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 드는 존재 -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
고금숙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필요하지만 나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일도 필요하다. 나를계속 열어 두는 연습을 한다. 내가 세상을 궁금해하는 만큼세상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다. 정신적 스트레칭이다. 새로운 경험만큼 나는 더 유연해질 것이다. 나이가 더 들면서 점점 조개가 되어 간다 할지라도 의식적으로 자주 입을벌려 세상과 호흡하고 싶다. 세상을 못마땅해하기보다는 끝까지 세상을 선물로 여기고 싶다. 나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늘 실험하고 기꺼이 허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호기심이 제2의 천성이 될 때까지 꼭 붙들고 싶다. 이것이 바로 김선생님과 이 선생님이 그들의 삶으로써 내게 전해 준 가장값진 가르침일 것이다.

과거를 받아들이자. 삶을 의미 있게 해 주는 친구를 사귀고, 타인의 생각이나 평가에 신경 쓰지 말자. 호기심을 잃지 말고,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사회적·정치적·지적·창의적 작업을 추구하자. 인생에서 모든 것을 최대한 많이, 오랫동안 즐겼으므로 때로는 모든 일을 멈추고 쉬는 한때를 보내자. 내가 끝마치지 못한 일은 다음 세대가 끝마쳐줄 것이다.
부디 120세에 내가 뿌듯한 마음으로 이 글을 보면 좋겠다.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잘 늙어 가는 것 아니겠는가. 좋아하는 것은 더 좋아하고 싫은 건 눈치 보지 않고 버리고, 건강염려 없이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는 나이, 나는 늙어 가는시간이 기대된다.

쓰기가 최고의 공부이자 지식 생산 방법인 이유는, 쓰는과정에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쓰기와 실험 외에는 모르는 것을 아는 방법이 많지 않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한 본인이 아는 것을 쓴 글은 "지당하신 말씀"이거나 지루한 글이 된다. 이런 글은 통념의 반복일 뿐이다. 이처럼 쓰기는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버리는 과정이다. 이 깨달음이 긴 세월 동안 내게 위로가 되었다. 계속적인 모색, 다시 말해 모르는 것을 찾아 헤매는 상태의 지속이 곧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의 취향은커녕 최근까지도 우리는 예술의 존재 이유조차 설명하지못하고 있다. 예술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연계의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효율성과 낭비를 없애야 한다. 그런데 예술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 없는 부분에 시간과 노력, 자원을 소비한다.
그럼에도 지구상의 어느 문화에나 예술이 존재하며, 그 형태는 실로 다양하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술 이론가들은 예술이 이토록 널리 퍼진 것이 인류가 자연선택을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믿지만, 사실 예술은 짝을 유혹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다윈주의에 부합한다. 예술은 생존의 압박과는 거의 무관하며 여가 시간에 나・오는 부산물이다. 인간이 더는 포식자를 피해 도망 다니고 먹을 것을 찾아헤매지 않게 되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도구라고 알려진 대뇌를 이용해 상상력을 펼치고 탐구하며 깨어 있는 동안에도 꿈을 꿀 수 있게되었고 신의 생각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은 인간의 자유를 상징하고, 진화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했음을 의미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지음, 진은영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
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 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음 순간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

꼭 버티세요

You may be exhausted from holding things
and be disheartened. And even weep if
you are very emotional. Which could be
anyone on any day. With good reason.
But then there is the next moment
and the next day and
hold o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게 흥미진진해하던 나는 강사가 구명정에서의식수 공급을 언급하는 순간 마음이 서늘해졌다. 구명정에는 다양한 비상 물품이 구비되어 있고 그중 하나가 눈금 컵이었다. 눈금 컵은 식수를 정확히 분배하는 데 필요했다. 위험이란 사건의 물리적 상황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적 문제를 함께 발생시킨다는 점을 그제야 실감했다.

오래전 죽은 고래의 흔적과 사라진 활황의 기세, 작살을 든 많은 유럽인이 19세기 중반 증기선을 타고 이곳으로 왔고 1961년 남극 조약이 발효되기까지 남극해에서 고래 180만 마리가 사라졌다. 180만 마리는 떠올리는것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살상의 숫자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제 우리가 더 이상 남극해의 고래를 그런 대상으로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기와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한 획득물에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는 생명체로 바라보게 된 변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작살과 총을 내려놓고 생명에 대한 경이와 사랑을 택한 과정은 인간종이 이루는 이런 마음의 변화가 진보와 발전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혹시 불편해하면 어떡해요, 운동하는데……."
다가가고 싶지만 얼마큼 다가가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성격은 남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배우 김수현을 닮은 LB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불편해하긴요,
다들 환영할 거예요" 하며 내가 남극에서 들은 가장 잊을수 없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환영받지 못하면 어때요, 그것도 배워가는거잖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들어보니, 나리향은 세상이 사납게 굴어도 제가 택할수 있는 일에는 싱그러운 사람이었더이다. 금성은 나리향 같은 이의 생기로 융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해요. 여차하면 고이기 쉬운 죽음의 기운을 푸성귀로 쓱쓱 닦아내던 이였을 거예요. 오래 복을 누렸어야 했는데, 어떤 더러운 도랑에 누워 썩을 자가………… 그러니 나리향의 생을 기리기 위해 우리라도 제대로 갈무리해줘야지. 택한 상대와 묻어주는 일은 가벼운 일이 아니야. 중한 일이야."

한 사람으로서의 자은은 하지 않을 일을, 관직에 있는 자은이라면 망설임 없이 할 것이었다. 거인의 손가락 중 하나이기에 어딘가 구름 속에 있는 머리가 시키는 대로 행했을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더 큰 힘에 종속되어버렸다. 그 힘을 끌어 쓸수 있는 대신 본연의 모습과는 멀어지고 있었다.

"이 일을 거두어 다른 이에게 맡길까?"
"아닙니다!"
대답이 급하게 나왔다.
"일의 처음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맡기시면 엉뚱한 자를 베고 끝이 났다 아뢸 것이옵니다. 제게 그대로 맡겨주시면 베어 마땅한 자를 찾아내 베겠습니다."
"네가 베지 못할까 물은 것이 아니다."
자은은 왕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 고개를 들었다.
"흰 매를 굳이 웅덩이 같은 곳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어 물은 것이지."
고고한 일만을 맡을 생각은 없었다. 자은은 허리에 찬 검을내려다보곤 고개를 저었다.
"매의 깃털은 진창에 닿아도 쉬이 젖지 않더이다. 이대로맡겨주시지요."

"혼자 깨어 있으면, 잠의 옷자락 아래 기어들지 못하면.....
쫓기는 마음이 들지 않나? 그러니 비슷하게 눈이 벌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밤을 새우는 거지. 잊을 수 있으니까, 쫓기고 있다는 걸."
"무엇에 쫓기나?"
"지난날의 과오에 쫓기는 자가 많을 테고, 오지 않은 날들에 쫓기는 자도 더러 있을 테지. 어느 쪽인지만 명확히 알아도 덜 쫓길 텐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긍휼히 여기게. 쫓기다 사로잡힌 자들을."
"자네는 어떻게 그 속내를 아나?"
"어른 없는 어린아이가 먹고살려면 밤의 심부름꾼이 될 때가 있으니 아네. 밤 심부름꾼이 살아남으려면 사람의 무늬를알아봐야 하고, 어느 바다 어느 땅에 가도 반복되는 무늬가 있다네 "

"지금의 신라에서는 모두가 모두를 덩어리로 보지. 구려인은 구려인, 백제인은 백제인, 말갈인은 말갈인. 덩어리들끼리는 또 결코 하나로 뭉쳐지지 않네. 만약 내가 전쟁에서 사로잡혀, 항복하여 신라에 복속되었더라면 나 역시 나일 수 없었을거야. 감시받는 덩어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겠지."

무도함이, 잔인함이 가까이 도사리고 있다 해서 늘 짚어낼수 있는가? 자은은 점점 끔찍한 것들일수록 빛깔도 냄새도 없어 경계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여기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