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밤,참- 말,참 예쁘다

대학시절 4년을 기숙사에서 보낸 나는 다양한 야식 문화와 함께 했는데, 대략
전자렌지라면 - 탕수육 - 치킨 - 찜닭 - 그 이후로는 다양!

뭐 이정도라 할 수 있다. 가스렌지가 없던 그 때, 누구나 책상 위에 전자렌지용 라면 용기 하나쯤을 가지고 있었으며,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4분 30초간 돌리면 되는 전자렌지 라면은 최고의 인기 야식이자 식사대용품이었다. 여름에는 비빔면도 인기 최고. 나는 한동안 집에 와서도 전자렌지에 라면 끓여먹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그 중 단연 인기 품목은 짜파구리였는데, 이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2:1의 비율로 섞었을 때 최고의 맛이 난다. 그러니까 3명은 모여야 먹을 수 있단 얘기. 남자는 두명도 가능하겠다. 짜파게티의 느끼함을 너구리의 개운함이 싹 감싸주는 맛이랄까. 가끔 우리 집에 놀러오는 애들이나 모임, 엠티 등에서, 할 줄 아는 유일한 요리는 라면과 계란후라이이며, 할 줄 아는 유일한 특별 요리는 짜파구리뿐인 나는 이 음식을 몇번 해줬다. (해줬다고 하기도 민망하군) 내가 또 짜파게티 물 하나는 잘맞춘다 흐흐흐- 학교를 휴학하고 라면 전문 N사 계열 광고대행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직원 아이디어를 낼 때 낼 게 없어서 끄적끄적 이걸 낸 적이 있다. 이걸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올렸던 걸 누가 봤는지 학교에 소문이 잘못 돌아 나는 복학 후에 스쿨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후배에게 이런 말도 들었다.

"어, 언니 저는 언니가 학교 졸업하고 N사 들어가서 짜파구리 개발중이라고 들었었는데- 지금 왜 학교에 계시는 거에요? "

아, 도대체 이런 소문은 어디서, 왜 났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짜파구리 사랑은 대단했지. 하지만 귀찮아서 잘 안끓여먹은지 2년도 넘었다.

우리학교는 산속에 있어서 가장 가까운 중국집이 차로 20분 가량 걸리는 곳에 있었다. (물론 더 가까운 바닷가 중국집이 있었지만 배달이 안됐으므로 패스) 자장면이나 짬뽕은 불어서 시킬 수가 없었고, 대신 탕수육을 그렇게 자주 시켜먹었었는데, 이 중국집은 우리 학교에 탕수육 팔아서 건물을 지은 중국집이라는 거! -_- 하지만 이건 치킨의 시대가 오기 전의 일이다

바야흐로 뼈 없는 닭의 시대가 오고, 학교 주변은 치킨집의 춘추전국 시대를 이뤘는데, 원조 뼈없는 닭인 '살로만 치킨' 닭의 양은 비슷하나 껍데기가 두꺼워 수북히 담겨와 남학생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캡틴', 그리고 상대적으로 얇고 깔끔한 밀가루 껍데기와 좋은 기름에 튀겨 깔끔함을 추구하던 여성들을 공략했던 '회나무'까지(그래도 지가 치킨이지) 이 정도가 대표선수 되시겠다. 우리는 모두, 우리 부모님께 학교 앞에서 닭장사를 하게 해야 한다고 우겨댔으며,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하룻밤에 희생되는 닭의 양이 몇마리인지를 헤아려보기도 했다. 여기서 깜짝퀴즈,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치킨은 저 세 업체 중 어디일까요?

그리고 찜닭의 시대가 왔다. 찜닭의 시대가 오면서 탕수육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고, 치킨과 찜닭 양립 시대가 왔다. 우리 학교 근처에 있던 처가 찜닭과 같은 맛의 찜닭을 나는 서울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이 없다. 간장국물이 아닌, 매운 국물, 풍성한 당면. 일단 오면 일회용기를 한번 뒤집어 바닥에 대고 빙빙 돌려 양념이 골고루 묻게 한 다음 함께 온 부추전과 먹으면, 그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결국 긴장한 대학관 사모님께서는 안동까지 가셔서 찜닭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아 오셨고, 자극적인 처가 찜닭을 먹기 힘들어하던 학생들은 간장 소스의 대학관 찜닭을 선호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첫번째 찜닭은 매콤한 처가찜닭. 친구들과 함께 찜닭먹는 일주일에 한번 찜닭 먹는 날도 정해놓았었고,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친구랑 둘이 찜닭을 시켜서 꾸역꾸역 먹다가 토할뻔하고 -_- 내 다시는 찜닭을 먹지 않으리라 다짐하고는 돌아서서 또 찜닭을 시켜먹었던 기억도 있다. 이제 학교 근처에도 처가 찜닭은 없다고 한다. 신촌 어딘가로 이사해 찜닭집을 내셨다는데, 한 번도 찾아가본 적은 없다.

참 배고팠던 때였다. 일단 하루세끼 학교밥을 먹을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으니, 지치고, 힘들었고, 어떤 때는 메뉴만 보고 돌아서서 온 적도 있었다. 그런 날, 저 밤참들은 내가 참말 고마운 존재들이었다. 입새에 일던 찜닭에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던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먹을 걸 보면 일단 축적해두고 봐야 한다고 믿는 구차하게 먹을 것에나 집착하는 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또 참 먹을 것 귀하게 여기기가 쉽지 않던 이 21세기에 음식 귀한 줄 알고 자랐던 게 다행스럽다 싶기도 하다. (이런 초합리화!)

지금은 돈도 벌고, 거주 환경도 바뀌었으니, 예전보다 맛있는 걸 많이 먹게 되면서 조금씩 입맛이 까탈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워낙 막 먹고 자라서, 아무거나 다 맛있긴 하지만, 가끔씩 음식 앞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내 모습 뒤로, 저 정크푸드들을 먹으며 행복해 했던 나의 대학시절이 스친다. 어쩌면 신촌에 있다는 그 처가찜닭을 다시 찾아가지 않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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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4년전 일기를 읽다가 기절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2-07 00:57 
    나는 매일 12시가 넘으면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투데이 히스토리를 눌러 1년전 오늘, 2년전 오늘, 3년전 오늘, 4년전 오늘....... 의 일기를 쭉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그럴 때마다 가끔 놀랄 정도로 현재의 삶과 일치한다던가, 혹은 현재 했던 생각을 그 때도 했던 것들에 놀라는데, 오늘 밤참 관련 페이퍼를 쓰고 투데이 히스토리를 눌렀다가 난 그만 웃어버렸다 드디어 성공했다 캡틴 둘이 먹기에 이은 찜닭 둘이
 
 
깐따삐야 2007-12-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알라딘은 잔인해욧. 이 시간에 이런 페이퍼라니.-_-

웽스북스 2007-12-07 00:01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에서, 깐따삐야 별의 야식을 소개해주시죠? ㅎㅎ

마늘빵 2007-12-07 00:07   좋아요 0 | URL
나는 닭을 싫어하므로 무감정. -_-

깐따삐야 2007-12-0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이야기 시작하면 내 흥에 내가 빠져서리 밤을 꼴딱 새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자극시키지 마세욤.ㅋㅋ

웽스북스 2007-12-07 00:06   좋아요 0 | URL
흑, 저도 이 밤에 자극되면 안되는데, 이상하게 기대가되네 ㅋㅋ

마늘빵 2007-12-07 00:08   좋아요 0 | URL
어서 두 분 다 라면을...! 하나씩 끓여서 사진 찍어 올리세요.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있는 라면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있는 라면 (둘리 노래)

웽스북스 2007-12-07 00:19   좋아요 0 | URL
어, 나 그노래 디게 좋아하는데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나
하지만 라면은 맛좋은 라면은 구멍뚫린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
(까루까루고추까루~)

푸하 2007-12-07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계신거 같아요. 그 이야기를 선명하게 드러내시는 데, 묘사와 서사의 능력이 있으셔서 그런 듯해요.
짜파구리... 두 가지 스프의 결합입가요? 상상만해도...!!! 네요.^^;

웽스북스 2007-12-07 00:21   좋아요 0 | URL
!!!! 라니요, 정말 맛있는데 흐~
묘사와 서사의 능력은 없는데, 순전히 먹는 얘기라 그래요 ㅋㅋ

Mephistopheles 2007-12-07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살아남은 뼈없는 닭집은 살로만치킨 같아요..
찜닭...전 찜닭을 먹으면서 몇번 불쾌했던 기분이 들었었죠.
이건 찜닭을 가장한 당면닭이였으니까요..

웽스북스 2007-12-07 01:00   좋아요 0 | URL
전 닭도 닭이지만 당면이랑 감자도 좋아해서
당면이 많은 게 불만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어요-
애가 가끔 심하게 불어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긴 하지만 ㅋㅋ

살아남은 치킨집은 나중에 발표할게요

프레이야 2007-12-07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웬디양님 대문사진 넘 예뻐요.
저 어제 밤참으로 군고구마랑 잉어빵 먹었어요.ㅎㅎ

웽스북스 2007-12-07 13:20   좋아요 0 | URL
흐흐 대문 사진은 아는 분께서 제가 생각나는 사진이라며 선물해주셨답니다 (엄훠! ㅋㅋ) 저도 매우매우 좋아라하는 사진이에요~ 그니까 제가 꽃을 닮은 건 아니구요, 뭐 그냥 다양한 뭐, 에잇 ㅋㅋ

네꼬 2007-12-0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안녕하세요? 네꼽니다. (꾸벅)
글 읽기 전에 사진이 먼저 눈을 빼앗았어요. 마음이 화사해집니다.
배고픈 글인데 그것보다도..... 전, "초합리화" 이런 얘기에 늘 마음을 빼앗겨요. *_*

웽스북스 2007-12-07 13:20   좋아요 0 | URL
네꼬님 찌찌뽕! 저도 오늘 네꼬님 서재가서 즐겨찾기 추가하고 왔는데
네꼬님도 ㅋㅋ
기념으로 '초합리화' 단어 사용을 허하노라~

비로그인 2007-12-07 13:32   좋아요 0 | URL
저는 네꼽니다를 배꼽입니다로 읽었어요.

웽스북스 2007-12-07 19:34   좋아요 0 | URL
네꼽니다
배꼽입니다
백곰입니다

흐흐흐 (죄송합니다)

비로그인 2007-12-0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즐겁죠.
특히 입안이요.

웽스북스 2007-12-07 19:35   좋아요 0 | URL
흐흐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시다니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이십니다 ^^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매체팀 오기 전에는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참 두렵고 속상했는데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나 또 오니까 적응 잘해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ㅋㅋㅋㅋㅋㅋㅋ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역시 너의 적응력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너의 적응력은 약간의 거리를 둔 친밀감이야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맞아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근데 과장님이랑 은이한테는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그 거리도 없애는 단계를 거의 넘어선순간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이렇게 되버린 것이지 --> 팀이 바뀐 것을 의미함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ㅠㅠ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ㅋㅋㅋ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때로는 자기를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존재도 필요해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너의 적응력은 고도화된 자기 방어의 발현이야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쿨하게 사회생활하고 싶은 거지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이렇게 단정하는 언어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습관이 참 무섭다...ㅠㅠ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그래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너 단정적이야!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인정!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나 쿨하게 안살거야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끈적끈적하고 구질구질하게 살거야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오호~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용기있는데~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나는 아직은 쿨하게 살거야~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쿨하게 살면서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잃는 게 의외로 많아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그래도 쿨할거야~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그래그래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너 그렇게 살아~ ㅋㅋㅋ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나도 사실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별 자신은 없어



사람들에게 '적당히 좋은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건
실은 내가 그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
그들을 대하는 마음이 뜨겁지 못하다는 걸 말하기도 한다

내 안에 따뜻해 보이는 것들은
사실은 냉기인 것들일테다


올해, 그리고 내년, 그 이후에도 나는 계속
내 안의 냉기와 싸울 작정이다

뜨겁게 사람을 좋아하고,
뜨겁게 사람에게 집착하면서

끈적끈적하고 구질구질하게 살아갈 작정이다

잘 살아간다는 것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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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녀의대화명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2-05 10:45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푸하하하하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야 너 대화명 CKS ( Be cool ) 님의 말 : ㅋㅋㅋ CKS ( Be cool ) 님의 말 : 너 완전 비웃음 느껴져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최고 촌스러워~ CKS ( Be cool ) 님의 말 : 좋지 않아 좋지 않아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미안미안~! C
 
 
Mephistopheles 2007-12-0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체온이 몇도인데 쿨하다니요..?? 무슨 변온동물도 아니고...^^
(싸장님 웬디양이 근무시간에 메신져 한데요~~!)

웽스북스 2007-12-04 17:35   좋아요 0 | URL
근무시간에 알라딘에 글도썼대요~ ㅋㅋㅋㅋㅋㅋㅋ
원래 근무시간에 메신저는 자주 하고, 알라딘에 글은 잘 안쓰는데
오늘은 저녁에 좀 바쁠 것 같아서 오늘의 태그!를 위해 미리썼어요 ㅋㅋㅋㅋㅋ
 



난 아직 마음으로 올 한해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태그가 올 한해를 정리하라하시네 ㅠ_ㅠ

오늘의 태그는 매일매일 참여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관계로
일단 시키는대로 올 한 해를 정리해본다
말 참 잘듣는다



올해를 시작하던 즈음, 나는 참 둥글고 따뜻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며 사랑과 평화, 그리고 공동체-라는 올 한해의 키워드를 잡고
그렇게 살아가야겠다,며 다짐하고 기도했다

올 한 해는 무언가 좀 더 확실하고 굳건해지길
올 한 해는 내가 평화롭고, 나로 인해 내가 속한 곳들이 평화롭길


그렇지만 송구영신 예배를 나오는 순간부터
나의 한 해는 '내가 철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자'임을 깨닫는 것으로 시작됐다
작은 일로 인해 솟아오르는 분노,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
아, 이렇게 결국 깨져가며, 깨닫는 것으로 시작하는구나
결심의 극한에 맞닿은 한계로부터 시작하는 한 해였다


그리고 난 올 한 해
사랑, 공동체, 평화- 이 어떤 것 하나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 사랑은 커녕,

참 미워하기도 많이 미워했다,

특히 누군가를 통해,
인간심리의 A부터 Z까지 다 배운 느낌이라며
한 순간에 이렇게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냐며,
이렇게 작은 일로 사람의 바닥을 볼 수도 있는 것이냐며,

상처로 얼룩진 마음이 다시 독기가 되는 지경에 이르도록
나는 몰랐거나, 외면했고,
그 독기가 바닥과 맞닿아 보여준 지저분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은
그 사람을 신뢰했던 시간과 정도에 비례해 참 씁쓸했다


- 평화는 커녕

한순간도 평화롭지 못했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불안하거나, 너무 흔들리거나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나 자신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그렇게 더듬더듬 한 해를 살았다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마음을 다잡아가며

평화도, 안정도, 더 커지기는 커녕,
지금까지 쌓아온 평화와 안정이 무너지기 시작하던 한 해


- 공동체에는 충실하지 못하고

처절하게 개인적이었던 한 해다
나 자신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올 해도 가장 큰 이슈가 나 자신일 수 밖에 없었던
지극히 이기적인 한 해


그러고보니,
이렇게 목표와 다른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거야? 라며
나는 C에게 푸념했었다

어쩜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음과 생각에 반대되는 방향으로만 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잘못 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안정과 평화를 추구했던 지난 몇 해보다
나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
조금은, 깊어진 것 같다고 믿으니까- 물론 아직도 멀었지만

이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안정됨, 평안함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동의어가 아님을 안다


남은 2007년의 한달 역시
조금도 평화롭거나 안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내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2007년 한 해가 헛되이 보낸 한 해가 아니듯,
내가 목표하지 못한 방향으로 똑바로 뚜벅뚜벅 걸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나를 헛되거나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다짐이
2007년 한 해가 내게 주었던 두번째 선물쯤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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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0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강추예욧!
한해 정리.. 역시 맘에 들기는 어려워욧!

웽스북스 2007-12-04 17:33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그래도 전 올해가 밉지는 않았답니다 ^^

Mephistopheles 2007-12-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라는 국한된 공간으로 제한하는 2007년은 별별 일들이 많이들 일어났었다고 보고 싶습니다. 저의 기준은 넷의 한계성 상 어느 누구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넘겨짚진 말자였는데...저와는 생각이 틀린 분들이 꽤 되신다는 걸 알게 된 한해였습니다..^^

웽스북스 2007-12-04 17:34   좋아요 0 | URL
흠 메피님이 쓰시는 알라딘월드의 2007이 어쩐지 궁금하게된 한해였습니다..^^ ㅋㅋㅋㅋ
 


학창시절, 매우 좋아하던 선생님의 기도
나는 이 기도에 들어 있는 선생님의 마음이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고, 또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후배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다가
이 기도를 육성으로 녹음해놓은 파일을 들었다

기도가 끝난 뒤에는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없이 드렸던 채플에서, 또 예배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





자애로우신 주 하나님, 저희들에게 부어주신 사랑과 은총을 새삼 떠올리며 감사드립니다.

감사하는 눈이 어두운 저희들이지만, 저희 내면과 삶의 주변을 둘러보면 감사할 거리들을 하나님께서 도처에 베풀고 계셨음을 깨닫습니다. 봄이 깊어 가면서 피어나는 꽃들, 물이 올라 초록이 깊어지고 있는 풀, 나무와 아울러, 그것들을 예뻐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마음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가족과 친구를 주셔서 사랑을 알게 하시고, 그들을 통해서 배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이웃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과 지식욕을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현재 처한 위치에 자족하지 못하고 더 높고 더 나은 삶을 바라게 하는 포부와 희망을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움직일 수 있는 몸, 그리고 그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일용할 양식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게 하는 상상력과 소망,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의 임재를 느끼면서 살게 해주는 믿음을 아울러 주신 것 또한 감사드립니다.

하나님, 주의 어리고 귀여운 자녀들인 학생들을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세상 속에 살아가게 하신 뜻을 그들로 하여금 깨닫게 해주셔서, 이 세상을 좀더 정의롭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 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세상 속에 살면서도 그 속에 함몰되지 않게 해주시고, 일상 속에서도 언제나 영원에 잇대어 살게 해주십시오.

주의 어린 자녀들로 하여금 보다 큰 미래를 계획하게 도와주시고, 보다 숭고한 목표를 설정하게 인도해주십시오. 그러나 자신의 욕심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함부로 부르거나 그렇게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겸손함과 분별력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아울러,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견지할 수 있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그들에게 주시고,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길 수 있는 바른 마음을 주시옵소서. 불의를 피하지 않고 거기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여린 마음을 주십시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것을 고통스럽게 반성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참된 용기를 주시고, 한 번 저지른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의지와 결단력 또한 주시옵소서. 

또한 그들로 하여금 선생을 맹종하지 않게 도와주시고, 가르치는 자의 말과 그의 인격 사이에 간격이 있다면 그것을 예리하게 판별해낼 수 있는 분별력을 주셔서, 배울 것은 배우되 배우지 않아야 할 것은 배우지 않게 하여주소서.

하나님, 주의 어린 자녀들이 삶의 의미를 찾아 번민할 때는 오히려 지극히 사소한 일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믿었던 친구가 배신하여 고통스러워 할 때는 그 고통으로 말미암아 더욱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아 주시고, 떠나간 옛 친구의 자리에 새로운 친구를 주시옵소서. 

학업이 원하는 만큼 진척되지 않아 자신감을 잃을 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미래가 불확실 하여 눈앞이 캄캄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 환한 빛이 되어 길을 밝혀 주시옵소서. 

자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여 철저하게 반성하되,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는 용서와 관용을 베풀 수 있는 큰마음을 주십시오. 

주여, 주의 어린 자녀들이 압도적인 제도적 악과 부정의 앞에 무력감을 느낄 때는 거기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세상의 불의로부터 도피하여 자신의 욕심과 계획에만 몰두할 때는 따끔한 깨우침을 주시옵소서. 

젊음이 핑계가 아니라 기회가 되게 해주시고,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준비되지 않은 가능성은 곧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환상과 같은 것이라는 점을 그들로 하여금 깨닫게 도와주십시오. 따라서 미래에 대한 큰 포부를 가지되,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준비된 사람을 쓴다는 점을 명심하고 학문과 인격을 연마하게 해주십시오.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이 겸손의 조건일지언정 교만함과 우월감의 조건이 되지 않게 해주시고, 신앙 활동이 결코 게으름이나 공부하지 않은 것의 핑계가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나님, 주의 어린 자녀들로 하여금 동서고금의 많은 고전을 통해 거대한 영혼들을 만나게 해주시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거목들 곁에서 그들의 키가 자랄 수 있게 해주시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로 하여금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고, 이 세상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하나님 나라를 앞당길 수 없으며, 내 스스로가 변하지 않고는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깨달아, 일상 속에서 거룩함을 발견하며 살 수 있게 도와주시옵소서.

하나님, 여기 선생들이 나름대로 성의를 다해서 가르치고 있지만 저희들의 학문과 인격과 믿음이 부족하고, 정성이 부족하여 도무지 저희들의 힘만으로는 주의 어린 자녀들을 저희들이 원하는 만큼 바르고, 당당하고, 정직하고, 숭고하게 키울 수 없사오니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기를 간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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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이후 류선생님께서 서울에 오셨을 때 선생님을 몇번 뵜고, 메일을 몇번 드렸고 선생님께 가장 긴 답장을 받는 기록을 여러번 갱신했다 (^^v) 선생님은 두줄, 세줄 촌철살인 메일이 주특기셨는데, 난 스무줄도 받아봤었다, 헤헤 그러고는 맨날 이번이 갱신이다, 이번이 갱신이다 하셨었지-

내가 좋아했던 다른 선생님도 한 분 더 계셨는데, 그 사실을 학교 다닐 땐 류선생님께 끝끝내 비밀로 했다가 졸업 전 사은회 때 딱걸렸다. 재학생 대표로 선생님께 편지를 썼는데 류선생님은 내가 당연히 본인에게 편지를 쓰셨을 거라고 생각하셨나보다. 하지만 류선생님은 너무 경쟁률이 높았고, 내가 좋아했던 다른 선생님은 그 때 막 부임했던 분이셔서 상대적으로 편지를 쓸 만큼 친한 사람이 없었다. 난 류선생님이 알면 안된다며 끝까지 편지를 거부했으나, 신선생님께 편지를 아무도 쓰지 않는 상황이 오는 건 또 막아야해서 결국 편지를 썼다 (무슨 교수님 양다리도 아니고 ㅋ) 결국 난 몇개월 후 서울에서 선생님께 처절한 복수를 당했다. 흑!

시간이 흐르고, 매우 사소한 일로 '완벽할 거라 생각했던' 선생님의 모습에 대한 나의 존경에 약간 금이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날 이후로 나는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참 어렸다. 지금은 여전히 이런 날이면 선생님이 그립고 생각나는데, 여전히 참 좋은데, 세월이 무책임하게 쌓이고 흘러버려서 더 이상 연락을 드리기가 어렵다. 대신 난 선생님의 글방에 들어가 글을 몰래 훔쳐읽고 이번에 출간하신 책은 나오자마자 바로 샀다.

우리학교는 기독교학교이면서도 '기독교문화' 라는 전공을 매우 경시하는 모순된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는데, 결국 기독교문화라는 전공은 '모두가 들어야 할 교양'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내세워 선생님은 현재 내가 졸업한 언론정보문화학부가 아닌, 교양학부에 계신다. 말도 안통하는 1학년 애들 데리고 수업을 하실 선생님의 고충이 눈에 훤하다. 나도 1학년 때는 선생님의 수업을 못알아들었다. 답답한 마음이 보지 않아도 보이는 듯 하다. 옛 제자들이 얼마나 그리우실까.

쌓여버린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이젠 안되겠다,며 메일을 한번 써야지, 써야지, 하지만 역시나 자꾸만 망설이고, 쓰지 못하게 되는 건 내가 지금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지 못함,이 가장 크다.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분명 알고는 계실테지만, 그리고 분명 내 삶을 선생님의 방식으로 응원해주실 게 분명하지만, 난 그래도 역시나 메일을 쓰지 못하겠다. 학교에 한 번 찾아가려 해도 원, 너무 멀어서 말이지 -_- 내년 스승의 날엔 선생님 좋아하시는 화개제다의 녹차와 함께 편지를 보내봐야지. 실은 올해 스승의 날 계획이었다. 매년 스승의 날마다 결심만 하는 건 아닌가몰라.

선생님의 그 '신기록 답장'을 찾아 올려본다. 흐흐- 벌써 3년도 더 된 편지. 이 때는 지금 있는 업종이 아니고 다른 업종에 있었는데, 나는 3개월만에 그만두고 나왔다. 그만두기 전 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러니까 이 편지에서 언급된 약속) 선생님이 이렇게 얘기를 하셨다.

"지금 니가 쓰고 있는 글에는 니가 없을 거다"

그 말이 맞았다. 그 글에는 내가 없었다. 나의 기술, 혹은 재주만 있었을 뿐 진짜 내가 없었고 그 곳을 나왔던 건 매우 잘한 일이라 믿는다.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제자에게 무조건적인 격려만을 보낼 수는 없었던 선생님, 또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 말씀하실지 궁금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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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선견지명, 있는 거야 없는 거야 -_-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2-17 22:27 
    내게 멘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 분은 대학시절 선생님이신데 선견지명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선생님 관련 글을 쓴지 불과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걸 선견지명이 있어서 쓴 건지,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쓰지 않았을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다시 쓰자니 너무 선생님 얘기를 울궈먹는 것만 같아 그냥 오늘의 태그는 이 글로 대신한다. (엮인 글)
 
 
웽스북스 2007-12-01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접기는 또 안되고 에잇!

마늘빵 2007-12-01 09:32   좋아요 0 | URL
접기는 여전히 안되시는군요. 간단한데... -_-
접고픈데를 위부터 아래까지 긁고 접기버튼 클릭 - 저장. 끝.

웽스북스 2007-12-01 09:47   좋아요 0 | URL
어어어 됐어요 됐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고 기뻐하는중 ㅋㅋ

마노아 2007-12-0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스런 기도였어요. 아름다운 사제지간이군요. 웬디님은 부자세요.

웽스북스 2007-12-01 23:28   좋아요 0 | URL
아흑 하지만 연락을 못드리고 있다는 거 ㅠ_ㅠ
 




예전에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는 '모순'이라는 컨셉에 의거해 나를 종종 소개하곤 했다
내가 완전 모순덩어리다, 하는 거 보면 말되는 게 거의 없다 -_-
앞뒤가 맞는 것도 별로 없다

나는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면서도,
오늘의 날씨에 별 관심이 없다
집에서 나올 때 비가 안오면 우산은 거의 안들고다니고
가끔 보일러 펑펑 틀어놓은 집이 따뜻하다고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된통 추운 적도 많았다


오늘 비온다는 소식 있더라,라는 동기의 말에는
그래?

근데 눈올 것 같아요,라는 앞자리 초록별씨의 말에는
하하, 그래요? 난 그런 거 잘 못느껴요-

내가 멍청해서 꼭 닥쳐야 안다, 날씨를-
근데 닥치면 너무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것도 문제


그런데 저녁에 정말 교회 아동부 제자한테 문자가 왔다
눈이와요

회사에 있던 나는 얼른 회의실 창가로 뛰어갔다, 그리고 답장
여긴 안오네, 그래도 고마워 ^^


그리고 잠시 후, 날아온 사내쪽지
밖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건 사내쪽지니까 맞는거지?
창가로 달려가 눈을 본다
와, 정말 많이 내리는구나, 이런 건 맞아줘야지,

일을 정리하고 퇴근을 준비한다


그러나 우물우물하는 사이에, 눈이 비로 바뀌었다
결국 비를 맞으며 퇴근한 셈

올해 아직 눈은 안맞은거야, 그래 안맞은거야, 라고 하는 순간
코트위로 간간히 덩어리진 것들이 보인다
니들, 눈이니? ㅠ (안쳐줘 안쳐줘)



난 올해의 첫눈을 봤지만,
아직 올해의 첫눈을 맞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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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11-1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올해의 첫눈을 봤지만,
아직 올해의 첫눈을 맞지 않았어 2

웽스북스 2007-11-19 23: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어디서 보셨나요? 저처럼 우울하게 회사에서 보신 건 아니죠?

2007-11-20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0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7-11-2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지도 못했습니다.

웽스북스 2007-11-22 00:25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은 그럼 도넛공주님만의 첫눈을 보면 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