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재난의 시대 - 우리는 왜 공공의료를 외치는가
나백주.정형준.제갈현숙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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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공공의료라는 유토피아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현실을 마주하며 마음까지 돌보아 준다는 ‘인술’은 바라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의료인은 양심으로 환자는 믿음으로 이루어 질수 있는 ‘의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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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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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 작가님의 이번 소설은 스프링처럼 한계를 두지 않고 뛰어 오르며 봄처럼 화사한 발레리나 ‘하루’의 이야기 입니다. 읽는 동안 어릴 적 ‘스바루’라는 만화책을 읽으며 눈물흐리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전작인 ’꿀벌과 천둥‘의 피아니스트들처럼 자기안에 갇혀있는 감정을 몸으로 표현해내는 발레리나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써주어 머리속으로 혼자만의 영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기초도 다져지지 않은 아이들이다. 참된 의미의 자유로운 춤 같은 건 도저히 출 수 없을 게 뻔하다. 하지만 매일같이 엄격하게 기초를 주입당하다 보면 그것에 얽매여 다른 동작을 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을 해방시키지 못하게 된다. 초청 강사가 말한 ‘자유롭게‘는 자신을 해방시켜라, 형식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져라, 하는 의미의 ‘자유롭게‘인 것이다.

노력할 수 았다는 것 자체가 재능이라는 생각이 절절하게 든다.

물론 라이브 무대를 보는 행운, 같은 공기를 마시며 지금 여기서이 사람이 춤추는 모습을 목격하는 기적은 아무리 멋진 영상이 남아 있다 해도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충분히 안다.

무대란 근사한 만찬 같은 거잖아? 전부 한 번뿐이야. 매일 저녁 같은 메뉴라도 매번 다르지. 요리 자체는 먹고 나면 없어져. 아, 맛있었정말 훌륭한 만찬이었어, 하고 손님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야. 하지만 레시피는 남아 셰프는 자신이 만든 레시피라면 기억하는 법이거든. 레시피를 보면 다른 사람들도 재현할 수 있고. 그래도 남지는 않아.

난 말이야, 지금까지 쭉 궁금했어. 어째서 우리는 발레를 보는 걸까. 왜 발레를 보고 싶어하는 걸까. 그러다 <어새슨>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아, 나 대신 춤춰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건 내가 발레를 했기 때문이 아니야. 무용수가 아니라도,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환경 속에 있는 사람이라도,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그 모든관객을 대신해 춤추고 있는 거야. 원래 무대 예술이란 게 다 그럴지도 모르지. 연기자나 음악가, 무용수는 무대 위에서 관객을 대신해살아주고 있어. 모두가 무대 위에서 다시 사는 자신을 봐. 무대 위의예술가와 함께 인생을 다시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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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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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들이 카라치 집안에 대해서 가진, 또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전염된 두려움, 뿌리 깊은 원한,증오와 맹목적인 순종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감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때 릴라가 내 손을잡은 것은 나 혼자 마지막 계단까지 올라갈 용기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실은 그녀도 내 손을 잡음으로써 계속해서 나아갈 힘을 얻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설마 그런 걸까? 릴라는 부모님이 벌로 내 중학교 진학을 취소하게 하려고 나를 꼬드긴 걸까? 아니면 정말로 내가 중학교에 가지 못할까봐 그렇게 서둘러서 나를 다시 데려온 걸까? 세월이 흘러 오늘에 와서야 나는생각해본다. 사실 릴라는 때에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 체룰로가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아름다움은 피어나지 못했단다. 그 아름다움이 모두 얼굴과 가슴, 허벅지와 궁둥이로 가버렸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름다움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그런 곳들로 말이야."

그들과의 이질감 때문에 생긴불행한 소외감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느낀 것은 오라치오가에있는 레스토랑으로 가던 바로 그 길에서였다.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자랐고, 이들의 행동은내게도 자연스러웠다. 그들의거친 언어는 내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6년 동안 매일같이 이들이 전혀 모르는 길을 걸어왔다. 학생들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훌륭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땐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조금도 사용할 수 없었다.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자제해야 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학교에서의 내 모습을 잠시 접어두어야 했다. 기껏해야 나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해서 내 주장을 관철시킬필요가 있을 때만 그런 모습을 잠깐 내비칠 뿐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세계 안에 머무른다는것은 어머니와 똑같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가 어머니와 같아진다면 내 곁에 안토니오 말고 누가 남겠는가.

결국 릴라마저도 내 어머니의 세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해내야만 한다. 이제는 복종만할 수는 없다.

"너 천민이 뭔지 아니?"
"네, 선생님."
천민이 무엇인지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천민이었다. 음식과 와인을 둘러싼 다툼,더 빨리 음식을 제공받고 더 나은 서비스를 해달라고 벌이는 싸움, 웨이터들이 분주히 오가는 더러운 바닥, 시간이 갈수록수위가 높아지는 저속한 건배사야말로 비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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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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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 눈으로 보라고 혹은 눈을 감으라고.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 그렇게 올라타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을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 주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따른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고, 침묵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에 이름을 지어 주고, 그런 다음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아름다움이란 신체적 특징만큼이나 스그로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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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 드는 존재 -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
고금숙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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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필요하지만 나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일도 필요하다. 나를계속 열어 두는 연습을 한다. 내가 세상을 궁금해하는 만큼세상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다. 정신적 스트레칭이다. 새로운 경험만큼 나는 더 유연해질 것이다. 나이가 더 들면서 점점 조개가 되어 간다 할지라도 의식적으로 자주 입을벌려 세상과 호흡하고 싶다. 세상을 못마땅해하기보다는 끝까지 세상을 선물로 여기고 싶다. 나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늘 실험하고 기꺼이 허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호기심이 제2의 천성이 될 때까지 꼭 붙들고 싶다. 이것이 바로 김선생님과 이 선생님이 그들의 삶으로써 내게 전해 준 가장값진 가르침일 것이다.

과거를 받아들이자. 삶을 의미 있게 해 주는 친구를 사귀고, 타인의 생각이나 평가에 신경 쓰지 말자. 호기심을 잃지 말고,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사회적·정치적·지적·창의적 작업을 추구하자. 인생에서 모든 것을 최대한 많이, 오랫동안 즐겼으므로 때로는 모든 일을 멈추고 쉬는 한때를 보내자. 내가 끝마치지 못한 일은 다음 세대가 끝마쳐줄 것이다.
부디 120세에 내가 뿌듯한 마음으로 이 글을 보면 좋겠다.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잘 늙어 가는 것 아니겠는가. 좋아하는 것은 더 좋아하고 싫은 건 눈치 보지 않고 버리고, 건강염려 없이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는 나이, 나는 늙어 가는시간이 기대된다.

쓰기가 최고의 공부이자 지식 생산 방법인 이유는, 쓰는과정에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쓰기와 실험 외에는 모르는 것을 아는 방법이 많지 않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한 본인이 아는 것을 쓴 글은 "지당하신 말씀"이거나 지루한 글이 된다. 이런 글은 통념의 반복일 뿐이다. 이처럼 쓰기는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버리는 과정이다. 이 깨달음이 긴 세월 동안 내게 위로가 되었다. 계속적인 모색, 다시 말해 모르는 것을 찾아 헤매는 상태의 지속이 곧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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