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평전
송우혜 지음 / 서정시학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윤동주는 좋아하는 시인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진 사람들의 영혼을 밝혀주는 촛불이랄까. 

1988년 처음 발행된 후 개정판이 나오고 2004년 재개정되어 나온, 잘 씌어진 평전이다. 

윤동주에 대한 애정 뿐아니라, 일제시대 북간도 명동과 용정의 뜨거운 분위기가 생생하고 

무엇보다 사료와 함께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구술이 꼼꼼해서 더욱 신뢰가 간다.


해방전후사, 한국 근현대사를 전혀 안읽은 것은 아닌대, 만주로 이주했던 한인들의 역사를 처음 보았다.  

저렇게 치열하고 열심히, 끓어오르는 솥단지처럼 뜨겁게, 삶을 살아내고 있었구나. 

만주의 발견이랄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윤동주와 그의 이종사촌이자 절친 송몽규의 어린시절과 젊은날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그렇다고 과하게 찬양 일색도 아니며 

시대상황을 밝히고 가계의 기풍을 소개하며 객관적으로 동주와 몽규의 마음을 읽는다. 

오래간만에 좋은 평전을 읽었다. 

어떤 소설보다 극적이고 아름답다. 

윤동주의 삶을 해석하기 위해 자료를 검토하고 그의 자취를 더듬어 우리에게 알려준 송우혜에게 고맙다. 

윤동주의 삶에 걸맞는 평전이다. 



2. 

일제시대를 살다 읽찍 죽은 청년, 시를 읽으며 틀림없이 마음결이 고왔을 청년이다, 했는데 

명동과 용정의 당시 분위기를 보니 

국가없는 식민지의 아들로 살며 고통과 분노 그리고 성찰이 있었을 것이다. 

유복할 뿐 아니라 대대로 지역에서 존경받는 집안의 아들이다. 

이 시대의 용정은 굉장히 진취적이고, 여성들도 지혜롭다는 느낌이 있어. 

아래위 예를 강조하던 무능한 지배계급의 몰락으로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은 인민들이니 

굳이 남녀차별이나 출신에 따른 차별까지 지키고 당하며 살아지겠냐고. 


어쩌면, 생긴것도 준수하니. 윤동주는. 시처럼. 


'부끄럼'이란 것은 인간이 지닌 일상적인 정서의 하나라기 보다는, 차라리 인간의 실존 그 자체에 관한 성찰의 한 양식이라는 것을, 그렇다! '부끄럼'이란 것은 모든 불완전한 존재들이 그들의 불완전함을 슬퍼하는 참회의 방식에 다름아니다. 그러하기에 인간이 정직하게 부끄럼에 마주서자면 그의 전 존재, 그의 전 중량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정면으로 마주서본 경험이 없는 한 이토록 가슴을 치는 절창은 솟아날 수 없는 것이다. 

윤동주의 시를 보며 궁금해지던 부끄러움 


수치 앞에서 정직했고 성실했다. 그가 그럴수 있었다는 건 아마도 그가 청결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으니라. 그것은 신의 축복이다. 

송우혜의 말이 맞다. 

수치앞에 정직하고 성실한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 아닌가.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은 어렵다. 이것을 20대의 청년이 했다는 것이, 그것을 시로 썼다는 것이, 

어떻게 이렇게 맑은 영혼이 있을 수 있는가 말이다. 



3. 

함께 구속되어 동일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비슷한 시기 감옥에서 죽은 몽규와의 동주일 삶을 

이제야 읽으며 가슴을 친다.  


일제가 징역 2년에 처한 송몽규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민족독립의식의 앙양에 힘썼다는 거다. 

실상 골방에서 친구들 몇명하고 의견을 나눈거다. 

행위가 없다. 폭탄을 터트린 것도 아니고, 그 준비도 아니고, 데모를 조직한 것도 아니고 

시절이 엄혹하니, 부디 때를 기다리자고 한 것 밖에 없다. 

이게 치안유지법 위반이고 징역 2년을 선고 받는다. 

사상이 범죄가 되는 황당하지만 살벌한 법이다. 


일본에서는 패전과 함께 맥아더가 점령군 총사령관으로 부임후 1945년 10월 4일 폐지된 치안유지법이 

대한민국에서는 국가보안법으로 아직도 살아 여전히 인민의 사상을 검증하고 벌한다. 

우리는 몽규, 동주보다 자유로운 땅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이 마땅히 부끄러운가. 


동주는 젊은 나이에 일본 감옥에서 죽고 

해방후 그의 벗으로 윤동주의 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강처중은 좌익이라고 체포되어 사형선고 받았다가 

6.25 전쟁이 터져 월북했다. 

그리고 우리는 강처중의 존재를 잊는다. 


동주와 함께 몽규와 강처중을 호명하여 정당하게 소개한 송우혜에게 다시한번 고맙다. 

참담한 근현대사를 딛고, 우리는 무엇이 마땅히 부끄러운가. 



뱀발 

일본 교토 여행 준비하며 하필이면 미시마 유키오와 함께 읽어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번 검토되었다는 미시마의 탐미보다 

식민지 감옥에서 죽어 이름조차 잊을 뻔한 동주의 부끄러움과 참회가 어찌나 맑고 아름답던지

이런식의 민족적 정서가 깔린 비교 의미없다 생각하는대  

동주에게 미안하고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 헤는 밤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0
윤동주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여행을 앞두고 공부하듯이 읽었다.

 

윤동주는 한국인에게 좋아하는 시인이라기 보다는

내 영혼의 근원이거나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불빛이거나  

윤동주가 있는 한국과 없는 한국은 전혀 다른 세상

모국어로 쉽게 읽히면서도 영혼을 밝히는 시가 있는 것은 축복이다.

 

윤동주는 한국 현대사에서 아주 특이한 시인이다. 그는 생전에 시를 발표한 적이 없다. 윤동주가 젊은 나이로 죽기전 약 3년 동안에 쓰인 그의 시들은 마치 일기처럼 그의 내면적 모습을 보여준다.

엮은이 이남호의 설명이다.

 

젊은 청년의 시가 어째 이리 아프고, 부끄럽고, 슬프고, 괴로운가.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어쩌면 생긴것도 준수하니, 반듯하고.

친필 원고의 필체도 윤동주 스럽다.

소박하고 꾸밈없이 또박 또박 단정하다.

날짜를 적어가며 원고를 차곡차곡, 인내가 보인다.

푸른 젊음을 한숨 쉬며 쌓아가고 있었거늘

 

 

슬픈 족속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을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질끈 동이고 살아야 했는대

육첩방의 나라, 이국의 감옥에서 죽임을 당하다니. 

안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인 이야기 3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3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벌써 세번째라, 첫페이지 부터 기대하며 휘리릭 읽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휴전상황을 생각하면 3권의 시작 '역사의 죄인이 되지말자' 장은 인상적이다.

1978년 전인대는 '타이완 동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한다.

정에 호소하며 우리가 남이가, 편지도 하고 교류도 하자는 내용이다.

당시 양국의 최고지도자는 덩샤오핑과 장징궈.

두사람은 1925년 모스크바 중산대학에서 함께 혁명을 공부했던 사이다.

나는 이런 점이 대한민국의 남과북과 다르다고 생각해.

중국은 대륙과 타이완의 지도자들이 함께 항일전쟁을 치루던 전우들이었고, 무산계급의 해방을 위해 공부했던 젊음을 공유했다.

 

남한의 지도자들은 모두 친일파거나 친일파의 후손들이다.

대의를 위해 뭘 걸어 본적이 없는 자들이고, 대의를 비웃으며, 대의를 위해 목숨 걸었던 자들을 가두고 죽였던 자들이다.

인민을 개, 돼지와 같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1% 지배계급은 정에 호소하고 도리를 따르는 정치는 못한다.  

세월호와 함께 수장된 이들의 영전앞에서 조차 박사모 회원을 불러 얼싸안고 쑈를 하는 천박함이라니.

 

중국인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재밌다.

정치적 숙청도 있고 배신도 있고, 사랑도 있고, 인간사 그렇게 보면 다 비슷하지만

젊은시절 제국주의 일본에 맞선 항일운동에 목숨을 걸고, 다시 무산계급의 혁명을 이뤄 그 철학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자들의

기본베이스에서 나오는 품위가 독특하다.

 

장징궈와 덩샤오핑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마오쩌뚱과 장제스 시절에 당연시 여겼던 영수 칭호를 없애 버렸다. 특히 장징궈는 "백년도 못사는게 인간이다. 만세는 무슨 놈의 만세냐. 듣기도 싫다."며 "장징궈 만세"를 못 부르게 했다. 덩샤오핑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품위 말이다.

대륙의 제안을 견제하면서도 명분을 따라 핑퐁처럼 공개적으로 오가는 정치적 행보가 재밌다.

 

중국국민당과 중국공사낭은 혁명정당으로 출발했다. 두번에 걸친 합작도 북양군벌 타도와 항일전쟁 수행이라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다. 통일문제도 3류 건달들처럼 굴지 않았다. 골방에서 쑥덕거리다, 하루아침에 연합이니 뭐니 하며, 같잖은 말장난으로 국민들을 우롱하지 않았다.

그러게. 김명호의 평가에 격하게 공감한다.

대한민국 남과북 정치인들의 통일 문제는 정말 3류건달 스럽다. 같잖은 말장난이나 하고.

후련한 표현이다.

 

1975년 장제스가 세상을 떠났다. 덩샤오핑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항일전쟁 시절 우리의 지도자, 장제스 선생이 타이페이에서 세상을 떠났다. 애도를표한다. 유족들이 원하면 난징에 묘지를 조성하겠다."

이런 품위 말이다.

 

국민당 정권에서 8년형을 받아 옥에 갇힌 중국의 레닌 천두슈.

면회와 편지, 독서가 금지되자 단식투쟁으로 맞서고 며칠 후 당국은 서신왕래와 면회를 허가한다.

천두슈를 만나겠다는 국민당 요인과 사회 명사들이 감옥 앞에 줄을 섰다. 다들 천두슈의 방에서 면회를 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니까, 천두슈는 책 볼 시간이 없다며 모르는 사람은 만나지 않기로 한다.

아마도 면회 시간의 제한이 없었던 모양이야.

한국처럼 하루 한팀 10분만 면회할 수 있다면 책볼 시간이 없어서 면회를 사절하지는 않을텐대.

책이 불어나자 감옥 측은 서가 두개와 큰 책상을 준비하고, 옆방에 접견실을 떠로 마련했다. 캐나다에서 열린 태평양 국제학술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후스도 책과 편지를 보내왔다.

"독서와 집필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모처럼 맞은 한가한 시간, 작은 고통을 큰 즐거움으로 이겨내기 바란다. 나는 네가 부럽다."

이런 품위 말이다. 

나는 이 사람들이 부럽다.  

 

 

2.

마오쩌뚱의 한마디로 인해 온 중국이 떠들썩한 참새소탕전을 했던 것이 중국인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김명호는 중국에 대해 편견을 가진 한국 독자들에게 그 편견을 인정하며 서술을 시작해서

사랑과 문학, 예술에 관한 가벼운 에피소드를 먼저 들려주고

이제 3권에 이르게 되니 더 깊이있는 속내의 정치까지 쉬운말로 이야기한다.

읽다보면 그동안 나는 가까운 중국을 왜 이렇게 외면하며 무시했을까 싶어진다.

중국 여러 분야의 노인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감탄의 눈을 빛내는 김명호가 보이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젊은이가 아니라 인생 후반을 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법륜스님의 이야기

봄꽃보다 아름다운 단풍, 그렇게 살면 좋겠네.

마흔 다섯. 나도 이제는 봄꽃보다는 단풍이구나.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까, 하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계속 숙제이고, 그래서 제목도 인생수업이다.

한번 사는 인생이 내내 수업이다. 늙어서도 여전히, 오히려 늙어서 더욱 수업이다.

 

 

2.

이번에도 법륜스님은 일상의 언어로 쉽게 말한다. 그리고 차분차분 논리적이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하고 생각하지 않는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면 특별해져야 한다는 부담없이 가볍게 살아갈 수 있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문득 문득, 여전히 나는 이것이 어렵다.

내가 뭐 잘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과할때가 있고 그래서 불편해지기도 한다.

근대의 인간으로 자의식 넘치는 교육을 받아서 그런것인지

그런대 나만 '특별히' 그런것은 아닌가 부다.

행복하게 사는 인생수업의 첫머리 논리적 흐름속에 이 문장이 들어있어서 안심했다.

남들도 그러는구나. 편안하기로. ^^

 

오늘을 견디면 내일이 달라질 거라 믿었다

정말 그랬어.

10년을 견뎌도 달라지지 않는다는것을 확인할때마다 얼마나 기운이 빠지고 무릎이 꺽이는 느낌이던지

억울하고 화가나고 스스로 불쌍하고 그리하여 얼마나 편협해지던지

뭐가 안달라져도 그냥 오늘 내가 즐겁게 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한 일도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할 뿐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합니다. 그런데 자기중심 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에 매달려 성공이라는 거품을 부풀리면, 그 거품이 꺼질 때 삶이 허무해집니다.

살면서 이런말은 많이 들어온 말이고,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쌀로 밥짓는 뻔한 얘기라 위로가 되지 않을때가 많은대

법륜스님의 장점은 벽돌을 쌓듯이, 구슬을 꿰듯이 책의 시작부터 순서대로 흐름에 따라,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말하기 때문에

쉽게 설득이 되고, 문득 감동하기도 한다.

삶을 관통하는 깨달음의 힘이 있다.

 

구멍난 가슴에 찬 바람이 드는 나이

치매, 무의식의 세계에서 옛날 영화를 보는 것

자살, 못마땅한 나를 살해하는 것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각 장의 제목이 시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마음에 와 닿는 불교 책들은 시 같더라.

사는것, 늙는것, 죽는것, 자살, 불교는 철학과 가깝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나는 어떤 물이 들어있는 단풍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인 이야기 2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2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1928년 중국공학의 교장이 된 후스가 취임연설을 통해 선언한다.

"권한은 쥐고 있다보면 개인의 지식이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망각하기 쉽다. 남들이 상상도 못했던 일을 한다며 함부로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은 강도보다 더 위험하다."

이명박의 기상천외한 4대강 사업이 생각나더군. 강도보다 위험한.

 

중국인이야기 두번째. 첫번째 중국인이야기는 흥미진진 재미있었다. 기대하며 본다.

후난성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나 여덟살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열살 때부터 빈 밥그릇 들고 남의 집 문앞을 기웃거렸던,

홍군시절부터 부총사령관이었고 한국전 사령관이었던 펑더화이는 오랜시간 전장에서 군을 지휘한 대장군이지만

1959년 대약진운동의 실패를 지적했다가 국방부장에서 쫓겨난다.

마오쩌뚱을 비판했다가 눈밖에나 쫓겨나는 셈이다.

196년 8월 18일. 중국군사위원회는 확대회의를 소집했다. 전군의 지휘관 1,061명이 베이징에 운집했다. 국방부장 펑더화이와 총참모장 황커청이 도마위에 올랐다.  

그리고 9월, 국가주석 류사오치는 전국임민대표회의(전인대) 결정 사항이라며 인사명령을 발표한다.

"국무원 부총리 린뱌오에게 국방부장 겸직을 명한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반대파를 숙청한다 해도, 적어도 저 정도의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펑더화이를 실각시키기 위해 천명이 넘는 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했다.

박정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쫓아낼때는 절차가 필요없었다. 심지어 사람을 죽일때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 박정희의 한마디로 그형식과 절차가 충분했고, 심지어 야당 국회의원을 납치해 목숨을 위협했지.

사실 민주주의의 내용은 절차를 지키느냐 안지키느냐일 때가 많다. 형식과 내용이 떨어져 있지 않다는 말이다.

적어도 반대파를 숙철할때 저정도의 절차는 지켜줘야 하는거다.

평생을 전장에서 누빈 펑더화이는 성격이 급하고, 성질이 욱해서 사고도 잘치지만 하급부하와 아이들에게 인자해서

인민에게 존경받고 병사들에게 인기있는 장수였다. 매력적이네.

 

루산회의도 인상적이다.

1959년 여름에 열린 루산회의처럼 복잡한 회의도 없다. 회의자료를 보면 볼수록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중국인들을 많이 봤다. 중공지도부가 40여일간, 산속에 들어박혀 나오지 않았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전국의 국가관료들이 모여 낮에는 조별토론하고 해가지면 삼삼오오 영화관이나 경극 공연장을 찾았다.

40여일간 각종 현안문제로 토론을 하다가 대약진운동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사투끝에 백전노장 펑더화이가 몰락하지만

 

국회에서 야동이나 보고, 졸고, 그나마 참석도 안하고, 비정규직 확대시키는 법이나 만들고, 지들 월급이나 만장일치로 올리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나 허구헌날 사리사욕에 어두워 제 곳간만 채우는 비리에 물든 정부관료들에 익숙하다가

중국의 무산계급을 위한 정부를 보면, 그들은 신념을 갖고 고민하며 신중하게 정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안문제에 대한 판단이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서로 공격하며 싸우더라도

그결과 수십년 동지가 하루아침에 적이 되더라도, 적어도 그것이 저하나 잘살기 위해서 라거나

1% 부자들만 더 잘살게 하는 정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실수도 하고 싸움도 하고 심지어 죽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념과 명분, 형식과 절차에 충실하며

그 권력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적을 몰락시키는 방법이 마오쩌뚱과 박정희는 달랐다.

박정희는 한마디로 절차없이 마음대로 죽였고, 마오쩌뚱은 토론하고 절차를 거쳐 승인받았다.

모름지기 인간의 정치란 이래야 하는것 아닐까.

 

 

2.

새해가 다가오자 리리싼은 고향 집을 찾았다. 아버지는 명망가였다. 돈도 많고 땅도 많고 부인도 많았다......

"유학을 무사히 마쳤으니 장하다. 앞으로 뭘 할 거냐."

리리싼은 말을 안하면 안했지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었다.

"공산당을 할 겁니다."

노인네는 "죽을 길 제발로 찾아나선 놈"이라며 노발대발 했다.

"나라에 군인과 총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너같은 애송이들이 천년을 한들 될 일이 아니다."

리리싼도 지지않았다.

"군벌들에 총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진리와 인민이 있습니다. 죽음은 별개 아닙니다. 희생자가 생겨야 더 많은 사람이 일어납니다. 혁명은 성공하고야 맙니다."

ㅎㅎㅎㅎㅎㅎ 혈기왕성한 부자집 아들 리리싼이다.

진리와 인민이 있어 죽음도 별것이 아니었으니, 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을 위한 사랑에 불꽃이 일고

상황이 안좋으면 헤어지고, 아이가 생기면 남에게 맞기고

스스로 목숨을 걸었기에 오히려 다른 문제들은 혀를 내두를 만큼 쉽게 쉽게

공산당을 한다는 리리싼의 말에 노발대발하는 노인의 말이 재밌다.

공산당이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나라에 군인과 총이 많으니 네가 죽을 것이라고 화를 낸다.

혁명에 투신했던 사람들, 시대의 분위기가 보이는 것 같은 이런 장면들은 재밌다.

그래서 결국 혁명에 성공했으니, 심장뛰는 열정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성공해서 국가를 운영하니. 얼마나 좋았을까.

 

중국인이야기가 더욱 재밌는 것은 성공한 항일전쟁, 성공한 혁명이기 때문이다.

항일전쟁에 성공해서, 인민들과 목숨걸고 싸웠던 역전의 장수들이 무산계급의 혁명또한 성공했기 때문이다.

리셴녠 같은 사람.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라는게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감히 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가난하여 10대에 목수가 되고 항일전쟁이 벌어지자 공산당에 입당하고

홍군에 가담해 구사회를 매장시킬 관을 본격적으로 짜기 시작 한다.

전쟁이 뭔지 몰랐지만 전쟁을 하면서 전쟁을 배운 리셴녠는 혁명에 승리한 후 전국의 재정을 관장하는 재정부장이 된다.

31년간 정치국원을 역임하며 부총리 15년을 한 후 원로가 된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최고권력의 자리에 올라 31년을 살았던 셈이다.

리셴녠을 비롯한 혁명의 주역들 중에는 비천한 신분이었던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부족하거나 게으르거나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었고 고민과 고뇌와 사랑과 결단과 용기와 실패와 오류를 모두 격으며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어 나갔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전쟁을, 하면서 배웠듯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재정부장 또한 하면서 배웠다. 그렇게 잘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 부모에게 수백억 물려받는 아이들은 남을 깔고 뭉개고 우습게 보는것을 배워 그렇게 하더라.

금수저 물고 나온놈은 여러개의 금수저를 물고 평생 오만하고

흙수저 물고 나온놈은 평생 죽을똥 살똥 일해도 가난하게 천대받다 죽는 스토리는 재미없다.

한국 현대사가 중국현대사보다 재미없을 뿐 아니라, 고통스럽기만 한 이유다.   

 

 

3.

1950년 9월 한국전쟁에 참전을 반대하는 린바오의 말이다.

"직언을 용서해라. 미국 군대가 우리 경내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군대는 함부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출병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경솔하다. 미군이 압록강 연안에 배치된다 해도 나쁠게 없다. 가까이 온 적은 협상하기가 쉽다. 남북한이 싸우건 말건 그건 자기들 문제다. 단 미 제국주의가 동북을 침버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바탕 붙을 수 밖에 없다. 그때는 내가 직접 신발끈을 동여매겠다."

린바오 의견에 한표.

뭐하러 남의나라 전쟁에 우리군의 피를 흘리나.

미국이 국경을 넘어 중국을 침범한 것도 아닌대.

중국인들의 다수는 이 전쟁에 참전을 원치 않았다.

김일성이 기세등등 한반도를 전부 먹고 싶었던 거고 이승만은 지 기득권을 뺏기기 싫었던 거고

그래서 이것들이 외국 군대를 불러와 지가 통치하는 나라 인민에게 총질을 하고 산천을 피로 물들인거다.  

1950년 한국전쟁을 처음으로 중국인 시선으로 본다. 이 또한 흥미롭다.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이승만과 김일성의 가족들은 다치지 않고 죽지 않았다.

중국이 참전을 결정하자 마오쩌뚱의 큰아들 마오안밍이 지원하여 압록강을 건넌지 34일만에 미군의 네이팜탄에 죽는다.

적어도 마오쩌뚱을 비롯한 이당시 중국의 정치인들은 전쟁을 결정하면 자기 목숨을 걸고 직접 앞장서고, 자식들도 참전한다.

 

책을 읽으며 계속 중국과 한국의 정치가 비교된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돈있고 권력있는 지배계급의 자식들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

적어도 전쟁을하려면 지가 앞장서고, 제 샊들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거다.

이라크에 참전을 결정한 후 그 전선으로 떠난군인들은 모두 가난한 자들의 아들이다.

실제 참전을 결정한 자와 그 아들을은 위험한 전쟁터에 안간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참전으로 인한 이권은 모두 지들이 챙기지. 남의 목숨걸고 돈 번다는 말이다. 비겁하고 염치없다.

 

한국전쟁당시 김일성, 펑더화이 스탈린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어떤말을 하고어떻게 합의하고 어떻게 싸웠는지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그러고보니 왜 한국전쟁 당시 남한 대통령이나 장군들, 장관들이 뭔말을 하고 뭔짓을 했는지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까.

 

 

4.

감옥에서 풀려난 리충산은 두딸을 대리고 다퉁유치원을 찾아갔다. 리리싼이 설립하고 '홍색목사' 둥젠우가 운영하는혁명가 유자녀들의 요람이었다.

생모 양카이후이가 사형당한 후 외할머니 샹전시하 외숙모 리충더의 품에 안겨 사지를 빠져나온 마오쩌뚱의 세아들을 비롯해 큰언니 리이춘과 차이허썬 사이에 태어난 차이좐, 마오쩌뚱이 농민운동 대왕이라고 극찬했던 광둥코뮌의 자취자 펑파이의 어린 아들 등이 모여 있었다.

혁명에 바쁜 와중에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책임지지 못하니 아이들을 보살피는 홍색목사가 있었던거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데, 영원한 사랑을 어떻게 약속 할까.

내일 죽을 지 모르는대, 오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불륜이라고 회피하겠냐고.

세상의 이목이든지 예의든지 뭐 그렇게 중요하겠냐고. 그래서 오늘 하는 사랑이 더욱 뜨거웠겠지만,

오늘만을 살다보니 아내들과 특히 아이들이 슬퍼진다.

 

중국 사람들 참, 말도 잘해.

가난한 선생이던 지셴린이 꿈에 그리던 독일 유학을 가게 되었다.

거의 파산상태 였던 가족들은 "굶기는 쉬워도 죽는것은 어렵다"며 지셴린을 안심시켰다.

ㅎㅎㅎㅎㅎ

이 말을 하는 가족들과 지셴린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

 

두번째 중국인이야기도 재밌다. 3권을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