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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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시 맥베스 순경 네번째 이야기 

M.C. 비턴은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난 작가다. 

이번 이야기는 여성에 대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시선들이 불펀하네. 

이 정도로 거슬리지는 않았었는데. 


현모양처 트릭시는 독재자다. 

사람들에게 뭐가 좋은지, 뭘 먹어야 하고, 뭘 먹으면 안돼는지를 자기가 결정하고 강제한다. 

내가 뭘 먹을지 그녀가 판단하고 강요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게다가 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이기도 하다. 

공짜로 얻은 골동품들을 경매에 내다 팔아 큰 돈을 벌기도 한다. 

어느날 로흐두 마을에 나타나 아줌마들의 선봉에서 바른생활 마을의 리더처럼 구는 사기꾼이다. 


트릭시가 죽자, 그녀와 함께 마을에 감돌던 사악한 기운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는 악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로흐두 여자들도 때가 되면 그녀의 본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을 터였다. 

거참. 그녀가 죽자 갑자기 그녀가 악한이 아니라고, 시간이 더 지나면 그녀의 본모습을 알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왜 로흐두 여자들만 그녀의 본모습을 알아보지 못한것 처럼 말하는 걸까. 

트릭시에게 속은건 로흐두 남자들도 마찬가지이고 어떤 면에서는 더 한걸. 

당황스럽다. 


해미시의 러브스토리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엄청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독하지 않아서 그냥 편안하게 중독성있는 시리즈다. 

조앤 플루크의 과자 살인사건 시리즈랑 많이 닮았다. 중독성의 면에서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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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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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 네스뵈의 서문이 인상적이다. 

여기 이 셰발과 발리의 어깨는 오늘날의 모든 범죄소설가를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위헤 서 있다. 셰발과 발리의 책을 한권도 안 읽은 사람이라도, 그래서 자신은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어깨위에 서 있다. 왜냐하면 셰발과 발리는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 조르주 심농 같은 작가들과 더불어 범죄소설이라는 장르를 구축하고 독자들이 범죄소설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자체를 처음 만들어낸 이름이기 때문이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리가 북유럽 복지국가의 변두리를 좌파의 눈으로 써낸 범죄소설 시리즈. 

셰발과 발리가 한장씩 돌아가며 썼다니 톡특한 방식으로 쓰면서, 그자체를 서로 즐겼다는 생각이 있다. 

내가 쓴 장의 다음 스토리를 상대가 어떻게 쓸지 궁금했을 것이고, 서로 엄청 신뢰하는 마음을 주고 받으며 즐거웠겠지.

이번에는 해리 홀레시리즈의 그 유명한 요의 서문이다. 

독자들이 범죄소설에 무엇을 기대할까? 흥미로운 질문이다. 나는 범죄소설에 뭘 기대하는거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도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러라고 문학이 있는 것이다. 

물론이다! 그러라고 문학이 있는 것이다! 멋진 문장이다. 

나는 아이슬란드가 그랬어. 

북유럽 추리소설의 매력을 처음으로 알게된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덕분에 그 서늘한 느낌의 나라가 늘 궁금하지. 



2. 

군발드 라르손은 키가 192센티미터였고 몸무게는 98킬로그램이었다. 어깨는 헤비급 권투 선수처럼 두툼했고 큼직한 두 손은 덥수룩한 노란 털로 뒤덮여 있었다. 금발 머리카락은 뒤로 깨끗이 빗어 넘겼고, 불만스러운 두 눈동자는 푸른색이었다. 콜베리는 라르손의 인상착의를 묘사할때 늘 "오토바이광의 표정"이라는 표현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범죄소설이 어떤 양식이고 어떤 문체인지 만들어낸 작가들이다. 

라르손 캐릭터는 재밌어. 오토바이광의 표정은 어떤 걸까? 알듯 모를듯.^^;

지난 작품에서는 코끼리같은 기억력을 자랑하는 꼴초 형사가 인상적이더니 이번에는 라르손이 재밌네. 


수사는 죽음의 무도였다. 여태껏 단서는 거의 없었다. 세살짜리 꼬마와 비정한 범죄자에게서 얻은 막연한 인상척의, 지하철 승차권, 추적 대상의 정신 상태에 대한 막연한 해석, 모두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가 심란한 것들이었다. 

10대 여자아이를 공원에서 강간살해하는 범인을 쫒지만 좀처럼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 

CSI와 달라도 많이 달라. 지문도 DNA도 목격자도 없다. 

어쩌면 실제 수사는 이런 작업일 것이다. 

시민의 제보로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지만, 아주 오랜시간 여러사람을 만나 묻고 듣고 확인하는 작업. 


하지만 어쨌든 일제 검거는 예정되어 있었고, 예정대로 실시되었다. 11시쯤 작전이 개시되자 범죄자들의 은신처와 마약 소굴로 소문이 들불처럼 번졌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도둑, 장물아비, 포주, 창녀는 다들 납작 숨었고, 중독자들마저 대부분 그랬다. 불시 단속은 시간이  흘러도 처음의 기세를 잃지 않고 줄곧 강경하게 진행되었다. 경찰은 도둑 하나를 현장에서 검거했고, 자기 보존 본능이 부족했던지 지하로 숨지 않은 장물아비 하나를 잡았다. 경찰은 사회의 찌꺼기 구성원들을 취저어 놓은데 성공한 것 뿐이었다. 노숙자, 알코올의존자, 마약중동자, 모든희망을 다 잃은 사람들, 자기들의 복지국가가 돌멩이를 일일이 들추듯 뒤지는데도 기어서 도망칠 여력조차 없는 사람들 

공원에서 잔인한 범죄가 발생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니,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윗분들의 득달같은 지시로 일제검거를 실시한다.

이런방식을 주도면밀한 범인이 잡힐 리가 없다. 

다만 복지국가의 돌멩이 아래에 사는 사회의 찌꺼기 구성원들이 번거로워질 뿐. 


복지국가도 아니고 신자유주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돌멩이 아래 찌거기가 된 사람들이 있다. 

높은 자살율을 피해 사는 사람들, 노숙자, 알코올의존자, 마약중독자가 아니라도.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장점은 이런 현실감이다. 

스웨덴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배경으로 진지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언급할때는 측은지심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근육질 영웅서사가 아니라 좋고, 악셀을 밟듯이 스토리가 질주하지 않아서 편안하다. 


다음시리즈인 웃는 경관은 동서미스터리북스로 2012년에 이미 보았고 

그때 더많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원한다고 리뷰를 남겼었지. 

엘릭시르 덕분에 소망이 이루어진 셈이다. 다섯번째 마르틴 베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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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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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코의 작품들은 호불호가 많이 나뉜다. 

어떤 작품은 너무 독하고 어두워서 내 취향하닌가 싶다가도 


가가형사 시리즈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밀착취재한 듯한 작품들은 좋다. 

우직하고 성실하고 마음 착한 형사와 잔인하지 않고 사이코패스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범인의 설득력 있는 범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거짓말과 흔들리는 눈빛과 있음직한 실수와 떨리는 마음들이 모두 진솔하다. 

그래서 좋아. 

살인사건을 통해 순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는 산재사고 은폐의 방식과 문제점이 배경중 하나로 깔린다. 이런점도 좋아. 

현실에 굳게 발딛고 있는 슬픈이야기를 어둡지 않고 분노가 넘치지 않으며 감정에 격하지 않게, 

그렇다고 동화처럼 억지스런 해피엔딩도 아니고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때 조금만 더 서로 솔직하게 서로의 고통을 바라본다면 

좀 더 숨쉬기 편안한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가형사를 더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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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식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8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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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에 살해당하기를 구걸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는 피타 고어일 것이다. 

뚱뚱하고 탐욕적이고 예의없는 그녀, 주관적 판단의 오류가 심각한 분이다. 


험담꾼의 죽음과 무뢰한의 죽음을 보고 잊고 있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반가운마음에 냉큼 들고왔는데 

저런, 여덟번째 해미시다. 

앞선 시리즈를 찾아서 읽어보려 검색했더니 도서관에 없어서 신청해 놓고, 기다리기 구찮아 그냥 먼저 읽었다. 

시리즈도서의 1권과 2권을 들여놓고, 그리고 8권을 사들여 놓는 도서관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3권부터 7권까지가 궁금할 거라는 생각이 안들까?


말이 나온 김에 얼마전에는 신간코너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마의산 상권과 하권이 나란히 있길래 빌려왔다가 황당했었다. 

중권이 없더라고. 내 실수인지 알고 검색했는데 이 도서관이 중권을 구입을 안했더라. 우와. 

물론 그렇다고 딱히 당신이 손해본게 뭐 있냐고 물으면, 뭐 손해라고 까지 할일은 아니지만  

상권 다읽고 하권으로 넘어갔다가 이상해서 보니 중권이 있는 책이었고, 도서관에 중권은 없었고.... 

내가 신청하여 중권이 도서관에 들어올때 쯤엔 이미 앞의 내용을 까먹었고 

처음부터 다시 보자니 참...... 말그대로 마의산이더라. 포기 하고 말았다. 



2. 

아직도 해미시는 프리실라와 밀땅을 하고 있구나. 거의 레이크 에덴의 한나 수준인거여? 혼자말이 저절로 나오더라. ^^

물론 한나의 밀땅과 프리실라의 밀땅은 달라서, 해미시가 무척 가엽게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 

이제 슬슬 이 커플의 본격적인 연애행각을 보고 싶다. 


이런 정도의 말랑말랑한 코지미스터리를 나는 좋아한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해서 죽음을 당한다는 설정을 반복하는 것에 식상해지기도 한다. 

로흐두 마을에 외지인 무리가 와서 한명씩 죽여버리는 설정말이다.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스코틀랜드 로흐두 마을로 패키지 여행을 가라! 

로흐두 마을로 여행을 오시면 죽여드립니다! 이런 여행상품 광고가 어울릴 법한 상황이니 말이다. 



3. 

대식가의 죽임이 모두 끝난 뒤에, 책 뒤에 다음시리즈인 여행자의 죽음 내용을 30페이지쯤 붙여놓았다. 

TV드라마 시리즈로 보자면 다음편 예고인셈이고 호기심 유발용인데, 이런 붙임 맘에 안들어. 

대식가의 죽음이 스토리가 끝나면 깔끔하게 책을 덮어야지 

추리소설 좋아하는 독자라면 굳이, 다음시리즈의 30페이지를 미리 볼까? 

보기 싫으면 읽지 말라고? 습관적으로 읽었다가 입맛 버린다고. 

작자에게나 독자에게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이런 붙임 안했으면 좋겠다. 


바쁘고 지치는 한주를 살아낸 기념으로 주말 오후 딩굴딩굴하며 읽기 좋은 소설이다. 나른해. 

아직 안 읽은 해미시가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비상용 상비약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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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박공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2
너대니얼 호손 지음, 정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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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몰은 유령같이 창백한 얼굴로, 태연한 적의 면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이 그에게 피를 마시도록 할 것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상쾌하고 맛좋은 천연 샘물이 나오는 매슈 몰의 오두막을 빼앗으려고 핀천 대령은 그를 마법사로 몰아 처형한다. 

목에 밧줄이 걸린 처형의 순간 몰이 남긴 저주다. 

이런 일화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배경으로 분위기를 잡는다. 

기대하게 만드는 첫장면이다. 

영혼이 편히 잠들지 않은 무덤 위에 핀천 대령은 몇세대에 걸쳐 후손들이 살 수 있도록 떡갈나무 재목으로 집을 짓는다. 

후손들을 위해 무덤위에 튼튼한 집을 짓다니. 

흥미진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무덤 위의 집과 후손들의 운명을 말이다. 


불위에 올린 생선을 어찌나 애정을 쏟아 꼼꼼하게 살피는지, 달리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마치 자신의 심장이 석쇠위에 올라 있어 그것을 아주 정확하게 때맞춰 뒤집는 일에 영원한 행복이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돈 없는 귀족은 귀족이 아니지. 

근대에 적응하지 못하여 쇠퇴한 할머니 헵지바와 귀족의 핏줄은 전혀 아닌듯한 가난하고  생기발랄한 소녀 피비 

전반적으로 좀 너무 장황하지만 고풍스러운 문체 

장식이 많아 읽기 거추장스럽지만 재밌는 문장이 많아서 나름 맛이 있다. 

구시대의 가치기준이 몸에 붙어 있는 완고한 노부인과 재기발랄한 아가씨, 익숙한 드라마의 설정이다. 


그것은 상대방의 정신을 빼앗기 전에 특이한 자신의 냄새로 대기를 가득 채운다는 뱀과 아주 흡사했다. 

이런 문장도 재밌고.

자주 문장이 너무 장황한 점을 빼면 재밌게 볼 수 있다. 

겨울밤 따듯한 아랫목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의 느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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