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자의 입장에서는 정복을 통해 민중이 계속 수동적인 상태로 남아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은 민중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포함하지 않고 진정한 의사소통을 필요로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억압자는 현상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신화를 저축시키는 방법을 구사한다. 예를 들어 억압적 질서가 '자유로운 사회'라는 신화, 모든 사람이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일하며, 따라서 직장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직장을 떠나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신화, 현 질서는 인권을 존중하므로 정당하고 올바르다는 신화, 근면하기만 하면 누구나 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신화 등이 그것이다. 그 밖에 더 나쁜 신화들도 많다. 노점상도 대규모 공장주에 못지 않은 기업가라는 신화, 브라질의 모든 초등학생 중에 대학까지 진학하는 학생은 극히 일부인데도 교육의 보편적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는 신화, "내가 누군지 알아?" 하는 식의 말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개인이 평등하다는 신화, 억압 계급이 '호전적 야만주의'에 맞서 '서구 그리스도교 문명'을 수호하는 영웅이라는 신화, 실제로 계급으로서 하는 일은 선택적인 '선행'에 불과한 엘리트가 자선과 관용을 베푼다는 신화, 자신들의 의무를 인식한 지배 엘리트가 민중의 지위를 향상시킨 결과 민중이 감사하는 자세로 엘리트의 말을 받아들이고 온순하게 따른다는 신화, 반역은 신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신화, 사유재산이 인간의 개인적 발전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신화, 억압자는 근면하며 피억압자는 게으르고 부정직하다는 신화, 피억압자는 본성적으로 열등하며 억압자는 우월하다는 신화 등등

이 모든 신화들(독자들도 이외에 얼마든지 다른 신화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을 피억압자에게 내면화시키면 그들을 정복할 수 있다. 그래서 억압자는 그 신화들을 잘 만든 선전과 구호에 담아 대중 의사소통 매체를 이용하여 피억압자에게 전달한다. 마치 그러한 소외가 진짜 의사소통을 형성하는 것처럼!

                                                         파울루프레이리 페다고지 180-181 페이지 중

 
   



억압자 이론의 천재적 계승자 아돌프MB
30년전에 쓰여진 책에 나온 비판받는 억압자 이론을 이토록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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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6-1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띨띨해서 다 아는 신화를 쓰고 있죠...

웽스북스 2008-06-10 13:00   좋아요 0 | URL
그러면서 신화는 없다고 우기고 있고 ㅋㅋ

시비돌이 2008-06-1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박은 부시랑 똑같아요. 부시는 얼굴마담일 뿐 하는 일이 없잖아요. 체니, 럼스펠트, 라이스 이런 인간들이 세상을 때려부실 궁리를 하는거죠. 그러니까 결론은 MB는 무뇌충!!

웽스북스 2008-06-10 13:01   좋아요 0 | URL
시비돌이님 못써요! 벌레를 모독하다니

마늘빵 2008-06-1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발적 복종>에서 말하는 독재자의 모습과도 같아요. :)

웽스북스 2008-06-11 02:11   좋아요 0 | URL
오늘 국민의 불복종이라는 현수막도 눈에 띄더라고요
 


출퇴근길에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읽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까지 읽어야 하는데, 출퇴근길의 집중력 저하에 의한 압박이 만만치 않다

다 못읽는 한이 있더라도 꼭꼭 씹어 읽어야겠다고 생각중인데,
이런 구절들을 놓치기가 싫어서이다

   
 

덜 인간적인 상태는 완전한 인간성의 왜곡이므로 조만간 피억압자로 하여금 그런 상태를 만든 자에 대한 투쟁에 나서도록 만든다. 이 투쟁이 의미를 가지려면 피억압자는 자신의 인간성을 되찾으려는 (바꿔 말해 인간성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거꾸로 억압자를 억압하는 위치에 있어서는 안되며, 양측의 인간성을 모두 회복하려 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신과 억압자 둘 다를 해방시키는 것이야말로 피억압자의 역사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억압과 착취와 강간을 저지르는 억압자는 그 권력을 피억압자나 자신을 해방시키는 힘으로 만들지 못한다. 오히려 피억압자의 약함으로부터 비롯된 권력만이 양측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p55>

그러나 언제나 투쟁의 초기 단계에서는 피억압자가 해방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억압자나 '아류 억압자'가 되기 위해 애쓰게 마련이다. 그들의 사고구조는 그것을 낳은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상황의 모순에 의해 제약되어 있다. 그들은 인간이 되는 것을 이념으로 삼지만 그들에게 인간이 된다는 건 곧 억압자가 된다는 뜻이다. <p56>

피억압자는 억압자의 이미지를 내면화하고 그 지침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자유를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자유는 피억압자에게 그 이미지를 거부하고 자율성과 책임성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중략) 비록 억압의 상황은 비인간적이고, 억압자와 피억압자 양측에게 영향을 주는 총체적인 비인간성을 띠고 있지만, 그 강압적인 인간성에서 벗어나 더 완전한 인간성을 향해 투쟁해야 하는 쪽은 억압자가 아니라 피억압자다. 스스로가 비인간화되어 있는 억압자는 다른 사람들도 비인간화하므로 이 투쟁을 이끌 수 없다 <p58>

자유를 위한 투쟁은 단지 억압자에게만 위협이 될 뿐 아니라 피억압자 자신의 동료들에게도 더 큰 위협이 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만든다. 자기 내부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열망을 발견했을 때 피억압자는 이 열망을 동료들과도 공유해야만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자유의 공포에 압도되어 있다면 다른 사람을 따르게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을 따를 수도 없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양심에 따를 수조차 없다. 따라서 피억압자는 참된 동료애보다 집단성을 더 선호하게 되며, 자유가 만들어주는 창조적인 친교, 혹은 자유 자체를 추구하는 것보다 현재의 부자유한 상태에 적응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된다. <p59>

답은 하나뿐이다. 피억압자는 자신을 억압자의 숙주로 인식해야만 해방적인 교육학을 낳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금의 나와 되고싶은 나의 이중성에 머무는 한, 그리고 그 되고 싶은 나가 실은 억압자로서의 나인 한, 그러한 기여는 불가능하다. 피억압자의 교육학은 피억압자와 억압자 모두가 비인간화의 발현이라는 점을 피억압자가 비판적으로 발견하기 위한 도구이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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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05-15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울로 프레이리, 교육학자가 이렇게 전복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 전율을 느껴요. 멋쪄.

-

루나의 티타임 볼 때마다 웬디양님 생각 나요. 루나=만화가=웬디양님. 자꾸 헷갈려요.

웽스북스 2008-05-16 00:04   좋아요 0 | URL
피억압자의 해방을 위한 교육이어서 그런가봐요 멋쪄2

ㅋㅋㅋ이제 제가 루나를 내면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스스로를 타인에게 막 루나화하고 있나봅니다. 하하하. 대문사진 바꿔야하나 ㅋㅋㅋ

turnleft 2008-05-16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잌후, 이 책 읽은지가 10년도 더 지났군요.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ㅠ_ㅠ (털썩)

웽스북스 2008-05-21 19:46   좋아요 0 | URL
다시 읽으세요 ㅋㅋㅋㅋ
 

   
 

융 드립 커피의 특징은 다른 추출에 비해 기름지고 꽉 차는 풍부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입맛은 점차 연한 커피에서 진한 것으로, 밋밋한 것에서 감칠맛 있고 깊이 있는 커피로 변하게 된다. 진한 커피의 진수는 뭐니뭐니해도 융 드립이다. 융 드립 커피는 커피의 오일 성분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추출함으로써 기름지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커피에 비해 커피의 입자가 둥글어 입안에서 매끈거리는 느낌이 강하고, 그 여운이 입 안에 오래 남는다. 드립 커피의 역사가 긴 일본의 경우 커피를 볶는 많은 집들이 융 드립을 선택한다. 그만큼 융 드립 커피는 강렬하고도 긴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융 드립의 묘미는 충분히 많은 양의 커피를 굵게 갈아 천천히 방울방울 떨어뜨려 주는 것이다. 점점이 떨어지는 진한 커피는 그 맛이 입안에 꽉 찬 느낌이며 심장과 핏속으로 진하게 엉겨드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작은 잔에 담긴 반짝거리는 그 칠흑같은 커피는 매혹 그 자체이다. 악마처럼 매혹적이며 죽음처럼 검고 유혹적인 이 한잔의 커피는 그 어떤 행복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삶의 진수, 엑기스 그 자체이다. 흔히들 에스프레소를 커피의 정수, 본질과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에스프레소가 바디감 좋고 묵직하여 맥주의 기네스와 같은 느낌이라면 진한 융 드립 커피는 위스키처럼 산뜻하면서도 깊고 그윽하다.

<커피 - 조윤정> 중 발췌

 

 

 

꿀꺽, 꿀꺽,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얼마나 침을 삼켰던가.
아, 융 드립 커피라니, 저 진득한 묘사라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스으읍~ ^___________^

융의 관리와 보관이 어려워 일반인들이 마시기에는 조금 까다롭다는 
융 드립 커피

핸드 드립도 못하겠다며 손을 절레절레 흔드는 나에게
무려 융 드립이라니, 저 먼 꿈나라의 이야기 같지만

이 봄이 가기 전
광화문 <커피스트>에 찾아가면
이 책의 작가인 커피스트 주인장님게서 내려주시는
따뜻하고 감칠맛 나는 융 드립 커피 한 잔 얻어마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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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4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4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4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Jade 2008-04-14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전 심리학자 융이 마셨던 드립커피라는줄 알았어요 ㅋㅋ

웽스북스 2008-04-14 11:55   좋아요 0 | URL
프하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융 드립 커피
프로이트 드립 커피
라깡 드립 커피

3종 세트~

도넛공주 2008-04-1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매일 융드립으로 먹고 있는데, 전혀 어렵지 않답니다.그냥 융드립세트만 사시면 돼요(심지어 일반 드립세트보다 더 싸요)!

웽스북스 2008-04-15 09:30   좋아요 0 | URL
우오오오오!! 정말요? (휘둥글~)
당장 융드립세트 검색해보러 가야징

(아... 그런데 역시나 귀찮을 것 같은....)

세실 2008-04-1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저도 한잔 부탁드려요~~~

웽스북스 2008-04-15 23:40   좋아요 0 | URL
그전에 드립연마를 좀 해야할텐데 말이죵 ㅋ

네꼬 2008-08-27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 투.
:)
 

 

 

 

나는 나의 스물 한 살 봄밤을 그와 함께 먼먼 나라, 그가 없으면 닿을 수 없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만 같았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낯설고 아득한 나라를. 그가 있어야만 닿을 수 있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그래서 슬펐다. 아름답고 슬프고 쓰라린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이번에는 낯익고 낯익어서 슬픈 풍경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엄마는 나를 기다리며 먼지 푸석푸석한 마당에서 밤중 내 맴을 돌았다.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
표제작 중, 그것도 표지에까지 소개된 정말 대표적인 책속 문장이
참 좋았다며 이렇게 옮겨적는 일은 참 새삼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실은 표지에 있는 거 보고 '역시 나만 좋은 게 아니었구나'라며 땅을 쳤지만 ;;)



그럼에도, 출근길에 그만 주저 앉아버리고 싶던 부분

다른 단편들도 좋았지만 난 특히 표제작인 명랑한 밤길이 참 좋았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내가 좀 더 나이가 들고, 좀 더 많은 삶을 이해하게 되면
다른 단편들도 이만한 크기로 와닿게 되겠지
분명 그럴 거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겼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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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4-04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았어요. 인용하신 구절도 생생히 기억나고요.
손이 아닌, 가슴으로 썼다는 느낌이 전해져오던 책이었지요.

웽스북스 2008-04-04 12:30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정말 참 좋았어요
소설을 읽는 기쁨은 이런 데 있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08-04-0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웬디양님 >.<

저 이책 선물받아서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역시 아직 읽지 않았다는. OTL.

저도 (언젠가)읽고 좋은 문장들을 충분히 즐길거에욧!

웽스북스 2008-04-04 12:32   좋아요 0 | URL
꺅 다락방님
우리는 취향이 50%만 비슷하잖아요

이건 비슷한 50%가 될까요 다른 50%가 될까요? 흐흣

가시장미 2008-04-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게요. 출근길은 언제나 분주하고, 치열하죠.
지하도에서 개찰구로 뛰어가는 무리들이 야생의 동물떼들을 연상시키곤해요. 아...
약육강식의 법칙은 야생의 이야기만은 아니죠.
오늘 아침부터 상태가 메롱해여..그래도 주저앉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죠ㅋㅋ

웽스북스 2008-04-04 12:34   좋아요 0 | URL
그죠, 매일아침 치열한 출근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늘 그렇죠
저도 5일중 3일은 뛰어가는 무리중 하나랍니다
제가 아침잠을 좀 편애하거든요 (밤잠에겐 좀 미안하지만 ㅋㅋ)

업무의 현장보다 더 치열한 출근길이라니
뭔가 문제이긴 문제에요
치열하지 못한 내가 문제인지 치열한 출근길이 문제인지

비로그인 2008-04-0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안 봐서 님께서 만든 문구인가 했어요.
제목이 눈에 띄더군요.
밤길이 명랑하다는건 어떤 의미일까요?

웽스북스 2008-04-05 01:21   좋아요 0 | URL
아 이건 좀 역설적인 의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옮겨놓은 저 부분이랑 어느정도는 일맥상통하는....

무스탕 2008-04-0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는 있는데 아직 안읽었어요.
솔직히 전 단편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이 단편집인지 모르고 샀다가 펼쳐보니 단편집이길래 손 놓고 아직이라지요..
근데 웬디양님께서 이렇게 질러주시니(?) 곧 볼것 같네요 ^^

웽스북스 2008-04-05 01:2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요즘에는 점점 호흡이 짧아서인지 저는 또 단편들이 읽기 편하더라고요

무스탕님은 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보실 것 같아요
꼭 보세요!! ^_^

순오기 2008-04-0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 향기 진동하는~~~ 도 나오거든요.^^
그 라일락 향기가 우리집에서 진동할 때, 난 바람나고 싶었어요.ㅎㅎㅎ

웽스북스 2008-04-05 01:23   좋아요 0 | URL
아 라일락 향기...... 좋아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올 봄의 바람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줄까요? ^^

개인주의 2008-04-1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지금 구매신청하고 따지러 왔다는..;; 다 웬디양님 때문임

웽스북스 2008-04-11 23:28   좋아요 0 | URL
어라어라 또 어디서 따지시는 거에요? ㅋㅋ
정작 저는 빌려 읽었다는 거 아시면 쫌 억울해하시려나? 흐흐

누피님 주말 잘 보내세요 ^_^
 


1

기어이 루나파크를 주문하고는 회사에서 심심할 때마다 (아니 회사에서 심심할 틈이 어디있단말이냐!!!) 하나씩 읽으며 헤헤헤 거렸다. 그리고 회사사람들 주제만화도 하나씩 찾아줬잖아. ㅋㅋ

새봄모드 옷입고 왔다가 덜컥 감기에 걸려버린 E대리님께는 스프링해즈컴!을 신나게 외치다가 똑 감기에 들어버린 모드의 루나양 만화를, 오늘 안에 캐시미어를 입고 왔다며 신나하던 L과장님께는 옥매트의 따땃함을 포기못해 집착하고 사랑하는 루나양 만화를, 우리 신입사원 H씨에게는 3년째 신입모드로 사느라 신입사원 증후군에 걸린 루나양 만화를 선물했다. 흐흐 다같이 헤헤거리면서 함께 즐거워했다. 봄인데 좀 헤헤거리면 어때. ㅎㅎㅎ (아 저 익숙한 풍경의 방좀 봐, 바닥에 널부러진 노트북까지 ㅎㅎ)

2

종종 에세이류의 책을 읽으면 머릿속이 산문모드가 된다. 마치 내가 산문이라도 쓸 것처럼 상황 상황을 받아들일 때 꼭 산문 버전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루나파크를 읽다보니 자꾸만 머릿속이 만화 모드가 된다. 이를테면 오늘 집에 들어와서 있었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실제상황
오늘은 엄마 교회 모임이 있던 날. 집에 돌아오니 식탁에 조기가 놓여져 있다. 동생이 식탁 위의 조기를 보며 한 말.
"오늘은 생선도 구우셨네, 지난 번에 쭈꾸미도 사오시던데, 쭈꾸미 요리는 안하셨나?"

그리고 이후 든 생각들

정상 모드였다면 이렇게 생각했겠지
(낯선 감정을 느끼며) 어머, 얘가 철이 들었나? 언제부터 이렇게 극존칭을 썼지?

아마 산문모드였다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글을쓴다는게 아니라, 정말 생각이 이렇게 흐른다는 얘기)

나는 순간 동생의 존댓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동생은 언제부터 저렇게 부모님께 존댓말을 했었단 말인가. 군대란 철없던 동생을 저렇게 바꿔놓는 곳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저 세월의 영향인가. 어쨌든 철이 든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면서도 그만큼의 사회화임을 뜻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참 슬픈 일이기도 하건만. 저렇게 부쩍 철이 들어버린 동생이 갑자기 타인같다. 그만큼의 세월을, 아니 그보다 몇년을 더한 세월을 나도 보냈지만, 나는 스스로 저렇게 존칭을 쓰는 내 모습이 여전히 어색하다. 그냥 철없는 딸이면 안되는 걸까?

그런데 만화모드의 나는 이렇게 생각이 흘렀다. (괄호는 상상속의 그림)

(놀라는 표정) 허억! 이런 극존칭을! (난감한 표정) 흐음..... 어색해 어색해.....(군복입고 경례하는 동생 모습) 쟤가 군대를 갔다오더니 철이 좀 들긴 든건가? (의기양양해서 어쩐지 좀 재수없는 철든 동생 표정과 그 뒤로 반짝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그 위로 덧입혀진 텍스트 '이전의 내가 아님') 아아,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 같아..........  (동생 그림 아래에서 방바닥을 문지르며) 동생이 저렇게 부모님께 존칭을 쓰는 동안 몇년이나 더 산 너는 뭘 했느냔 말이다. 역시 철이 없는 건 나뿐이었던가... 흑! (갑자기 바닥에 휙 하며 쓰러진다, 윗쪽으로 흩뿌려지는 물방울 모양의 눈물)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어색하단 말이지 나는 그냥 계속 철없는 모드 하고 싶은데 (둥실 떠오르는 부모님의 얼굴, 인자한 표정으로) 딸아, 그건 우리도 어색하단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의 딸이 돼주렴 (갑자기 샤방샤방 반짝반짝 눈으로 변하며 완전 사랑스러워지는 얼굴, 둥실 떠올라 날아갈듯한 몸, 뒷쪽으로 흩뿌려지는 꽃. 가슴 앞으로 맞잡은 양손) 엄훠, 어머니 아버지, 역시 그렇죠? (굳은 다짐을 한 듯한 표정) 그래, 나는 나로서 살아가면 되는거야. 내가 어떤 모습이든, 중요한 건 마음이잖아. 그래 역시 그런 거야 (나는 계속 의기양양하고 해피한 표정으로 샤방샤방모드 유지하고 있고, 뒤쪽으로 돌아가는 시니컬 모드의 동생 표정) 그래서 철은 언제 들건데? (샤방모드 웬디의 양 귀에 보호막이 쳐져 있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만화모드의 나의 생각들은 유쾌해서 좋지만, 으흠, 역시나 좀 매사에 오버스러워지는 면이 있다. 매번 오버액션 뒤로, 또다른 자아가 막 나를 질책하고 말이지. 그래도 며칠간은 이모드 유지될듯. 아, 그림그리고 싶다. -라고 하는 순간에도, 빵모자 쓰고 붓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간절한 표정 짓고 있는 모습 상상되고 막 -(오버자아) 저기, 정작 루나는 플러스펜으로 그리고 포토샵으로 색칠하거든?(질책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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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28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니팍에 초공감하시더니...열광의 반열에 진입하신 겝니다.

웽스북스 2008-03-28 01:0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으흠, 어쩐지 약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죵 ㅜㅜ

turnleft 2008-03-28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만화모드 상상이 너무 잘 되요~~ >.<

웽스북스 2008-03-28 10:32   좋아요 0 | URL
후후후 저도 상상한 걸 그대로 옮겨서 그런가봐요 ㅋㅋ

무스탕 2008-03-2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웬디양님을 만났습니다. ㅋㅋ

웽스북스 2008-03-28 10:33   좋아요 0 | URL
헤헤 얼른 만화모드에서 빠져나와야 할텐데 말입니다

L.SHIN 2008-03-2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루나파크 책도 있군요. '통-' (리스트에 담는 소리 ㅋㅋ)

웽스북스 2008-03-28 10:33   좋아요 0 | URL
통! 아, 에쓰님한테는 재미없으면 어떠나..... (걱정한다 괜히 ㅋㅋ)

L.SHIN 2008-03-28 15:55   좋아요 0 | URL
왜요~ 저번 웬디님이 올려준 페이퍼 보고 재밌어 했는데~ ^^

순오기 2008-03-2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좀 만화스럽게 살 필요가 있어요.
잠시 게서 머물러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심 안되나요?ㅎㅎㅎ

웽스북스 2008-03-28 15:05   좋아요 0 | URL
흐흐흐 그럴까요 그럼? (긁적긁적 실은 좋아하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