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생, 혹은 9,10월 생인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1월 중순~2월 중순생, 9월 중순~10월 중순 생인 사람들로 한정되는 이야기.
새해의 달력을 받으면 일단 공휴일을 살피고 올해는 얼마나 쉬나 살핀다. 그리고 추석, 설 연휴가 언제쯤이며 어떻게 영악하게 휴가를 내면 많이 쉴 수 있을지 (이건 스무살 이후에 생긴 버릇) 그리고 또 하나, 꼭 챙겨서 보는 건 명절과 생일이 겹쳐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다
9월 26일,은 종종 추석 연휴와 겹친다. 1980년의 추석 연휴 당시, 엄마는 명절을 쇠러 가면서 혹시 나를 낳을까봐 온갖 준비를 다 해갔다고 한다. 그리고 연휴가 끝난 다음 다음날에 나를 낳았다고 한다. 그러니 내 생일이 추석과 자주 겹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태생부터 그러하지 않는가. ㅋㅋ
그럼에도 난 명절과 겹치는 생일이 반갑지는 않다. 아무래도 집중도가 떨어진달까. 하하! 가족 친지들과 함께하거나, 혹은 지방에서 왔다갔다 해야하는 날이니까, 생일 전후로 축하를 받긴 하지만 정작 당일은 생일이어도 생일인 것 같지가 않다. 가장 최근에 명절과 생일이 겹쳤던 건 스무살 때로 기억하는데, 당시에는 학교가 있던 포항으로 내려가느라 생일의 11시간을 14000원짜리 불편한 좌석버스에서 보내야했다. 결국 기숙사에 도착한 건 12시를 넘긴 시간이었고, 축하해 주려고 기다리던 룸메이트들은 지쳐 있었다. 그래도 끝내 축하는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난 8년간은 용케도 잘 피해 왔다.
올해도, 가족들과, 고모네 가족들과 저녁에 식사를 하기로 했고, 함께 모였다면 축하를 해주기야 하겠다만, 엄밀히 명절맞이 친지 모임이지 내 생일 모임은 아니다. 그래도 스물 여덟해쯤 살면서 몇번 이런 것들을 겪고 나니 이젠 좀 단련이 됐달까.
실은 그러고보면 나는 참 다행이다 싶은 건, 우리 사촌 이모는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는데 생일이 하필 음력 8월 15일이다. 그러니 매번 생일이 추석인거다. 우리 이모도 참 평생 생일 챙겨먹기 힘들었겠다, 그러고보면 나는 뭐, 십년에 두세번 정도 있는 명절 생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내는 것보다는 낫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