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스미스 열화당 사진문고 12
샘 스티븐슨 지음, 김우룡 옮김, 유진 스미스 사진 / 열화당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1.
열화당 사진문고 요 씨리즈는 너무 전문적이지 않아서 좋다.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수 있게 해준것이 고맙다.
맛보기로는 넘친다.
한권의 사진집에서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 전문적이되고 비싸진다. ㅎㅎㅎ
다만 작가가 직접 편집한 사진에세이집들은 더많이 번역되길 바란다.


2.
"만약 어떤 예술가가 고통받는 사람의 일그러진 표정을 부드럽게 고치고, 늙어 하찮게된 사람의 모습을 곱게 그려내며, 도착된 현실의 끔찍함을 완화된 모습으로 표현한다면, 또한 대중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현실을 덮어 가장하고 부드럽게 그려낸다면, 그 예술가는 추악함을 창조해내는 사람이라 말할 수 밖에 없다. 그가 그리하는 것은 진실에 맞서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오귀스트 로댕의 책 [미술과 미술가들]의 한구절이란다.

사실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완벽주의 사진작가가 시대의 사실을 전달하려고 기를 쓴다. 적어도 그의 사진에 두려움은 없다.
유진이 남긴 사진은 연민을 갖고 포착하는 사람들이 쓸쓸하지만 차갑지 않다.

아름다움과 추함, 삶과 죽음, 고통과 희망, 빛과 그림자를 흑백사진 한컷안에 함께 담아낸 솜씨는
'예술'이다.
시골의사와 조산사가 특히 탁월한대 서사적이고 회화적이다.
렘브란트 였다가 밀레 같기도 하고스타인벡 이다가
문득 산업사회의 규모에 압도당하는 걸 보면 순진하다.

"끊임없이 어떤 하나의 일에 빠져들고자 하고 무엇이든 예리하게 느끼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나는 늘 옅은 슬픔에 빠져 있네"

남김없이 몰두하는 열정을 사진과 음악으로 분출하고 소진한 사람.
책의 마지막 사진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대,
책을 덮기가 미안해서 진과 술한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비내리고.


3.
드뎌!!!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으~~~ 시끄러워.
미디어를 밀어내고 귀를 막고 눈을 닫아도 뚫고 들어올 거다.
빨리 끝나길 바라며

유진의 아름다운 꿈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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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 가려 뽑은 함석헌 선생님 말씀
함석헌 지음, 김영호 엮음 / 한길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1.
함석헌 저작집 30권중 김영호가 가려뽑은 잠언록이라 해야 하나 명상록이라해야하나
사색이 있는 함석헌 다운 글들이다.
느리게 천천히 읽는 법문의 느낌이다.
어렵지 않지만 깊이있다.
글을 잘 다룬다는것은 이런것인가
가볍지 않고 단단하지만 화사하고 소박하다.

더러움이 무엇입니까. 세력있고 잘사는 사람들이 남 생각은 아니하고 저만 잘살겠다고 욕심대로 한 결과로 오는 찌꺼기 입니다.

물질의 더러움과 철학의 더러움 삶의 더러움이 이렇게 하나로 깨달아진다.

인생 끝이 차차 가까워 저쪽이 뚫려 비치게 됐는데, 세상은 어지러워져만 가서 마음이 슬프군요.

인생의 끝이 어느날 갑자기 눈앞에 닥치는 어둠이 아니라
차차 가까워 저쪽이 뚫려 비친단다.
서늘하고 편안하다.
사는것이 오롯이 냉정한 것이다.
내 끝이 저쪽에서 차차 다가오고 있는게다.


2.
3.1운동과 8.15광복을 거쳐 6.25 전쟁을 경험하고 다시 4.19혁명을 지나 유신독재를 살다가
광주에 이르는 한국의 현대사를 살아낸 모든 선배들은, 말그대로 격동의 시절
인간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며
사람이 사랍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는 신념을 붙들수 있었을까.

일제시대와 광복, 전쟁과 독재, 혁명과 다시 길고긴 독재.
이 극단적인 빛과 어둠의 경험을 거치며 죽은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가.
살아 얼마나 무거웠을까. 사는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러니 그저 저하나 잘먹고 살자고 빼앗고 사기치고 거짓말하며 욕망이 염치를 버릴때
야만적인 인간을 확인하며 역겹지 않았을까.
그렇게 사는것이 잘 사는것이라는 더러움이 횡횡할때 어디서 사람다운 길을 닦아내는 힘을 얻었을까. 

막막한 우주에 사람은 단 하나이다. 그것이 나다. '다른 사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알수도 없고 임의로 부릴수도 없다. 내가 아는건 나요, 내가 맘대로 할수 있는건 나요, 내가 죽여도 좋은건 나다. 나 뿐이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도 씨알을 섬기는 것도, 결국은 나를 섬기는 것이다. 
우주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므로 결국은 나다.  

혁명은 누가 하느냐, 내가 해야한다. 사회에 새 바람은 누가 불어넣느갸. 내가 해야한다. 나 아니고는 절대 될수 없다.

이것은 외로움인가 의연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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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파울로 프레이리 외 지음, 프락시스 옮김 / 아침이슬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1.
희망의교육학과 페다고지 이후 또다른 프레이리를 읽고 싶던 참이었다.
호튼과 프레이리의 삶과 교육철학에 대한 대화
이론과 실천, 교육과 조직, 삶과 활동이 다르지 않은 두현인의 대화가 천천이 마음 편하다.
평생을 몸으로 실천하며 살아온 두사람의 돌아봄은 후배들에게 곧 교육이고 삶의 방법이다.
나의 삶이 후배들에게 길이되는 삶을 살아낸거다.
단단하고 품이 넓다.

'연애하는 심정으로 책을 읽고' 라는 장은 특히 프레이리에게 공감했다.
프레이리에게 시를 읽는것과 마르크스를 읽는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며 책사랑을 말한다.
나도 그런대. 나도 소설책 읽듯이 공산당 선언을 읽었다.


2.
아름다움과 간결함은 작가뿐 아니라 과학자도 추구해야 하는 미덕이에요...저는 학생들에게 글을 아름답게 쓰는 일이 글의 과학적인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철학자든 과학자든, 글 쓰는 사람의 본분은 보다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것이지요. / 프레이리

요말에 200% 동의.
자신의 글이 현실과 상관없길 바라는 자들, 자신의 글로 대중위에 군림하고 싶은 자들이에게
글의 아름다움이란 지들끼리 소통하는 형식이고 격식이다.
그게 교묘하고 정교할수록 지네끼리의 고급문화가 된다. 
요런 철학의 최악의 글이 법전이고 법조계, 그동네 말들이 다 황당하다.
기본 소통을 방해하는 말들로 아름답지 않을 뿐 아니라 형편없다.

중립성은 현체제에 찬동한다는 것을 감추는 교묘한 말입니다...중립성은 단지 다수가 하는 대로만 합니다. 그러므로 중립성은 체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일 뿐이에요. 말하자면 중립성은 비도덕적인 행동인 것이지요...달리 말하면 변병이지요. / 호튼

저는 지도자에게는 겸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도자가 민중들의 기대에 부응해 카리스마를 갖게 되었다면 그 지도자는 민중의 열정과 꿈을 번역해 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 꿈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도자는 꿈을 표현함으로써 그 꿈을 재창조하는 사람입니다. / 프레이리

알듯 모를듯, 민중과 꿈을 함께 만들지 않으면 어찌 민중의 꿈을 번역할수 있을까?

진보적이라함은 민중들과 관계를 심화시키는것, 민중의 다양한 신념들을 존중하는 것, 민중에게 자문을 구하는것, 민중의 언어에서 출발하는것, 민중이 가진 지식의 수준을 인식하는것. / 프레이리


3.
그리하여 기원전 604년의 노자를 불러와 아름답다 한다.

민중에게 가서 민중에게 배우라
민중과 함께 살고, 민중을 사랑하라
민중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고
민중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들어라
그러나 최고의 지도자는
모든 일이 끝나고 모든 것이 아루어졌을때,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고
민중 스스로 말하게 할수 있는 자일지니......

네. 아름다워요.
연애하듯이 호튼과 프레이리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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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길, 5000km를 가다
KBS 인사이트아시아 차마고도 제작팀 엮음 / 예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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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높은 길

하늘과 가까운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으로 서술된다.
가파른 길을 더듬어 삶의 모습, 발걸음을 보고 거친 숨소리를 듣는다.
야크떼를 부르는 휘파람 소리, 까지 담긴듯한 사진들에 눈이 시리다.
 
'길'이란 사람이 사는 흔적이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 선언했던 오만한 자들의 문명을 알고 있다.

차마고도는 순종과 인내를 요구한다.
앞선 사람의 발길을 따라 제몫의 길을 다지며 사는 사람들의 깊은 눈빛과 불교는 잘 어울린다. 
산과 눈과 하늘, 바람 무엇에 비해도 사람은 잘나지 않았으니  
어찌살까 싶다.

금닭과 은닭이 옌징에 남겨준 것은 소금뿐이네
소원을 빌겠어요
다시는 이렇게 무거운 소금물을 긷지 않게 해주세요

평생을 소금밭에서 물을 길으며 부르는 여인들의 노래
다시는 이렇게 무거운 소금물을 긷지 않게 해달라고 노래하며 평생 무거운 소금물을 길러야 한다니
소금밭에서 나는 소금꽃은 그녀들의 눈물이다. 
천형이 이런것일까. 차마고도의 가혹함이 선뜻 아름답기에 석연치 않다.

직접 내발로 가보면 좋을것 같지만, 쉽게 갈수있는 곳도 아니고
다큐멘터리를 봐도 좋고, 책을 봐도 좋다.
차마고도, 하늘과 가까운 저 윗동네 사람들의 삶을 보고 좀더 겸손해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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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노트북 1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이은정 옮김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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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서문중에 이런말이 인용된다.
이런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넘어 찔긴가부다.

그녀들의 주장을 지지하지. 하지만 째지는 목소리와 불쾌하고 건방진 태도는 싫어.

자기주장을 할줄하는 여성들에게 '똑똑한' 혹은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하는 말이다.
주로 비겁한 남자들이 이런말을 잘한다.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이런말이 어떻게 여성을 공격하고 위축시키는지 잘알고 있다.


2.
1919년 영국인부모밑에서 이란에서 태어나 아프리카로 이주하여 로디지아 지방에서 자랐다.
1962년 43세에 발표한 소설
1971년 책을 발표한지 10년만에 서문을 붙였다.
문학과 비평에 대한 논문인 셈인대 인상적이다. 직설화법으로 시원시원하게 말한다.

뭐하러 10년후에 서문을 덧붙였을까 궁금했는데 엄청 답답했던 모양이다.
소설에 대한 오독뿐 아니라 스스로 읽고 느끼지 않고 권위자의 평에 의존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필독서 리스트에 올라가 오히려 박물관에 박제되는 느낌이 들어서
자기 소설에 대한 그런 대우가 어지간히 부당하다고 여겨진 모양이다.
그렇겠네. 레싱, 잘 읽어볼게요. 너무 길어서 부담스럽긴 한데
권위자의 평따윈 내겐 필요없으니 잘 읽어볼게요.


3.
이여자, 레싱, 멋지네.
서문과 소설과 삶이 거짓없이 모두 같은 사람이군.
뭐하나 피해가는 것없이 삶과 사랑과 공산주의에 대해 말한다.
은유와 상징이 없이 곧장 그녀들의 삶으로 뛰어들어 보여주는 방식.
그녀들의 대화는 적들에 대한 적의가 번뜩이고 재치가 헤실헤실 웃는다.
여자로 살며 마주치는 부당함을 그녀들은 거의 숨쉬지 않고 따발총처럼 쏟아낸다. 시원해.

열정과 꿈이, 실패를 거듭해 조금은 피곤한 마흔이 된 그녀들의 삶이 아직 푸르니 아름답다.


4.
검은노트, 그녀의 아프리카 시대는 
2차대전을 배경으로 인종문제, 계급문제, 정치와 사랑, 이상과 현실이 서투르게 얽혀 핏줄이 드러난다.
젊은, 아니 아직 어린 시절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모든것이 복잡할까.
이름만 공산주의자인 자들, 중산층 좌파의 위선
그들의 이상과 현실의 기만적인 동거를 그녀는 줄곧 평가한다.
불편한것은 그녀가 스스로에게 들이미는 치열함이다.


5.
검은노트를 지나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우리가 당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더 좋은 세상을 바라는 우리의 이상과 작별하는 걸 견딜수 없기 때문이죠." 라고 말했다.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공산당만이 세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을 암시하는 듯했고, 나 또한 그렇게 믿고 있으니 흥미로왔다.

이 당혹스러움이라니.
더 좋은 세상을 바라는 나의 이상과 작별하기 싫어서 사회주의자인가?
사회주의 만이 세상을 개선할수 있는가.


6.
날카롭고 황홀한 소설을 쓰고싶다. 레싱처럼, 그녀는 아주 많이 아팠을 것 같다.
그녀가 철지난 유행가처럼 밀실에 갇혀 독백하듯이
과거 젊은 공산주의자였던 자신을, 패배의식에 젖어 회고하지 않는것이 좋다.

그런 회고를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많이 봤다.
정치적이지 않은척하는 그 단절된 피해의식들, 지 젊음의 상처에 대한 과잉피해의식으로
과거의 평등한 세상을 향한 열정, 운동 모두 한칼에 평가절하 해버리는 것들은 정당하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도 굽힘없이 진행되는 이상과 실천을 좀먹기 때문에 더 나쁘다.

날카롭고 황홀한 소설을 쓰고싶다. 레싱처럼, 자기 삶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하여
꽃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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