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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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즐겨보는 유튜브는 프랑스인 안무가 '카니'의 채널인데 그의 취미는 한국 막장 드라마를 보며 욕하기다. 모두가 알다시피 막장 드라마의 필수 요소 중 하나가 불륜. 하지만 막장을 걷어내고 얼마든지 고급스럽고 진지하게 다룰 수 있는 소재도 불륜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불륜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매혹적인 스토리임이 틀림없다.

이런 불륜을 소재로 한 앤솔로지라니. 좋아하는 장강명 작가가 포함되어 있어 더 기대되었다.

장강명의 <투란도트의 집>은 유부녀 직장 상사와 바람을 피우는 싱글남의 이야기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스토리와 아리아가 비중있게 묘사되는데 소설 속 인물들과 중첩된다.

차무진의 <빛 너머로>. 은퇴한 60대 영문학 교수가 버려진 일체형 PC를 복구하다 기묘한 동영상을 발견한다. 수록 작품 중 가장 독특했는데 오히려 불륜보다는 미스터리적 요소가 강했다.

소향의 <포틀랜드 오피스텔>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장 잘 녹여냈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가족과 3년 간 체류하게 된 남자는 아내가 새로 사귄 아들 친구의 엄마에게 첫눈에 반한다. 익숙한 코드지만 나름의 반전도 있고. 하여간 재미있었다.

정명섭의 <침대와 거짓말>은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한 사람은 남한의 707부대 출신이고 나머지 하나는 북한 요원 출신이다. 이들이 불륜으로 인해 벌어진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데 두 사람의 케미가 좋다. 두 캐릭터가 나오는 장편소설이나 시리즈를 보고 싶다.

앤솔로지의 좋은 점은 접하지 못한 작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새롭게 알게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살펴봐야겠다.

각 작품마다 음악이 등장하는 것도 특별했다. 또 작가 후기에 이 책이 기획된 비화도 소개되어 있다. 원래는 작년에 작고한 정아은 작가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슬프고도 허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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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는 간소하게 화가 노석미 사계절 음식 에세이
노석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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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럽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책의 작가님이 가장 부러운 사람이다.

그림을 전공하고 다수의 저서를 낸 저자는 시골에서 정원과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사계절 직접 키우고 해먹은 음식을 소개한다.

책의 제목처럼 간소하지만 건강하고 맛난 제철 먹거리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간략한 레시피만 봐도 흐뭇하다. 도시 사람은 감히 꿈도 꾸기 힘든 낙원으로 느껴졌다.

작물마다 키우게 된 계기나 과정을 담았고 그것을 수확하여 조리하는 법도 소개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군침이 돈다. 각종 채소를 거둘 수 있는 텃밭도 부러웠지만 과실을 얻을 수 있는 나무가 여러 종류가 있다니. 오디, 복숭아, 감 등을 직접 따먹는 즐거움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선드라이드토마토다.아파트에 살면 토마토를 볕에 말리기가 쉽지 않은데 시골이라면 얼마든지 자연 건조가 가능하다니. 또 직접 굽는 빵과 피자도 맛있겠다.

갖가지 반찬이나 저장식품 뿐만 아니라 빵, 디저트까지 메뉴가 다양하다. 저자의 안주 메뉴만을 담은 <안주는 화려하게>라는 책도 궁금해진다.

먹이를 구하려면 마트나 온라인몰을 이용해야 하는 삶이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정직하게 먹거리를 얻고 요리하는 삶이 풍요롭게 그려진 책이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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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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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에 처음 발표된 작품이다. 당시 핫했던 다윈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소설이기도 한데, 저자인 웰스가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였기 때문에 이런 파격적인 시도가 가능했던 것 같다.

'시간 여행자'는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자신이 개발한 '타임머신'을 공개한다. 의심과 논란 속에서 그는 직접 시간 여행을 떠나서 지인들에게 증명하려 한다.

그 후, 미래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그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지인들에게 전달한다. 무려 '802701년'으로 떠난 시간 여행자. 놀랍게도 미래 사회에서는 오히려 인류가 퇴화한 것을 알게된다.

언어 능력, 사고력 뿐만 아니라 신체적 구조까지 나아진 것이 없다. 시간 여행자는 그 이유를 파악하는데 나름의 과학적인 가설과 증거를 토대로 설명한다. 책 뒷부분의 해설을 보니 이런 시도가 이후 등장하는 소설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묘사한 부분은 영화 <혹성 탈출>을 연상시켰다. 미래 사회를 설명하지만 사실은 당대의 계급 사회를 풍자했다는 점에서는 <걸리버 여행기>도 생각났다.

주인공을 따르는 순종적인 여성 '위나' 캐릭터는 어쩐지 상투적이었다. 시간 여행을 떠나 만나게 되는 이성 캐릭터의 전형이라고나 할까. 혹은 남성인 저자의 로망이거나.(실제 웰스의 여성 편력은 유명했다고 한다.)

초기의 SF 소설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고 짧은 분량임에도 흥미로웠다. <타임머신> 밖에도 웰스의 단편이 세 편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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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모노 에디션.
책의 본질을 잘 살린 제작 형태다. 적당한 판형과 두께, 합리적인 가격이 마음에 든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타임머신 #허버트조지웰스 #김석희옮김 #열린책들 #열린책들세계문학 #Sf소설 #장르소설 #과학소설 #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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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지구라는 놀라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 알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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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번역을 찰떡같이 했다. 원제는 'Utter, earth'(번역하면 '완전한 지구' 정도일까)인데 번역된 제목이 훨씬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구에서 태어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비인간 동물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생각일까?고작 수많은 동물 중 하나 종일 뿐인데 마치 지구를 정복한 것 마냥 인간 중심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맞을까?

이 책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비인간 동물들을 조명한다. 일곱 가지 챕터로 구분되어 쓰인 동물들의 습성이나 특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나무늘보'가 기억에 남는데, 워낙 느린 습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볼일(배설)도 일주일에 한 번 한다고.

딱딱한 과학적 서술로 이루어진 글이 아닌 비유와 유머로 쓴 에세이다. 추천사를 쓴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의 글을 보니 번역에 대한 칭찬이 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저자가 말맛과 감성을 최대한 살린 글을 번역하기 쉽지 않았겠다. 하지만 북미 문화나 유머 코드를 이해하지 못해 원어민이 원문으로 읽을 때 만큼의 재미는 느끼기 힘든 것도 같다.

책의 디자인이 무척 예쁘다. 내지의 동물 삽화까지 눈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챕터인 '간단한 생각'에는 책에 언급된 동물들을 정리해 놓았다. 작가의 시점으로 소개한 각 동물들의 특성만 읽어도 흥미롭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전기뱀장어(Electric eel): 껴안으면 안 된다.

과학적 지식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본보기 같은 책이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지구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 #아이작유엔 #성소희옮김 #알레 #과학책 #생태 #동물 #환경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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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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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삶 속의 이면과 의미를 찾아서.

체코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라는 이름은 오래 전 일본 홍차 브랜드로 처음 알았다. 대표가 작가의 팬이라 브랜드명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몇 년전 도쿄 키치죠지의 샵에도 가봤는데 디자인이 아기자기한 소녀 감성의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차페크를 몽상적이거나 목가적인 작품을 남긴 작가로 오해했다.

이 소설은 차페크의 '철학 3부작'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심오하다기 보다는 인생의 통찰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소설은 철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친구가 얼마 전 심장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노인 '포펠'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포펠은 친구를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그가 죽기 전에 남긴 자서전을 건네 받는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친구의 자서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자서전의 '나'는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인생을 덤덤히 기술했다. 유년의 행복했던 기억, 청년기의 방황과 고독, 철도 공무원이 된 후의 삶과 결혼 등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자서전을 쓰다 멈추게 되는 '나'. 자신의 내면에 있는 또다른 자아들이 평범함 뒤의 추악하고 상처 입은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이 지점부터 전율했다.

그렇지. 죽음을 앞두고 회고하는 삶이 단순히 평범하지만은 않았을테지. 앞서 써내려간 자서전의 내용에서 왜곡되거나 숨겨진 사실들이 밝혀지는 부분이 놀랍도록 흥미롭다. 한 인간의 기억과 내면에는 다양한 갈등이 부른 복잡한 고뇌가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갈등으로 뒤섞인 자아와 삶을 후회와 회한으로 마무리하지 않는 데에 있다. 죽음을 코앞에 마주한 이가 결국 내리게 되는 결론, '형제애와 다양성'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말미에 수록된 차페크의 연보와 인생을 읽었다. 천재적인 사람인데 시대를 잘못 타고난 운명이더라.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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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모노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미니멀한 느낌의 디자인이라 어색했다. 이번에 실물을 받고 읽어보니 오히려 매우 정성을 쏟은 디자인이다. 군더더기 없는 표지로 오히려 제목과 작가가 도드라진다. 뒷표지의 흑백 이미지로 작품마다 개성을 준 점이 좋다. 무엇보다 판형과 코팅되지 않은 종이질이 마음에 든다. 손싑게 휴대할 수 있고 부담없이 꺼내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내용은 기존의 열린책들 세계문학과 동일하니 좋지 아니한가. 다음 책도 기대된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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