나이기에, 사이버 어학원 강의를 끊었다. 도무지 아침이고 저녁이고 마음을 내는 일이 쉽지가 않다. 오밤중에 집에서 듣다가 잠이 들란다,라는 심정이다.

요가학원을 끊고, 영어 수강을 신청하니, 이거 너무 전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여성 직장인스럽잖아. 비록 정기적인 시간은 내지못해 유동성있는 타임을 끊고, 사이버 강의를 듣지만 말이다.
나중에 뭔가 하고싶어졌을 때 언어나 체력이 걸림돌이 되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게 뭐가 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게 현명하겠다,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그만큼 시간을 낸다는 건,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들을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을 낸다는 것이라 생각됐다. 실은 스스로에게 유예를 많이 주는 계획을 짰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가장 많이 포기해야 하는 게, 실은 책 읽는 시간이다. 집에 와서 하는거라곤 그거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올 한해 목표로 세워놓은 게 너무 많고, 같이 읽기로 한 책들도 많다. 그런데 오늘 받은 알라딘 서평도서 애덤스미스 구하기는 왜이렇게 두꺼운지, 순간 무효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ㅠ 아- 내가 다시는 안한다던 서평단 신청을 또 왜했을까- (이책 정말 좋은 책이라고 누군가 말해주세요)

그래도 사람에 인색해지지는 말아야지. 사람들 만나는 시간,을 아깝다 여기고, 그에 옹색해지지는 말아야지, 생각했다. 주말에 친구들과 안면도로 여행가기로했는데 그 시간이 좀 아깝게 느껴졌기에 결심한 것이다. 결국 이것까지 포기할 줄 알아야 계획한 것들을 다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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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0-1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지극히 20대 후반의 여성스러움이기도 하지만, 앞에 수식어를 붙여야죠. '열정있는'. 바쁘게 사시는군요. 바쁜게 좋은거에요. :)

웽스북스 2007-10-16 00:19   좋아요 0 | URL
아아아 근데 친구한테 전화와서 통화하느라 영어 강의는 내일부터 (실은 책도 안와서,라며 합리화를 마구 했지요 ㅋㅋㅋㅋ) 사람에 인색하면 안되니까, 얘, 나 공부해야 되거든? 하면서 끊을 수가 없었지요 ㅋㅋㅋ
 


알라딘에 온지 두달이 지났고, 예스24는 그간 책한권 사지 않은 나를 아직 '플래티넘'으로 예우해주고 있다. 오늘 잠깐 들어간 예스24의 로그인 문구(조선아님은 현재 플래티넘 회원이십니다) 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조선아님께서는 여전히 플래티넘 회원이십니다" 예스24의 화면이 낯설게 여겨지기 시작하고, 알라딘의 화면이 익숙한 요즘이다.

온라인 서점을 바꾼 데는 실은 별 이유가 없다. 예전부터 알라딘을 쓰고 싶었다. 이러저러한 주변의 얘기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 등을 들으면서 알라딘을 쓰고 싶어,라고 생각은 했으나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번 익숙해진 온라인 서점을 바꾸는 일은 실은 별 것 아님에도 쉽지 않다. 심지어 나는 기프트나 화장품까지도 예스24를 통해 구매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편하니까. 플러스 알파로 쌓이는 포인트들은 구매에 구매를 물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나는 그 달콤함에 젖어 한 번도 온라인에서 처음 책을 산 순간부터 2개월 전까지 서점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살면서 이렇게 사소한 포인트들에 혹해서 온라인 서점 하나도 제대로 못바꾸는 인간이라니, 고작 몇푼들 때문에 쓰고 싶은 온라인 선택도 선택을 못하다니,라는 생각을 하니 스스로 조금 한심했다. 예스24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어쩌다 보니 먼저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타성에 젖어 이용하는 게 싫어서, 알라딘으로 '갈아탔다' 때맞춰 지갑 분실과 함께 예스24용 제일은행 체크카드도 함께 잃어버렸다.

알라딘으로 옮긴 건 꽤 만족스럽다. 일단은 '서재'를 이용하다 보니, 신간 소식, 그것도 꽤 질높은 신간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 얼리어답터가 된 기분도 잠깐 든다. 서재의 구성도 예스의 블로그에 비하면 한참 깔끔하고, 드디어 내게도 얼마 전부터 제공해주기 시작한 마이 알라딘 기능도 조금 더딘 감이 있고 가끔 나를 못알아봐줘서 섭섭하긴 하지만 꽤 재밌다. 땡스투 기능도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사기 전에도 좋은 리뷰를 하나둘 쯤은 찾아보고, 정말 서재 이웃분들의 리뷰만을 보고 구매하게 되는 책들도 생겼다. 그리고 나 자신이 기록을 남기는 일에 성실해졌다. 즐거운 일상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이다.

하/지/만/오/늘

분실한 LG카드를 재발급 받았다. 사실 LG카드는 원래도 안쓰던 카드인데, 하필 지갑을 훔쳐간 사람이 LG카드로 99만원이나 쓰는 바람에, 재발급 안받으면 어쩐지 보상도 짜게 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울며 겨자먹기로 재발급을 신청했다. 가위로 잘라버릴까, 하다가 카드의 서비스가 담긴 안내문이 함께 배달돼 왔길래 그냥 한 번 읽었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예스24 3% 할인! 이라니라니라니

하여 나는 계산하기 시작한다. 한달에 5만원 정도만 책을 산다고 해도 1년이면 2만원 가량의 할인 혜택이다. 지금까지 알라딘에서 구매한 금액만 계산해 보니 8천원 이상의 추가할인 금액이 발생한다. 한심한 아가씨, 또 할인서비스 앞에서 벌벌 떤다. 이 즐거운 생활과 할인을 맞바꿀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산기 두드리는 스스로가 좀 재밌다. 이러니 출혈 경쟁이니 할인경쟁이니 하는 서비스가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알라딘 할인 카드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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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10-10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할인 카드 찾기;;; ㅎㅎㅎ

웽스북스 2007-10-10 00:21   좋아요 0 | URL
내가 이런 모순적인 인간이에요
하지만 귀찮아서 발급은 잘 안받아요 ㅠㅠ

마늘빵 2007-10-1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귀찮아서 걍 사는데. 5만원 넘으면 2천원 할인인가 그것도 안써요. 필요할 때 찔끔찔끔 사서. 쿠폰은 거의 써본적이 없다는.

웽스북스 2007-10-10 00:51   좋아요 0 | URL
저도 예스 있을 땐 막 모아서 샀었는데 (그 때는 카드가 있어서 50000원 넘게 사면 4000원이나 적립됐었거든요) 알라딘 온 이후로는 찔끔찔끔 시도때도 없이 사요- ^^ 부자되긴 글렀어요 ㅋㅋ

Heⓔ 2007-10-10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G메가박스인가..
암튼 알라딘 할인카드 보면 5%할인 해주는 카드가 있긴 한데..
이달부터 월1회로 줄어서 좀 안습이긴 합니다..;

카드에 관심이 많아서 알아보다보면..
예스랑 교보는 할인카드가 무진장 많은데..
알라딘은 달랑 두개..그나마 일반인도 받을 수 있는 건 하나라는...orz...

웽스북스 2007-10-10 01:4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글 쓰고 보러 갔다가 좀 놀랐어요- 2개라니 ;;
이런 인프라확대가 좀 어려운가봐요 알라딘이
그래도 이런 마이너함이 알라딘의 매력인 것 같아요 ㅋㅋ
그리고 이제 LG랑 신한이 합병해서 신한카드로 이름이 바뀌었더라고요

하이드 2007-10-10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한 Max카드가 10%인가 그래요. 아싸, 하고 만들었는데, 안 쓰게 되더라구요. 한달에 2000원 추가 할인해주는 제일예스퍼스트 카드도 있구요. ^^

웽스북스 2007-10-10 09:46   좋아요 0 | URL
예스에서는 제일예스퍼스트카드를 썼어요, 그것도 실은 만들기 귀찮았으나, 회사 1층이 제일은행이라서 귀찮음 무릅쓰고 가서 만들었지요-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지는 현명한 소비자는 되지 못하는 거죠 ㅋㅋ

순오기 2007-10-1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5만원 이상 2,000원 마일리지 꼬박꼬박 받아요.
플리티넘이니까 3% 추가적립, 문자 100건~ 전 요런게 좋던데요.
등급 유지하느라 책을 많이 사들이니까, 헉~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이 쌓인다!ㅠㅠ

웽스북스 2007-10-10 11:45   좋아요 0 | URL
역시역시 순오기님은 꼼꼼한 소비자셨던 거에요~ ^^
전 문자 주는 것도 다 못써요 ㅠ 확실히 못챙겨먹어요 정말 ㅠ
(영화 4000원 할인은 썼어요 ^0^)

홍수맘 2007-10-1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귀찮아서리 그냥 처음 시작이 알라딘이니까 그냥 계속 가요.
오죽하면 매일가는 동네마트 적립카드도 --- 집전화번호만 불러줘도 된다 --- 없어서 매일 케샤분이 "적립카드 있으세요?" 하면 "아니요"라는 대답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지요. ^^;;;


웽스북스 2007-10-11 00:31   좋아요 0 | URL
실은 전 위에 글을 쓴 스타벅스에서 그랬어요, 끊을 거니까,라고 항상 다짐과 결심을 하니까, 줄창 마시면서도 할인카드같은 건 절대 만들지 않았어요, 손해본 금액 족히 10만원은 될 거에요 ;;

비로그인 2008-09-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B 앤디카드 : yes24 10% 적립(사용실적없음)
농협 S&S카드 : yes24 10% 적립(3개월30만원실적), 20%적립(전월 40만원 실적)
 



#1

올 추석에는 유난히도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다
분명 다 못보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혼자서 리스트 정해놓고 꼭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었다

- 원스
- 본얼티메이텀
- 여름궁전
- 호랑이와눈
- 즐거운인생
- 데쓰프루프

이렇게 여섯편을 어떻게든 봐야지, 마음으로 다짐을 했으나
과연 영화 여섯편을 다 볼 수 있을까, 하는 의아함,
그리고 이 중 몇개는 놓치겠구나, 라며 우울해하고 있었다

리스트 만들어놓고 개봉 놓치고 날리고 하는게 한두번인가,
그래도 왠지 놓칠 때마다 속상한데...라고 생각하던 중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 선아야, 추석에는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을 보러 가자

아흑, 즐거운 인생을 엄마랑 보려고 했는데

하지만 엄마가 보자고 하면 난 무조건 봐야 한다
난 코믹 영화를 좋아하는 엄마 때문에 우리나라 코믹 한국 영화
특히 김승우같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들은 거의 평정했다 ;;

리스트 클리어는 커녕 생각지도 못했던 영화 하나 추가 ㅠ
권순분여사납치사건, 그래도스트레스는풀리겠지?



#2

오늘은 오전근무만 하는 날이어서
얼마전 나의 추천으로 카모메식당을 매우 재밌게 봤다며
나의 추천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상승한 과장님께
함께 원스를 보자고 사르르 유혹했다

원스는 과장님이랑 보고
26일쯤 친구 H를 불러내 여름궁전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영화 중간에 H에게 전화가 왔다
영화 마치고 다시 전화를 해보니

여름 궁전의 감격에 젖어 전화한 거였다
아, 나의 계획이, 다시 날아가버리는 순간

아, 친구야, 우리가 괜히 친구겠니 ㅠ
(그녀는 나와 통화를 마치고 영화 하나를 더 예매해뒀다며 원스를 보러 갔다 ㅜ_ㅜ)


#3

결국 여름궁전은 원스로 나의 추천에 대한 신뢰도가 200% 더 상승하신
과장님과 29일날 또 보러가기로 새끼손가락 걸었다

그러고보니 꼭 추석 내에 끝내야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제발 오래오래 버텨주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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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09-21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추석에 저도 보고싶은 영화가 많은데,,,,애덜 때문에.....흐흐흑

웽스북스 2007-09-22 00:39   좋아요 0 | URL
아... 결혼을 하게 되면 애들도 하나의 변수가 되겠군요 ;;

순오기 2007-09-2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들이 보고 싶어하는 본얼티메이텀과 옆지기랑 같이 볼 즐거운 인생 찜합니다!

웽스북스 2007-09-22 00:40   좋아요 0 | URL
와 순오기님 아들이 본얼티메이텀을 보고 싶어 하는 나이셨군요~ 몰라뵜습니다~ ^^ 옆지기와 함께 즐거운 인생을보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즐겁게 보세요! ^^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좀 맞지 뭐

아, 근데 대수롭지 않은 비가 아니었다
1층  STCO 매장으로 가서 우산을 파느냐고 간절히 물을 땐
그 우산의 가격이 얼마든 살 작정이었다

하지만 우산은 없었고, 나는 고민 끝에 2층으로 올라왔다
2층 출구에서 잠깐만 뛰면 있는 편의점에 우산을 파는 것을
본 기억이 있기 때문

브랜드가 생뚱맞은 NII여서 은이와 NII에서 우산도 만드냐며
의아해하던 그 우산을 내가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뛰기엔 좀..... 부끄러웠다 ㅠ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 건물 앞에서 ;;
금요일 강남역 거리를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뛰는 건
어쩐지 좀 창피한 느낌이 들었으나
정 안되면 뛰어야지, 하며 머뭇머뭇하던 중에
낯익은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스타벅스 직원이다

다행히 인사하고 지내는 직원이고 건물로 들어가던 중이라
어렵지 않게 우산을 빌릴 수 있었다
금방 매장으로 가져다주겠다,고 얘기하고, 우산을 사서
다시 돌아와 매장에 우산을 가져다 놓고 나가는 길이었다

선아야, 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뒤를 돌아봤다
예상치 못했던 얼굴, 호은이였다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역시나 아는 척을 하거나 문병을 가기에는
살짝 어설프게 친했던 관계로 ;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었는데 

좋아진 얼굴로 반갑게 인사하는 걸 보니 참 다행스럽다

스타벅스 안에는 나연언니와 진희언니가 함께 있었다
함께 연극을 하던 사람들의 모임인가보다
역시나 모두 어설프게 친한 사람들이었으나
예상외의 얼굴들이 너무 반가워
나는 세 사람의 손을 번갈아가며 붙잡아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안부를 나눴다 

암으로 고생중이었던 호은이는 계속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고,
얼마 전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던 진희언니는
잘 치료가 되서 건강해졌나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선약이 없었다면 잠깐 앉아 안부를 나누고 싶을 만큼
참 반갑고 반가웠다 

나오는 길에 문득 스친 생각
사실 평소에도 가끔 하는 생각이긴 한데...

내가 일하는 건물의 2층에 있는 스타벅스는
전세계에서 매출액이 높은 편이라는
우리 나라의 스타벅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는 매출을 자랑하는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는 곳이다

오가는 학원생들과 직장인들,
강남역에서 특별히 좋은 장소를 알지 못해
가장 무난한 장소를 약속장소로 잡는 많은 젊은이들이
하루에도 수백명씩 오간다 

나 역시 이 회사에 다니기 전에도 몇 번 온 적이 있는 곳이니
아마 내가 12층에 죽치고 앉아 죽어라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만나면 분명 반가울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있는 건물에 내가 있는 지 모른 채 수없이 왔다갔다 할 거다

이 날도 우연히 우산을 빌려 다시 스타벅스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반가운 얼굴이 셋이나 나와 같은 면적의 하늘 아래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서운해졌다
스타벅스 세개의 입구에 CCTV를 달고,
보고싶었던 얼굴이 등장할 때 잠깐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반가워요, 반가워요- 라고 인사를 하고 싶어졌다 

그러니 제발,
혹시나 이쪽으로 오게 되면
커피를 사줄테니 전화하라고, 얼굴좀 보자고,
아무리아무리 얘기를 하고 다녀도

지금까지 전화했던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아무래도 나이가 드나봐
흘려보내는 것들이 자꾸만 아까워지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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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을 만나 즐거운 영화를 한 편 보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헤어진 뒤 찬양연습시간까지 조금 시간이 남았다. 자주 가는 카페에 잠깐 들러 책을 보다가 나와 근처 서점에 신간을 좀 보려고 들렀다. 

이상하게 그날따라 물품보관함이 눈에 띄었다. 불안했다기보다는 가방이 무거워서이긴 했지만. 하지만 지갑에는 오백원짜리 하나. 백원짜리 바꾸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들어가 40분 정도 서점을 둘러보고 나왔다. 교회에 들러 찬양연습을 마치고 집에 오니 10시, 컴퓨터를 켜고 잠시 쉬며 씻으려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사과하며 이야기를 꺼낸 그 남자가 만약 늦었다는 이유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다. 남자는 LG카드 사고방지팀 직원이었고, 조금 전에 내 카드로 99만원을 이용한 내역이 뜨는데 본인이 맞는지 확인했다. 깜짝 놀란 나는 아니라고 말하며 가방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역시나 안에 있어야 할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남자와의 통화를 마쳤다. 주말이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은 지갑에 있는 다른 카드들의 안위를 살펴야 했기에 재빨리 씨티카드 --> 삼성카드 --> BC카드 순으로 분실신고를 했다. 지갑을 통째로 분실한 경우에는 타 카드 분실신고를 재빠르게 해야 하는데, 분실센터끼리 서로의 연락처를 알고 있기 때문에 해당 담당자에게 본인이 소지한 카드를 말해주면 재빠르게 해당 센터 전화번호를 안내해준다. 

씨티카드와 삼성카드는 일단 안전했다. 분실 신고 후에는 담당자에게 최근 사용 내역을 물어 확인하는 것이 좋은데 왠만한 담당자들은 묻기 전에 확인해주나 확인해 주지 않는 담당자도 있으므로 본인이 정신을 차리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문제는 BC카드였다. BC카드의 경우 은행 계열의 카드이므로 내가 인지하지 못한 BC 계열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나는 하나은행 BC카드만 기억하고 이 카드를 신고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Yes24의 할인을 위해 발급 받은 제일은행 체크카드 역시 BC 계열의 카드였다. 내가 신고를 한 시간은 10시 2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제일은행 BC카드의 기록에는 10시 13분 9초에 GS25 00점에서 28만원을 구매한 기록이 찍혀 있었다. 

녀석은 꾼이었나보다. 그가 구매한 것은 99만원 순금팔찌, 그리고 28만원어치 금강제화 상품권이었다. (나중에 누군가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일단 금은방에서 카드를 쓰고 나면 확인 전화가 온다고 한다- 이건 꾼들의 행동 유형이 일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 일단 신고를 마쳤다. 그럼 내가 해야 할 1차적인 의무는 마친 셈이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굉장히 중요한 카드 분실자의 의무이다. 신고를 하고 난 후에 향후 행동을 위해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루트를 통해 최대한 알아봤고, 일단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일단은 법적으로 카드 분실 후 60일 이내에 쓰여진 금액은 카드사에서 보상을 해줄 의무가 있다. 사실 법이 카드사에게 좀 불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으나, 생각해보면 법으로 이렇게 보장이 돼 있지 않으면 힘 없는 개인으로 거대 카드사를 상대하기가 너무 버겁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카드사가 무조건적으로 다 보상을 해주느냐? 절대 아니다. 

일단은 분실자와 가맹점에 어느 정도 과실을 묻는 규정들을 카드사에서 마련해놓고 있는데 이 규정은 가입당시 우리가 아무도 읽지 않는 약관에 명시돼 있다고 한다. 

가맹점의 경우 이 사건에서 크게 아래 세 가지가 걸릴 수 있다.

1. 카드상의 서명과 구매자의 서명이 동일한 지 확인할 것
2. 카드 내 명시돼 있는 이름 등으로 알 수 있는 사용자 정보와 해당 구매자가 동일한 지 확인할 것 (일부 카드의 경우 생년과 성별이 표기돼 있다고 한다)
3. 50만원 이상 구매의 경우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할 것 

사실 거의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다. 고액 구매가 아니라면. 다만 내 카드의 경우 해당 가맹점에서 모두 사인을 확인했다고 하고, 전표를 확인해 본 결과 나와 동일한 서명이 돼 있었기에 1번의 책임은 묻지 않으나 2번의 경우, 내 카드가 여성의 이름으로 돼 있음에도 50대 남성에게 그냥 물건을 팔았기에 어느 정도 과실로 인정될 수 있으며, 보석상의 경우는 해당 구매자가 99만원의 물품을 구매했음에도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과실이 명백하다. (자세한 과실 여부는 일단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 같다) 보석상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아저씨 하는 행동이 수상하여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더니 본인이 차를 빼야 한다며 황급히 나가더라고 얘기했다. 

다음은 사용자의 의무. 사용자의 경우 아래의 경우에 과실로 인정될 수 있다. 

1. 카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
- 사실 카드에 서명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이 일을 겪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카드상에 서명이 돼 있으면 오히려 따라하기가 쉬운 것 같아 찝찝해 서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본인의 생각일 뿐이다. 가맹점은 서명을 확인할 책임이 있는데, 카드에 서명이 돼 있지 않았다면 면책이 된다. 그러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사용자가 지게 된다. 지금 얼른 지갑을 꺼내어 서명돼 있지 않은 카드에 서명부터 하라. (잘 쓰지 않는 카드에도 반드시. 이번에 나쁜놈이 이용한 나의 LG카드는 단 한번 사용한 카드인 것을 ;;)
그리고 이건 지식인에서 찾다가 본 건데, 카드 발급당시의 사인과 카드 서명, 그리고 평소에 본인이 하는 전표 서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2. 카드 분실 사실을 알고도 신고를 미룬 경우
- 이용자는 분실 사실을 인지한 즉시 신고할 책임이 있다

3. 카드를 지갑에서 빼내 따로 보관한 경우
- 이용자는 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관할 의무가 있다. 

4. 카드 분실자가 이용자 본인이 아닌 경우
- 다른 사람에게 카드를 줬다가 그 카드를 잃어버렸다면 역시 이용자의 과실이 인정된다

이런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보상에서 일정 비율을 이용자가 책임지게 되며, 그 비율은 사건마다 다르게 적용된다고 한다. (또 다른 규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만 ;;)


일단 이렇게 분실신고를 하고 난 후에도 분실자는 도난범이 이용한 카드에 대해서는 다시 서면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 BC카드의 경우는 제일은행 계열 카드이기 때문에 제일은행을 방문해서 신고를 해야 한다. 지참해야 할 것은 신분증과 사고처리비용 2만원, 그리고 재발급을 원하는 경우 통장을 가져가면 된다. 사고처리비용은 현금으로 가져가야 하며 신분증은 함께 분실했을 경우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서를 발급받으면 해당 신분증이 재발급 되기까지 신분증의 역할을 대신해 준다. 또한 여권 역시 신분증 대용으로 매우 유용하다. 

은행에 가서 '부정사용 금액 신고'를 하기 위해 왔다고 하면 직원이 해당 서류를 준다. BC카드의 경우 설문지를 작성하게 돼 있는데, 대부분 위 내용들에 대한 확인이라고 보면 된다. 보관상태나 서명 여부, 분실시 상황 등에 대한 간단한 문답이다. 은행 직원의 말에 의하면 BC카드는 보상을 잘 해주는 편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란다.

다음 LG카드. LG카드의 경우는 삼성동에 사무실이 있다며 내방할 것을 요구하더니 후에는 팩스로 처리하자고 한다. 나 역시 팩스가 더 편하므로 오케이. 카드사에서 보낸 서류를 작성한 후 신분증 사본과 경찰서 신고 접수증을 함께 보내라고 한다. 카드사에서 보낸 서류는 BC카드와 또 양식이 달랐다. 진술서 형식으로 돼 있는 보상신청서를 작성한다. 전날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이미 썼기 때문에 작성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경찰서 신고 접수증의 경우 나는 파출소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발급받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신고 접수증의 경우 경찰서장의 이름으로 발급이 되는데, 파출소에는 서장이 없기 때문에 결제가 난 후 발급받는 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게 파출소 측의 설명이다. 맘이 급하면 경찰서를 가야겠지만 뭐 동네 파출소도 나쁘지는 않다. (접수증 발급에는 이틀이 걸렸다) 암튼 나는 오늘 신고 접수증을 카드사로 보냈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마무리한 셈이다. 

처음에는 주말이어서 참 많이 답답했으나, 맘 급하게 가진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 일단은 마음을 정리하는 게 급선무였고, 주말 내내 상황과 생각을 많이 정리할 수 있어서 오히려 그 주말은 나에게 득이 된 셈이었다. 그리고 주말 동안 금은방 주인 아주머니와 편의점 점장과 통화하고 만나고 하면서 씨씨티비도 확인하고, 나름대로 사건에 대해 명확히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고- 그래서 경찰이나 카드사를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고 당당할 수 있었다. 

이제 뭐 처분만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있다. 일단 내가 보기에는 나의 과실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듯 하나, 또 뭐가 어떻게 꼬투리 잡힐지 모르는 일이니, 얼마간의 금액적 손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치만 일단은 내가 당당해야 된다는 생각. 그래서 카드나 도둑맞고 다니는 칠칠치 못한 내 잘못,이라는 엄마의 비난에도 꿋꿋이 난 잘못한 게 없다,라고 마인드컨트롤 중이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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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갑분실의 잔재 청산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1-14 23:46 
    가을의 시작즈음이었던가, 지갑을 잃어버렸었다. 엄밀히는 도난을 당했었고, 지갑을 훔쳐갔던 사람이 130만원 가량의 금액을 쓰는 바람에 기함할 뻔한 적이 있었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나는 이제 누구든 주변에서 지갑을 도난당해 카드에 대한 부정 사용이 있어서 불안에 떨고 있으면 안심하라며 조언해줄 수 있게 됐다. 한달 이상의 시간을 기다리긴 했지만, 어쨌든 손실 금액은 모두 카드사에서 보상해주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손해금액은 각 카드사에 신고금
 
 
이매지 2007-09-0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결과 있기를! 굿럭!
하지만 카드 승인이 다 취소되고 웬디양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없다고 해도
역시 그 과정에서 시간도 들고, 신경도 쓰이는 것 같아요.
저도 겁이 나서 아직 신용카드를 안 만들었는데 (사실 갚을 능력도 없고-_-)
체크카드 하나 있는 것도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라니까요. 쩝.
어쨌거나 잘 풀리길 바랄께요 :)

웽스북스 2007-09-04 01:30   좋아요 0 | URL
안전불감증이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실은 요즘 일상이 좀 심심해서 말이죠- 알아보고 해결하러 다니고 하는 과정에서 좀 스릴있었답니다 (이런말 하면 다들 제정신 아니라고들 하지만 말이죠) 저도 제일은행 BC카드는 체크카드였어요- 원래 잔고 없는 통장인데, 하필 전날 십일조 하려고 넣어놓은 현금이 딱걸린 거죠 ; 암튼 체크카드 관리 잘하세요 꼭 싸인하시고요 ^^

비로그인 2007-09-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 전해주세요.
사실 지갑 한두번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 사후가 문제지요.
운이 좀 안좋으셨던 듯 한데...^^ 잘못한 거 없는 거 맞아요.
쓴사람이 나쁜거죠 ㅎㅎ

웽스북스 2007-09-04 12:43   좋아요 0 | URL
으흣 저의 마인드컨트롤에 힘을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체셔고양이님
빠샤 빠샤! 꼭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순오기 2007-09-0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경험은 아프지만 얻는 것은 많아요~~ 님의 경험이 많은이에게 좋은 정보가 될 듯. 카드사용 편리하면서도 문제점이 많긴 해요~ 님, 좋은 소식 있기 바래요!!

웽스북스 2007-09-04 12:4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순오기님~! 저도 그런 생각에서 썼답니다! 이참에 안쓰는 카드들은 좀 없애버리려고요! 나쁜놈들을 세상에서 다 없애야 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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