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서 듣는 음악
하태우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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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매체를 통해 하태우님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직접 쓰신 책으로 마치 소문으로만 듣던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네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그가 말하는 그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습니다만 거의 음악에 대한 글이고(네. 물론 작가님은 제목에 충실하셨지요)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비춰줄 뿐이어 아쉬움이 남았네요. 하지만 그의 음악에 대힌 안목과 글발에 대해 조금이니마 알게 되었으니 다른 책들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휠체어에서 찍는 사진
휠체어에서 보는 영화
휠체어에서 읽는 책
휠체어에서 하는 생각
휠체어에서 만난 사람… 등등
사실 ‘휠체어에서’라는 단어는 굳이 필요 없지만 첫 책을 그리 시작하셨으니 라임(?)을 맞춰 보았습니다.

덧) 그림이 반인데 일러스트작가님 이름도 표지에 넣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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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이다 지음 / 반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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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면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생기면 이해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내가 존재하는 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

이제이 런 건 돈 주고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다. 그렇다고 인터넷이나 박물관 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이런 애매한 시기의 물건들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가치를 두지 않아서 가격 은 싸지만 나는 그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것들 말이다. 이럴 때는 마 치 유적을 발굴하는 듯 신성한 마음이 된다. 그래, 난 단순한 호기 심 변태가 아니라 일종의 고고학자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했다. 빵을 되찾았다, 하나도 빠 짐없이! 만세! 나는 이겼다. 아니, 인간이 이겼다. 세상은 아직 망하 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이 빵 봉투를 보고 이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난감함을 헤아렸을 것이다. 그리고 기사님에게 분실물로 전달했다. 내가 빵 봉투를 되찾는 순간, 기사님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남이 빵을 다시 찾든 말든, 빵을 백 개를 먹든 말든 자신과 는 아무 상관 없고 자기 배가 부르지도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 게 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나의 기쁨에 동조했다. 그 누 구도 빵 하나 나눠 받지 않았는데 다들 흐뭇해 보였다.
되찾은 빵을 먹으며 전의를 불태운다. 누가 뭐 잃어버리기만 해 봐라. 똑같이 돌려줄 테다. 이 기쁨을 분명히 되갚아줄 것이다, 하고.

그냥 스쳐갈 때는 몰랐다. 길가에 앉아 채소 몇 가지를 바구니에 담아 놓고 파는 할머니들을 보면 늘 안타까웠다. 저게 장사가 되나, 집에서 쉬시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너무 고생 스러운 삶이라고 건방지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들의 일상에도 지극히 평온하고 즐거운 순간이 있었다. 단지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도시는 넓고 사람은 많다. 매일 밖에 나가 돌아오는 순간까지 수 백, 수천 명의 사람을 스쳐 간다. 그 모두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있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니. 버겁고 또 벅차기도 하다.
관찰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 이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수만큼, 관찰할 세계는 끝없이 많다. 역시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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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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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주택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안전 보조 구조물을 거주자가 임의로 제거하려면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은 뒤 자기 돈으로 제거해야 한다. 아동의 안전 등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제거비용을 정부가 보조한다. 가구 배치에 방해가 되거나 단순히보기 싫어서 철거하는 경우, 관할 지역의 주거환경과에서 제거시 재설치 비용까지 고려하여 총 비용을 산정한 후 거주자에게 청구한다. 이후 다른 거주자가 핸드레일 재설치를 신청하면비용은 무료다.

무정형은 그게 가장 이상했다. 가족이 아이를 아이들의 집에 맡기는 건 흔한 일이다. 모든 돌봄은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이다. 그런 철학에 기초하여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기 때문에 이름부터 ‘아이들의 집‘인 것이다. 색종이의 엄마도 차라리 색종이를 아이들의 집에 완전히 맡겨 버렸다면 아이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양육선생님들이 알아서 병원에도 데려가고 치료도 해 주었을 것이다.

오히려 의문은 더욱 커졌다. 표를 낳아 준 나라에는 ‘아이들의 집‘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아동의 양육을일정 부분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였다. 부모가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 싶으면 당연히 집에서 양육할 수 있었다. 집은 신청하면 국가에서 무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낮에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아이들의 집‘에서 양육선생님들이 돌봐주고 식사를 챙겨 먹이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는 나이의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도록 등하교를 도와주고 숙제도 돌봐 준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부모가 돈이 없거나 병에 걸리거나 다치거나 조부모가 아프거나 여러가지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럴 때는 아이를 ‘아이들의 집‘에맡길 수도 있다. 아이들도 그렇게 생활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았다. 아이가 원해서 스스로 ‘아이들의 집‘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부모는 강제로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 친부모가 자기 아이를 자기 집에 데려가려 해도 아이가 스스로 동의하지 않으면안 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표는 깜짝 놀랐다.
이런 제도가 있다면 아기가 아무리 희귀하고 위험한 병에걸렸다 해도, 아무리 치료비가 많이 든다 해도 아기를 외국에입양 보내야 할 이유는 없다. 아기를 치료하고 양육하는 과정을 국가가 책임져 주기 때문이다.

"그 ‘모임‘은 분리한 아이들을 자기들이 운영하는 시설에 수용하고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았어. 그 때는 그렇게 했다. 그러니까 아이 한 명이 보호소에 들어올 때마다 단체가 받는 지원금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인 거야. 그러면 그 단체는 당연히 아이들을 최대한 많이 가족에게서 분리시켜서 많이 수용하고 싶을 거 아냐. 그래야 돈을 많이 버니까."

그래서 무정형은 자신의정신 건강을 위해 뉴스나 SNS를 일부러 안 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아기를 인공적으로 생산했으니 장애인도 동성애자도 피부색이 짙은 사람도 태어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기술과학의발전이라 주장하는 우생학 추종자들의 소식을 일부러 찾아서볼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아동학대 피해자를 분리해서 가둬 놓던 데야."
"피해자를 왜 가둬요?"
무정형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다른 선배가 대답했다.
"옛날에는 그랬다. 여긴 개인이 하는 사설 기관이었는데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애를 데려다 피해자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가둬 놓고 정부에다가 피해 아동을 이렇게 많이
‘구조‘했다고 숫자 보고하면 머릿수대로 돈 받고 그랬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거 납치 감금 아니에요?"
무정형이 분개했다.
"거의 그런 짓이지 뭐."
선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둬 놓으면 언제 풀어줘요?"
무정형이 물었다.
"안 풀어줘."
처음에 말을 꺼냈던 란(欄) 선배가 대답했다.
"놀리지 말구요."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건 제가 직접 겪은 일이에요. 기계가 사람의 뇌파를 수집해서 사람하고똑같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뇌파를 내보내는 인공지능을만들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세상의 모든 스마트기기를 조종하려는 거예요. 그러면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고 내가 내 머리로생각도 할 수 없어요. 길에서는 차가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대로 멋대로 달리다가 사람을 죽일 거예요."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다쳐도, 부모가 아파도, 부모가 가난해도,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인격을 가졌거나 범죄자라도, 아이들은 그런 부모와 아무 상관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아이의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혈연이 있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고 행운이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수 없다면 슬픈 일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지배할 필요는 없었다.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였다.
아이들의 집에서 아이는 그런 사실을 이해하면서 어른이 되었다. 아이들의 집은 어른들의 집이기도 했다.

"경찰이 상주해야 하네 마네 말이 많아…………. 그런데 아이들의 집은 원칙적으로 누구나 환영하고 모두가 안전한 곳이어야한다고. 정말 1초가 급해서 달려오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문 열어 줄 때 확인하고 경찰이 상주하고 그러면 그게 무서워서 못 들어오는 취약계층이 또 있단 말이야. 자꾸 문을 걸어잠그면 결국은 진짜 갈 데 없는 애들이 길거리에서 큰일 당해.
저런 범죄자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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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찬와이 지음, 문현선 옮김 / 민음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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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다. 커러, 유치원에서 배운 일들을 잊지 마.
시간 보는 법과 서로 다른 지폐와 동전을 구분하는 법. 그 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남들과 장난감을 다투지 않고 공유 하고 친구한테 "미안해.,"고마워.,"사랑해."라고 기꺼이 말하는 것. 그게 뭐겠어? 그게 시간이고 돈이고 사랑 아니 겠어?

사실 젊은이의 인생이 기성세대가 걸어 온 길을 그대로 걷고 기성세대가 했던 일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그 세계는 정말로 절망적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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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증보판
홍세화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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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들이 노동현장에 들어갈 때, 일생을 두고 그 현장에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에 있다고 봐. 죽을 때까지 말이야. 바로그것이 일반 노동자들의 실제 삶이거든. 우리는 현장에 들어가더라도 되돌아올 수 있는 길이 항상 열려 있지만 일반 노동자들은그렇지 않아. 그들에겐 노동현장이 바로 생존이지만 우리들에겐그게 생존이 아니라 의식일 뿐이거든. 그런데 그 의식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차라리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게 어때? 예를 들면, 앞으로 10년 20년 이후의 우리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말이야. 확실한 것은 그때 세화의 모습은 택시운전사가 아니라는사실이야. 차라리 세화는 문화운동 쪽에 더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쪽에서 활동하는 세화의 모습은 상상이되거든"

"이상하게 들으시겠지만 별로 한 일도 없어요. 다만 저항했을 뿐이지요. 남한의 국시는 반공이랍니다. 프랑스의 ‘자유, 평등, 형제애‘처럼 적극적인 가치를 이루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반대의 이데올로기였지요. 내 나이 스무 살 때, 나는 이 반대이념이 인간에 대한 인간의 증오심을 살찌운다는 것을 알아야 했어요. 나도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벌써 공산주의자를 철저히 증오하고 있었으니까요. 그것은 무서운 발견이었지요. 인간을 알기도 전에 이미 인간을 증오하다니. 인간에 대한 사랑을 알기 전에 증오부터 배웠다니. 그 충격이 있은 뒤에 남한의 권력이 모두 이 증오의 이데올로기만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지요. 나는 저항하여 나에게 강요된 증오를 거부했지요. 그 결과가 이렇게 된 셈이지요."

나의 처지는 나의 의식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대하는 다른 사람의 의식도 규정하였다.
내가 돈도 없고 힘도 없으니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의식이 있었기에그런 모함을 할 수 있었을 터였다. 이런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실제 모습이었다. 이른바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의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프랑스에선이 주장과 저 주장이 싸우고 이 사상과 저 사상이 논쟁하는 데 비하여 한국에선 사람과 사람이 싸우고 또 서로 미워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프랑스인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 주의 주장 또는 사상을 일단 그의 것으로 존중하여 받아들인 다음, 논쟁을 하여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데 비하여 우리는 나의 잣대로 상대를 보고 그잣대에 어긋나면 바로 미워하고 증오한다.

사람이 미래를 모르고 살면 불안하긴 하나 위험하지는 않단다.
아니, 미래를 모르고 사는 것이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단다. 그러나 과거를 모르고 사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란다. 그것이 개인의 과거였든 민족의 과거였든...

똘레랑스란 첫째로,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뜻합니다. 이 뜻은 내가 임의로 규정하여 말한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말 사전이 밝힌 똘레랑스의 첫 번째 뜻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똘레랑스의 두 번째 말뜻으로 프랑스말 사전은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똘레랑스는 원래 ‘허용 오차‘를 뜻하는 공학 용어인데 사회적의미를 갖게 되어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라는 뜻이 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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