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최근 내 아이스크림 섭취량을 계산해봤다. 일주일에 평균 1파인트의 아이스크림을 섭취한다고 가정하고, 아이스크림 1파인트당 1000cal로 미국 의학협회 자료를 참고로 몸에 축적된 지방 1kg당 칼로리를 7,700cal를 섭취했다고 계산했더니, 내가 18살 때부터 아이스크림을 전혀 먹지 않았다면 현재 내 몸무게가 -188.7kg이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내 몸은 공기보다 더 가벼워졌겠지만 마음은 엄청 불행했을 것이다. 결혼 전에는 가끔 침대 속에서 하겐다즈 초콜릿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손가락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아이스크림 통을 화장지 네 겹으로 싼 채로. 아이스크림 통 측면의 영양성분표는 '1회 분량'을 1/4 파인트라고 정하고 있지만, 그건 프링글즈의 1회 분량을 포테이토 칩 하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중략)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좋았던 건 원고 작업을 하는 동안만은 그 과정을 탐욕이 아니라 연구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초콜릿, 바닐라, 커피, 견과류 등 다양한 맛을 두루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이 중에 몸에 좋은 건 하나도 없다. 나는 과일맛은 좋아하지 않는다. 과일맛 아이스크림은 죄악의 향기가 약하다. 딸기 과육이 들어가 있는 아이스크림을 정점으로 그 밑바닥에는 최근 '뉴욕타임스'가 찬양한 아니스 열매를 곁들인 두부, 카르다몸 (생강과 식물의 종자에서 추출한 향신료), 백후추, 옥수수맛 아이스크림처럼 새로운 종류의 잔혹 행위들이 자리잡고 있다. 옥수수 맛이라고? 왜 싹눈 양배추맛까지 만들지? (너무 큰소리로 말하면 안될 것 같다. 사워크라우트 맛 셔벗과 감자베이컨맛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낸 오하이오 주립대 유제품 기술학과가 내 말을 듣고 새로운 아이스크림 개발의 영감을 얻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
|
|
|
|
1
나는 늘 과자봉지에 1회분량, 하고 1/4 정도로 나눈 다음에 그 칼로리를 적어놓고는 칼로리 적은 척 하는 과자들이 얄미웠다. 원래 나는 1개 다 먹는 사람인데, 칼로리 눈속임을 위한 1회분량 구분 때문에, 한번에 4회 분량을 먹는 무시무시한 사람임으로 취급됨과 동시에, 표기 칼로리의 4배나 섭취한다는 슬픔 역시 콤보로 찾아왔으니까. 1회 분량 따위 표기하지 말아줘. 대체 누구 기준인거야. 그냥 비닐로, 혹은 종이로 된 니 몸 안에 품고 있는 과자의 칼로리가 얼만큼인지, 그걸 얘기해 달란 말야.
2
그런데, 앤 패디먼이 원래 이렇게 웃겼던가? 손가락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휴지로 아이스크림 통을 둘둘 말아주는 센스라니. 하하하. 싹눈 양배추맛 아이스크림이라니. ㅋㅋㅋ. 나 또 택시 뒷좌석에서 큭큭거리면서 웃었다는 거. 그래도 옥수수맛 아이스크림은 맛있는데. (음, 그게 충격적인가)
3
자, 나는 어떤 탐욕을 연구로 바꿔봄으로써, 찌질한 일상을 그럴듯하게 바꿔볼까. 흐흣.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는 일상이 찌질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사실 제목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