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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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소설이 쓰여질 수 있다니 놀랍고 새롭다.

어느 날부터 사람들의 머리 위로 수레바퀴가 보인다. 정의의 청색과 부덕의 적색의 비율이 수레바퀴에 나타나는데 이는 그 사람이 살면서 쌓은 덕과 부덕의 상징이다.

이런 SF적 설정이 시작된다면 세계가 어떻게 바뀔 지 사회, 경제, 환경, 종교 등의 방면으로 살펴본다.

무언가 사건으로 연결되는 지점은 없다. 책 서두의 소개글에 '페이크 르포'라고 되어 있는데 무슨 사회 과학책을 보는 느낌이 든다. 환경문제나 윤리학적으로 수레바퀴에 대해 논하고 이 상황을 이용해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 내용들이 전문적인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어서 리얼리티가 느껴질 정도다.

솔직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는 부족하다. 하지만 이 SF적 설정으로 사건 중심의 픽션이 전개되었다면 흔한 장르 소설로 남았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너무도 안타깝게 요절한 박지리 소설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의 수상작이다. 박지리 작가가 생전에 작품으로 보였던 새로운 시도를 잇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단요 작가의 다른 작품도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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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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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생이라는 장치를 잘 활용한 쫄깃한 스릴러다.

전건우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워낙 공포 스릴러에 특화된 작가라고 들었다. 과연 설정이 장르적이고 전개가 빨라서 몰입감도 좋았다.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범이 대결하다 죽어 환생한다. 그런데 프로파일러였던 주인공은 살인 용의자로, 연쇄살인범은 경찰로 환생한다는 설정이다.

엄청나게 치밀하다거나 허를 찌르는 전개는 아니었다. 대략적으로 예상 가능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장르적 공식에 충실한 흐름과 묵직한 엔딩이 기억에 남는 스토리다.

무한증이라는 병을 지닌 연쇄살인범이 인상적이었고 주인공의 직업이 프로파일러인 것 답게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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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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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반전 장치를 잘 설정했다.

강압적인 엄마 밑에서 자라 혼전임신으로 결혼한 나쓰코와 난임의 스트레스에 더해 남편의 불륜을 알게된 사에의 일상이 보여진다. 서스펜스 장르답게 초반부터 묘하게 불편한 분위기가 신경 쓰였다.

사에의 남편이 살해되기까지의 시간과 두 여성의 일상과 심리가 소설의 주 골자다. 읽는 내내 긴장감이 느껴졌다. 두 여성의 관계가 반전이다. 읽는 동안 전혀 알아채지 못했지만 알고 나서는 그럴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집착과 잘못된 애정이 부른 비극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이런 반전을 설정할 수 있었겠다. 오로지 글로써만 독자에게 정보를 줄 수 있으니 작가는 숨기고자하는 것을 굳이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꽤 영리한 테크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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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창비청소년문학 120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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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소재로 한 착한 SF다.

'착하다'는 표현이 알맞을지 모르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 결말이 훈훈해서 떠오른 말이다. 기후위기라는 현재 진행형 재난이 근미래에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자세히 말해주고 있다. 초반부터 이런 묘사나 설정이 실감나서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보다 정교한 반전 장치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디스토피아적 설정에 비해 이야기가 쉽게 풀리는 느낌이 있었다.

주인공 미아가 돌아가신 할머니를 추억하며 '노 휴먼스 랜드'가 되어버린 서울을 탐험하는 부분이 좋았다. 기후위기와 식량난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런 사랑과 인류애가 구원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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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입양했습니다 - 피보다 진한 법적 가족 탄생기
은서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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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딸로 입양하게 된 삶의 기록.

예전에 트위터에서 이 분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무척 기발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법적인 가족을 만들 수 있다니 놀라웠다.

저자는 오랫동안 도시보다는 시골에서의 삶을 희망했다. 그래서 귀촌을 위한 교육과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비혼 여성이 혼자 시골에서 산다는 것은 편견과 무례함에 맞서야만 하는 일이다. 저자가 겪은 사례들을 읽으며 분노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저자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대한 것이다. 가장 궁금한 친구를 입양하는 부분은 거의 책의 마지막에서야 나온다. 좀 의아했는데 저자의 삶과 생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니 동거하는 친구를 입양하게 된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마음이 맞고 케미가 좋은 두 성인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들이 좋았다. 특히 '여성 2인조 출장 수리단' 부분이 재미있었다.

동거 5년차에 저자는 50개월 어린 동거인을 입양하게 된다. 우리 나라는 생활동반자법이 아직은 없고 따라서 동거인의 법정대리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동거인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동성부부나 사실혼 관계인 커플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런데 성인이 성인을 자녀로 입양하는 것은 '허무할 만큼 간단하다'고. 저자 역시 이 방법이 건강한 사회의 모습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들끼리 계속 입양하여 결혼과 혈연 중심의 가족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상상도 한다.

갈수록 '정상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희미해질 것이다. 대안적인 가족을 시작한 저자와 같은 분들을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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