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 배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11인의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
김그루 외 지음,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기획 / 코난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나라의 대표적 산업인 조선소에도 여성 노등자들은 있다. 도장과 용접, 밀링과 같은 주요 기술부터 비계 설치, 청소, 세탁, 급식, 미화, 밀폐감시까지 그 분야도 다양하다. 이 책은 '마창거제' 지역에서 조선소 여성 노동자들로 살고 있는 11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수십년 동안 그곳에서 일한 여성들. 위험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성설하게 일하는 내용이 감동적이다. 최근 조선업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임금이나 처우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관련하여 노조 활동 등으로 연대하며 목소리를 내게 된 과정도 나와있다.


대개는 평범한 가정 주부로 살다 생계를 위해 조선소에 취업한 경우가 많았다. 억척스러워야 겨우 버틸 수 있는 남초 집단의 현장에서 이들은 점점 강해졌고 투사가 되어 갔다.

수십 년을 일했는데도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라 경력도 인정 받지 못하고 임금 격차도 겪는다. 해고의 위기, 산업재해 등 위험, 건강 악화가 몰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요새는 신규 인력들이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인터뷰이 중 정수빈 님은 베트남에서 이주한 여성이다.

'노동자'와 '노조'라는 단어에 편견을 갖고 있다면 실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한다. 그 중에 '여성 노동자'들의 삶에 더 집중하면 좋겠다. 퇴근 후에도 가사 노동을 이어가는 책임감 있고 성실한 이들이 존경스럽다. 인터뷰이 중 파업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들도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방꽃상 - 박미영의 교방음식 이야기
박미영 지음 / 한국음식문화재단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주 교방음식의 대가가 전하는 음식 이야기.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 예전부터 특이하고 새로운 외국 음식에 열광했는데 갈수록 한식이 좋아진다. 스스로가 만든 김치와 반찬을 좋아하지만 더 맛있게 제대로 만드는 법을 궁리하곤 한다. 그러던 차 이 책을 접하게 되어 반가웠다.

진주에서는 중학생 때 며칠 머물렀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때 진주 음식이라는 것을 먹어 본 기억은 없다. 그래서 진주가 식문화가 발달한 도시인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전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선시대 진주는 한양과의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관리들이 마음껏 음식 사치를 부릴 수 있었다고 한다. 양반가와 기생들의 잔치에서 유래된 화려한 잔치상이 유명했다고. 책에 묘사된 비빔밥과 잔치상에 대한 이야기는 놀랍도록 화려했다.

또 일제 강점기 때는 진주에 소 종묘장이 있어 신선하게 도축된 소고기가 많았다. 진주 비빔밥에 육회가 들어가고 육류 요리가 발달하게 된 배경이다. 도축장이 많아 백정도 많아 이후 '형평 운동'과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것이 이해되었다.

저자는 3대째 진주의 과방지기로 있으면서 '한식의 세계화'라는 구호를 처음으로 창시했다. 한식의 연구와 전파에 진심인 저자는 현재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라고 한다.

책 속의 글은 경남일보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았다. 짧지만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 유익했다. 진주교방 음식 뿐만 아니라 식재료, 요리법, 역사 등이 등장한다. 내용 중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진주 배추 '옥하승'이 궁금하다. 현재 우리가 먹는 배추는 외래종인데 옥하승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땅에 떨어지면 조각조각 물이 될 정도'였다고.

수록된 삽화도 매우 아름답다. 실제 요리의 사진이 있더라면 어땠을까도 싶었지만 삽화 역시 다양하고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전통 음식과 진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태도에 대하여.

"내 피부는 파랗고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어느 쪽이 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멜라닌>은 차별과 혐오를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이 주된 내용인데 현실에서 존재하는 인종차별에 판타지를 더했다. 바로 파란 피부색이다.

주인공 재일은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파란색 피부로 태어났다. 파란색 피부는 소수지만 전세계적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낯선 인종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었고 재일도 마찬가지였다.

권위적이고 폭압적인 아버지는 가족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국 이민을 결정한다. 먼저 재일과 아버지가 미국으로 떠나고 엄마와 동생은 병중인 외할머니 때문에 베트남에 들렀다 입국하기로 한다. 하지만 엄마와 동생은 연락을 끊은 채 미국으로 오지 않았다.

아버지와 단둘이 미국에서 살게 된 재일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직간접적으로 겪게된다.

실존했던 역사적 타임라인에 새로운 판타지를 더한 독특한 설정이다. 소설 속에서 박근혜는 탄핵되고 트럼프는 당선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도 이어진다. 미국에서 흑백 인종 차별과 아시안 차별은 이미 만연하다. 거기에 더불어 파란 피부색을 가진 소수의 존재들에 대한 새로운 차별이 생겨난다.

파란 피부는 혐오의 새로운 목표물이 된다. 이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의 차별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지점이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딱딱하고 비판적인 것만은 아니다. 십대 주인공의 눈과 심리로 묘사되는 내용들에 따뜻함이 있다. 비극적인 상황들을 통해 성장해가는 내용도 좋았다. 통쾌한 전복의 묘미보다는 은근한 펀치처럼 느껴지는 결말도 좋았다.



#멜라닌 #하승민 #한겨레출판 #한겨레문학상 #장편소설 #소설 #한국소설 #문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실과 발견>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뉴오커 지의 필진인 캐서린 슐츠의 에세이다. 출판사의 피드에 소개된 이 책의 문장에서 무언가가 관통하는 느낌이 있었다. 책에서 '상실'이란 저자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고 '발견'은 배우자인 C를 만난 것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주는 절망과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되는 경이로움.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벤트 중 서로 극단일 수 있는 이 두 가지를 하필이면 비슷한 시기에 저자는 경험하게 된다.

'상실'과 '발견'이라는 말을 단순히 '죽음'과 '연애(혹은 결혼)'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이 단어의 소소한 의미나 에피소드부터 시작하지만 그 깊은 의미까지 연결시키는 과정이 놀라웠다. 이를테면 '상실'은 늘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결국 죽음으로 인해 저자가 겪는 상실감까지 이야기하는 식이다.

문장이 모두 매혹적이다. (원문과 비교할 만큼의 깜냥은 없지만 저자의 원문을 잘 번역한 한유주 작가의 공도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판사에서 이 책과 관련해서 '고독한 문장방'이라는 오픈채팅 톡방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발견' 챕터에서 다루는 배우자 C와 저자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이슈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최근 동성결혼 커플들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으로 시끄러운 우리 나라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동성혼이 합법화된 미국 동부의 이런 쿨함도 신선했다.

경험에 대한 감정과 생각들을 이렇게 깊은 통찰로도 써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인생에서의 '업 앤 다운 up and down'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기도 한다.


한 의식의 소멸이란 숨이 턱 막히는 일이다. 거리를 두고 보면, 역사의 여명 이후로 이런 상실은 날이면 날마다 매시간 일어나는 일이란 걸 안다. 하지만 가까이서 봤을 때, 한 우주가 순간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건 충격적이다. 나는 아버지를 잃었고, 아버지는 전부를 잃었다. - P100

나는 C의 무엇을 가장 사랑하는지 분명히 밝힐 수 있었던 적이 없다. 그녀의 너무 많은 부분을 너무 많이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나와 많이 다른 부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종종 감사함과 위안을 받을 정도로 감동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거짓된 위로도 편리한 과장도 아니다. - P188

누군가를 발견한다는 건 한없이 경이롭다. 우리 감각의 척도는 상실로 인해 우리가 엄청나게 작은 데 비해 이 세상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바뀔지도 모른다. 발견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유일한 차이는 우리가 별견에서 절망이 아닌 경이를 느낀다는 점이다. - P233

우리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고, 인생을잘 산다는 건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귀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경의를 표하고, 돌봄을필요로 하는 대상을 돌보고,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은 것과 이미 사라진 것을 포함한 이 모든 것에 우리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우리는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켜보기 위해 여기 있다. - P3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믿고 읽어 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