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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약탈 국가 - 아파트는 어떻게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 되었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8월
평점 :
우울하다.
답답하다.
부동산에 분노를 넘어 자포자기의 단계에 이른 사람이 한 둘이겠는가.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감정의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없을 것 같다.책을 읽으니 더 깊은 감정의 골로 빠져드는 느낌이다.더 우울해지고,더 답답해진다.그런데 머리말에 있는 말처럼‘자기 탓’을 멈추고 당연히 분노해야 할 일에‘분노’케 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 목적은 달성한 듯하다.그 분노를 모아 세상을 바꾸면 된다.그런데 그 분노가 모아질까?실은 분노하면서도 부조리한 세상을 따라가는 이가 다수가 아닌가!저자는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그게 그리 상쾌하지도 않다.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다 정말 어렵다.누구도 쉽게 정답을 말할 수 없는 일이다. IMF때부터 따져보아도 폭락과 폭등 다시 폭락과 폭등을 반복했다. 2010년대 초에는 하우스 푸어라는 말이 회자되었으니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20년 사이에 때론 집을 샀어야 했고,때론 집을 사지 말았어야 할 때가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지금은 집을 사야 할 때처럼 보이지만10년 후에도 그렇게 판단할 수 있을까?그건10년 후에야 이야기하자.
부동산 가격 폭등은‘합법적 약탈’이다.(5)폭력적 약탈을 저지른 악한은 그 정체가 분명하고 처벌받을 수 있지만,합법적 약탈엔 지목할 수 있는 행위 주체마저 없어‘피해자 탓하기’라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합법적 약탈은 시스템의 문제이다.(5~6)또한구조적 폭력은 간접성,비가시성,극적 효과 부재,비의도성으로 말미암아 대다수 사람들에게서 분노를 자아내기 어렵다.(168)그러니 정신 차리고 이 사태를 대응해야 한다.‘약탈에 대한 분노를 키워 이를 정치 의제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296)시스템을 만드는 정부에 바른 소리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이 바른 소리에 귀 막은 정부나 제대로 바른 소리도 못하는 언론에 답답함이 극에 달한다.몇 가지 저자의 바른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첫 일성은‘토지가 빈곤 문제의 핵심’(16)이라는 말이다.헨리 조지의‘진보와 빈곤(1879)’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부의 근본이 토지이므로 토지세를 통해서 정부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16)보유세를 올리자는 말이다.내가 알기로도 현 정부의 정책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자는 거였다.그런데 둘 다 올려놓아서 주택 보유자들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고 본다.보유세를 제대로 현실화하고 대신 거래세를 대폭 낮추는 게 맞는다고 본다.보유세 세원으로 국민이 인정할 만한 복지 정책을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그것도 전부도 아닌 일부만 세금으로 받겠다는 것인데,뭐가 문제란 말인가?’(20)
한국에는6개의 주택 계급이 있다고 한다.(95)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계급에 눈길이 갔다.내가 속한 계급은(?)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는2계급이다.국민의 대다수인48.5%이다.안도를 해야 하나? 2채 이상을 가진1계급은6.6%,자기 집에는 못 살지만 그래도 집이 있는3계급은4.2%이다.그 외40%정도의 사람들은 집이 없는 가구이다.이렇게 계급을 나눈 것은 우열을 나누기 위함은 아니다.이를 근거로 해서 제대로 된 행정을 펼치라는 거다.손낙구는1계급은 사회 발전을 위해 해체해야 할 대상, 2계급은 보호해야 할 대상, 3계급은 자기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대상, 4계급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주택 정책을 해야 할 대상, 5계급은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 줘야 할 대상,마지막으로6계급은 주거의 상향 이동을 지원하는 대상으로 보았다.(96~97)
지역에 따른8개 부동산 계급도 눈길이 갔다.황족-왕족-귀족-호족-중인-평민-노비-가축(123)이란 구분이다.어떻게 이런 천한 말이 나왔는지 안타깝다.이런 것에 호응하는 사람들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이런 말이 없어지기를 바랄 뿐이다.나도 2015년도에 왕족이 될 뻔도 했다.그때 아내는 송파로 가고 싶다고 했지만 거의 평생을 살아온 이곳에 계속 살고 있다. 이유는 그곳으로 이사 가면 우리 아이가 지나친 교육열로 망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이곳도 만만치는 않겠지만 그곳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하는 위로 때문이었다. ‘돈’만 놓고 본다면 아쉬움이 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이곳이 더 났다.결론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부동산이 안정되어야 하는 이유 중에‘유전결혼,무전비혼’(157)말이 와닿았다.우리나라 출산율은‘집단적 자살 사회’(161)를 의미하단다.그런데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것이 아닌가.집과 결혼이 별 상관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통계가 말하는 바가 있다.임금이 높을수록,학력이 높을수록 결혼 비율은 뚜렷하게 높았다.(158)‘결혼을 해야 보육과 양육도 할 게 아닌가 말이다.부동산 가격 폭등을 방치하거나 부추기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호소하거나 외쳐대니,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아니고 무엇이랴.’(269)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놓으면 안 된다.마거릿 미드가 했다는“생각하는 시민들의 작은 모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마십시오.지금까지 세상을 바꿔온 것은 전부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73)나부터 변해야 한다.또 이 말도 명심해야 한다.에드먼드 버크가 남긴“우리와 싸우는 사람들은 우리의 정신을 강하게 해주고 우리의 기술을 연마시켜준다.우리의 적은 우리를 돕는 사람이다.”(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