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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평점 :
소설집 제목 그대로 소설로 현재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소설집이다.
작가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지금 한국 문단에서 가장 첨예하고 활발하게, 그리고 ‘계속’ ‘쓰는’ 작가들이어야 한다.”로 둔 까닭에 필진들 면면은 살필 필요도 없을 듯하다.
소설들은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문화일보에 먼저 연재된 것들로 매주 새로운 작가들의 소설이 지면을 통해 한 편씩 공개되었다.
매체의 특성상 4000자 안팎의 짧은 소설이 탄생했고 짧아서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명징하게 작가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단시간에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강명 작가의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21명의 작가가 AI, 거지방, 사교육, 번아웃, 고물가, 새벽배송, 다문화 가족, 오픈런, 반려동물……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핼프미시스터 라는 장편소설로 먼저 만났던 이서수 작가의 ”우리들의 방“에서는 <지출을 줄이려는 청년들이 모여 서로를 지지해주는 단체 채팅방>인 거지방의 일원인 ‘나’의 이야기로 폭우가 쏟아지지만 우산값을 아끼기 위해 그냥 빗속을 뛰어든다.
손원평 작가의 ‘그 아이’는 오픈 런에 관한 이야기로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만고의 진리와 함께 명품의리셀 판매가 수월해지지 않자 그 알량한 알바마저도 끊겨버린 주인공에게 마음이 쓰인다.
천선란 작가의 새벽배송의 이면에 숨은 이야기인 ‘새벽 속’은 돈 몇 푼에 인간성마저 사라져 버리는 현실 속에 놓인 우리들이 참 가엽게 느껴진다.
이경란 작가의 ‘덕질 삼대’나 섹리리스 부부 이야기인 정진영 작가의 ‘가족끼리 왜 이래’, 구효서 작가의 ’산도깨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그리고 있어 읽다보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흔히 여러 작가가 함께 한 소설집을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하는 데 이 표현이 이 소설집에 가장 적확한 표현일 것 같다.
아무 장이나 펼쳐 어떤 소설가의 이야기를 읽어도 좋아 마치 맛있는 종합선물세트 속 과자처럼 마음에 쏙 든다.
특히 이 소설집은 인기 없는 과자가 덤핑으로 섞여 있는 선물세트가 아닌 가장 인기있는 품목이 가득한 선물상자같아 더 좋다.
소설을 모두 읽고 다시 장강명 작가의 ‘소설 2034’를 읽었다.
2034년에 다시 기획된 <소설, 한국을 말하다 2034>의 대한민국의 문제가 2023년인 10년 전과 똑같다는 이야기가 우습고도 슬프다.
어쩜 우리는 2034년, 2044년, 2054년, 2064년에도 여전히 소설집에서 이야기하는 문제를 안고 살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은행나무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