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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는‘엘리 위젤’을 알지 못했다.당연히 그의 가슴 아픈 기억도 알지 못했다.홀로코스트의 믿기지 않은 역사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처음이다.그는 그 지옥에서 살아남았고 그 기억을 승화시켜 평화를 갈구하게 된다.우리는 역사의 중요성을 학창시절부터 배워왔다.특히 일제강점기와6.25전쟁을 거친 우리나라 사람에게 역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그와 유태인의 아픔을 읽을 때 나는 우리 민족의 아픔이 떠올랐다.우리도 누군가의'기억'보기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그리고 엘리 위젤과 마찬가지로 아픈 기억을 아름다운 미래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엘리 위젤이 아니다.그의 제자인‘아리엘 버거’가 쓴 글이다.저자의 인생도 그리 평탄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그렇기에 스승인 위젤과의 만남이 특별했을 수 있다.그의 종교에 대한 열정이나 글 속에 느껴지는 성품 등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그래서 그런지 글이 더 가깝게 읽혔다.
위젤의 의문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왜 배움과 지식으로도 독일 사람들은 증오심에 저항할 수 없었는가"(36) 하는 것이다.히틀러와 나치는 공식적으로 선거로 선출되었다.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더욱이 독일 사람들은 나치의 만행을 막지 못했고,많은 사람들은 찬동했다. 20세기의 발전된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하지만 지금의 미국의 보면21세기라고 해도 달라지지는 않은 듯싶다.세계 제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이해하지 못 할 일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 고 있다.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예외는 아니다.좀 더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이해 못할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는가!우리는'기억'해야 한다.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다시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망각은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지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합니다."(50) "과거를 일깨워 미래를 위한 보호막으로 삼"(50) 아야 한다.
기억하기 위해 위젤은‘글쓰기’를 사명의 삼았다.(134)어떤 이는“동포 유대인이여,뭐든지 글로 써서 남겨라!”(50)라는 말을 남겼다.우리 민족은‘의궤’를 만든 기록의 민족이다.나 자신에게 또 우리 민족에게 말하고 싶다. ‘뭐든 좋으니 글로 써서 남겨라!’
두 번째 주제는'다름'이다.세상이 모두 똑같은 것과 모두 다른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우리는 아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세상이 모두 똑같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다음의 위젤의 말을 들어보자. "다른 사람들의 다름은 나를 매료시킨다.다른 사람에게서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그 사람은 내가 무엇을 하지 않고 또 할 수 없는지 알 수 있는가?”(92)이 말도 좋다.바로 옆쪽에 있는 말이다. “나는 사실‘참고 견디다’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내가 누구를 참고 견뎌낸단 말인가요?그보다는 차라리‘존중’이라는 말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당신과 나의 의견이 달라도 나는 당신을 존중한다.이렇게 말이지요.”(93)사실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이해할 필요도 없다.우리는 그저 수용하고 존중해 주면 그만이다.이해 못한다고 해서‘증오’하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할 필요는 없다.수많은 살인이 수많은 전쟁이 사실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해서 일어난다.이해하지 말고 그냥 존중해 주자.
세 번째 주제‘믿음과 불신’에서는 요즘 우리나라 사회 이슈가 된 종교단체가 떠올랐다.위젤은 말한다. “가장 권위 있는 가르침에 따라 가장 신성한 경전을 읽게 되더라도 인간성을 말살하고 누군가를 괴롭히고 모욕을 주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우리는 그런 경전 읽기를 거부해야 합니다.”(159)경전이 완벽할 수 있을까?더 중요한 것은 경전을 읽는 사람들의 태도다.경전을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하게 이해된다.중요한 것은 자신의 혹은 어떤 타인의 해석에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이다.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시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예를 들어 종말론 같은 믿음 말이다. ‘신앙이 깊은 사람의 역할은 다른 무엇보다 윤리와 도덕을 앞세워 하느님을 공격하고 또 공격하는 것이다.’(163)
위젤의 말 중에는 새로운 생각들이 몇 있다. ‘하느님께 맞서라’라고 말하는 것도 하나이다.그 모든 생각들이 평화와 연결된다.새로운 평화관이라고 평하고 싶다.전쟁이나 종교와 같은 거대 담론에도 해당되지만 나와 우리 주변의 평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위젤을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