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의 옥중 19년
서승 지음 / 역사비평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무겁다. 일본에서 태어나 차별받으며 민족에 대한 자각을 하고,'적극적 민족주의'를 인식하며 그 애정으로 유학을 와서 형 서승은 19년, 동생 서준식은 17년을 감옥에서 살았다. 20대에 감옥에 갇혀 40대에 세상으로 나왔다. 난감하다. 젊은날을 온전히 감옥에서 폭력과 폭행을 당하고 살았으면서도 세상에 대해 비관한다거나, 누구를 원망한다는 느낌이 없다. 심지어 고문을 했던 사람과 폭행을 했던 천박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남다른 성품도 있겠지만, 비전향 장기수들이 대부분 그러하게 느껴진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권력에 의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생존의 위협을 일상적으로 받으며 짐승처럼 살았지만, 또한 세상 어디에도 그만한 공간에 그만한 품성과 인격과 열정을 지닌 인간들이 한꺼번에 많이 가깝게 지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서로 존재에 희망을 걸고 있었겠지. 그리고 서로서로 사상과 정당성과 용기와 지혜를 나누며 누구보다 정의롭게 버티어냈겠지.

정말 그랬을까? 모욕적인 폭력에 방치되어 죽고싶을때를 경험한 그들에게 역사는 어떻게 보상할까. 어머니. 두형제의 어머니 또한 일본에서 살며 두달에 한번씩 감옥을 면회하는 마음은 또 어땠을까. 네가 생각해서 판단하는 대로 하라고 말하는 어머니는,아들의 얼굴이 화상으로 일그러지고, 사형수가 되고, 폭행을 당해 죽어가는 아들을 감옥에 둔 어머니는.

우리는 참 강심장이다. 감히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정권은 말할것도 없고. 옳바르지 않은 것을 태연히 살아가는 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참 강심장이다. 절제되고 냉정하며 객관적인 말투로 19년 동안 비전향장기수로 살면서의 개인적인 것 뿐 아니라, 그 세월을 함께 살아낸 다른 분들에 대한 표현들도, 모두 정성으로 씌어져 있다. 그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느껴진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우리의 현대사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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