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 에를렌뒤르 형사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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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헤닝 망켈과 함께 북유럽 스릴러의 맛을 알려준 인드리다손 

에를렌뒤르 형사 시리즈의 신작을 오래 기다렸다. 

피해자의 마음,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연민하는 형사 

그의 동료들과 매사 당혹스러운 딸 에바를 오랜만에 보았다.


잔인한 살인사건도, 사이코패스의 납치도 아니고 

젊은 지식인 여성의 자살을 더듬어 그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자살이 분명해 보이는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라니, 참 한가한 사람 아닌가. 

인드리다손은 고통에 예민해.

그래서 늘 그의 작품을 읽으면 아이슬란드로 가서 소주를 먹고 싶어지지. 이번에도 좋다. 



2. 

사건현장에 도착한 형사들은 처음 시체를 발견한 카렌에게, 그리고 마리아의 남편에게 그녀의 죽음을 전달한 후에 

원하신다면 저희가 트라우마 심리 상담사를 연결해 준다고 말한다. 

맞아. 범죄의 피해자는 죽은 사람만이 아니다. 

목격자와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줄 상담사를 경찰이 알려주는 이런 대목이 좋다. 

문득 세월호의 침몰을 중계방송으로 목격한 우리 국민 모두에게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해자 편에 서지 않는 경찰을 현실에서도 보고 싶고 



3. 

인드리다손이 좋은 이유. 

마리아가 자살했을리 없다고 말하며 그녀의 친구 카렌이 준 심령의식 테이프를 듣고 사건을 추적하고 

아들이 실종 된후 해마다 찾아오는 노인이 올해도 찾아와 건강이 악화되어 얼마 못살것 같다하니 

마음에 걸려 30년된 실종사건을 더듬는다. 

그리고 150페이지쯤 읽으면 이제 마리아와 그녀의 아버지, 어머니 이 가족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마리아와 그녀의 남편은 정말 문제가 없었던 건지,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하!

자극적인 살인사건 하나 없이, 그래서 인드리다손은 선수다. 


"명확히 언급한 적은 없지만 마리아는 끊임없이 무언가에 시달렸어요. 끔찍했던 그때 사고와 관련해서 그애가 절대로 입밖에 내지 못할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 같았어요."

그일이 뭘까. 궁금해진다. 


그동안 국내에 번역된 에를렌뒤르 형사 시리즈에도 그의 어린시절 가족의 이야기가 있었던가? 

이혼한 아내와 딸의 이야기만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산속 눈보라에서 어릴적잃은 동생이야기를 들려준다. 

30년전 실종된 아들을 위해 해마다 경찰을 찾아오는 노인의 마음을 잘 아는 이유가 있었어. 


복수가 아니라 남은 자의 치유를 위해 수사하는 에를렌뒤르가 여전히 좋다. 

다음 시리즈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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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형 살인사건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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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이 너무 튀어서 재미가 떨어진다.

"넌 몇년동안 그 불쌍한 애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어. 두사람의 묘한 관계 때문에 이혼까지 당해놓고 너는 아직도 그대로야. 그건 둘 중 하나라는 뜻이야. 실제로는 백스터를 원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덤비지 못하거나, 백스터를 우너하지 않지만 용기가 없어서 잘라내지 못하거나. 어느쪽이든 나흘 안에는 남자답게 결정을 해."

이런 캐릭터들 질색이다. 


울프는 처음부터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하더니 애정관계가 우유부단해서 질질 흘리고 다니듯이 감정을 수습하지 못한다. 

울프는 잔인하고 백스터는 멍청하다. 

이 소설은 주요인물들이 취급도 안하고 무시하는 에드먼즈만 상식적인 경찰로서 열심히 일한다. 

콜이 유능하다고 소개한 울프와 백스터는 실제로는 엉뚱한 실수를 반복하고, 

사건보다는 자기들 감정을 주체못해 술이나 퍼먹고 질척거린다. 거참. 


턴블시장을 죽이는 방법까지는 괜찮았다. 

예고된 살인에 하필 경시청 건물로 피해 최고의 보안과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한 곳에서 

뻔이 눈에 보이는 곳에서 의외로 살해당하고 그 방법이 기발하다. 

칼리드의 죽음의 방식도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갈랜드의 사고부터는 상황이 황당하다. 어떻게 유능하다는 형사가 이런 사고를 칠까. 

똑똑하다는 백스터가 언론인 안드레아와 짜고 사고를 친다는 상황은 어이없어. 

다니엘이 스토리를 막 쓰면서 캐릭터를 망친다. 

안전가옥에 숨겨놓고 보안을 정확히 하면 되는데 

저런 멍청한 실수를 유능하다는 형사가 하다니. 재미를 떨어뜨린다. 

캐릭터는 튀고 스토리는 엉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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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아저씨의 오두막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3
해리엣 비처 스토 지음, 이종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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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두 흑인은 농장의 주요 일꾼으로 십장을 겸하고 있었다. 리그리는 자신의 불도그들처럼 이들에게 야만스러움과 잔혹함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비정함과 잔인함을 긴 세월동안 훈련받은 탓에, 이 둘의 본성은 불도그의 그것과 비슷하게 되었다. 흔히 흑인 노예감독이 백인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하다고들 한다...... 

리그리는 우리가 역사책에서 만나는 몇몇 군주들처럼 자신의 농장을  무력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상보와 큄보는 서로 진심으로 미워했고, 농장의 노예들은 하나같이 그 둘을 진심으로 증오했다. 리그리는 삼보와 큄보, 농장 노예라는 세 그룹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어, 세 그룹중 아무에게서나 농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전에 정보를 캐냈다. 

통제국가의 기본이고 식민통치의 기본이다. 분할과 감시를 통한 통제. 

단결과 연대가 불가능해서 딱한사람 리그리 말고는 모두가 불행한 게임이 법칙. 


어릴때 어린이 판으로 봤을때 보다 흥미롭고 재밌다. 

특히 엘리자가 얼음이 깨지는 강을 건너고, 그녀의 남편이 재치있는 대담함으로 탈출하는 장면들 덕에 1편은 금방 읽는다. 

노예로 살 수 없는 사람의 절실한 마음이 어떻게 용기를 내고, 어떤 도움을 받는지 소박한 말투의 편안함도 장점 


2편도 나쁘지 않지만 1편보다는 지루하다. 

해리엇이 노예 해방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기독교적 사랑이고, 하나는 모성이다. 

그래서 에바는 예수이고 톰은 순교자다. 

에바에 대한 장황한 서술은 그래서 너무 길다. 순교자스럽게 모든 것을 인내하며 받아들이는 톰도 답답하지. 

현실에서 없는 사람들을 예로 들며 노예를 해방하자니 아무리 미국이 기독교 국가라도 말이 안된다. 


그래서 실질적인 근거는 엄마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다른 곳으로 팔아버리는 것은 안된다는 주장이다.

보편적인 인권개념으로 납득하기 쉬운 주장이다.  


그리하여 노예를 해방하면 해방된 노예들은 왔던 곳, 아프리카로 돌아가면 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작품 속 캐나다로 도망가는 것에 성공한 노예는 아프리카의 인민들에게 예수의 복음을 전하러 떠난다. 

무슨말인지는 알겠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참 순진한 동화다. 

이 순진한 동화의 곳곳에 가부장제의 시스템은 완고하게 작동한다. 

 

대중의 수준에 눈높이를 맞춘 덕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노예제를 시대의 화두로 만든 공로가 있다고 하네. 

어릴적에 본 어린이판보다는 훨씬 좋다. 



3. 

"도대체 어떻게 그 둘이 비교가 될 수 있다는 거지?"

오필리어가 말했다. "영국 노동자들은 팔리거나 교환되거나 가족과 떨어져야 한다거나 매질을 당하지 않는데."

"마치 고용주에게 필린 것처럼 고용주의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노예이 주인은 말 안듣는 노예를 죽도록 매질 할 수 있습니다. 자본가들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해고하여 굶어 죽게 할 수 있죠. 가족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어떤게 더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아이가 다른데로 팔려가는 것과 아이가 집에 있으면서 굶어 죽는 것이."

턱없이 순진한 주장을 하는듯이 보이지만, 이런 대목은 해리엇 비처 스토의 직관을 잘 보여준다. 

그녀가 바보라서 순진하거나 바보라서 가부장제에 순종하며 살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최저임금을 임기중에 1만원까지 올려준다고 공약하고 당선된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자들에게 1년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최저임금에 상여금,각종수당 산입하는 법이 국회에서 논의중이다. 이대로가면 28일 통과될 모양이다. 

앞으로 최저임금 올라고 뒤로 깎아버린다. 황당하다.  

박근혜 보다 쫌 낫다고 노동자편은 아니고, 박근혜보다 쫌 나은것이 자랑은 아니지. 

아이가 집에서 굶어 죽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스토의 고찰을 

1억4천만원의 연봉에 각종 수당 겁나 많은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에게 알려주고 싶네. 

양심이 쫌 있으라고. 애들이 집에서 굶어 죽는다고. 


그래서 여전히 순진한 톰아저씨의 오두막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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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문제 - 교양 있는 남자들의 우아한 여성 혐오의 역사
재키 플레밍 지음, 노지양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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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역사는 남성의 역사다. 아, 그런데 동시에 여성혐오의 역사구나!


계몽주의 시대의 산만한 천재이자 선천적 노출증 환자였던 장 자크 루소는 소녀들의 기를 어린 나이에 꺾어 놓아야만 남자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자신의 본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네. 그는 자신의 자녀들을 일찌감치 고아원으로 보내버렸는데, 이 역시 어릴때 기를 꺽어놓기 위해서였지. 

깜짝 놀랐다. 

루소는 인간혁명의 사상이 녹아있다는 그 유명한 교육서 에밀을 쓴 사람이다. 

인권에 관한 고전으로 꼽히는 인간 불평등의 기원도 그렇고. 

안 읽기로 했다. 소녀들의 기를 꺾어 놓아야 한다는 주장보다, 자기 자식들을 고아원에 보내버렸다는 사실이 더 용서가 안된다. 

인간혁명이고 인권이고 개뿔이다. 


힐데가르트 폰 빙엔과 제인 오스틴 사이에 약 700년동안 글쓰는 여자들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는데, 글 쓰기에는 사색이 필요하고 사색은 육아에 방해만 될 뿐이기 때문이었다더군. 


영국의 비평가 존 리스킨이 말하길, "여자의 지성은 발명이나 창조를 위한 것이 아니다...여성들의 진정한 재능은 칭찬하는데 있다."


하지만 여자들은 여자 피카소까지는 배출해내지 못했는데, 피카소의 뮤즈들이 얼마나 많이 자살했는지를 고려하면 차라리 다행한 일이지. 

피카소가 말하길, 여자들은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하고 했네. 자수를 두거나 박수를 치던 존재에서 고통받는 존재로 변한게 어딘가 싶지만...

여성 혐오의 역사에 남을 주옥같은 말들이, 단순한 검은 펜선의 그림과 함께 짧고 위트를 담아 간단하게 적혀있다. 


1840년에 열린 세계 노예제 폐지 대회에서는 약 4,800티로미터를 여행해 온 여성 대표들의 참석 허용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 하느라 대회 첫 날의 반이 지나갔다네. 결국 여성 대표 입장은 허용되지 않았고 그녀들은 커튼 뒤에 관중처럼 앉아 있어야만 했다는군. 

한심한 것들. 여성들의 지위가 노예와 같으니 그 폐지를 위한 대회에 노예의 참석을 불허하는구나. 

이 사건은 곧 1세대 페미니즘 운동으로 이어졌고 여성으로서는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길수 없었던 지난 2,000년의 역사가 이렇게 종식되었지. 

그러게. 노예제 폐지를 위해 달려온 여성 대표들이 대회에 참석을 거부당하고 커튼뒤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겠어. 

아! 내가 노예구나. 각성한 후 폐미니즘 운동이 시작되었다는 거지. 

문장은 짧지만 행간을 읽는 재미가 있다. 


쇼펜하우어가 간결하게 정리해 주었어. 여자는 '몸만 큰 아이'로 어린아이와 남자의 중간쯤 되는 존재라고. 여기서 남자란 진짜 인간, '인류'를 뜻하지. 


그러나, 잘난 남자들이 뭐라고 떠들든지 

마리 퀴리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진한 남색 웨딩드레스를 입었다는군. 나중에 연구실에서도 입을수 있도록 말이지. 

자긍심 높은 여성들의 발걸음은 혐오의 역사를 뚫고, 간다. 의연하게. 마리 퀴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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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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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시 맥베스 순경 네번째 이야기 

M.C. 비턴은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난 작가다. 

이번 이야기는 여성에 대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시선들이 불펀하네. 

이 정도로 거슬리지는 않았었는데. 


현모양처 트릭시는 독재자다. 

사람들에게 뭐가 좋은지, 뭘 먹어야 하고, 뭘 먹으면 안돼는지를 자기가 결정하고 강제한다. 

내가 뭘 먹을지 그녀가 판단하고 강요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게다가 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이기도 하다. 

공짜로 얻은 골동품들을 경매에 내다 팔아 큰 돈을 벌기도 한다. 

어느날 로흐두 마을에 나타나 아줌마들의 선봉에서 바른생활 마을의 리더처럼 구는 사기꾼이다. 


트릭시가 죽자, 그녀와 함께 마을에 감돌던 사악한 기운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는 악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로흐두 여자들도 때가 되면 그녀의 본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을 터였다. 

거참. 그녀가 죽자 갑자기 그녀가 악한이 아니라고, 시간이 더 지나면 그녀의 본모습을 알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왜 로흐두 여자들만 그녀의 본모습을 알아보지 못한것 처럼 말하는 걸까. 

트릭시에게 속은건 로흐두 남자들도 마찬가지이고 어떤 면에서는 더 한걸. 

당황스럽다. 


해미시의 러브스토리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엄청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독하지 않아서 그냥 편안하게 중독성있는 시리즈다. 

조앤 플루크의 과자 살인사건 시리즈랑 많이 닮았다. 중독성의 면에서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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