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should we do?

Who are we?

Why should we be?

What are beings?

Why does being happen?


Philosophising proceeds out of these questions upward into unity."


하이데거의 이른바 <블랙 노트북 1931-1938>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문구이다. 그 앞에 순간 멈추든지, 무심히 지나치든지 둘 중 하나다. 후자일 수 있다. 저런 것은 철학이 아니라 감상적인 넋두리야, 말하자면 철학의 타락이야, 이렇게 되뇌이면서. 


그러나 순간 심각해지면서 바삐 흘러가는 사고가 멈출 수도 있다. 일종의 화두 앞에 선 것과 같이. 철학이란 과연 무엇인가? 혹은 철학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예컨대, 럿셀의 기술구 이론이나 인식론에 있어서의 게티어 문제, 혹은 콰인의 존재론적 커밋먼트에 대해 궁구하고 있었다고 해보자. 이런 류의 탐구는 안전하다. '철학적’ 문제들을 분석가능한 수준으로 환원한 뒤 그 환원의 영역 안에 머물수 있게 해준다. 문제를 순수하게 문제로만 다룰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테크니컬한 철학은 논리학이나 수학과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은 안전하다. 그러나 안전함의 이면은 지루함, 권태일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철학인가? 과연? 그리하여 권태는 환원 이전을 꿈꾼다. 환원 이전에 대해 말하는 방법이 있을까? 그것이 단지 넋두리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보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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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튭으로 개표 결과를 내내 지켜보았고 윤석열의 이름 옆에 유력이 떴을 때도 포기하지 않았다. 저녁으로, 그 날 먹기로 되어 있던 그 음식인 치킨을 먹었는데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는 머리가 심하게 아파왔다. 아, 현실이라니...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저렇게 저열한 대통령이라니...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를 놓고는 후보 역량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에 나는 한 톨의 의심도 없이 이재명의 당선을 확신했었다. 이제 패배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단순하게 생각하려 한다. 60대 이상의 투표율과 득표율이 너무 높았다. 또 하나, 기이한 마법. 20대 남자와 60 대 이상 유권자의 투표 성향이 일치한다는 것! --- 예컨대, 이곳 영국에서의 브렉싯 투표는 세대 대결이었고, EU 잔류파인 젊은이들의 패배로 끝났다. 그걸 보면서 나는 내가 앞으로 노인 세대가 되면 젊은 세대의 의향을 따라 투표하리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제 느끼는 것은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선거 운동을 펼친 이재명에 대해서는 존경을 표하고 싶다. 선거 운동 내내 박빙 열세, 혹은 완연한 열세였음에도 굽힘없이 정책 대결로 끌고 간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재명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스스로 말했듯이 한국의 시민과 역사를 믿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좌절을 겪었지만 역사는 원래 그런 식으로 흘러 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재는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 어떤 것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하여 선진국의 막차를 탄 어머 어마한 나라다. 말 그대로 쉼 없이 달려왔다. 내 관점에서 이재명이란 그렇게 내달려 온 스스로에 대해 되돌아 보는 기회를 의미했다. 그 쉼없음에서 기인하는 피로에 대해. 나는 이번 대선 패배를 그 누적된 피로의 한 양상이라고 본다. 그것은 성찰되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가적 수준에서든, 개인적 영역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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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지난 금요일 아내와 런던 한국 대사관에 갔다. 나는 새 여권을 찾으러, 아내는 투표를 하러. (아쉽지만 여권 문제로 나는 이번에 투표를 할 수 없다.)  


대사관 앞에는 주로 20대로 보이는 10여 명의 젊은 남녀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순간 긴장했다. 2030 세대가 윤 지지가 많다고 해서. 옛날에, 투표하러 갈 때마다 길게 늘어선 노인들의 줄에 좌절감을 맛보던 기억도 났다. --- 그러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런 인상들은 대부분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예를 들면,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선거 때 대사관 투표소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래서 나는 영국 재외국민 투표는 문재인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이와 달랐다. 내 기억에 5.5:4.5로 박근혜가 더 많은 표를 가져갔다. 


한동안 한국 뉴스를 보지 않았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코로나 2차(혹은 3차) 파동이 시작될 즈음 JTBC 뉴스가 보도한 "잃어버린 10개월" 이라는 뉴스였다. --- 한국의 언론은 정말 심각하다. 이런 걸로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고 스트레스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가을께, 부동산 양도세 고지서가 한국에서 날아왔다. 자연스레 한국 뉴스를 토막 토막 접하게 되었고 이재명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고, 대장동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우선, 이낙연이 아니라 이재명이 후보가 되었다는 것에 놀랐다. 많은 추문이 따라다니는 사람인데 본선에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전에 한국에 갔을 때 어떤 분이 이재명에 대해, 그러니까 요즘 말로 내게 "영업"을 하려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딱 한 마디로 그 분의 말문을 닫게 했다. "한국도 이제 지지고 볶고, 역경을 이겨내고 올라온, 그런 스토리를 가진 사람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안정적인 경력을 쌓은, 그리하여 좀 더 온건하고 둥글둥글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정치는 한국의 발목을 잡는 공적 일호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정치가 좀 더 부드러워졌으면 한다. 정치가 지나치게 정략적이지 않았다면 앞서 말한 JTBC의 뉴스같은 것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안철수 같은 중도적 인물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물론, 정치계 외부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은 가장 큰 확률로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러나 이번에 대장동 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이재명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보고나니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결론만 얘기하면 이재명은 지금 시기 한국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러한 대통령이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지금 여론 조사 결과가 이재명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지만 나는 단 한번도 이재명의 당선을 의심해보지 않았다. 야당 후보의 역량이 너무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의 한국에 그런 후보는 가당치도 않다. 작년 가을께 어느 유튭에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다워 보여야 한다고 하더라. 지난 삼일절에 이재명이 명동 유세하는 토막을 보았는데 거기서 이재명은 대통령처럼 보였다. 그때부터 이재명은 계속 대통령처럼 보인다. 다행히 어젠가 안철수가 사퇴를 했기 때문에 이재명은 과반 득표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이 지금 어마어마한 위기를 맞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한국의 시민들이 나서서 이 위기기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잘 막아낼 것이다. 그것이 곧 한국의 실력이다. 다만, 내가 그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더 솔직히 말하면 미안하기까지 하다. 암튼 그래서 횡설수설이기는 하지만 글을 한 편 올리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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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부터 해왔던 작업. 정글을 밀어내고 땅을 고르고 등등. 한 두어 달 전 쯤에 드디어 잔디를 깔았다. 잔디를 하루 안에 다 깔았어야 했는데 양도 너무 많고 날도 너무 더워서 이틀에 걸쳐 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잔디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는데 그 이후에 비가 좀 와 줘서 그나마 상태가 나아졌다. 펜스 앞 공간에는 스튜디오를 짓고 데크를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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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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