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1.
왜 추리소설로 썼을까?
추리소설이 아니라면 굳이 네스터를 죽일 필요도 없었을 텐데.
네스터가 살해당하는 장면은 정말 어처구니 없다.
사람을 이렇게 황당하게 죽이다니, 작자에게 짜증나.
그 전까지의 모든 장점들이 이 엉뚱하고 황당한 살인에 싸악 사라져 버린다.

2.
카르멘 포사다스는 이 작품으로 스페인 최고 문학상을 받았다는데, 스페인....참..
바람의 그림자와 카탈로니아 찬가 이후 갖고 있던 스페인에대한 호감의 신용도가
뚝뚝 떨어져 버려 가슴이 아프네.


3.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첫장면 이후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또 올라간다.
퍼즐을 맞추듯이 조각조각 흩어진 그림이
하나하나 맞춰지는게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렇게 책장을 넘길수록 뿌옇게 윤곽만 있던 등장인물들이
점점 개성적이고 분명한 캐릭터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까지는 흥미롭다.

네스터가 살해당하기 전까지.


4.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면서 간다면 더 스페인스럽게 더 신비롭게 처리하고
오히려 사랑이든, 과거의 역사속에 부체의식을 갖은 인간이든
더 진지하게 깊이 고민해야 한다.

추리소설의 형식에 맞추어 살인사건을 독특하게 만들기위해
그 전의 서사를 다 놓쳤다.
혹은 서사에 깊이가 없는 것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살인하며 추리소설을 만들었다.

독자들을 우습게 본다는 느낌.
카르멘 포사다스, 그녀와 스페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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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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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더 필요하다 ^^)

1.
'자살'이란 사회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행위이지만
타인과 나누기 어려운, 순전히 개인적인 결심과 실행의 문제인데
더이상 살지 않기로 결심한 자들이 '모여서'
여행을 한다는 발상이 '기발' 하다.

어차피 단체로 곧 죽을거니까 두려울 것도 없고
오죽하면 죽으려하겠어, 서로서로 니맘이 내맘이고
어차피 곧 죽을거 오늘 안죽으면 또 어떻고
죽을 결심을 하다가도 살았는데 못살것도 없고

'죽음은 알아서 수확을 거두어 가는걸, 스스로 목숨을 끊을 필요도 없다'


2.
처음보는 핀란드
북유럽의 나라들은 숲이 우거진 모범적인 복지국가들이라
사람들도 순하고 편하게 살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감성이 따듯하고 엉뚱하게 재치있다.
자살을 소재로 삶을 말하는데 어둡지 않고, 가볍지 않다.
자살을 소재로 능숙하게 삶에 대해 말한다.


3.
작자의 내공이 범상치 않다. 책 표지에 있는 작자사진의 표정도 범상치 않다.
마치 장난꾸러기 아이가 약올릴때의 흥미진진한 심술궂은 표정으로 날본다.
"니가 사는게 뭔지 알아?"
시비거는 듯하다.  


4.
몰두해서 정신없이 눈으로 활자를 쫒아가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서술로
나도모르게 ㅎㅎㅎㅎ 웃어버리며, 긴장을 탁 이완시키는,
독서삼매경의 즐거움.....오랫만이야. 반가워.


5.
핀란드, 이름만 들어본 알지 못하는 나라의 처음본 소설이 너무 재미있다.
나는 이제 이 세상에 내가 미쳐 읽지 못한 아주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다 읽지 못하고 죽을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딱 그만큼 늙었다는 생각을 문득,

6.
2005년 11월 처음 인쇄해서 2007년 8월에 12쇄이다.
더 많이 팔려도 좋을 걸.

한달쯤 아니면 그 이상 쉬었다가 아르토 파실린나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파실린나, 반가웠어요. 
당신처럼 잘 쓰지는 못하지만, 나도
사는게 뭔지 살짝은 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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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사람 2007-12-1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핀란드, 살인은 단지 100여 건 인데 매년 1500여 건의 자살이 일어난다는 우울한 나라. 이 책을 읽고 핀란드에 꼭 여행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얼마나 꾸리꾸리한지, 얼마나 축축한지... 그래서 자살할 충동이 이는지, 내 기분을 쓰잘데기없는 실험대상에 놓아보고 싶어서리~~ 아, 그땐 왜그랬을까~~~

팥쥐만세 2007-12-1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실험안해봐도 알것같은데요.
소주 한짝 들고 가면 아마도
사는게 뭔지 가족들 보고싶어서 얼른 오고 싶어지실걸요.

시골사람 2007-12-1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제가 소주 좋아한다는 걸 우째 아시고 ㅎㅎ
팥쥐 만세님 글 덕분에 기발한 자살여행 보고나서 바로 구매한 파실린나 작품 "목 매달린 여우의 숲'을 퍼뜩 떠올렸어요. 2005년 5월 12일자로 저희 집에 발송되어 지금껏 묵혀 있던 책이지요. 어째서 그 책을 사고나서 한번도 펼쳐 든 적이 없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기억을 되살렸으니 조만간 읽어볼랍니다. 어쨌든 덕분입니다아~~

팥쥐만세 2007-12-1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냉큼 사놓고 푸욱 묵히는 책이 종종 있어요.
사놓기만 해도 배부른 느낌이 들때도 있고. ^^
잘됐네요. 목매달린 여우의 숲도 제목이 범상치 않쟎아요.
저는 기발한 자살여행의 늪에서 좀 빠져나온후에
파실린나의 다른 작품들 읽어보려구요.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 장애.장애 문제.장애인 운동의 사회적 이해
김도현 지음 / 메이데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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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에서 투쟁하며 생산한 정책의 힘
현실과 만나는 이론
특히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의 장애에 대한 분석은
냉정하고 정확하다.
한번도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미안해라.

경험에 근거한 쉬운 서술, 친절한 설명
인간사회의 모순에 대한 사색과 성찰
혁명에 대한 전망을 버리지 않는 뚝심과 끈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만한 책이 나왔다니 ... 다행이다.
나처럼 장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해 파업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다른 아무것도 갖지 못해 몸을 무기로 투쟁하는 장애인들의 투쟁에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2.
고통스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한국사회의 장애문제를 몸으로 격어오며
행간에서 분노가 읽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따듯하고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조목조목 말하는, 김도현

신통한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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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연인 그를 사로잡는 섹스 테크닉 최고의 연인
루 파제 지음, 서현정 옮김 / 미래의창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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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도 나에게 어떻게 하면 섹스를 잘 할수 있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섹스에 관심이 없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 사회에서 비혼여자가 누구에게
"어떻게 하면 섹스를 잘 할 수 있어요?"
라고 물어보겠는가. 

섹스를 못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사실 오래동안 깊이 생각도 안하지만 가끔,
남들은 어떻게 섹스하고 사나?

2.
그런데, 큰맘 먹고 본 포르노 비디오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화면이 열리자마자 낯간지런 신음소리와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포츠
지치지도 않고 계속되는 화면이 지루하더라.
부디 포르노 비디오에 그럴슷한 스토리를 입혀줘.

3.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과 사랑을
'정신적인 것' 과 '육체적인 것'으로 나누고
정신적인 것이 육체적인 것 보다 더 가치있고 고상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음.
몸으로 하는 사랑표현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4.
그래서 이리저리 찾아본 섹스에 관한 안내책 중 가장 실용적이다.
어떤 책은 꼭 묘기같은 체위들을 꾸역꾸역 설명해 놔서 이해하기 어렵고
어떤 책은 섹스 이외의 것들을 너무 많이 설명하고
혹은 역사와 심리와 마음가짐과 ..... 다 그 나름의 흥미는 있는데

섹스, 그 자체에 대해 쉽게 설명해 놓았고,
보면서 나도 응용해서 해 볼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체위들 ^^*
어떻게 하면 상대와 마음을 잘 나눌수 있는지

지금까지 본책들중에 제일 좋은데, 이 책을 보고 나니까
실은 더 찾아서 보고 싶지도 않다.
대충 이정도면 다 알았다는 느낌 ^^
재미도 있고
환상이나 거짓없이 현실적으로 섹스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말해주는 실용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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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으면서 전진한다 마이노리티 시선 24
조성웅 지음 / 갈무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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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지가 '상처위에 투쟁의 햇살' 이라고 서명해준 시집을 받았다.

2.
책상 한쪽에 미뤄놓고 잊고 있다가
어느 오후 무심코 손에들어
이런게 있었지 책장을 넘기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돈이 없어서 사지 않고 버티고 있던것이 아니라
실은, 이럴까봐 사기 싫었고, 읽기 싫었다.
내 이럴줄 알았어.
이 시집이 마음이 아플줄 알았어.

3.
나도 한때는 문학소녀 였다오 언젠가 한말을 기억하고
내게 구성진 소설을 기대한다고... 하

마치 천형처럼
노동자로 태어나고 노동자로 자라 노동자로 살면서
노동자로 투쟁하는 것이
그 소박한 삶에 대한 버리지 못하는 꿈이
반역이 되고 거친 물결이 되어 한바탕 끓어넘치는 화산이 되지 못하고
그저, 열사들의 뒤에서 곱씹어 울어버리는
화사한 봄날 햇살조차 예리하게 스윽 내 살을 베는

모른척하고 살고 싶어, 그런 감정들을.
그냥 언제나 씩씩하게 웃으며 지치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내는 것만
그런 것만 생각하고 싶어.

사실대로 말하면 슬프고,
희망을 말하면 거짓 도식이되는
노동자의 문학과

시가 무엇인지, 나는 살수록 모르겠어.

4.
그래도 한마디 하자면
시집의 표지가 맘에 안들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의 사진을 넣어도 꼭 이렇게 넣어야 해?
제목을 꼭 그렇게 까만박스에 붉은 글씨로 불안하게 비스듬히...
정말 마음에 안들어.

재미없는 책이라고 사지 말라고 홍보하는 표지라구.

갈무리 출판사 마음에 안든다.
노동자가 시인이면 시집도 이렇게 만들어야 하나?
성의없게 만들었다고 써있어.
기워입은 옷처럼, 가난해 보인다구.

노동자의 문학이 풍요로워 보이면 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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