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이 된 Y씨가 내게 서른이 된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어

스물 아홉이 막 됐을 때는, 내가 막 무언가를 마무리해야 하고 결산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서른이 되니, 다시 뭔가를 막 잘 시작하고, 다져놓아야 되는건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더 실감나는 건...

오늘 우리 지구가 나에게 선생님이 몇살이에요, 라고 물었거든?
우리 아이들은 내 나이를 항상 궁금해했어.
왜냐면 나는 항상 내가 백살이라고 답했었거든

그런데, 서른이 되고 나니까, 나는
내가 백살이라고도, 서른살이라고도 말하지 못하겠는거야.


여기까지 말했을 때 K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하여, 나는 뒤이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지구에게, 여러 번 머뭇 머뭇 하다가
응, 선생님은 지구를 처음 만났을 때 이십대 초반이었고 올해는 서른살이야.
라고 이야기를 했다.

서른살이야, 라고 씩씩하게 스스로를 정의하는 순간이
봉순이를 이야기하며 껄껄 웃으면서도 목에 뭔가 메이는 것 같았다는 토지의 석이처럼
꽤 모순적인 마음에 계속 어색했으며,
그 후에도 한참이나 서른살, 서른살, 계속 내 나이를 곱씹어야 했다.


사실 나는 스물 여섯살 때부터, 사실 내 나이에 적응을 잘 못했고
적응을 할때쯤 되면 한살씩 더 먹어서 다시 적응이 안되고 했었는데
그러니까, 내가 지금 내 나이에 적응을 못하는 건
꼭 서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한살을 더 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 한 살 더 먹은 나이가 서른이라는 사실은
어쩐지 내가 내 나이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조차도
꽤 민망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끊임없이 내 나이에 적응한 척, 쉽게 받아들이는 척...


(그리고 난 이 글의 제목을 서른, 이라고 썼다가 지워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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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05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나이에 왜 그렇게 신경 써요?
서른이나 쉰이나 정신세계는 별로 변한게 없더라고요.ㅜㅜ

웽스북스 2009-01-05 09:34   좋아요 0 | URL
전 스무살과 서른살의 정신세계에
엄청난 간극이 있어요 아, 이것도 문제

보석 2009-01-05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 되었을 때는 몰랐는데 그 뒤로 기분이 묘하네요.ㅎㅎ

웽스북스 2009-01-05 09:34   좋아요 0 | URL
아, 그냥 좀 미리 진상을 떨고 있는거군요 제가. 하하. ㅜㅜ

시비돌이 2009-01-05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하게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웽스북스 2009-01-05 09:35   좋아요 0 | URL
시비돌이님, 시비돌이님도 쿨해질 수는 없는 종류의 인간 아니었던가요. 하하.

Mephistopheles 2009-01-05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은 과연 언제쯤 30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어쩌면...39에 빠져나올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그땐 40에 대한 딜레마가 도래하겠죠..^^

시비돌이 2009-01-05 04:01   좋아요 0 | URL
이거 악플이죠? ㅋㅋ

Mephistopheles 2009-01-05 09:27   좋아요 0 | URL
뜨끔! (맞다 누군가의 정의에 의하면 이것도 악플이겠구나..)

마늘빵 2009-01-05 09:29   좋아요 0 | URL
이거 악플 맞아요 =333

웽스북스 2009-01-05 09:35   좋아요 0 | URL
밤에 퐁당 빠졌다가 아침에 나옵니다. 무한반복이에요. ㅋㅋ
(서른이 되니 안달리던 악플도 달리는군요 으으..ㅋㅋ)

마늘빵 2009-01-0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으로 보면 그나마 좋은거죠. 나는 왜 원래보다 더 많게 볼까.

웽스북스 2009-01-05 09:3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아프님은 꽃미남이잖아요. ㅎ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09-01-05 09:39   좋아요 0 | URL
꽃미남(X) 꽃.중.년(o) =3=3=3=3=3

웽스북스 2009-01-05 10:01   좋아요 0 | URL
꽃중년은 메피님 아니었던가요? ㅋㅋ

깐따삐야 2009-01-05 12:15   좋아요 0 | URL
메피님은 '꼭'중년이에요. 케케케.

Mephistopheles 2009-01-05 14:15   좋아요 0 | URL
흥흥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댓글하나에 깐따님은 칼국수와 등갈비와 간장게장을 날리셨습니다!)

웽스북스 2009-01-05 12:54   좋아요 0 | URL
메피님 꼭 그런것만은 아니죠 ;p

ㅋㅋㅋㅋㅋㅋ

마늘빵 2009-01-05 17:55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이 이래서 좋다니깐. ^^ 메피님은 '꼭'중년.

웽스북스 2009-01-05 22:53   좋아요 0 | URL
왜이러세요 아프님
메피님은 꽃중년이십니다

(날아간 칼국수 등갈비 간장게장을 아쉬워하며 샤브샤브라도 건져보려는 1인)

BRINY 2009-01-0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과 서른살의 정신세계에 엄청난 간극이 있다...저도 그랬거든요. 철모르는 대학초년생에서 20대 중반에 갑작스레 많은 일을 겪게 되면서 스무살때 생각하던 서른과는 무척이나 다른 서른살을 맞았지만, 그게 나쁘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낼모레 마흔이지만 여전히 나이에 적응못하고 살기는 마찬가지구, 이젠 그러려니~하고 있죠.자포자기가 섞인 '그러려니~'이지만, 그것도 그러려니~

웽스북스 2009-01-05 12:56   좋아요 0 | URL
으으으 맞아요 전 정말 대학교 1학년 때 어린이같았어요.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하하하, 막 웃음이 나와요
그때 시집장가가고 했던 옛날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가정을 이루고 살았을까.. ㅎㅎ

깐따삐야 2009-01-0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S옹주가 놀러왔었는데 이젠 막 아줌마삘 난다고 놀려가지구 아줌마임을 세번 부정했다는.ㅠ
웬디양님이라도 부디 의연한 대처를...!

웽스북스 2009-01-05 12:56   좋아요 0 | URL
S 옹주야, 너도 금방이다, 라고 말하면
S 옹주는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그러는동안 깐따삐야님은 안 늙냐고 ㅜㅜ

Mephistopheles 2009-01-05 14:16   좋아요 0 | URL
혹시 첫닭이 울기 전에 3번 부정하셨나요..??

웽스북스 2009-01-05 14:38   좋아요 0 | URL
깐따삐드로? ㅋㅋ

메르헨 2009-01-0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말이죠...오늘 페이퍼 쓰다가 서른 셋...이라는걸 알고 놀랐어요.
그냥 한해가 가고 오는구나 했지요.나이가 한살 더 먹는거구나 하는걸 잊어버린거죠.
그러면서도 아들래미는 올해 여섯살이 된다는걸 아주 확실히 기억하고 말해주고 있었거덩요.
암턴...왜 일케 한해가 빠른걸까요? 체체쳇...ㅡㅡ^

웽스북스 2009-01-05 22:54   좋아요 0 | URL
아, 메르헨님, 정말 예쁜 나이에 결혼하셨네요
예쁜 신부였겠어요

요즘은 참 신부도 젊어야 예쁘구나, 뭐 이런것들을
결혼식 갈 때마다 생각한다는 ㅜ

무스탕 2009-01-0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정성이 초등학교 1학년때까지만해도 애를 속여먹었거든요?
엄마 몇살이야? 물으면 서른둘~ 하고 대답을 해 줬는데 이젠 이녀석이 엄마 나이를 알아서 속이지도 못해요 -_-
조금만 더 나이들어서 애들 키워보세요. 세상에 속일 넘 하나도 없다니까요..

웽스북스 2009-01-05 22: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정성이같은 아들 있었으면 속일 생각 못했을 거에요.

마노아 2009-01-0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독 서른살에는 사람들이 민감해지더라구요. 제 주변에선 서른 살 되기 전에 우울증 걸려서 주변 사람들 지치게 한 사람도 있었어요. 금방 익숙해지더만요.^^

웽스북스 2009-01-08 01:48   좋아요 0 | URL
어이쿠,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해야 하는데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

10대가 될땐 별생각 없고
20대가 될땐 왠지 신나니까
30대가 될때 비로소 뭔가 인식이 좀 새로워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_^
 



어제, 노트북 어댑터가 나가는 바람에
(삐직! 하고 타버린 사건 ㅜ)
몽글몽글 올라오던 새해 결심들은 그저
사그라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컴퓨터를 쓰는 수도 있었겠지만,
내 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의 컴퓨터로
그런 걸 잘 못하는 게, 또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제서야 옮겨보는 나의 새해 다짐..




얼마 전 한밀과 통화할 때였다

한밀아, 누나가 다시 피아노를 치기로 했어
오홋, 그래? 축하해요
응응 2010년에는 반주자로 찬양단에 복귀해볼까봐
하하하, 누나는 잘할 거야~
크크 고마워~
응, 그리고 누나 내가 복사해준거
응? 뭐?
하농, 그건 꼭 연습할 때마다 치는 거 잊지 말고


두둥.
나는 그만 입이 쭉 나와버렸다. 잊고 있었는데.

아, 맞다. 그런데, 한밀아, 나 그거 너무 지루한데
그래도 누나, 그건 꼭 해야돼, 그래야 조바꿈이 익숙해지거든. 그래야 실력도 많이 늘어.


사실 모르는바 아니지만.
하농을 치고있으면, 나는 (잘 치지도 못하면서)
자꾸 새콤달콤한 다른 곡들을 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아아 얼른 치고, 저거 연습해야지. 할게 태산인데..
아아, 오늘은 땡땡이치고, 그냥 저것부터 해야지


기초를, 기본을 무시한 채
자꾸만 다른 것들로 눈길이 가는 것
그래서 그것을 뛰어넘은 듯 보이지만,
실은 일정 부분의 한계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그게 내가 안고 있는 모순이자 한계이다


치료되지 않는 검은 건반 공포증을
하농을 연습함으로써 고쳐야 하는 것처럼,
나는 익숙하지 않은 기초들을 지속적으로 닦음으로써,
나 자신의 토대를 조금씩 굳건히 해나가야만
내 안에 가지고 있는 많은 공포,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하농을 열심히 치기로 했다

피아노를 연습할 때 뿐만 아니라,
연습이 없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도 말이다


그리하여, 31일, 집으로 오는 길에
일찌감치 정했던 2009년의 표어는

'하농을 치는 마음' 이다.


스페셜 땡스 투 이한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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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1-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콤달콤까지는 아니어도 하농도 나름대로 멜로디가 있죠. 두두루두루 막 이렇게. ㅡ,.ㅜ; 하농을 치는 마음, 저도 콜!

웽스북스 2009-01-03 01:43   좋아요 0 | URL
응 있긴 있는데요.. 그게 우리 한밀이가 복사해준 악보가.. 저기..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조바꿔가면서 치는 그 음계라서... 쩝쩝 ㄷㄷ

hnine 2009-01-0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하기 전의 준비 운동이 중요하듯이~ ^^(알면서 한번도 준비 운동하고 수영한 적이 없듯이 ^^)

웽스북스 2009-01-03 01:43   좋아요 0 | URL
심지어 저는 수영도 못하고요 ^_^ ㅜ_ㅜ

2009-01-02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9-01-0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농은 정말 모두의 미움을 받는군요.그래도 열심히 하시는 새해되시길 바라요! 연애하시고요!

웽스북스 2009-01-03 01:45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 일주일에 한번씩 저한테 그렇게 세뇌시켜주실래요? ㅋ
그러지 않음 아무래도 까먹을 것 같슴다. ㅋㅋ

제가 하농을 그리 미워하는 건 아닌데요.. (어릴 땐 오히려 좋아하기도- 스타카토로 치는건 싫어하고 붓점은 좋아했어요)지금은 제가 참을성이 많이 없어졌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ㅜㅜ

마노아 2009-01-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연주회 이후 3주 뒤에 다음 레슨이 잡혀버렸어요. 연말 연시라고 바쁘다고 연습 땡땡이 중.. 이 페이퍼 보고 반성해서 피아노 연습하려구요. 웬디님 화이팅!

웽스북스 2009-01-03 01:45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노아님이 저보다 오십배쯤 잘치실걸요? 흐흐.

프레이야 2009-01-0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농을 치는 마음, 초지일관 하시길요..
아니다, 연말쯤엔 다른 작품을 근사하게 연주하고 계실 웬디양님^^

웽스북스 2009-01-05 02:04   좋아요 0 | URL
제 연주를 들으시면 종소리같은 미소를 못지으실지도 몰라요 혜경님 ㅋ
 



1

결국 지구를 맡게됐다. (앗, 이런 캡틴플래닛같은 발언? ㅋ)

지구는 학교를 휴학하고 2002년 처음 아동부 교사를 맡았을 때 담임을 맡았던 아이라 나에게는 좀 각별한데 우여곡절 끝에 올 해, 중3이 된 지구를 다시 맡게 됐다. 작년 지구를 맡으셨던 S선생님이 의외로 너무 힘들어서, 나 역시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어쩐지 지구에게 나만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을 것 같다는 마음에 선뜻 그러겠다 했다. 사실 바랐던 일이기도 하고.

2

예배에 있어서의 올해의 키워드는 마이크를 내려놓다,가 아닌가 싶다. 아동부에서 잡았던 마이크, 찬양단으로 잡았던 마이크 다 내려놓고 뒤에서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넘기고, 묵묵히 한 아이의 선생님이 되는 것. (우리 교회는 작아서 내가 맡은 아이가 한명 뿐이다) 부족하기 그지없는 자가 마이크를 들었다는 게 그간 나의 가장 큰 부담이었나보다. 전혀 줄지 않은 사역량에도 (-_-) 마음이 편안한 걸 보니. 부디 내년 한해, 사람들 앞에서 들었던 마이크를 나에게로, 하나님께로 기울일 수 있길. 그러기 위해서는 또 몇가지 결심들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3

작년에 이은 송년회. M언니가 빠진 걸 제외하면 멤버는 그대로이나, 우리는 좀 더 서로에게 할 말이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 참 다행스럽기도 하고. 지난 번에도 잠깐 얘기했지만, 나는 그나마 올 한해 스스로 기특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고맙다는 말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데, 오늘도 서로 카드를 쓰는 과정에서,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계속해서 내 삶 속에 존재해줬으면 좋겠다고. 표현은 모두에게 달랐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 말이었던 것 같다. 아, 이 말이 이렇게 진심으로 툭툭툭 튀어나올 줄이야. 내년에는 좀 더 적은 사람들을 깊게 만나고 싶다. 난 진심으로, 내가 그랬으면 좋겠다. 누구 말처럼, 만인의 연인(만인도 나도 인정할 수는 없지만 -_-)이 아닌, 소수의 사람들과 더욱 깊고 친밀한 누군가이길.

4

내일(30일)이면, 진짜 '내일모레'가 서른인 날이다. 고백하자면, 좀 난감하다. 정말. 하하하. 그렇다, 오늘의 우리는 사실 총체적 난국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하. 좀 살아보겠다고 그렇게 발악을 하던 우리의 내년 한 해가 어떨지, 참 궁금하다. 과연 우리는, 오늘 이야기한 내년의 가정을 현실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한가지 사실은, 내년에도 그렇게 여전히 서로의 삶에 존재해줄 것이라는 것.

5

올해의 문장으로 나는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며를 꼽았다. 이 시 앞에 서면 나는 또 난감해진다. (난감하다,라는 표현이 이렇게 유용한 삶이라니 -_-) 올해는 나 자신이 참 작은 존재라는 걸 끊임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한 한 해였다고,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며, 정작 큰 일 앞에서는 속수무책해지는 나 자신의 작음 앞에, 나는 어찌해야할 바를 잘 몰랐고, 또 여전히 잘 모르겠고 그렇다.


* 지금 듣고있는 게 오, 사랑! 이라 제목이 이모양이다. 하하. (제목달기 너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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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2-29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이름이 지구예요? ^^

웽스북스 2008-12-29 12:06   좋아요 0 | URL
넹넹 김지구 ㅋㅋ
돌림자가 '구'라서 부모님이 고심좀 한 이름 ㅋㅋ

무스탕 2008-12-2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와타리 사키라는 일본 작가가 그린 '나의 지구를 지켜줘' 라는 만화책 보셨어요?
끝내주는 책이에요!! ^^b

웽스북스 2008-12-29 12:10   좋아요 0 | URL
오홋! 그렇군요~ ㅎㅎ 어쩐지 우리 지구를 위해서 봐야할 것 같은데 말이죠. ㅋㅋ

깐따삐야 2008-12-2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하핫! 드디어 웬디 요정이 지구를 맡기로 했군요.
2 묵묵히 한 아이의 선생님이 되는 것. 좋아요.^^
3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근데 결혼하면 인간관계의 폭이 더욱 좁아진다는. ㅠ
4 헉! 내년의 가정을 내년에 가정을 일군다는 말로 보았다는. 연애하셔용.
5 그걸 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행인 것 같아요. 사소한 것이나 큰 것이나 그저 무대뽀로 나오는 뻔뻔함이 더 큰일이죠. 나이 먹을수록 그러지 말아야 할텐데 말여요.

웽스북스 2008-12-31 00:59   좋아요 0 | URL
1. 헤헷 웬디 요정이 지구를 지켜야 되는데, 나는 웬디 사람이어서 큰일이에요.
2. 깐따삐야님도 내년에는 선생님 모드로 돌아가겠지요?
3. 어욱 그렇구나 ㅜㅜ
4. 으하하하. 내년에 가정을 일구려면 얼른 만나야할텐데.
5. 그러게말이에요. 그래도 조금씩 자신을 키워나갈 수 있어야할텐데 으흑.

순오기 2008-12-2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지구~~ 넌 복있는 녀석이 분명해!!

웽스북스 2008-12-31 00:59   좋아요 0 | URL
앗 감사드려요 순오기님 (__)

L.SHIN 2008-12-30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지구를 맡게 되었다' 에서 화들짝 놀란 지구 담당 외계인...-_-
(결국 다른 댓글 보고서야 '중3 된 지구'가 무슨 뜻인지 알은..으하하하핫..;;)

4. 제 주변에도 웬디님처럼 '내일모레가 서른이야~'를 입에 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죠. 생일날 계란 30개를 삶아주겠다고.
웬디님도 같이..?

웽스북스 2008-12-31 01:00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 너무해요 너무해요
전 삶은 계란은 두개 이상 못먹어요. ㅋㅋ

지구 담당 엘신님, 우리 지구좀 맡아주세요. 흐흐흐.

L.SHIN 2008-12-31 07:26   좋아요 0 | URL
케챱도..같이 줄게요.
그럼, 목이 메이지는 않을 것...으하하핫..;; ( -_-)

니나 2008-12-3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대도 이십대와 똑같을 까봐 난감하다 (김훈 난감 따라하기)

웽스북스 2008-12-31 01:00   좋아요 0 | URL
아주 우리 그냥 난감해 꽂힌거지.
계속 난감함에 꽂혀 있을까봐 난감하다.
(난감 넌사과)

니나 2009-01-02 22:05   좋아요 0 | URL
감사드려~ 주께 감사드려~ (이 찬양부를때마다 난감ㅋ,)

웽스북스 2009-01-03 01:45   좋아요 0 | URL
이 찬양 부를 때 니가 감이면,
나는 주님께 널 사드리면 되는 거지? ㅋㅋ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한 사람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좋은 일을 좋다 말할 수 있고,
부끄러운 일을 부끄럽다 말할 줄 알고,

가는 해 속수무책으로 보내지 않고, 제법 정리하고 나눌 줄도 알게 되고,
오는 해 앞에 무리한 계획들 앞세우지 않으며 차근차근 시작하게 되기도 하고,
언제부터인가 근사한 자리보다는 소박하고 진중한 자리를 더 선호하는,  


제법 의젓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물론 완성형은 아니지,
언제나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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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12-0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깔끔한 送이네요.
언제나 진행형.
제 서재 이름도 '무슨무슨 진행형' 아니겠습니까 ^^
전 아직도 별로 의젓하게 마무리를 못하고 있어요.

웽스북스 2008-12-07 22:40   좋아요 0 | URL
헤헤 저도 작년에 비해, 재작년에 비해, 조금씩 의젓해지고 있다는 거지,
완전 의젓해, 이건 아니에요. ㅎㅎ

그래서 우리가 진행형 인간들인가보아요 hnine님
hnine님은 저보다 훠얼씬 더 많이 진행된 것 같은데요 뭘 ^-^

순오기 2008-12-0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좋아요! ^^

웽스북스 2008-12-07 22:40   좋아요 0 | URL
헤헤 오기님, 그럼 저 세컨드 삼아주시렵니까 ㅋㅋㅋ

L.SHIN 2008-12-0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 사진이 멋지군요.^^
웬디님의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살짝 엿보입니다.(웃음)

웽스북스 2008-12-08 01:11   좋아요 0 | URL
하하 루나와 마에를 벗어버리니
어쩐지 허전해요. 너무 많은 것을 떨쳐낸 것만 같아요.
 





확실히 12월 1일과 11월 30일은 느낌이 다르다. 특히나 서른 살을 한달 앞두고 있는 스물아홉 아가씨는 더 그런건가. 다른 1일과는 달리, 오늘은 유난스럽게도 12월이다, 를 외치는 사람이 많았고, 그 와중에 나는, 이제 한달 있으면 서른이군, 이라는 생각을 자의에 의해서, 또 타의에 의해서 여러 번 하게 됐다.

사실 생각보다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라고 말하면서 나는, 한 스물 일곱, 여덟살 때부터 예방 주사를 한 스무번은 맞았던 것 같아서, 그래서 정작 서른 앞에서는 꽤나 의연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모아놓은 돈도, 특별한 사회적 기반도, 장래를 함께할 듬직한 누군가도 없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서른 살을 맞이하게 됐지만, 게다가 스스로의 인간적/인격적 완성도도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중이지만,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통해, 아마도 그럴 거야, 라고 스스로를 계속 주입시켜와서 그런지, 말 그대로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냥 막연히 서른이 아니라, 상황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것들을, 이를테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라는 질문에 서른이요, 라고 답하는 상황 하나만 상상해봐도 굉장히 스스로 적응이 어렵고 소스라치게 놀랍다. 설문조사 하나를 참여하더라도 이젠 25-29세가 아닌 30-34세에 체크하게 될 스스로를 낯설어할 내 자신을 상상하는 일이 낯설고, 지금은 장난처럼 만 나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타인에게 더욱 구차스럽게 여겨질 것이라는 걸 짐작하는 일 역시 유쾌하지만은 않다.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 역시, 12월의 첫날에 다시한 번 맞는 예방주사인 셈이다.


이십대에는 늘 한살 한살 먹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놀랐고, 내 나이에 적응하지 못했고, 내 나이를 사랑하지도 못했다. 삼십대 때는(이라고 쓰는 순간도 징그럽게 어색하다) 부디 매 순간 나의 나이를 사랑할 수 있길, 그리고 그 사랑에 걸맞는 사람이 되길. 감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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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2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8-12-02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서른 별거 없어요;;;
2000년 밀레니엄이 그랬듯이... 흐흐

웽스북스 2008-12-03 02:26   좋아요 0 | URL
밀레니엄 비유, 아, 적절하다...^^

L.SHIN 2008-12-02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순간, '내가 20대 때는..' 이라는 서두를 내밀며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는 날이
올겁니다.(웃음) 하지만 그거,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아요.
'내가 어른이구나' '이제야 제대로 어른 대접 받는구나' 라는 것을 느끼는 날이
'이제 나이 먹었네'보다 훨씬 많아서 나름대로 자신이 대견 스러울 때도 있으니까.
아직 20대인줄 알고 약간 무시하고 들어왔다가도, '서른입니다' 라고 말하면 상대방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눈치 챈다면, 그리고 29나 30이나 별로 차이 없는 자신을 깨달으면
그깟 숫자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게 될테니까. 괜찮아요.^^

웽스북스 2008-12-03 02:2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하긴 전 스무살 시절 얘기하면서
나 어릴 땐 그랬잖아,
뭐 이런 표현 쓰곤 해요. ㅎㅎㅎ

이제 저 어른대접 해주세요 엘신님 ㅎㅎ

Mephistopheles 2008-12-0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이제 웬디양님의 "발랄"에 "연륜"이라는 아이템이 장착되는 순간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웽스북스 2008-12-03 02:27   좋아요 0 | URL
발랄연륜 괜찮은데요
내년도 컨셉으로 밀까보다 ㅋㅋ

순오기 2008-12-0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라고 말하게 될 웬디양과 딱 강산 두번의 차이군요.ㅜㅜ
그 나이때는 정말 좋았는데~ 이러면서 내 나이를 생각한다누.ㅜㅜ

웽스북스 2008-12-03 02:2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지금도 정말 좋아보이는걸요~ ^_^

네꼬 2008-12-0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서른이 되면 징그러워요? 내가 징그러워요? ㅠㅠ (야야 징그럽다, 야.--> 내가 나에게. 흑흑.)

2008-12-03 0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12-0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어릴때 그렇잖아요. 매해 보는 어른들이 매해 나이를 물어요. 매해 대답해주면서 이런 도대체 다들 기억을 똥꾸멍으로 하는거야? 작년 나이에 한살 더 보태면 되잖아? 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저는 다른사람의 나이를 기억하지 못해요. 몇년생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의 나이도 70년부터80년까지는 계산이 가능하지만 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생년은 들어봤자 나이 계산이 안되요. 그리고 다음에 또 물어요. 몇살이라 그랬죠? 정말이지 제가 기억을 못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는 언니 동생이고 오빠 동생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땐 다 동생이라서 그들이 스물둘, 이든 스물일곱, 이든 저한테는 마찬가지더라구요.

제가 나이를 물을때마다 도대체 이 여자의 뇌는 똥꾸멍에 박힌건가, 라고 생각하는 어린 청춘들이 꽤 있을거라고 저는 지금 생각을 해요.


웬디양님은 이렇게, 모아놓은 돈도, 특별한 사회적 기반도, 장래를 함께할 듬직한 누군가도 없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서른 살을 맞이하게 됐지만,
이렇게, 모아놓은 돈도, 특별한 사회적 기반도, 장래를 함께할 듬직한 누군가도 없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서른 살을 훌쩍 지났어요, 저는.

네꼬 2008-12-03 22:24   좋아요 0 | URL
다들 기억을 똥꾸멍으로 하는거야?
다들 기억을 똥꾸멍으로 하는거야?
다들 기억을 똥꾸멍으로 하는거야?

아아아 나는 다락님이 정말로 너무 좋아. 지나치게 좋아. 정말 좋아. 아아아. 안 그래요, 웬디양님? 이 여자의 뇌는 똥꾸멍에 박힌 건가,라니.크핫. >.<


웽스북스 2008-12-04 12:2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도저도 완전 그래요~ ㅎㅎㅎ
있죠~ 저는 더 심각하게 너가 올해 4학년인가? 이러면 중 3이고 막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죠 ;;; 저는 똥꾸멍으로도 기억을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예전에 후배들한테 학번 물어봤을 때,

네, 저는 02학번이고, 얘는 03인데 3수했고요, 얘는 그냥 03이에요, 뭐 이런 얘기를 하는데, 그래서 니들 셋이 뭐가 다른데? 라고 했었죠. (여전히 01학번 밑으로는 애들이 몇살인지 계산도 안되고, 정말 06학번이라는 본적도 없고 머리에 피도 안말랐을 것 같은 학번이 내년에는 4학년인건가 싶고 그래요)

네꼬님, 다락방님 진짜 너무 웃겨요. 이건 꼭 다락방님 말투를 상상하면서 읽어야 해요. 그래야 애정이 스무배가 된다니까요~ ^_^ (우리 다락방님 만나면 꼭 시켜봐요, 다들 기억을 똥꾸멍으로 하는거야?)

메르헨 2008-12-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말이죠...직장언니들을 만났는데 그 모임에서 제가 가장 어려요.
그 언니들 왈 모임 할 때마다 묻습니다.
너 올해 몇이었지?
스물 여섯? 아니 스물 여덟? 서른은 아직 아니잖아 그치?
좌절합니다.
이미 서른하고 두살이다 더 먹었다구요.하핫...^^
댁들만 나이 먹는게 아니라구 나도 먹는다구. 그럽니다.
서른...멋모르고 지나갔어요.
이미 인생의 중요하다는 걸 거의 다 이루었기 때문인듯...취업,결혼,출산...
지금 생각하면 이십대를 좀 격~하게 보내볼걸...그랬습니다.^^

웽스북스 2008-12-04 12:2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메르헨님 완전 완전 동안이신가봐요.

이십대에 취업, 결혼, 출산을 다 하셨군요. 제 이십대의 목표는...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아니고... 인간이 되는거였는데, 그래도 깨달은게 있다면, 저 목표는,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되는 거구나, 뭐 이런거.

얼마 전 결혼한 친구 집들이를 갔더니, 결혼하고나서 제일 좋은건, 누구나 한번은 해야하는 저 시끌벅적한 통과의례를 자기는 이미 했다,는 안정감이래요. 하핫. 격~하지 않을 수 있었으면 안하는 쪽이 좋을 수도 있지요. ^_^ 격하게 보다는 '신나게'를 선택할래요. 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