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의 범죄 가노 라이타 시리즈 2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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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대학생 아사히는 우연히 10년 전 헤어져 소식을 알 수 없었던 동생 유히와 조우하게 된다.
어린 시절 집도 없이 학교도 다니지 않고 아버지와 고물자동차를 타고 좀도둑질을 하며 생활하던 형제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헤어지게 된다.
 
아사히는 재혼한 엄마와 살게 되지만 아버지가 납치해 기르고 있던 유희는 본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아동시설을 전전하게 된다.
다시 만난 유히는 유명 정치인의 딸인 미오와 납치 자작극을 세우고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빌미로 아사히를 납치 계획에 끌어 들인다.
 
8년의 시간이 흐른 뒤 찌는 듯한 여름날, 며칠 째 옆집에서 들리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공동 주택 주민의 신고가 접수된다.
파출소 순경 ‘가노 라이타’는 동료와 함께 출동한 맨션에서 아사한 여동생의 시신과 함께 기력이 쇠한 남자 아이를 발견한다.
 
수사본부가 설치되고 두 아동 모두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은 상태로 학교는커녕 집안에서 조차 자유롭게 지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경찰은 조사 끝에 엄마를 찾게 되지만 사건의 진실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아동학대’라는 사회 문제를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은 ‘도서(倒敍)미스터리’소설로 범인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서(倒敍)미스터리’란 “도치 서술‘의 줄임말로 범인의 입장에서 진행된 작품입니다. 따라서 ’범인은 누구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범죄를 파헤치는가’에 중점을 두며 탐정이나 경찰이 범인의 허점을 찾아내고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을 어떻게 깨뜨리냐가 재미의 핵심입니다. (p402,옮긴이의 말 중에서)
 
사건은 수사 1과의 ‘가라스마’와 처음 현장에 출동한 가마쿠라역 앞 파출소 순경인 ‘가노 라이타’에 의해 사건의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특히 과거에 ‘자백 전문가’로 불렸던 어리숙하게 보이는 순경 ‘가노’의 활약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스스로 자립해 살아갈 수 없는 아동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 중 하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친부모를 포함 어른에 의한 아동학대와 방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뉴스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큰 사건이 되기도 한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책을 세우고 미취약 아동 전수 조사를 실시하지만 뉴스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모두의 뇌리에서도 사라져버리곤 한다.
소설 속 아이들 역시 친부모에 의해 범죄에 노출되기도 하고 유기되기도 하며 방치되고 학대받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그 학대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식으로든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이어간다는 사실이다.
주위 사람들은 아이는 부모 책임이라는 생각과 알면서도 책임지기 싫어 모른 척 눈감아 버리곤 한다.
 
1.2부로 나뉜 소설은 주거의 불안은 물론 수많은 범죄에 노출돼 학교에도 다닐 수 없었던 두 소년이 10년 후 납치 자작극을 벌이지만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게 되고 2부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지 풀어가는 과정이 마음 아프게 그려진다.
 
왠지 헐렁하고 허술한 ‘가노 라이타’는 드러나는 외형과는 다르게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고도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 멋진 모습을 보인다.
온 세상에 어린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읽은 지 꽤 시간이 지나 ‘가노’의 활약이 가물가물한 <거짓의 봄>이나 재독해 봐야겠다.


<본 도서는 블루홀식스 출판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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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입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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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인스타그램에서 ‘호러 문장 수신’이벤트가 있었다.
여름엔 역시 호러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지라 망설임없이 신청했고 몇 개의 문장을 받아보고는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해 고른 책이다.

작가 김인숙은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데 죄송하게도 이 소설집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모두 13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다른 지면을 통해 발표된 4편과 미발표작인 9편의 연작소설이 실려있다.

제목만큼 아름답지못한 첫 번째 이야기 ‘자작나무 숲‘은 호더인 할머니와 손녀인 ‘나’의 이야기로 ‘할머니는 지금 내 차 안에 죽어 있고, 나는 그런 할머니를 버리러 가는 길이다.‘(p8)라는 문장과 tv속에서 본 쓰레기집의 전경이 겹쳐 내내 무언가 튀어 나올 것 같은 공포에 떨게 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동명인 소설은 태풍이 불기 시작하자 하인도에 발이 묶인 예술인들 중 한 명인 소설가가 바닷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하인도 레시던시에 묵은 예술가들은 모두 죽은 소설가와 인연이 있고 소설가 딸의 죽음의 목격자거나 관련이 있는 이들이다.

9편의 연작소설에서는 ’호텔 캘리포니아‘와 ’모텔 캘리포니아‘와 여자들의 죽음과 그 죽음에 관련된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호텔 캘리포니아 근처의 폐아파트 단지를 조사하는 전직 형사인 탐정 안찬기와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머리를 어지럽힌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이야기는 사운드나 갑작스러운 화면 전환으로 공포를 주는 공포 영화보다는 분위기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읽다가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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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위픽
임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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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고 0, 인간관계 0, 행동반경 0, 메신저 알림 0.

나는 존재감 제로인 인간이다.
그야말로 내가 죽어도 누구 하나 눈치채지 못할 그런 존재다.

그런 존재감 없는 내가 납치됐다.
목숨이 아홉 개라는 고양이 오후에게 납치됐다.

그것도 보일러 배기가스 연통이 빠지는 바람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뒤
저승에 닿기 전에 납치 당했다.

고양이 오후는 길고양이의 안전한 삶을 위해
존재감 없는 나에게 그 비법을 전수받고 싶어한다.

임선우 작가는 <<유령의 마음으로>>로 먼저 만났다.
유령이 나오지만 그 안에 따듯함을 잊지 않는 이야기들이라 좋았던 기억이 있다.

고양이 오후도
존재감을 없애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자신의 목숨쯤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고양이 오후에게 배워야할 것,
바로 사랑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때 그때가 존재감이 제로가 되는 순간이다.
소설 속 내가 택한 길이 <0000>을 벗어나기 쉽지 않은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가 나를 사랑한다면
어느 순간 “0”이 아닌 다른 숫자들로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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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와 키키 - 어수룩한 멍멍이 토비와 냉소적인 야옹이 키키의 시골 일일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박라희(스텔라박) 그림, 이세진 옮김 / 빛소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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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라는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됐지만 ’자연과 동물을 끔찍이 사랑했던 프랑스 대표작가‘라고 합니다.
’어수룩한 멍멍이 토비와 냉소적인 야옹이 키키의 시골 일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멍멍이 토비와 고양이 키키의 일상을 두 동물의 대화로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등장 동물 소개란에 검은 얼룩무늬의 수컷 불독 토비와 샤르트뢰 종의 수컷 고양이 키키에 대한 소개 아래 아주 작게 ‘하등 중요하지 않은 주인’ 그녀와 그가 소개된 모양만 봐도 이야기의 중심에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인간에 대해 오해하기도 하고 불의 강렬함에 끌리기도 하고 천둥번개에 놀라기도 하는 그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특징을 자세히 관찰해서인지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어색함이 없고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인간에게는 ’멍멍‘이나 ’야옹‘으로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동물을 사랑하는 작가를 통해 제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박라희 작가’의 귀여운 그림은 이야기를 더욱 풍요롭게 해 줍니다.

또한 <빛소굴>출판사 도서의 아름다운 외형은 ’토비와 키키‘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튼튼한 양장본과 두꺼운 종이에 색연필로 그린 토비와 키키는 살구색의 표지와 가름끈으로 귀여움을 더합니다.
동물의 마음을 알고 싶은 집사는 물론 동물 영상을 즐겨보고 동물과 함께 하고 싶은 독자라면 홀딱 반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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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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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부터 1926년 10월까지 31호, 1931년 1월 속간 후 1934년 8월까지 약 42호, 총 73권 내외로 발행’된 잡지 <<신여성>>을 강독하고 함께 공부한 필자 9인이 이를 바탕으로 2005년 <<신여성_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를 출간했다.
이후 잡지 <<신여성>> 발간 100주년을 맞이해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이 바로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다.

모두 7장의 본문과 부록으로 구성된 책은 모던걸의 정의를 시작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 ‘신여성’에 대해 잡지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1장에서는 양산을 사고 머리를 구부리거나 염색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제껏 보지 못한 여성들의 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백화점을 다니고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고 스포츠를 취미로 했지만 호떡을 달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하니 아이러니라 할만하다.

2장의 신여성 수난사는 ‘은파리’로 대변되는 관음증적인 남성들의 시선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신여성’은 땅에서 솟아난 존재가 아닌 신식 교육을 받은 여학생들이었으니 그들의 학교 생활과 기숙사나 하숙 생활들을 엿볼 수 있는 3장의 문제적 기호, ‘여학생’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대중문화와 자유연애는 물론 은밀하고 내밀한 성에 대한 이야기도 잡지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난다 긴다하던 모던걸들도 결혼이라는 제도 앞에서는 무너지고 만다.
<<신여성>>의 필진들은 ’연애없는 결혼은 없다‘라는 자유주의 연애론을 이야기하면서도 결혼을 위한 전단계인 연애를 하는 신여성들에게는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넘어 비난을 퍼붓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에로 서비스‘자체를 직업으러 삼는 여성들에게 사회적 비난을 쏟으면서도 직업여성의 에로 서비스를 노골적으로 기대하는 남성들의 이중적 태도도 볼 수 있다.

<<신여성>>은 여성잡지의 확산을 도모한 어느 정도 장수한 최초의 여성잡지이고 여성을 주체로 한 잡지였지만 주요 필진은 대부분이 남성들이었다.
거기다 <<신여성>>에 소개되는 여성들은 물론 잡지를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구독할 정도의 여성이라면 일반적인 범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읽는내내 잡지에 소개되지 않은 여성들과 그 잡지조차 읽지 못했을 여성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모던걸‘이 아닌 ’못된 걸‘로 불리던 그들의 일상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찌됐든 100년 전 여성을 위한 잡지 <<신여성>>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들이 살았던 100년 전의 가정의 모습과 여성의 역할이 더디지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게 된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의 서포터즈인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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