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읽는 것만큼 도서관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오늘처럼 햇살좋은 가을아침은 더 좋다.
한꺼번에 잔뜩 빌려왔더니 또한 배부르다.
너무 많이 빌려왔나? 살짝 걱정 하는것도 즐겁다.
2.
사랑받지 않을 용기/알리스 슈바르처/ 미래인
페미니즘은 잘나고 똑똑한 여자들만 주장하는 것인줄 알았던
그래서 가난하고 똑똑하지 못한 나는 페미니스트들이 재수없다고 생각했는데
벨 훅스를 읽고나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반성을 한후
여성주의는 내 독서의 한주제다.
도서관 신간코너에 있길래 냉큼 집어왔다.
이책은 독일의 알리스가 최근의 페미니즘을 둘러싼 쟁점을 주제별로 주장하는 듯한데
차례를 보면 그 소제목들이 흥미롭다.
여자들은 원래 달라/낙태는 살인이야/아이는 엄마가 필요해/직업만으로는 행복할수 없어/
나는 너무 뚱뚱해/ 포르노는 성적으로 흥분시켜 / 성매매는 영원할거야 등등
ㅎㅎㅎ
어떤 마초들이 보면 기겁을 할 것이고
한국은 대부분의 여성들도 기겁을 하겠네.
경관의 피 / 사사키 조 / 비채
일본에서 출판되었을때 표지를 그대로 가져온것인가? 궁금해서 날개를 봤는데
보통 책 앞날개에는 표지 디자인을 누가했는지 써있기도 한데 안써있다.
음---, 내 마음에는 들어
어디에선가 하이드님의 추천을 본것이 기억나서 망설임없이 빌렸다.
사사키 조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고
비채의 블랙앤화이트 씨리즈중에는 루팡의 소식과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읽어봤는데
둘다 내 취향에는 그냥 그랬다.
아무리 봐도 표지가 맘에 들어
네 가족을 믿지 말라 / 리저 러츠 / 김영사
엊그제 김혁동지 면회하러 수원구치소에 갔다가 무려 한시간을 넘게 기다렸는데
기다리면서 본 씨네 21의 광고에 네 남자를 믿지 말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밑에보니 이미 나온 네 가족을 믿지 말라라는 책이 있다고 광고하더라
우연히 도서관 산책하다 발견하고 앗싸 하면서 들고 왔다.
책날개를 보니 리저 러츠는 스타작가라는데
난 왠지 스타작가라면 오히려 신뢰하기 어렵던데
책 뒤표지의 언론의 극찬도 쫌 지나치게 호들갑스런 느낌
그래도 머, 가족을 믿지 말라는 제목은 마음에 든다.
믿을수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가족을
늘, 언제나, 항상, 반드시, 꼭 믿어야한다고 우기는 것은 이데올로기다.
가족주의를 지긋지긋해 하는 나는 이런 일탈의 제목 좋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앤 라이스 / 황매
뱀파이어 이야기는 유치할 뿐이라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는지 모르겠는데 어릴때
여름이면 방송사마다 보여주던 납량특집의 드라큘라들은 그때 내 감성으로는 지루하고 유치했어
오시이 마모루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그냥 킬링타임용으로는 그만한데
앤라이스의 뱀파이어 씨리즈가 새로나왔다고 해서 들고왔다.
본컬렉터 / 제프리 디버 / 랜덤하우스 코리아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법의관 씨리즈를 좋아한다.
그래서 링컨 라임 씨리즈는 아끼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스카페타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왜 링컨 라임을 아낀다는 거야?
글쎄.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지금은 배가 부르니까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두는 초콜릿 같은거
휴가때 한꺼번에 빌려보려고 아껴둔 씨리즈였는데
몇번의 휴가를 여기저기 데모하러 다니느라 날려버린후, 그럼그렇지, 내 팔자에 무슨
기양 땡길때 보기로 했다.
목소리 /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 영림커디널
아이슬란드의 에를렌두르는 내가 좋아하는 경찰이다.
한국에서는 하늘이 두쪽이나도 불가능한 일이지. 경찰을 좋아한다는 것은.
추리소설 속에서는 가능할수 있다고? 천만에
현실에서 경찰의 폭력과 비열함이 상식을 초월하는 것을 일상적으로 보고 사는데
어떻게 좋은 경찰을 상상해.
에를렌두르와 그의 딸 에바를 빨리 보고 싶어.
이번에도 한번도 보지 않은 아이슬란드의 서늘한 비를 그리워할까.
전쟁 전 한잔/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링컨라임 씨리즈 처럼 아끼던 켄지와 제나로 씨리즈인데
실은 얼마전에 다른 도서관에서 가라 아이야 가라를 빌려왔는데
검색했더니 전쟁전 한잔이 데뷔작이고 먼저 나온책이라길래
머, 반드시 꼭 순서대로 보아야 하는것은아니고 그러지도 않지만
도서관 산책하다 눈에 띄길래, 아, 참. 조것이 데뷔작이라고 했던가
들고와 버렸다.
어려운 시절 / 찰스 디킨즈 / 창비
올리버 트위스트와 위대한 유산을 고등학교때 봤었다. 20년 전이다.
최근들어 스타인벡과 에밀졸라와 도스토예프스키와 제인 오스틴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20년 전과는 다를거다. 아마도.
그때처럼 문장이 내몸을 관통할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잘 모르겠다.
심장은 뛰어주면 좋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올리버 트위스트는 도서관에 아동용 밖에 없더군.
말해요, 찬드라 / 이란주 / 삶이보이는창
지난 4월쯤에 읽으며 이주노동자들의 사연이 가슴아팠었는데
쌍차고 용산이고 너무 바빠서 도무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던 책이다.
그러고는 잊고 있다가 얼마전 이란주의 새책 아빠, 제발 잡히지마가 새로 나온걸 알았다.
새책을 읽기 위해 말해요 찬드라를 마저 읽는다.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내가 당장할수 있는 것이 없는데, 알기라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이란주는 글을 잘쓴다.
경험이 생생해서 눈에 보이는 것처럼 쓴다.
3.
모두 열권이다.
우리동네 도서관은 한번빌릴때 빌릴수 있는 책의 수를 제한하지는 않는데
반납은 2주안에 해야 한다.
연체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배부른 일요일.
책을 읽는 것 만큼 도서관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책을 읽는 것 만큼 페이퍼 만드는 것을 좋아하게 될것같은 불길한
이런저런 주제의 족보와 카테고리를 만드는 재미는 마약같아서
배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