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노트북 1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이은정 옮김 / 뿔(웅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서문중에 이런말이 인용된다.
이런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넘어 찔긴가부다.

그녀들의 주장을 지지하지. 하지만 째지는 목소리와 불쾌하고 건방진 태도는 싫어.

자기주장을 할줄하는 여성들에게 '똑똑한' 혹은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하는 말이다.
주로 비겁한 남자들이 이런말을 잘한다.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이런말이 어떻게 여성을 공격하고 위축시키는지 잘알고 있다.


2.
1919년 영국인부모밑에서 이란에서 태어나 아프리카로 이주하여 로디지아 지방에서 자랐다.
1962년 43세에 발표한 소설
1971년 책을 발표한지 10년만에 서문을 붙였다.
문학과 비평에 대한 논문인 셈인대 인상적이다. 직설화법으로 시원시원하게 말한다.

뭐하러 10년후에 서문을 덧붙였을까 궁금했는데 엄청 답답했던 모양이다.
소설에 대한 오독뿐 아니라 스스로 읽고 느끼지 않고 권위자의 평에 의존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필독서 리스트에 올라가 오히려 박물관에 박제되는 느낌이 들어서
자기 소설에 대한 그런 대우가 어지간히 부당하다고 여겨진 모양이다.
그렇겠네. 레싱, 잘 읽어볼게요. 너무 길어서 부담스럽긴 한데
권위자의 평따윈 내겐 필요없으니 잘 읽어볼게요.


3.
이여자, 레싱, 멋지네.
서문과 소설과 삶이 거짓없이 모두 같은 사람이군.
뭐하나 피해가는 것없이 삶과 사랑과 공산주의에 대해 말한다.
은유와 상징이 없이 곧장 그녀들의 삶으로 뛰어들어 보여주는 방식.
그녀들의 대화는 적들에 대한 적의가 번뜩이고 재치가 헤실헤실 웃는다.
여자로 살며 마주치는 부당함을 그녀들은 거의 숨쉬지 않고 따발총처럼 쏟아낸다. 시원해.

열정과 꿈이, 실패를 거듭해 조금은 피곤한 마흔이 된 그녀들의 삶이 아직 푸르니 아름답다.


4.
검은노트, 그녀의 아프리카 시대는 
2차대전을 배경으로 인종문제, 계급문제, 정치와 사랑, 이상과 현실이 서투르게 얽혀 핏줄이 드러난다.
젊은, 아니 아직 어린 시절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모든것이 복잡할까.
이름만 공산주의자인 자들, 중산층 좌파의 위선
그들의 이상과 현실의 기만적인 동거를 그녀는 줄곧 평가한다.
불편한것은 그녀가 스스로에게 들이미는 치열함이다.


5.
검은노트를 지나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우리가 당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더 좋은 세상을 바라는 우리의 이상과 작별하는 걸 견딜수 없기 때문이죠." 라고 말했다.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공산당만이 세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을 암시하는 듯했고, 나 또한 그렇게 믿고 있으니 흥미로왔다.

이 당혹스러움이라니.
더 좋은 세상을 바라는 나의 이상과 작별하기 싫어서 사회주의자인가?
사회주의 만이 세상을 개선할수 있는가.


6.
날카롭고 황홀한 소설을 쓰고싶다. 레싱처럼, 그녀는 아주 많이 아팠을 것 같다.
그녀가 철지난 유행가처럼 밀실에 갇혀 독백하듯이
과거 젊은 공산주의자였던 자신을, 패배의식에 젖어 회고하지 않는것이 좋다.

그런 회고를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많이 봤다.
정치적이지 않은척하는 그 단절된 피해의식들, 지 젊음의 상처에 대한 과잉피해의식으로
과거의 평등한 세상을 향한 열정, 운동 모두 한칼에 평가절하 해버리는 것들은 정당하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도 굽힘없이 진행되는 이상과 실천을 좀먹기 때문에 더 나쁘다.

날카롭고 황홀한 소설을 쓰고싶다. 레싱처럼, 자기 삶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하여
꽃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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