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0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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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 분 말씀에 반대하고 싶지는 않은데, 또다시 실례하자면, 그쪽분이 무슨 일을 하시든,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시간이 나중에는 그쪽분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거예요. 그쪽 분은 황무지라고 말씀하시지만, 나중에 그쪽 분이 기억하실 지금이라는 시간은 눈부시도록 정밀하게 채워질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예요. 아직 시작되기 전인 거같아도, 이미 시작되어 있거든요. 아직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같아도, 이미 뭔가 하고 있거든요. 답을 찾으러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니까, 와, 답이 내 뒤에 있는 거예요.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쪽 분은 아주 야심 있는 사람 같아요, 남들이 가진 걸 모두 다 갖고 싶어하고, 착각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여겨지는 것일 수도 있는데…………… 아주 용감하게 그걸 바라는………… 영웅적인 분 같아요."
"저는 그 단어가 무섭지 않아요,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요. 보시다시피 저는 이렇게까지 가진 게 없는데, 제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힘을 내서 살고 싶은 만큼 그 힘으로 죽고 싶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살아가는 낙을 위해 제가 그 용기를 포기하면서 살까요,
좀더 말해주시겠어요? 누가, 그 무엇이 그런 가혹함을 누그러뜨릴 수있겠어요? 누구라도 제 입장이라면 똑같이 그럴 테고, 제가 열심히 원하는 걸 원할걸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어요. 행복이라는 게 그렇게 견디기어려운 건지, 아니면 행복이 뭔지 잘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어떤 행복이 자기에게 맞는 행복인지 몰라서인지, 아니면 행복을 가지고 뭘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행복을 너무 아끼다가 지쳐서그러는 건지, 제가 아는 건 이거예요.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말을 한다는 거, 이 단어가 존재한다는 거, 사람들이 이 단어를 괜히 만들어낸 게아니라는 거. 여자들이, 심지어 가장 행복하다는 여자들조차 저녁이면왜 자기가 다른 삶이 아닌 이런 삶을 살고 있는가를 자문한다는 건 저도 알지만, 제가 그걸 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이 단어를 괜히 만들어낸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저는 당분간은 이 단어에 매달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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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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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뇌 속에 없다. 의식의 반영이 뇌에서활동으로 나타날 뿐이다. 의식은 무엇으로부터도 독립되어 있다. 타티아나와 크리스타의의식은 뇌에서도, 서로에게서도 완전히 독립적이다. 생각과 감각은 섞여도 의식은 섞이지 않는다. 인간 존재는 내장이나 심신의 모든 것을 초월한다!

결국, 나를 몸부림치게 한 건 우리 고유의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와 슌의 관계는아버지와 어머니, 친구들의 관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르바이트하는 슈퍼의 단골손님 말에 상처를 받아 위궤양이 생긴 어머니나, 남자 친구의 말에 귀가 빨개지는 이즈미를 보면 안다. 자기만의 몸을 가진 사람은 없다. 깨닫지 못할 뿐, 모두들 서로 얽혀 있다.
자기만의 몸,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기억,자기만의 감정 같은 걸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것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어서, 독점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건 나와 슌이 너무나도 직접적으로연결되어 있다는 점뿐이다. 우리가 특별하지않다는 걸 인정하자 도롱뇽은 소리도 없이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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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선 프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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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여름‘을 놓고 여운을 지우지 못한 채 ‘이선 프롬‘을 읽기 시작해 여러 비슷한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 니다. 로얄 변호사- 채리티 로얄 -루시어스 허니의 관계는 그대로 지나 프롬 - 이선 프롬 - 매티 실버로 이어지고 있었 습니다. (‘순수의 시대‘의 메이 웰랜드 - 뉴랜드 아처 - 엘렌 올랜스카의 관계와도 비슷하지요.) ’여름‘은 밝고 화창하고 따듯하며 모든 것이 열려 있었다면 ‘이선 프롬‘은 어둡고 차가우며 눈으로 모든 것이 덮여 버렸습니다. 그들의 감정처럼 말입니다. 채리티에게 짧지만 달콤한 시간을 안겼던 루시어스 허니와 모든 감정을 참아 내야했던 이선 프롬, 이선에게 눈부셨던 매티 실버의 이름마저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래 저 사람이 백 살을 산다는말입니까? 벌써 죽어서 지금 지옥에 있는사람처럼 보이는데요!"

"매티 실버, 넌 나쁜 계집애야. 난 늘 그걸 알고 있었어. 네 아버지가일찍이 하던 버릇이야. 너를 이 집에 데려 올 때 경고도 들었어. 그래서 물건들을 네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려고 했지....... 그런데 지금 넌 내가 제일 아끼는 물건을 빼앗아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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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장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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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우리를 만들어 주고 살아갈 원동력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 우리가 앞으로 내딛으려 하는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선택적으로 그 과거를 지울 수는 없겠지만 이미 잊혀졌다면 굳이 캐내려 하지 않는 것도 때로는 현명한 선택일 수 있겠지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거꾸로 기억을 더듬어 가는 전개는 처음에는 헷갈리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만들어가는 최고의 방법이었습니다. 딩쯔의 마지막 기억과 칭린의 마지막 선택으로 이 소설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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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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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가 생각났습니다. 마지막 엘렌 올랜스카의 집앞에서 발길을 돌리던 뉴랜드 아처의 모습이 채리티 로얄과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여느 여름과는 다르게 화려한 날씨를 느끼게 했던 루시어스 허니의 등장은 채리티에게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름만큼이나 달콤했던 그와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게 끝나 버렸고 결국 그녀는 현실에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녀는 그 후에 안정적이고 편안한 여생을 살게 되었겠지요. 마치 메이와 결혼했던 뉴랜드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작은 도서관이라면 직접 책을 찾아보는 게 훨씬 더 즐거운 일일 테니까요・・・・・・ 도서관 사서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죠.‘

이글군에서 지금까지 이런 6월 날씨는처음이었다. 보통 6월은 갑자기 뒤늦은 서리가 내리고 한여름의 무더위가 교차하는 종잡을 수 없는 달이었다. 올해는 온화하고 아름다운 날씨가 날마다 계속되었다.

채리티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니에게 주었다. 그러나 삶이 그에게 줄 수 있는다른 선물과 비교한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채리티는 이런 일을 겪은 다른 젊은 여자들의 경우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갖고 있던 것을 모두 주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것 가지고는 짧은 순간밖에 살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녀와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보여 주려고 어둠 속에서 그렇게 앉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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