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은 하이틴 로맨스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정서영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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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서툴지만 풋풋한 십대들의 이야기.

표지부터 눈에 띈다. 소설 속 주인공 또래와 사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표지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마치 감성적인 내용의 애니메이션 같은 일러스트가 책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서인은 열 일곱. 하지만 3년 전 겪은 단짝 친구 혜리의 죽음 때문에 타인과 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 스스로를 지키려고 외롭고 비뚤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 누구의 호의도 받아들일 수 없는 서인에게 어느 날 학교의 인기 남학생인 재하가 다가온다. 놀랍게도 재하는 죽은 혜리에 대해 얘기한다. 아직 서툴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말하지 못하던 주인공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조금씩 삶의 의미를 찾게 되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답게 십대들의 심리나 감성을 잘 담았다. 후반부에 나오는 반전은 슬펐다. 주인공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슬픔이지 않나 생각했는데 결국 성장을 위해서는 필요했던 상처였을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나 사건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성과 심리가 도드라지는 소설이다.


- 내가 고른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말들이 재하에게 잘 전해져 다른 사람에게는 받을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 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재하가 세상 살다가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을 때, 바람 한 점에 먼지처럼 날아가 버릴 것 같을 때, 내가 준 말들을 떠올리며 힘을 냈으면 했다. (105 페이지)



#반쯤은하이틴로맨스 #정서영 #우리학교 #청소년소설 #서평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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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 마셔 밤은 부드러워, 마셔
한은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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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작가가 부러워서 애가 탈 지경이었다.

술과 안주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이 책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각 계절의 술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모 일간지의 주말판에 격주로 연재되고 있는 글을 모았다.

본래 소설가인 저자는 술과 음식을 좋아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 쓰는 능력자다. 마치 곰살맞은 친구가 질리지 않는 수다로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다양한 술에 얽힌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맥주, 와인, 위스키, 칵테일, 무알콜 맥주, 하이볼 등 주종도 각양각색이다.

병이 예쁘다는스페인 맥주 '이네딧', 처칠이 마셨다는 샴페인 '폴 로저'가 궁금하다. 올해 우승한 프로야구팀 LG 트윈스의 이제는 고인이 된 전 구단주가 29년 전 마련해 두었다는 '아와모리'도.

이 책의 표지 삽화이기도 한 '굴과 샤블리'편에서는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당장이라도 석화와 화이트 와인을 마시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엄청난 인내력으로 겨우 넘어갈 수 있었다. 조만간 꼭 이 조합으로 한 잔 할테다.)

글이 주는 감성도 좋고 알게되는 정보도 유익하다. 군데군데의 삽화도 멋지다. 맛있는 안주에 술 한잔 하고 싶게하는 그런 책이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밤은부드러워마셔 #한은형 #술 #에세이 #알코올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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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정경아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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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노년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에세이.

얼마 전 일본으로 여행 갔을 때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여행에 가면 아침 일찍 숙소 주변을 산책하곤 하는데 관광지가 아닌 평범한 주택가에 있는 에어비엔비를 잡은 덕에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산책 도중 동네의 작은 로스터링 카페에 들렀다. 그런데 테이블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노인들이 정말 많은 것이 아닌가.

우리 나라 노인들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침에 집이 아닌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사서 마시는 노인들이라니.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누군가를 부양하는 고단한 모습이 아닌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그 모습이 매우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퇴직 후 '시간 부자'가 된 68세의 저자는 문화센터에서 중국어와 전통무용을 배운다. 무언가에 도달하고 증명해야할 필요가 없는 느슨하고 즐거운 공부다. 또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탐구하고 친구들과도 잦은 교류를 통해 매일 즐거운 하루를 산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런 노년이라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자신이 맞이한 노년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내용 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다. '노년 선행학습엔 영화가 딱이지'편인데 노년을 다룬 다양한 영화를 보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좁아지는 시야도 넓히고 건접적으로나마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정경아 작가님의 방법에 적극 동조한다. 영화는 물론이고 이 책과 같은 에세이도 좋은 '노년 선행학습'의 자료라고 생각한다. 글도 정감있고 매끄럽게 잘 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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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 -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온 우울증, 그 우울과 함께한 나날에 관하여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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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정신건강 권위자가 솔직히 고백하는 우울증과 그것을 치료하는 과정에 대하여.

내가 겪는 고통을 먼저 겪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벼운 또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게다가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평생 우울증을 연구하고 치료해 온 저자의 이야기라 더 와닿는다.

저자인 린다 개스크는 EBS의 <위대한 수업>에도 출연한 영국의 정신과 전문의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가 된 계기는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정신적 상처 때문이었다. 불우한 가정환경, 어머니와의 불화, 남동생의 정신 질환 때문에 저자는 늘 불안과 강박에 시달렸다. 의과대학에 입학해서는 힘든 공부와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본격적인 우울증을 앓는다.

저자는 주변 사람들 몰래 심리 치료를 받고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한다. 그 일련의 과정이 우울증과 관련된 키워드로 나뉘어 소개되어 있다. 스스로가 정신과 의사인데도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처지를 공개할 수 없어서 받는 괴로움도 있었다. 하지만 치료를 거듭할수록 본인의 우울증 뿐만 아니라 자신의 환자들을 더 이해할 수 있게된다.

단순히 환자들의 사례만 나열했다면 그리 특별하지 않았을텐데. 자신의 치부나 상처를 떳떳하게 공개한 것이 특별했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치료 과정을 읽다 감동을 받게 된다. 특히 깊은 애정을 갖고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본인의 불륜, 이혼, 가족과의 불화를 덤덤히 소개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사실들이 누구나 한번 쯤을 겪는 것들이라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려면 먼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내가 아버지를 잃었을 때 하지 못한 일이다. 그것은,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다.(72페이지)

-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괴로움은, 지난날의 결정을 돌아보고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127페이지)

- 상실의 기억을 떠올릴 때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괴롭고 아픔이 생생하다면 진전이 없는 것이다. 감정이 잦아들지 않고 점점 커진다면 그 역시 심각한 신호다.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우울증이 된다. 애통한 마음의 크기를 1에서 10까지의 숫자로 생각해볼 때 그날그날 아주 미미하게라도 줄어들고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26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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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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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슨이형 인정합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속편인 이 책을 솔직히 읽기에 망설였다. 그 이유는 전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작이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들었는데도 읽지 못해서 속편을 먼저 읽는 것이 괜찮을지 걱정됐지만 일단 읽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거의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의 책이다. 가독성은 좋았지만 1부는 다소 지루하다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1부 엔딩에서 발동이 걸렸다.

그 다음부터는 꽤 몰입하면서 읽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가 매력있었다. 작가가 무척 구조를 고심했겠다 싶다. 단서나 복선도 유효적절하게 잘 심어놓았다. 엔딩으로 갈수록 재미를 느끼는 소설이다.

다만 결말에서 릴리의 역할이 큰데 전작을 읽지 못해서 조금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결국 <죽여 마땅한 사람들>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봉된 스티커들이 너무 웃기다. 푸른숲 출판사다운 재미있는 발상의 마케팅이라고 느꼈다. '완슨이형'이라는 별칭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너무 웃기다.



#살려마땅한사람들 #피터스완슨 #이동윤옮김 #푸른숲 #장르소설 #스릴러소설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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