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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진경산수 - 보림한국미술관 01, 진경산수화 1 ㅣ 보림한국미술관 1
진준현 지음 / 보림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동양화란 주로 먹을 사용하여 화선지나 비단에 산수,사군자등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라는 사전적 의미만을 알고 있으면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산수화가 관념적인 일반 산수화와 진짜 경치를 보고 그린 진경산수화로
나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산수화 앞에서도 시간에 쫒기고 아이들 때문에
또 모르고 재미없어서 한 번도 제대로 서서 감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겸재 정선,단원 김홍도,추사 김정희를 시험을 위해 이름이나 외웠지
실제 그림을 자세히 볼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국악보다는 서양음악이 더 친근한 것처럼
그림도 서양화보다 더 거리감있고 어렵게 느껴진다.
입으로는 우리 것은 좋은 것,우리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은 해왔지만
실상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고정된 생각들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어렵지 않게 풀어쓴 이야기는 읽는 재미와 그림에 대한 지식까지
알게 해 주었다.
유아에서 저학년용으로 나온 우리 그림 이야기를 몇권 보기는 했지만
대부분 작가를 중심으로 풀어 쓴 책들이여서인지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보림에서 나온 책은 작가별로 나눈 것도 아니고 시대별로 묶은 것도 아닌
지역 별로 묶은 구성이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그림 한점 한점을 자세하게 설명한 것은 글을 읽는 다는 느낌보다는
작가와 함께 그림을 보며 설명을 듣는 기분이 였다.
단순한 그림 설명만이 아닌 그 시대의 이야기와 한장소를 그린
여러 명의 그림을 비교해 가며 볼수 있어 좋았다.
실제 사진이 곁들여진 그 지역의 명승지 소개는 지루하지 않고
더욱 사실적이다.
특히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구례와 영광은 반갑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려서 글을 다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림을 보며 조상들의 흥취를
조금은 느낄수 있었다.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은 송도삼절중 하나를 그린 정선의<박연폭포>와
고등학교 수학여행 코스였던 단양팔경의 하나인 김홍도의<옥순봉>이 였다.
<박연폭포>는 그 힘찬 붓놀림이 폭포의 웅장함과 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산수화 속에 조그맣게 그려진 인물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 등장인물들이 자연과 인간,작품과 감상자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구실을
한다고 한다.
서양화에만 쓰이는 줄 알았던 원근법과 음영법이 우리 그림에서 쓰이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 들어 보는 붓을 옆으로 뉘어 아래로 문질러 표현하는 부벽준이나
여러가지 나무표현에 사용되는 수지법,절파,수직준,부감법,조감법과
부드러운 선만으로 표현하는 피마준등의 용어들도 그림에서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뒷편에 정리된 우리 땅을 그린 진경산수화가의 설명은 화가들의
면면이 요약되어 있어 더욱 좋았다.
책을 다 읽고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 한권으로 진경산수를 다 알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은 순서없이 가보고 싶은 지역만 골라서 읽기도하고
그림만을 보기도 한다.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에는 풍속화가로만 알았던 김홍도<옥순봉>을 보며
흐르는 강물의 유람선을 타보는 기분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