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진부한 대답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냉철한 두뇌로 새로운 발견을 입에 담기보다 뜨거운 혀로 평범한 원리를 이야기하는 편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믿네.

<나쓰메소세키 - 마음 p197>
 
   


가끔 새로운 그 무엇을 알아야한다는 갈망, 아니 강박을 느끼지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절절한 경험,
어쩌면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겠다

진부한 것, 그것은 사실 오랜 시간 동안 진리로 존재해온 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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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9-01-0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좋아하는 작가에요.
겨울이 오면 냄비우동과 함께 일본소설이 생각나요.^^ 저 구절은 마치 과학자와 예술가를 대조시켜 놓은 것 같군요!

웽스북스 2009-01-09 01:49   좋아요 0 | URL
아 깐따삐야님. 흐흐. 사실 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읽고 생각외로 그저 그래서 홀딩(?)해놓은 작가였는데 최근 계기가 있어서 읽기 시작했어요. 찬찬히 하나씩 보려고요. 깐따삐야님이 좋아하는 이유 알 것 같아요. 저도 마음, 좋더라고요 ^_^

네꼬 2009-01-0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부한 것'에 언제나 한 표. 사람을 울리는 영화, 완전 웃긴 시트콤, 친구와의 다툼과 화해, 교훈적인 동화, 난 요새 이런 게 좋아요.

웽스북스 2009-01-09 01:49   좋아요 0 | URL
그리고 난 네꼬님의 글이 좋아요. ^_^ 진부하지 않아도.

Mephistopheles 2009-01-0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좋은데 소의 해에 이름이 참...

웽스북스 2009-01-09 01:5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소세키가 쥐세키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ㅋㅋ
 



김연수의 모든 책을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김연수가 좋은 건
그의 글들을 읽을 때마다 계속 나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거다.

다시 꺼내든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여전히 나는 울컹 울컹 하고 있는 중이다..


   

 

그 때 도서관에서 아빠는 뭘 하셨던 거에요? 왜 그렇게 신문만 들여다보신 거에요?
그게 다 기억이 나니?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어떻게 기억나지 않을 수가 있으까. 그 여름과 플라타너스와 매미 소리와 발을 굴릴 때마다 마루에서 피어나던 마른 장작 냄새와 신문 철을 넘기던 아버지의 굳은 표정이 (중략)
"그러니까, 용서하려고 그랬단 말이다. 그 사람들을 용서하려고 그해 5월 신문만 들여다봤어. 매일 같은 신문을... 어린이 세계 문학을 읽는 너와 나란히 앉아서 말이다"

내가 자라는 만큼 이 세상 어딘가에는 허물어지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바로 인생의 본 뜻이었다.

뉴욕제과점은 우리 삼남매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필요한 돈과 어머니 수술비와 병원비와 약값만을 만들어내고는 그 생명을 마감할 처지에 이르렀다.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팔지 못해서 상한 빵들을 검은색 봉투에 넣어 쓰레기와 함께 내다버리고는 했다. 예전에는 막내아들에게도 빵을 주지 않던 분이었는데. 기레빠시도 버리지 않고 다 먹었던 분이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은 매우 처참했다. 어차피 인생은 그런 것이었던가? 어머니의 자존심은 빵을 팔지 못해서 버린다는 사실을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비닐봉투에 꽁꽁담아서 버리는 정도로만 남아 있었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는 동안 뉴욕제과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뉴욕제과점이 내게 만들어준 추억으로 나는 살아가는 셈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 괴로운 일만 남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없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위안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삶에서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엇다는 사실을. 그저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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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3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4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2-24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자식을 낳는 이유 중의 하나가 죽으면서 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분신이 여전히 살아숨쉰다는 안도감을 위해서라고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나요.
추억으로 누군가에게 남을 수 있으려면, 부지런해야겠군요 ^^
뉴욕제과, 독일빵집, 빠리제과 ㅋㅋㅋ 예전엔 이런 이름의 베이커리가 많았지요. 웬디양님도 아시나요?

웽스북스 2008-12-26 03:26   좋아요 0 | URL
일단 hnine님은 든든하고도 똘똘한 분신이 있지 않으신가요? ^_^

추억의 빵집
뉴욕제과 (아직도 ABC라는 알파벳이 붙은채 존재하는 뉴욕제과) 파리제과는 모르겠고, 독일빵집은 몇군데 본것 같아요. 저도 안다구요. ㅎㅎ 그리고 또있어요. 웬디스. ㅋㅋㅋ
 



   
 

자신이 존 치버와 궁합이 맞는지 확인하면 우선 국역본 선집 제1권 <기괴한 라디오>의 첫 작품 '참담한 이별(원제:굿바이 나의 형제여)을 읽어보면 된다. 초기작이지만 대표작 중 하나이니까. 떨어져 살던 형제들이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 어느 바닷가 절벽 위의 집에 모인다. 그 중 막내인 로런스는 모든 게 못마땅하다. 그는 이를테면 '아 행복해'라고 말하기보다는 '왜 사람들은 행복한 척하는 것일까'를 묻는 시니컬한 인물이다. 로런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가족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마침내 파국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메시지 따위에는 시큰둥해 보이던 작가가 날릴 결정적인 한 방.

"아아, 그런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의 눈길이 사람들 속에서 여드름 난 뺨과 허약한 팔을 찾지 않도록 그를 설득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에게 인류가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함, 삶의 거친 외면적 아름다움에 반응하도록 가르칠 수 있을까? 어떻게 그의 손가락이 엄연한 진실, 그 앞에서는 두려움과 공포가 힘을 잃는 진실을 가리키게 할 수 있을까?" 

<시사인 65호 - 카버를 다 읽으셨습니까 그럼 치버를 보십시오>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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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12-1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시사인에서 저 글 보고 기괴한 라디오 보관함에 담아놨어요. ㅎㅎ
 

   
  우리는 환상 속의 가상 인물을 만들어내 서로에 대한 몽타주를 작성하고 있어요. 질문을 하지만 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게 그 질문들의 매력이죠. 그래요, 우린 서로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하는 걸 피하면서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꾸 자극하고 계속 부채질해대고 있어요. 우린 행간을 읽으려 애쓰고 낱말과 낱말, 철자와 철자 사이에 숨을 뜻을 읽으려 애쓰죠.

물론 저에게도 당신은 여느 누구가 아닙니다. 당신은 제 안에 있으면서 저와 늘 동행하는 제 2의 목소리같은 존재입니다. 당신은 저의 독백을 대화로 바꿔놓았습니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가. 우연한 루트를 통해 알게 된 누군가와 3년간을 음성메시지를 통해 대화를 했던 기억이. 입시 준비에 연락이 끊긴 기간도 여러 번 있었고, 학생이었기에 호출기가 중간에 사라지는 기간들도 존재하는 등 버퍼 기간이 적지 않았지만, 편지나 크리스마스카드 등을 통해 어쨌든 그렇게 3년간 연락을 지속해왔었다.

1분 30초의 시간이 짧아 말을 하다가 끊기고 또 끊기고, 해서 대여섯개의 음성 메시지를 남겨가며 그렇게 대화를 했었다. 상대방이 했던 얘기를 잊을까 하여 음성 메시지가 도착하면 나는 한 손에는 수화기를, 다른 한 손에는 펜을 들고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의 요점을 적었다. 그리고 공중전화박스로 달려가 그 이야기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하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대부분이 일상과, 거기서 오는 작은 소재들, 거기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과 나의 생각. 그렇게 조목조목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것이 꽤 즐거웠고, 어느 덧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그렇게 내가 사용한 공중전화카드는 수집을 해도 좋을 정도였다. (실제로 살짝 어설프게 수집도 했었다. 지금은 다 어디에 있지?) 고1이었던 내가 고3이었던, 재수생이었던 상대에게 어느 정도 위로가 됐었고, 내가 고3이 됐을 땐 대학생이 됐던 상대가 다시 나를 위로했다. 그건 사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종의 오묘한 교감이었다.

전화번호를 알았지만, 전화를 한 적이 없었던 것은 우리가 '음성메시지'라는 소통 방식에 매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대화하기보다 편지쓰기에 가까운 일이다. 일방적으로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대에게 10분동안 혼자 말하는 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런 방식으로 소통하던 사람이었기에 전화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매우 어색한 것이었다. 전화기를 통해 이야기함에도. 그리고 입시가 끝났던 1998년 12월에 드디어 우리는 만남을 가졌고, 서로의 환상에 기대오던 시간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그가 매우 폭탄이었다거나, 비호감형이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실 그가 누구든, 어떻든 간에, 또 내가 누구든, 어땠든간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3년간 품어왔던 상상속의 이미지를 극복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 후 1년 가까이 연락이 더 지속됐지만, 그 마음이 이전처럼 호기심어린 들뜸일 수는 없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에게도 곧 새로운 세계(대학교)가 열려, 정신없는 적응기가 시작되었고, 무엇보다 이전 세계의 대표격이었던 '호출기'의 시대가 종식되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고 소통의 수단이 사라지자 소통이 사라지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를 읽으며 나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해본 적 없던, (아니, 해놓구 까먹었는지도 몰라) 그리고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내가 떠올린 건 그의 얼굴이 아니다. (사실 1%도 기억나지 않는다.) 음성 메시지를 통해 들려 오던 저음의 목소리와, 몇번인가 주고 받았던 편지 속에 있었던 힘있는 글씨체. 그리고, 집앞, 학교앞, 독서실 앞 공중전화로 달려가던 그 때의 들뜬 마음. 마음 속에 머물던 독백들이 대화가 되어 흘러나가던 그 시간의 기억들이. 연락이 끊긴 기간동안 한없이 궁금해 안달하던 그 때의 기다림이.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가보다, 자신이 상대를 어떻게 상상하는가가 더 중요했던 책속 레오의 마음처럼, 그의 생김새(실체)보다는 내가 만들었던 그의 모습이 나에겐 더 중요한 것이었고, 하여 그런 것들만 또렷이 기억할 수 있겠다. (실은 98년 겨울 그날에 대한 기억은 설레는 맘으로 한번도 가본 적 없던 압구정동을 찾아가 두리번 거리던 내 모습, 그리고 압구정동 한복판에서 보도블록의 얼음 밟고 제대로 넘어져 죽을 만큼 창피해 하던 모습 (-_- 예나 지금이나)이 거의 전부다)

글씨체를 떠올리다 갑자기 그 편지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거의 5년만에 편지 모음파일을 열어 이전의 편지와 카드를 찾았다. 그 곳에 적혀져 있는, 1998년의 그 주소로 이 책 한 권을 보내면 상대방은 나를 떠올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갑자기 든다. 여전히 그 곳에 살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리스크 금액이 책 한권값 정도라면, 뭐 해볼만한 일 아닌가. 물론 내가 그 책을 보낼지는 나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ㅎㅎ 내가 알고 있는 건, 뭐든 밤에 하면 그르치기 십상이니 일단은 자야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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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10-27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대 주인공들의 책 내용보다 저는 10대때 위의 이야기가 더 흥미있는데요?
그런데 정말 얼굴이 1%도 기억 안나세요? 그런데 그건 중요한게 아닌것 같고.
아마도 종종 생각나실 듯 싶어요 ^^

웽스북스 2008-10-27 12:5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신기하게도 실루엣 정도만 기억나고 얼굴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ㅋㅋㅋ 제가 원래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하기도 하지만. ㅎㅎ 그러니 종종 생각나는 건 실체가 아닌 제가 기억하는 단편들인거죠 ㅋ

하루(春) 2008-10-27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묘하군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처음부터 얼굴을 봐야 하는 만남이 아니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게 제 평소의 생각이라 하하.. 3년이나 문자를 주고받고 1년을 얼굴을 봤다... 거 참.. 대단하시네요.

웽스북스 2008-10-27 12:55   좋아요 0 | URL
아, 아니요. ㅎㅎ 만난 건 한번이었어요. ㅎㅎ 제가 포항으로 내려갔거든요. 문자가 아니라 음성이고. 당시에는 문자가 없었으니까요.

니나 2008-10-27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 샤방샤방 >.<
근디 우풍은 머여 ~~ ㅋㅋㅋ

웽스북스 2008-10-27 12: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샤방샤방은 무신.
우풍, 왜 추운날 벽으로 들어오는 바람 같은 거 있잖어

니나 2008-10-27 12:57   좋아요 0 | URL
ㅋㅋ 우풍 아는디 이런 샤방한 내용에 어울리지 않잖여
그럼 좌풍?? ~ 이러면 중풍~되니 안되겠다~ ㅎㅎㅎ

웽스북스 2008-10-27 13:02   좋아요 0 | URL
아, 난 또 너가 몰라서 물어보는줄 알았지. ㅋㅋㅋㅋㅋㅋ
우리사이에 통풍이 잘 안됐었나보네. ㅋㅋ

Arch 2008-10-2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의 글을 보다보니 저도 중학생때 펜팔했던 분이 생각나던데요. 유효기간이 제대때까지이긴 했지만, 어린 제가 뭘 알았을까도 싶지만 참 정성들여 편지 보내고 음성 남겼던 기억이 있는데. 막판 보도블록은 안습이네요. 어린 웬디양님은 넘어져선 황급하게 자릴 피했을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갈길을 갔을지...밤에 떠오른 생각은 다음날 아침까지 묵혀둬야한다는데 저도 동감.

웽스북스 2008-10-27 12: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 웬디는 죽을만큼 챙피했지만 자리를 피하지는 못했죠. 완전 웃겨요 지금 생각해도. ㅋㅋㅋ 그러고보면 그때는 잡지 뒤쪽에 펜팔란 이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뭐든 빠르고 편리한 건 좋긴 하지만 매력이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어요.

무스탕 2008-10-2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이 막 더 많이 이뻐지려고 그래요 >_<

누구나 저런 비스끄리므리한 기억이 있나봐요. 저도 책 읽으며 혼자 생각에 빠지곤 했었지요 ^^

웽스북스 2008-10-27 23:38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아~ 마구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_^

하루(春) 2008-10-2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무래도 발로 읽은 걸까요? ^^;;;
요즘 제 '서재 브리핑'에 모르는 이름이 너무 많아서 안 그래도 "내가 발로 즐겨찾기했나?" 싶은 생각에 좀 심란한데...

웽스북스 2008-10-28 23: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서재브리핑 당혹스럽죠
하루님도 서평단 서재 즐찾 해놓으신거죠? ㅋㅋㅋㅋㅋㅋ
(즐찾에서 뺄까봐요 이제)

순오기 2008-11-0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쁜 추억이네요.^^
우풍이 아니고 외풍이거나 윗풍이라고 써야 되는거 아닌가?

웽스북스 2008-11-03 17:28   좋아요 0 | URL
아, 외풍이 맞더라고요. ㅎㅎㅎ
제가 가끔 이런데서 무식한게 티가나요
 



   
 

사람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신을 사랑할 수는 없고, 단지 신을 신으로서 사랑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목표가 신을 사랑함으로써 당신의 배우자와 재결합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진정한 신앙심을 보여 준 것이 아니다.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 지옥은 신의 부재 中

 
   

지옥은 신의 부재,를 읽으며, 욥에 대한 언급은 없음에도 나는 계속 욥기를 떠올렸다. 그러다 저 부분을 읽을 때, 류선생님께서 수업에서 강조하셨던 욥기의 주제가 그대로 표현돼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아, 역시, 이 사람, 욥기를 제대로 보고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데, 끝부분 작가 노트에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는 말도 다른 사람에게는 터무니 없는 헛소리로 받아들여진다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 구약성서의 <욥기>가 좋은 예이다.
내가 욥기에서 불만족스럽게 느꼈던 것들 중 하나는 마지막에 가서 신이 욥에게 복을 내린다는 점이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예전 아이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대한 보상이 되는가 하는 의문은 일단 제쳐 놓기로 하자. 신은 왜 욥에게 다시 예전의 복은 되찾게 해 준 것일까? 왜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단 말인가? <욥기>의 가장 기보적인 메시지 중 하나는 선이 언제나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착한 사람들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욥은 마침내 이 교훈을 받아들임으로써 미덕을 실행해 보이고, 그 결과 축복을 받았다. 이 부분은 본래의 메시지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내가 보기에 <욥기>는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완수할 만한 용기를 결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만약 이 이야기의 저자가 선은 언제나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정말로 공감하고 있었다면, 결말에 가서도 욥은 모든 것을 박탈당한 상태로 남아 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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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W와 H를 만났고, 오늘 저녁, 다시 W를 만났다. 어제는 회식이어서 2시 30분이 넘어 끝났는데, H와 W가 강남에 있다는 얘길 듣고 1차와 2차 사이 잠깐 달려간 것이었다. W는 2년만에 만났는데, 2년 전 우연히 만났을 때 계속 준비중이던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7급을 보려고 발령을 연장해놓은 상태라는 말을 전했고, 우리는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리고는 계속 연락 두절. 그런데 W의 얘기를 들으니, 그 때 우리들 앞에서 너무 창피해서 거짓말을 했었고, 거짓말을 한 게 너무 창피해서 그동안 연락도 피해왔었다고 한다. 마음이 짠해졌지만, 웃으면서 뭐 어떻느냐고 대꾸했다. 그거 준비중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은 거 아는데 뭐가 창피해. 응? 이제 연락좀 하고 살자 친구야.

짧았던 만남이 아쉬워 오늘 다시 만난 W는 늘 치열하고 신실한 H와 어제 만났던 이야기를 하며, 자기도 교회를 다녀봐야겠다고 의지할 데가 필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H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어떤 축복을 주셨는지 W에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했고, 성당에 다니던 W는 교회에 다녀야 하나를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선뜻 그러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H의 악의없는 말들에 대해 W가 했을 생각들을 떠올리며 또 속상해진다. 조심스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라고 이야기를 하니, 자신처럼 바닥을 치게 되면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동생 친구 중에 한 명도 교회 다니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축복을 받았는지 입에 거품이 물도록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그 축복이란, 월급이 500만원이라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래서 아무 말 하지 못했지만, W는 나와 성격이 비슷한 친구이기에, 그렇게 찾아가는 교회가 그녀에게 위로를 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하지만 난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조심스레 예전에 모 선생님께 들었던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욥기의 마지막은 후세에 의해 첨언된 것이라는 유력한 설이 있단다. 역시, 욥기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긴 한 거다. 그 부분이 지금 이 곳에서는, 핵심이 되고 있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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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2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3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링 2008-10-1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SF소설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군요.
이 책을 다 읽고 내 주의에 책에 내용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참 아쉬웠어요.

웽스북스 2008-10-13 00:52   좋아요 0 | URL
아, 에링님 정말요?
저는 같이 소설 읽기 모임 하는 사람들이랑 읽어서
이번주에 사람들과 얘기하게 될 것 같아요
기대하고 있음 ^-^/

2008-10-16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6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