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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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숙한 필름 느와르의 풍경.
회색빛 도시, 시니컬한 대화,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한다기 보다는 무심히 지나쳤다가
문득 다시 돌아와 사건속으로 들어가는 연민의 눈빛과 담배연기
잘생기고 매력적인, 외로운(!!!)  탐정 필립 말로
미국 대중문화의 한 전형을 창조한 레이먼드 챈들러

그래서 오히려 확 끌어당기는 몰입도는 없다.
과거에 대한 향수, 흑백사진,
익숙해서 지루하기도 하지만 편안한

2.
하드보일드라고 하면 쫌 시시하다. 악당들은 어설프고
필립 말로 도와주려고 악당하나봐. 악당들이 쫌 모질라. ^^

더욱이 등장하는 모든 여자는 예쁜데 머리가 텅 비었다.
그리고 말로를 꼬신다.
대중문화에서 팜므파탈의 이미지
왜 섹시한 여자는 멍청해야 하는 걸까?
결정적인 순간에 넘어지거나 도와준다고 설치다가 더 꼬이게 하는
적당히 그런 여자들이 말로에게 무시당하면서도 계속 말로를 유혹하는

3.
며칠동안 여기저기 회의에 회의를 달고 다녔다.
털달린 검은옷에 솜바지를 입고 목도리를 둘둘 말고도 웅크려 떨며
오늘은 마음먹고 일찍 들어와 
옷깃과 주머니 사이에 덕지덕지 피곤이 묻은 옷을 벗고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갔다가
포근한 이불 덮고 누워 필립 말로를 본다.
긴장 풀린 몸이 군침을 삼키며 책장을 넘긴다. 살짝 졸립지만,

더이상 좋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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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건너는 법 - 서경식의 심야통신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1.
서승(옥중 19년/역사비평사)과 서준식(옥중서한/야간비행)을 알고 우리의 현대사가 저지른 야만적인 독재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2.
그들의 동생이 서경식인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무거워서 이 형제들의 글을 더 읽는것을 미루었었다.

작년에 내가 아직 교도소에 있을때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를 읽으며 역시 그 형제들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기왕에 쁘리모 레비의 저작인 '이것이 인간인가' 와 아시아출판사에서 나온 '팔레스타인의 눈물'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에서의 아이히만'을 한꺼번에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착찹하게 교차했었다.

인간이 과연 이성적인 동물인것인지를 회의하게 만드는 역사에서 반복되는 야만적인 폭력과 전쟁의 파괴를 다시 경험하지 않는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아우슈비츠의 학살에 대해 직업을 열심히 수행했다는 아이히만과 당시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은 이제 충실한 가해자로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폭격을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반복되는 폭력과 야만의 역사를 서경식은 온몸으로 경험하고 경험하며 우울하고 무겁다.

3.
그래도 서경식의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
포기하지 않고 정의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아주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한숨과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는 신념과 행위들이 있기때문에
그것을 주의깊게 보고 기억하고 쓰고 읽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희망을
이제는 서경식이 조금은 밝게 웃으며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의 슬픔이 우리 시대가 그의 형제들과 우리 스스로에게 남긴 너무 큰 상처인것만 같아서 
그것을 극복하기위한 길이 너무 먼것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폭격당하는 자의 찢기는 삶을 상상하는데 게을리 하지 말고 실천하며 살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한국독자가 있다는 것에 그가 조금은 희망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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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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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해피엔드라는 영화와 글루미선데이라는 영화가 비슷한시기에 개봉된 적이 있다.
해피엔드의 전도연은 남편이외의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글루미선데이에서는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두남자가
그녀의 한팔씩을 베고 셋이 누워 웃는 장면이 나온다. 음.....
그녀를 반이라도 갖고 싶다고 그들은 그래서 셋이 산다.

이만큼의 문화적 경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만큼의 문화적 경계가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섹스는 결혼한 배우자와만 해야 한다고, 왜?
한번에 한사람하고만 사랑할수 있다고, 정말?

2.
그에 비하면 박현욱은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 소설에서 그는 아내의 몸짓과 말투와 모든것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참 예쁘게 한다.
보통 남성 소설가들은 아내가 예쁘다는 표현을 하는것에 인색하다.
보통 소설에서는 첩이 예쁘지. ^^

그와 그녀의 사랑이 예쁘고, 일부일처제를 과감하게 넘어보는데....
뭔가 석연치 않아서 리뷰를 쓰지 못했었다.

그게 뭔지 생각해 내는데, 6개월이 넘게 걸렸다. ^^*

3.
미쳤냐. 그렇게 예쁜 여자가 두 남편과 살면서 두 시댁을 섬기게.
한시댁에 봉사하는 것도 지치는 일이라오.
두시댁에 슈퍼우먼처럼 여우처럼 봉사한다고?
그 모든것이 마음넓은 '그'의 인내심 덕에 가능하다고.
'그'의 생각이다.
'그' 다운 넉넉하고 여유로운 환상이지.

철없는 한남편을 거두어 사는 것도 지치는 일이다.
바지런히 살림하면서 가족을 보살피고 일해서 돈도벌고 그런일들이
취미생활 휘파람불며 하듯이 그렇게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녀'들이 두사람과 사랑하길 원한다면 결혼을 안한다.

4.
재미있는 소설이다.
박현욱은 글을 잘 쓰더라.

축구라면 축자도 싫어하는
지금까지 한번도 축구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적없는
11명의 남자들이 넓은 운동장에서 공하나 쫒아다니며 바보짓한다고 생각하는
그 바보짓에 온국민이 덩달아 바보된다고 생각하는
그 축구가, 어떤 사람들에게 삶이되기도 할 수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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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1.
재미있다. 극적이고. 개성적이고 구색맞춘 등장인물들
정말 중세 유럽을 산 사람중 아델리아 같은 여성이 있었을것 같아.
캐릭터들과 전체 이야기의 흐름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고 재밌다.

2.
아델리아 - 20세기 스카페타의 선배 검시관. 의술밖에 모르는 아름다운 바보.
               주변에서 적절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잘난척하는 바보일뿐.
               자기 중심적이고, 자존심 강하고..... 그런데 이런 여자들은 왜 예외없이 예쁜걸까?

수사관 나폴리의 시몬 - 순하고, 수사관 답지 않은 솔직함으로 사람들을 긴장시키지 않는
                                유능한 최고의 수사관이라는데, 글쎄...

로울리 경 - 처음 등장부터 사람을 긴장시키고 도대체 얘는 뭐야, 이런 생각이 들더니
                '용감하고 인정많고 식도락을 즐기고 여자를 밝히며 교활하고 지위를 탐욕스럽게 추구
                 하는 불완전하고 방탕한자' 라고 책에는 씌여있는데.
                 로울리경이 없었다면 이 책은 많이 건조해졌을 거다. 약방의 감초같은. 달콤한.

제프리 수도원장 - 보수적인 케임브리지 교회의 실세.
                         지위에 걸맞게 눈치 빠르고, 타협 잘하고 상대에따라서는 욕도하고
                         적당히 때묻고, 세속적인 것을 감추지 않는 소탈한 그가 
                         물정모르는 시몬과 아델리아를 지켜주려고 동분서주 바쁘다. 귀여워^^

질사와 울프 - 현명하고 억척스러운 할머니와 시커멓고 더럽지만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손자

* 등장인물들에 대한 작자의 애정이 느껴진다.

 

3.
십자군 전쟁같은 멍청한 열정을 에너지로 갖고 있었던
중세 사람들은 다 멍청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두번의 세계대전을 역사에 남긴 근대와 현대의 사람들이 그보다 더 똑똑할 것도 없다.
이라크를 공격하는 미국도 그렇고,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이스라엘도 그렇고
어쩌면 200년 쯤 후에 후손들이 보기에 우리는 참 한심한 전쟁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4.
다음편이 기대된다.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은것 같아서 확인했더니
아델리아와 헨리2세의 다음이야기를 쓰고있다네.
고마워라. 아리아나 플랭클린.
12세기를 20세기스럽게 사는 아름다운 아델리아
그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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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등학교때 나는 수학과 영어시간에 수업을 들은 기억이 없다.

수학이나 영어시간이면 만화책을 읽든지 '하이틴 로맨스'류의 책을 읽었다.

아마도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들은 우리의 딴짓을 알았을 것이다. 

 

언젠가 나이 많은 선배와의 이야기 도중 하이틴 로맨스가 화제에 오른적이 있다.

그 가볍고 어처구니없이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이야기가

선배는 혐오스럽다고 했던 것 같다.

 

"선배, 하이틴 로맨스는 책이 아니야. 생필품이야."

 

물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에게 하이틴 로맨스라는 생필품은

더이상 효용가치가 없어졌지만

그시절,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음에도

'학교수업'에서 소외되어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던 많은 우리들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그런 드라마에 익숙해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드라마는 하이틴로맨스 수준이다.

드라마 또한 생필품이다.

 


 

 

 

 

2.

흔히 스카페타 씨리즈라고 불리는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 시리즈들.

 

'케이 스카페타'

매력적인 여성, 똑독하고 날씬하고 예쁘고

짙은 감색과 회색의 정장을 즐겨입고 최고급 차를 몰고다니는

성공한 법의학 의사

 

그러니까 드라마 같은 구조다.

개성적인 캐릭터의 사람들

거기에 법의학이라는 전혀 보통 사람들이 알지못하는 지식과

추리소설 자체의 사건발생과 극적인 진행이 관건인데

 

재밌다.

한번 손에 들면 내일이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겨야 하는 중독성

스카페타와 마리노의 티격태격 서로 헐띁으며 하는 애정표현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나이를 먹고 스카페타의 똑똑하던 어린 조카는 대학을 가더니 일을 함께하고

씨리즈를 더해 갈수록 함께 나이먹는 느낌까지 더해져 더욱 좋다.

 

반드시 봐야하는 주말드라마는 있는게 좋은 것인지

없는게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불길한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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