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하에다마처럼 모시는 것>은 ’도조 겐야‘ 시리즈 중 다섯 번째로 번역된 작품이다.주인공 도조 겐야는 괴기 소설이나 변격 탐정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로 일본 각지에서 전해지는 괴담 기담을 창작 제재로도 선택할 만큼 좋아한다.소설은 고라 지방 도쿠유 촌에 전해지는 세 가지 괴담과 유리아게 촌에 전해지는 한 가지 괴담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겐야는 후배이자 출판사의 편집 담당자인 오가키 히데쓰구의 고향에서 전해지는 네 가지 괴담 중 유리아게 촌에게 벌어진 기이한 사건이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듣고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도쿠유 촌으로 향한다.동행으로는 스스로 도조 겐야의 조수라고 말하는 재능 있는 여성 편집자 소후에 시노와 길을 안내해 줄 오가키 히데스구가 함께 한다.도쿠유 촌에 어렵게 도착한 일행은 마을에 있는 사사에 신사에 머물게 되고, 신관의 안내로 첫 번째 괴담에 등장하는 미로 형태이긴 하지만 열린 공간인 대숲 신사에 가게 된다.그리고 그곳에서 이단의 민속학자인 노조키 렌야의 괴상한 아사 상태의 주검을 발견하게 되고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 마을에서는 연달아 수수께끼 같은 실종과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뒤로는 험한 산과 앞으로는 암초가 가득해 큰 배를 접안할 항구조차 없는 탓에 고립된 가난한 어촌 마을에 전해 오는 괴담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서 겐야가 도착하자 연이어 사망사건이 일어난다.대숲 신사에서는 괴상한 아사 사건이 일어나고 망루에서는 수수께끼 같은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다루미 동굴에서는 모래땅이지만 발자국 없는 살인이 벌어지고 큰 헛간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겐야의 활약이 앞바다에 잘린 머리처럼 떠 있는 암초인 하에다마를 오랫동안 신성시하고 공양했던 마을의 비밀스러운 사연과 얽혀 공포스럽게 다가온다.가난한 어촌 마을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얼마 전 읽은 일본 작가의 다른 소설이 생각난다.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했던 부끄러운 죄악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어 하지 않은 범인의 마음을 고스란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같은 소재의 소설이 쓰였다는 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가 싶다.소후에 시노의 엉뚱한 활약과 눈치 없는 겐야의 무덤덤한 반응은 무서운 이야기 중간중간 감초처럼 등장해 숨통을 트여준다.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한 용의자 소거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진 않지만 예부터 전해오는 괴담과 현재 벌어진 살인 사건의 유사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난다.특히나 글자로 전해지는 소리는 실제로 들려오는 소리만큼이나 공포스럽다.이미 출간된 시리즈를 읽지 않아서 이 소설을 읽기가 머뭇거려지는 독자가 있다면 전편의 에피소드가 간간이 등장하지만 이해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으니 꼭 시작해 보기를 권한다.읽다 보면 민속 호러와 추리가 결합한 소설의 재미에 푹 빠질 것이 틀림없다.조만간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읽을 계획이다.
<본 도서는 북뱅크(퍼머넌트북스)출판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푸른 바다의 시작점과 큰 숲속의 끝자락에서 아빠와 살고 있는 소년이 있었어요.둘은 소년이 기억할 수 있는 시간 동안 그곳에서 살았어요.”소년은 아빠와 함께 산 열매를 따고 낚시를 하고 어떤 날은 축구를 합니다.별다른 일 없이 지극히 평화롭고 여유롭게 지내는 소년은 숲속과 바다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아빠는 숲속과 바다에 있는 곰과 상어를 조심해야 한다고 대답해 주지요.시간이 흘러 아빠는 나이가 들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듭니다.아빠는 결국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원하지 않게 되고 말수도 점점 줄어들었죠.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나무가 된 아빠는 큰비가 내리는 날 소년을 태우고 먼바다로 나아가게 됩니다.아이는 자라면서 세상을 궁금해하지만, 부모는 아이를 언제까지나 위험에서 보호하고 싶어 합니다.그래도 아이는 자라 부모 곁을 떠나게 되고 부모는 작은 힘이지만 아이의 앞길을 안전하게 인도하고 싶어 합니다.모두 4장으로 된 그림책은 색상의 변화를 준 그림으로 아이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전부인 시절을 지나 고난을 겪기도 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고 하고 어느 순간 아빠처럼 자라 누군가와 함께하기도 합니다.스웨덴 출신 작가의 그림책은 단순한 색상의 그림과 글에 많은 것을 함의하고 있습니다.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오래오래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고 아이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안전하게 자리 잡은 아이의 성장에 환호할 것입니다.단색의 그림들은 화려하지 않아 이야기에 집중하게 해 주고 그림에서 숨은 의미를 찾게 합니다.소년의 성장 이야기로도 충분하고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주고 떠나는 부모의 사랑 이야기로도 읽히고 나와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는 우리 인생 이야기로도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자격으로 제공받았습니다.>”호랑이”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나요?이야기 속에는 가끔 어리숙하고 순진한 호랑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흉포하고 무섭고 두려운 존재라는 생각입니다.그런 호랑이가 깊고 깊은 산속에 찻집을 열었답니다.“푸른 마음 한 꼬집,노란 달 한 숟갈,새하얀 햇살 한 줌 모아 맛있는 차를 만들지.”가로로 긴 특색있는 판형의 그림책은 호랑이가 만든 차만큼이나 산뜻하고 따뜻한 색감의 그림으로 가득합니다.은은한 차향이 온 대지에 퍼지자, 새들이 하나둘 모여들지만, 찻집 주인인 호랑이가 응대하자마자 모두 줄행랑을 칩니다.새들이 도망가 버리자 혼란스러워진 호랑이는 물론 호랑이를 둘러싼 풍경마저 우울하게 보입니다.우리는 가끔 상대를 제대로 알기 전부터 선입견을 품고 그를 멀리하기도 합니다.새들도 호랑이가 만든 차향에 모여들지만 호랑이를 보자마자 모두 날아가 버립니다.차향에 취해 호랑이에게 다가가는 순간 마음이 열리며 친구가 되는 모습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한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호랑이가 정성스럽게 만든 꽃차 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책은 밝은 색상의 그림에 먼저 반하고 소리 내 읽었을 때 즐거워지는 흉내 내는 말에 즐거워집니다.“모두의 마음에 차향이 스며든 시간.”저도 함께 즐기고 싶어지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문지문학상 후보작) 묶어 1년에 네 권씩 출간하는 단행본 시리즈 <소설 보다>의 2024년 가을호다.모두 3편의 소설은 일상적이지 않는 독특한 주인공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권희진 작가의 <걷기의 활용> 속 ‘나‘는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낸 ‘태수’ 형과의 추억을 떠올린다.일자리를 찾지 못한 ‘나’는 소일거리라고 해봐야 걷기가 전부인데 그런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존재가 바로 ‘태수’ 형이다.이미상 작가의 <옮겨붙은 소망> 의 ‘나‘는 남편이 사고로 죽은 후에도 여전히 앤티크 소품과 빈티지 주얼리 쇼핑을 하는 n&n’s 의 쇼핑을 돕는다.집을 팔고 남은 시세 차액으로 생활하던 n&n’s 부부의 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던 ’나‘는 n&n’s가 남긴 물건으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정기현 작가의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은 회사를 쉬고 있는 ‘기은’이 우연히 간 작은 교회에서 ‘준영‘을 만난다.아무나 쉬어 갈 수 있는 교회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낙서를 찾아다니는 ’기은‘의 일상이 덤덤히 그려진다.세 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무기력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은 걷고 라이브 방송을 하고 교회를 다니며 낙서를 찾아다닌다.자신이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그들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만으로 지금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그들은 모두 머물러 있지 않는 인물들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그래서 그들의 걷기도 방송도 의미 없는 낙서 찾기도 응원하게 된다.하여튼 멈추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란다.
높은 산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 각자의 호숫가에 살고 있는 개구리 두 마리는 친구가 뭐 하고 있을지 궁금하고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높은 산을 넘어가는 길은 험하고 가파르고 위험하기만 합니다.어느 날, 두 마리 개구리는 아주 좋은 방법을 떠올리며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산자락을 빙 돌아가기로 합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친구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요?높은 산에 막혀 만나지 못한 두 마리 개구리는 친구를 그리워하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특별한 일을 함께하지 않아도 만나기만 해도 좋은 존재가 친구입니다.귀여운 개구리들의 우정과 어울리는 그림이 친구를 더 소중하게 느껴지게 합니다.극적인 장치를 통해 만난 두 마리 개구리는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함께 노는 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