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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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으로 비범한 제목이다.

박무영, 김경비, 조혜란 그녀들이 쓴 서문에 먼저 감동한다.

"고백하자면 이 글들은 우리 각자가 이 여성 선배들 각자와 만나서 싸우고 화해하고 반하고 연애한 기록들이다"

"억압속에서도 사람다운 품위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숨소리를 듣는 것은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선택한 제목, '조선의 여성들 -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이라니. 

부자유한 시대라. 부자유한 시대. 그리고 비범했던. 그녀들의 삶을 읽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기꺼이 감동할 준비가 이미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부자유한' 시대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 속에서 비범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대를 살며 우리 엉덩이에 붙어 있는 '여자'라는 꼬리표때문에 억울함을 느껴보지 않은 여자가 몇이나 될까.   

그래서 비범했으나 미쳐 기록되지 못했을 많은 언니들 뿐 아니라,

2. 왜 비범하지 못하면 기록되지 못한단 말인가?

슈퍼우먼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언니들을 위한 기록도 필요하다.

부자유한 시대를 차마 비범하지도 못하게 살아간 언니들에 대한 긍정적인 역사쓰기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3. '미쳐야 미친다'를 생각한다. 조선시대 마이너리티 지식인들의 개성강한 삶을 이 시대의 마이너리티 학자가  세파에 지친 그들의 숨결까지 배려하며 불러내 감동적이었지. 정민은 시간을 초월해서 사람들과의 우정을 나누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래도 그들은 남자였으니까. 마이너리티라도 그들은 상상력과 몰두할 수 있는 기반의 출발이 이미 달랐다고 나는 말한다.  

부자유한 시대에 감히 비범했던 언니들이 더 소중한 까닭이며 여전히

부자유한 시대, 감히 비범하지 못한 여자의  판단이다. 부디 부자유하지 않은 시대, 비범하기 위해 생을 건 도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저 너머에 있길 바란다. 아직은 비범하기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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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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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을 대화로 정리한다는 것은,
읽기 전에는 좀 낯설고 적절하지 않은 방법인듯이 느껴졌었다.
자기 삶을 돌아본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 이겠지만,

과거 거짓말하거나 사기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지식인의 한 표상인
리영희의 삶을 대화로 돌아본다니.

그런데 그것이 진검승부의 느낌이다.

임헌영과 리영희의 대화는 충분히 서로 존중함에도 아부하지 않고 옳바로 한 시대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적절했다. 리영희 삶, 그 자체가 가지는 정의의 힘과 임헌영의 적절한 질문과 대화가 절묘하다. 피해가지 않는 철학에 대한 동의기반이 있어 그럴거야.

2.
옳고 그른것과 무관하게 철학과 무관하게
오직 욕망과 권력을 쫓아다니며 그 권력의 떡고물을나누기 위한 도서관속의 지식은 흔히
서구의 지식을 번역하기에 급급하고
독일의 어느 대학 어느 교수에게서 수학하는 것만을 자랑하는 잘난 지식이 넘칠때

언론사 기자로 일하며 사실확인을 하며 구체적인 상황에 구체적으로 사색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한 이영희의 삶에 그가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있어 더욱 다행이다.

3. 어쩌면 이렇게 늘 성실하고 늘 진지했을까? ^^

타협하지 않고 학자의 양심으로 평생을 살아낸 노학자의 열정과 고집, 고민

그를 통해서 보는 한국현대사

 

4. 그래도 나는 동시대에 같은 하늘아래서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 의 허영철 에게 2%더 고개를 숙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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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시대 - 에릭 홉스봄 자서전
에릭 홉스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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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끔 프랑스나 영국의 새들은 우리보다 넓은 하늘을 날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그 동네 사람들이 무턱대고 부러울 때가 있다.
마치 그들은 늘 지성과 토론에 자유롭고 합리적인 이성에 의해 논리적인 판단을 하며 사회를 꾸려가는듯이 느껴질 때마다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 와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생각한다.
자본주의를 고도로 발전시켜 그 모순의 폭발을 격고 자본과 임노동의 계급적 갈등을
식민지에서 수탈한 초과이윤으로 잠재운 그들은
물론 노동자계급에게 이윤을 조금 더 나누어주기까지 아주 많은 젊은 피와 열정이 아낌없이 바쳐졌다는 것을 기억하려 한다.

혹시 영국이나 프랑스의 하늘이 더 넓다면 공짜가 아니라는 얘기지.^^


2.
그리하여 홉스봄은 차분하게 서두르지 않으며 소박하고 깊은 노인의 직관과 지혜를 들려준다.
피로 얼룩진 20세기는 또한 극단적인 배신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 한세기 공사당을 배신하지 않으며 배신해야 할 이유를 모르며, 혹은 배신할 시기를 놓치며
우직하고 성실했던 자신의 삶에 대해 교만하지 않은 자부심은 타당하다.

오래동안 성실하게 산 노인이 자기 삶을 돌아보며 이만큼 낮은 목소리로 당당할 수 있다니. 부럽다.


3.
똑같은 시기 우리 땅의 젊음들은 훨씬 날카로운 좌우대립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밑에 숨죽여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와 정의를 위해 헌신한 선배들의 육성을 대부분은 듣지 못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이미 죽임을 당했으므로.

오직 욕망에 의해 더 많이 더 노골적으로 착취하려는 자들의 피묻은 입술과
한때 민주를 외쳤던 것을 명함삼아 권력을 향한 욕심을 감추지 않는 천박한 자들의 자서전이 넘쳐난다.
드러운 것들.


4.
그러나 홉스봄에게 부끄럽지 않을 선배들이 많다. 
지식인의 삶으로 본다면 리영희 선생의 '대화'를 함께 보면 동시대를 다른 곳에서 살아간 두 사람의 현인을 비교할 수 있다.
순전히 우연에 의해 어느 곳에 태어나는데 이렇게 다르다!!! 
내가 백년 쯤 산다면 나에게는 어떤 세기일까? 혹시 지긋지긋하고 지루하다면 내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겠지.^^

'흥미로운 시대'를 산 홉스봄 오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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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Art Travel 1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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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시아 혁명과 문학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러시아 미술에 대해서 이렇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사회주의 혁명이후 소비에트는 사적으로 소유한 그림들을 국유화해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미술관으로 모으고

무료로 개방했으며, 그래서 경매에 의해 소비에트 국경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주로 소비에트 국경밖의 그림에 대해서만 알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러시아의 그림을 모르고서 러시아의 혁명과 문학을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2.

이주헌의 안목과 글쓰기가 매우 뛰어나다.

다른 저작중에 '화가와 모델'을 읽어봤는데, 오히려 식상하다는 느낌이었고, 그런정도의 그림소개는 많은 편이다. '내 마음속의 그림' 이라는 책이 여러 저작중 평가를 잘 받고 있는것 같은데, 조만간 읽어봐야지.

 

음--, 가장 뛰어난 능력은 뭐냐면, 그림을 선택하는 안목, 왜 그 미술관의 많은 그림 중에 하필 그 그림을 소개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아닐까 하는데,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극적으로 보여주는 러시아 그림들을 소개하기에 적절하게 인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 그리고 러시아의 미술관들이 그림을 배치하는 철학을 함께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느낌.

단지 그림과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그 그림을 배치하는 미술관을 통해, 러시아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적절하게 소개하는 느낌.

(2000년대에 러시아를 직접 보고 온 사람은 혀를 차겠지만...^^)

 

3.

예수 그림, '꿈', '무엇이 진리인가?'

러시아 화가들은 인류를 구원하고 빛과 영광에 휩싸여 감히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 예수가 아니라, 너무나 인간적으로 외롭고 고독하고, 절망스러운 예수를 그렸다.

 

'무엇이 진리인가?' 의 상황을 알것 같다. 현장에서 한참 사측과 싸우고 있을때 회사 관리자는 저 그림의 빌라도 같다. 좋은옷을 입고 여유있는 태도로 나를 조롱한다. "어차피 니가 진다. 이기는 것이 정의다."

나는 장기간의 긴장과 투쟁으로 지치고 더럽고, 말할 기운조차 없이 그를 그저 쏘아보기만 할뿐. ^^

신의 아들로 태어나 인류를 구원할 특별한 운명이 미리 예정된 광채속의 '신'이 아니라 고통받고 외로워하고 절망하는 인간 예수의 그림들은,

바로 그래서 그가 위대하다고,

그래서 의연하게 삶을 살아내는 모든 인간은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4. '레핀' 가장 애착이 가는 화가

'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그림 전체를 보면 인부들이 큰 배를 끌기위해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온힘을 다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는 그 지친 발걸음, 거친호흡, 깊은 주름과 한숨이 느껴진다. 온몸으로 끌어야 하는 터무니 없이 큰 배. 그들에게 삶은 늘 그랬을 것이다.

이런 소제로 그린 레핀의 그림들은 그가 이 비천한 사람들을 얼마나 애정을 갖고 그렸는지가 느껴진다. 그의 붓끝에서 안타까움과 존중의 힘이 느껴진다.

 

5. 애로틱 피카소

러시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른 나라 화가의 작품도 몇가지가 소개되는데, 정말 눈독을 들이게 되는 작품이 피카소의 '공위의 소녀'이다.

서른 여섯해를 살며 지금까지 본 그림중 가장 애로틱하고 섹시한 그림.

나비처럼, 풀처럼 하늘거리는 여자와 섹시하고 건장한 남자의.

아름답다.

 

 

러시아에 가서 그림앞에서 넋을 읽고 말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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