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이명애 지음 / 다그림책(키다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키다리(다그림책)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올해도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여전히 무더위는 계속되네요.
‘이명애‘ 작가는 <꽃>을 통해 알게 된 작가로 글자 없이 그림만으로도 큰 울림을 준 그림책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휴가> 역시 글자가 거의 없이 대부분 그림만으로 휴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계절과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의 지쳐 보이는 주인공이 파랗고 큰 한숨을 “휴”하고 내뱉는 것으로 그림책은 시작합니다.
기차에서 내린 주인공은 생각지도 못한 길동무를 만나 바닷가에 도착합니다.
낯선 휴가지에서 제대로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주인공은 다시 길동무를 만나 진정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받게 됩니다.

처음 그림책을 봤을 때는 파란 얼굴의 여자만을 찾아 그림책을 넘겼습니다.
두 번째로 봤을 때는 길동무를 따라 함께 했고 거듭해 보면서 휴가지의 사람들을 눈여겨 보고 색깔의 변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울했던 주인공의 얼굴은 자신만의 휴가를 즐기면서 제 색깔을 찾고 밝은 표정의 얼굴로 변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휴가는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보내든지 축제처럼 즐겁고 행복한 쉼입니다.
주인공 역시 밝은 빛의 얼굴을 보면 휴가를 제대로 즐긴 듯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의 그림자가 푸른색에서 노란색으로 충전되는 모습을 보면 다시 번아웃이 와도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찾았으니, 걱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볼수록 놓쳤던 것들이 보이는 그림책은 겉표지와 양장 속표지의 그림이 다릅니다.
겉표지에는 밝은 휴가지의 모습이 그려졌고, 속표지에는 지친 주인공의 일상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득 도서관에 비치될 때는 속표지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속이 상합니다.
그림책은 표지는 물론 면지, 본문, 책의 형태 등 모든 것이 이야기인데 괜한 걱정을 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문지아이들
전미화 지음, 조원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는 야무지고 단단하고 빛이 납니다.
사람들은 매우 무례하고 끈질기게 아이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습니다.

흔히 입양한 아이를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역시 입양한 아이입니다.

아이는 자라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합니다.
아빠는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는 하늘 얘기만 하면 소리를 지르고 엉망이 됩니다.

어려운 주제인 입양을 단순한 그림과 중의적인 표현의 글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낳았다는 간단한 설명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출생을 이해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는 어떤 설명으로도 자신이 떨어진 하늘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만약 아이를 만난 사람들이 다른 반응으로 대했다면
아이는 다른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아빠의 마음도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동감하게 됩니다.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게 너라는 게 중요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에서 기다릴게
최은영 지음, 이수연 그림 / 꼬마이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꼬마이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봄이 시작되는 어느 날, 따스한 아침 햇살에 녹아내린 눈 속에서 작은 물방울이 눈을 뜹니다.
차갑고 맑은 냇물을 따라 작은 물방울은 여행을 시작합니다.
물결을 따라 아무 걱정 없이 새로운 곳으로 흘러갑니다.

“너는 작은 물방울
물결의 춤을 기억하렴
반짝이는 별들을 따라오렴
기다릴게, 우리가 만날 때까지”

어느새 시끄러운 도시를 지나고 숨 막히는 더운 여름이 지나 더러운 흙탕물 속에 갇혀 잠이 들어버리기도 해요.
잠든 물방울을 빗방울들이 깨우고 물방울은 다시 헤엄치기 시작합니다.

그림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고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순전히 독자의 뜻입니다.
처음 그림책을 볼 때는 작은 물방울이 흘러 흘러 바닷물에 속하게 된다는 자연 현상에 관한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거듭 읽다 보니 작은 물방울이 인간의 모습을 닮아서인지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작은 물방울이 아무 걱정 없이 시작한 여행은 고난을 만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 다시 여행을 시작합니다.

천진하게 보이던 작은 물방울이 여행을 거듭할수록 몸집을 불리고 더 단단해져 물방울이 되어가는 모습은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과정을 보는 듯합니다.
글 작가 최진영의 유려한 글과 그림 작가 이수연의 힘 있는 수채화가 어울려 어려운 시절을 지나는 이들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주는 그림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미 가족 백석 시 그림책
백석 지음, 김정진 그림 / 꼬마이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꼬마이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차디찬 밤이다.
새끼 거미 한 마리

방바닥에 내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어느샌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어디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부모님은 아이를 남겨두고 먼 길을 떠납니다.
강아지도 병아리도 다 엄마와 함께 있는데 아이는 부모님이 언제나 오실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늦은 밤, 방 안에서 새끼 거미 한 마리를 발견한 아이는 아무 상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립니다.
어느샌가 새끼 거미가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고, 가슴이 저릿한 아이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립니다.

‘토속적인 우리말로 민중들의 삶을 노래한 뛰어난 시인’ 백석의 <수라>를 그림책 편집에 따라 읽기 편하도록 문장을 일부 변형한 시 그림책입니다.
무심코 새끼 거미를 문밖으로 버린 아이는 자꾸 나오는 거미 가족이 자신의 처지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백석의 <수라>는 읽은 적이 있었지만, 시인이 말하고자 했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탓에 그림책을 보고도 예전에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림책으로 재탄생한 시는 시집에서 읽었던 시와는 달리 명징한 느낌을 전하고 있습니다.

굳이 ‘흩어진 거미 가족의 모습 속에서 1930년대 우리 민족이 처했던 슬픔을 담은 작품‘이라는 설명 없이 아이의 표정만으로도 그 뜻을 헤아리게 됩니다.
아이의 모습에서 추운 바깥으로 쓸어버린 거미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앞 면지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 시대를 잘 고증한 그림과 아이의 슬픔 표정이 어울려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시 그림책으로 다시 탄생했습니다.
그림책을 본 뒤 <수라>를 다시 읽으니 참 슬프게 읽힙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채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도쿄에 살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던 서른다섯의 게이코는 함께 살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아버지와 어린 시절을 보낸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에서 비정규직 우편배달부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남자 ‘데라토미노 가즈히코’와 어른의 사랑을 한다.

다소 밋밋한 표지 속 소설은 표지만큼이나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남녀의 사랑을 홋카이도 시골 마을의 계절 변화 속에 녹여낸다.
호젓한 강이 흐르는 마을을 돌며 마을 사람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고 일요일이면 가즈히코와 함께하는 게이코의 일상이 느리게 흘러간다.

마을의 전기를 공급하는 작은 수력 발전소를 지키는 남자는 생활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음을 통해 마음을 전하며 세상을 등진 듯 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자는 남자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지만 채근해 묻지 않고 그저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노인들이 많이 사는 작은 마을의 우편 배달부가 겪을 만한 에피소드와 눈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와의 노을에 관한 이야기는 꽤 오래 뇌리에 남는다.
불같은 사랑이 끝나고 상처 입는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라면 다소 싱거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세심한 문장은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한 자리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전기를 만드는 수력 발전기처럼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남자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이 오지만 여자는 한치도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놀라운 힘과 남자를 안정적으로 머물게 했지만 결코 자유롭게 해 주지 못했던 ‘가라앉는 프랜시스‘를 보며 붙잡고 있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여름은오래그곳에남아> 만큼이나 낙엽이 지고 눈이 쌓이는 계절과 태풍이 불어오는 계절에는 이 소설이 떠오를 것 같다.
잔잔한 수채화 같은 마을 풍경과 그 안에서 자라나는 사랑이 서로 닮은 듯 다른 듯 큰 변화가 없기에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