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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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바다로 변한 지구가 배경인 SF 소설이다.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수록된 순서가 끝으로 갈수록 지구의 바다화, 인간의 해양 생물로의 진화가 더 가속화된 설정인 듯 하다.

이야기의 분위기가 심각하거나 어렵지 않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가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이라는 사실을 작품마다 상기 시킨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가 현재 진행형의 재앙이기 때문에 소설의 설정이 마냥 판타지라고 치부하게 되지는 않는다.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인데도 각 스토리마다 무자비한 인간의 본성이 여전히 남아 약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반면 그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인간의 선한 마음과 연대라는 것도 알게 해준다. 그래서 읽고 난 뒤 기분이 나아지는 그런 책이다.

'김청귤'이라는 잊지 못할 이름의 작가님의 등장이 반갑다. 수록된 단편 중 하나를 장편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파라다이스'를 장편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표제작인 '해저도시 타코야키'도 신선했다. 하고 많은 음식 중 왜 하필 '타코야키'일까 궁금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표지의 일러스트가 무척 돋보인다. '일러스트 최지수'라고 되어 있는데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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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 펑크 2077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김현재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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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한 9개의 브릿G 단편 모음집이다.

표제작인 '성리학 펑크 2077'이 단연 돋보였다. 조선이 망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 성리학이 여전히 기본 이념인 2077년이 배경이다. 일제 식민 역사나 서구 문화의 헤게모니 장악도 없는 사회. 그렇기 때문에 언어나 복식, 사상 등이 조선 시대에 뿌리를 두고 계속된다는 세계관이 재미있고 신선했다.

예를 들어 경찰은 '포졸'이고 커피는 '가배'이며, 자동차는 '자동가마'로 불린다. 게다가 관상학이 나라의 중요한 학문이라니.

전체적인 스토리는 '포도대장' 강문수가 사이보그인 사필귀정이 벌이는 인질극을 해결하는 것이다. 근데 이 사이보그가 협박하는 내용에서 그야말로 뿜었다. 스포가 될까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정말 기발하고 웃긴 장면이었다.

그 밖에 '상자의 주인', '살아있는 식물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 '전 세계 지성인이 함께 보는 계간 역술', '잘 부탁드립니다', '협탐 - 고양이는 없다' 등 수록된 작품들이 재미있었다. 순문학이나 웹소설과는 또 다른 상상력과 유머가 있다.

작가들의 프로필을 보니 본업은 따로 있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새롭고 자유로웠다. 그러면서도 단편이라는 형식이 주는 임팩트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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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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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이 책은 더 잘 공감하려는 사람들에게 이길보라 감독이 전달하는 가이드북이다.

공감의 이면에 상반된 세상이 있음을 느낀다. 전장연의 시위나 10.29 참사 유가족들을 두고 일부 사람들과 국가 기관들이 보이는 태도에서 느꼈다. 타인의 불행과 고통에 누군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단순히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서, 여성, 성소수자, 난민, 사고 희생자, 노약자, 취약계층 등이 아니라서 쉽게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다. 과연 괜찮은가? 나 혹은 내 가족이 평생 이들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 이 책이 소개하는 컨텐츠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길보라 감독은 첫 작품<반짝이는 박수 소리>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농인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청인인 그는 '코다'다. 이를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인데 아주 인상적이었고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또 베트남 전의 한국군 양민 학살 문제를 다룬 <기억의 전쟁>도 피해자들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나온 영화다. 이길보라 감독 자신의 삶과 작품이 연결시키는 세상에 대한 관심. 그것이 발전하는 것을 보며 늘 멋있다고 생각했다.

책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도서와 영화가 등장한다. 이미 접한 것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다. 그중 하라 가즈오의 <극사적 에로스>에 대한 소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래 전 작품이지만 소개된 내용을 읽으니 지금 시점으로 봐도 무척 파격적이다. 꼭 구해서 보고 싶다.

다시 느낀 것인데 이길보라 님은 글을 정말 잘 쓴다. 정갈하고 힘있는 문장들이 언제 읽어도 좋다. 알찬 독서였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권 구입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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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클래식 악기를 그리다 - 피아노에서 하프까지, 명화가 연주하는 여섯 빛깔 클래식 이야기,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
장금 지음 / 북피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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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클래식빵>의 팬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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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클래식 악기를 그리다 - 피아노에서 하프까지, 명화가 연주하는 여섯 빛깔 클래식 이야기,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
장금 지음 / 북피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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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악기들로 풀어내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1년 정도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게 되면서 관련된 지식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대부분의 예술이 그렇지만 클래식 음악 역시 아는 만큼 들리기 때문이다. 책도 찾아보고 유튜브도 도움이 되었지만 가장 크게 도움받은 것이 <클래식빵>이라는 팟캐스트다. 


벌써 4년 넘게 진행된 이 팟캐스트는 클래식을 잘 모르는 진행자 '빵지'를 대상으로 음악 전문가인 '짱언니'가 매주 한 곡씩 정해 다양한 지식을 알려준다. 그 곡의 작곡가, 창작 배경, 특징 등은 물론이고 작곡을 전공한 분 답게 악보에서 발견되는 음악적 특징까지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콘텐츠다. 초창기엔 익숙하고 유명한 곡들 위주로 다루다가 점점 덜 알려진 작곡가들 또는 유명 작곡가들에 대한 심화 내용을 담고 있어 매우 유익하다.


이런 콘텐츠를 공짜로 들어도 되나 어딘가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짱언니’께서 책을 출간했다기에 바로 구입했다. 기대했던 대로 팟캐스트에서 조금씩 소개된 클래식 음악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에는 바이올린, 피아노, 팀파니, 류트, 플루트, 하프, 이렇게 6개의 악기별로 구성되어 있다.


각 악기의 구조적 특성이나 발달사는 물론 관련된 작곡가나 역사, 문화 등 전 인문학적 관점에서 여러 내용이 총망라되어 있다. 많은 자료 조사와 참고 자료를 통해 엮은 책이다. 악기 중 팀파니, 류트, 하프는 다소 의외였다. 악기 중에는 비주류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이 세 가지 악기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유럽 궁정 문화와 관련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용 중 팀파니가 인상적이다. 오케스트라 공연 때마다 내심 ‘팀파니 연주자는 한가하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연주되지 않을 때 초긴장하며 조율을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또 하프가 조신하고 정숙한 자세로 연주되는 악기라 마리 앙뜨와네뜨를 비롯한 유럽 귀족 사회를 휩쓸었다는 얘기도 재미있다. 한편 이런 하프가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악기라서 기네스 맥주 로고에 들어가 있다고. (언젠가 기네스를 마실 때 이 내용을 언급하면서 지식을 뽐내 볼 생각이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제목인데, <그림, 클래식 악기를 그리다>가 회화의 소재로 사용된 악기로만 한정하는 듯 하다. 책의 내용 중 회화에 등장하는 악기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고 관련 미술 도록도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다양하고 폭이 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제목을 어찌 이렇게 지었을까. 그래도 클래식을 이해하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고 어렵지 않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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