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래빗홀출판사의 래빗홀클럽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한국과 중국의 여성 작가 6명이 모여 sf소설을 썼다는 소식만으로도 놀라운데 참가한 우리나라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소위 잘 나가는 젊은 작가들이라 어떻게 이런 기획을 했나 싶어 반갑고 기대감이 커진다.6명의 작가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체”라는 주제로 각자의 개성을 담은 소설을 선보이고 있다.총 3부로 이루어진 소설의 1부는 ‘기억하는 몸‘으로 우리나라의 김초엽 작가의 <달고 미지근함 슬픔>과 중국의 저우원 작가의 <내일의 환영, 어제의 휘광>이 실려 있다.2부는 ’조우하는 몸’으로 김청귤 작가의 <네, 죽고 싶어요.>와 칭징보 작가의 <난꽃의 역사> , 3부는 ’불가능한 몸‘으로 천선란 작가의 <철의 기록> 과 왕칸위 작가의 <옥 다듬기>가 수록되어 있다.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몸을 버리고 데이터 세계로 이주한 인류의 이야기로 몸 없이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인간은 실제가 없는 세계의 허무를 잊기 위해 ‘몰두‘에 집중한다.벌을 키우는 일에 몰두한 단하에게 곤충 연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규은이 찾아오고 여러 날 함께 하며 가까워진다.하지만 규은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된 순간 단하는 자신이 몰두하는 일이 실체가 없음을 자각하게 된다.저우원 작가의 <내일의 환영, 어제의 휘광> 은 어느 날 이유도 없이 사람들 사이의 언어가 섞여버리는 점염병이 발생한다.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잠깐의 대화에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탄생해 소통이 불가능해지고 외국에 나와있던 샹잉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잊기 전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통하지 않는 언어 때문에 비행기 운행도 불가한 상태다.김청귤 작가의 <네, 죽고 싶어요> 에서 ‘나‘는 무너지는 싱크홀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고 몸을 던졌고 신체가 반투명한 상태로 눈을 뜬다.현재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나‘는 백중날에만 열린다는 다방에 도착해 그곳에서 다양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구하려 했던 아이를 만나게 된다.청징보 작가의 <난꽃의 역사>는 sf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타임슬립을 다룬 이야기로 1980~90년대의 중국의 실상과 다채로운 중국의 문화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천선란 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고통과 혼란이 없는 무감각의 세성에 사는 신시민들을 옴니아가 지배한다.사람들은 무감각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데 주인공에게 틈이 생겨 감각을 느끼기 시작하고 자신과 비슷한 어린 신시민을 구하게 된다.마지막 왕칸위 작가는 감각을 조절하고 지각을 최적화해 신체의 고통을 통제하고 영혼의 기쁨까지 얻을 수 있는 ‘위’를 뇌에 이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6편의 소설은 지금까지 읽어오던 sf소설과 달리 먼 우주가 배경인 이야기는 한편도 없다.저우원 작가의 이야기는 2026년이 배경이고 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날짜를 세는 방식이 아닌 세상을 그리고 있다.소설은 인간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존재하는 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몸이라는 소우주와 세계라는 대우주를 그려낸 한 권의 책으로, 이 안에 담긴 다양한 목소리와 몸짓 그리고 풍경이 독자를 새로운 우주로 데려다줄 것이다.” (옮긴이 김이삭의 말 중에서)소설 속에는 몸이 주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무감각해지는 세상을 택하기도 하고 몸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고 데이터만 존재하는 세상도 존재한다.몸이 막고 있는 불편을 털어낸 이후 인간의 자유가 무한대로 실현될 것 같은 세상은 생각과는 다르게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몸이라는 그릇이 존재하기에 인간은 존재한다는 진리는 현재의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 따위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깊이 느끼게 해 준다.
<본 도서는 보림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새벽부터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던 날, 한 여자아이가 터벅터벅 걸어옵니다.그리고 작은 바위가 만든 그늘에 앉아 태양을 피합니다.뱀 역시 바닥이 뜨겁지 않은 곳을 찾아 그늘 안으로 들어와 여자아이와 마주 앉습니다.잠시 후 혀를 축 늘어뜨린 여우가 도착해 그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오후가 되자 토끼가 오고 고슴도치 그리고 멧돼지가 뒤따라옵니다.그 후 염소와 여러 마리의 새들까지 오자 그늘 안은 점점 북적입니다.그림책은 더운 날 작은 바위가 만든 작은 그림자 속에 많은 동물들이 쉬어 간다는 단순한 내용입니다.만약 누군가 그늘에서 함께 쉬기가 아닌 자신의 힘을 믿고 다른 동물들을 쫓아냈거나 먼저 도착한 동물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게 못마땅해 바위의 그늘을 없애려 노력했다면 그 그늘은 아무도 쉴 수 없는 곳이 돼 버렸을 겁니다.어디인지 모를 곳에 덩그렇게 놓인 바위와 태양이 만든 그림자로부터 시작한 40페이지 남짓되는 그림책에 사용된 배경색은 똑같은 색상이 하나도 없이 시간에 따라 조심스레 조금씩 다른 색으로 변해 갑니다.특별한 배경이 없는 그림책은 변해가는 배경색, 그림자의 길이와 위치만으로 시간의 흐름을 짐작하게 합니다.“책의 물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작가의 그림책은 보통 보아오던 그림책과는 다르게 가로로 긴 판형입니다.또한 그림책 속 그림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노출제본 방식입니다.군더더기 없는 그림은 새로운 친구들이 도착할 때마다 반기는 동물들의 몸짓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길지 않은 글이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정확합니다.등장하는 동물들은 그림책 속이 아니라 생태계에서 만났다면 함께 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라 작은 그늘을 나누는 모습에서 우리는 공존과 연대를 봅니다.혹시 나는 지금 나만 더 큰 그늘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밀어내고 그늘을 파괴하고 있지 않은 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본 도서는 비채 출판사의 비채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종달새 마을의 종달새 언덕에는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한 마녀 ‘스이’가 지키는 ’마법 상점’이 있다.사역마인 고양이 니케와 사는 ‘스이’가 마녀라는 소문이 나자 각기 다른 고민을 갖은 사람들이 마법의 힘을 빌려 소원을 이루고자 마법상점에 찾아온다.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은 각자의 고민 해결을 위해 종달새 언덕을 찾는다.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메이는 왼팔에 있는 화상 흉터를 없애고 싶어 종달새 언덕의 마녀를 만나러 온다.아내와 사별 후 시한부 선고를 받은 노화가 미노루는 유일한 가족인 반려묘 쿠로와 대화를 하고 싶어 마녀를 찾는다.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던 작가 하루코는 ‘재미있는 소설 아이디어가 샘솟는 마법’이 필요해 마법 상점이 있는 종달새 마을을 찾아온다.여자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 슬픈 감정마저 억누르고 살아가는 형을 걱정해 스이에게 도움을 받으려 찾아가는 도키오도 있다.마녀 스이는 찾아온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뿐 모두가 기대하는 스펙터클한 마법을 선보이지는 않는다.고민의 해답은 모두 스스로에게서 나오고 마녀는 그저 그것을 깨닫게 살짝 도와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다.실제로 우리는 걱정 거리가 생겼을 때 누군가에게 그 걱정거리를 털어놓는 순간 별것 아닌 고민이 되는 순간을 종종 경험하곤 한다.마녀 스이가 각자에게 맞춤한 차를 내주고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는 순간 스스로 문제점에 다가가게 되고 진짜 마법은 그 순간 펼쳐진다.제목이 ’종달새 언덕의 마녀‘가 아닌 ‘마법사’인 이유가 밝혀지는 마지막 장은 희생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세우는 진짜 위대한 마법의 순간을 보여준다.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는 스이의 마법은 특별하지 않아 특별하고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랑을 만날 수 있어 끝까지 마음이 따듯해진다.
<본 도서는 나무옆의자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2040년대엔 전문직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실무는 인공지능이 차지하고 있는 시대다.30대 중반의 약사 자격증을 가진 식품의약안전처 소속의 5급 사무관 서효원은 부족한 자기 효능감에 따른 우울감과 무기력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그러던 어느 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행동주의 펀드로 제약사들 주식을 공매도한 다음 임상 부정 등을 고발하여 주가가 떨어지면 큰 이득을 보는 블루워터 리서치의 언더 커버 활동을 제안받는다.성공적으로 잠입했다는 생각과는 달리 블루워터 리서치의 사장 이청수는 이미 서효원의 정체를 알고 있다.단둘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특별한 일없이 시간만 죽이던 서효원은 차츰 이청수가 하는 일에 동조하게 되고 이청수의 죽은 아내와 동료였던 최민이 함께 영생의 생물인 홍해파리 유전자를 이용해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 물질을 찾는 연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최민은 서효원에게 연구시설의 비밀을 보며 주며 이청수를 파멸시킬 계획에 함께 하자고 회유하기 시작한다.심너울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우연히 제목에 꽂혀 고른 그의 소설 <#나는절대저렇게추하게늙지말아야지>로 부터다.sf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대단히 유쾌해서 즐거웠고 작가의 나이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그의 소설을 처음 읽은 지 5년이 지났고 그만큼 나이 든 젊은 작가는 지금도 쉬지 않고 글을 쓰고 있고 나는 부지런히 찾아 읽고 있다.인문학 도서에 붙을 법한 <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소설은 인간의 영원한 불멸과 공공보건, 그리고 의료 실험의 윤리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이청수는 사랑하는 아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남은 시간을 함께 소중하게 보내길 원하지만 과학자인 아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명을 연장하고 싶어 한다.둘의 사이에 끼어든 최민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영생을 실현해 줄 물질을 찾아내고 그것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린다.소설은 아내를 이용한 최민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남자 이창수와 실험 윤리를 지키지 않고 만든 의약품을 개인의 부를 쌓는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최민을 응징하려는 서효원의 활약을 중심에 두고 흐른다.한 편의 액션활극을 보여주는 소설은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독자를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한다.정당한 방법은 아니지만 인류를 죽음에서 구해낼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해 냈다면 그 의약품을 파기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방법이 비윤리적이라도 상용화하는 게 맞는 것인가?또 그 의약품을 개발한 기업의 오너가 모든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 약품을 쓰기보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자들에게만 한정적으로 약품을 고가로 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모든 인류는 부자든 가난하든 공평하게 끝을 맺는다.그런데 만약 선택받은 자들만 영생을 누린다면 솔직히 어떤 게 옳은 선택인지 소설을 덮고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소설은 어려운 문제의 답을 풀어주고 끝을 맺지만 여전히 그것만이 정답인지 고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