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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 우먼의 기쁨과 슬픔
전순예 지음 / 송송책방 / 2023년 5월
평점 :
가족을 위해 여러가지를 팔아야 했던 엄마, 그 위대한 삶의 기록.
전순예 작가의 첫 책 <강원도의 맛>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몇 년전 즐겨듣던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소개 받았었다. 예순의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한 독특한 이력의 작가님이었는데 팟캐스트에서는 책의 편집자가 나왔었다. 송송책방 대표이기도 한 그는 작가의 딸이기도 했다. 생애 첫 책을 딸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출판하다니. 이 사실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강원도의 맛>이 작가의 유년시절 음식에 대해 풀어 놓은 에세이였다면 <세일즈 우먼의 기쁨과 슬픔>은 결혼 후 맞닥뜨린 생계에 대한 글이다.
작가는 평생 장사와는 관계없는 삶을 살아오다 남편이 공무원을 그만두고 문방구를 차리면서 세일즈를 시작한다. 그로부터 장난감, 배추, 책, 빵, 학습지, 비누, 신문에 냄비세트까지 온갖 물건들을 팔며 일어난 이야기가 생생하게 적혀있다. 갈수록 진화하고 노련해진 세일즈 인생을 읽으며 감탄과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다.
매순간 물건들을 팔 때마다 고난이 이이졌고 가끔은 행운도 따라주었다. 수십년 간 팔아온 물건들 이야기 속에는 그 당시 시대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 일일공부, 애경유지, 신데라 빵, 휘슬러 압력솥, 타파웨어 등 추억돋는 상품들이 등장한다.
남편이 뒤늦게 신학대학생이 되어 가장이 된 작가는 가정 방문 조리도구 판매사가 된다.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홀로 부딪히게 된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저 묵묵히 처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삶이 감동적이었다.
출판사 대표를 비롯한 작가님의 자녀들이 부럽다. 엄마의 젊은 시절을 이렇게 생생하고 정갈한 글로 접할 수 있다니 복 받은 분들이다. 작가의 소중한 삶의 기록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또 그 용기와 근면함을 존경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