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중독 - 새것보다 짜릿한 한국 고전영화 이야기
조선희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조선희의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를 오래전에 본 기억이 난다.
음--, 조선희보다 한겨레신문과 씨네21이 더많이 보였었다.


2.
무난하게 잘쓴다.
특별히 튀는 문장으로 쓰려고 애쓰지 않아서 다행이고
문장 자체를 예쁘고 세련되게 쓰려는 강박이 없어 편안하다.

대한민국 마초사회에서 글을 쓸정도의 지식인 여자들은 몰해도 기를 쓰고 하는것이 습관이다.
안그러면 살아남을수 없다, 오죽하면 정글속의 하이에나가 되어야 한다고 기를 쓸까.
이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것 같다. ^^*
클래식 중독에서 보이는 진지하고 핵심을 찌르는 심미안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조선희의 여유다.
성실하게 직관을 닦아온 결과인가.
그녀가 고전한국영화, 그 뒷골목과 후일담, 안밖을 열심히 공부했구나. 좋았겠다.

한국영상자료원장이라는 직업은 좋아보인다.
임기가 3년이라쟎은가. 그러니 더욱좋다.
아무리 좋아도 30년을 오래된 필름속에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장인의 경지를 요구하는것이라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멀미나는 지루함이 먼저 압도하고 오히려
3년밖에 못있는다고 생각하니 귀한 필름들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그런데 후일담을 보니 거기도 치열했군.
이런방식으로 할말을 다하는 조선희를 지지한다.


3.  
그녀가 한국영화를 보고 읽는 방식에 동의한다.
미학적의미의 영화로만 읽지않고, 감독 한사람의 작품으로만 소화하지도 않는다.
사회적인 맥락과 감독의 특성과 고민, 배우들의 색, 배경음악......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영화를 보는 그녀의 눈빛에 애정이 깊다.
한국영화가 조선희를 통해 솔직하게 자기성찰을 한다.

한국영화 그 자체에 대한 해석과 사색으로 적절하다.
그녀가 선택한 감독과 그에 대한 해석에 동의하는데
특히 장선우편이 좋았다.
꽃잎을 보며 이 고문같은 영화를 다만 견디며 봐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거짓말과 나쁜영화를 보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이만희 감독 이야길 하며 만추의 필름이 어딘가에 남아있다면 북한쪽일 거라는 문장을 읽으며
웃다가 문득 서글프다.
이런식의 비극과 희극사이에서 이만희 감독이 죽었거든

독재시절 한국예술영화윤리위원회와 문화공보부의 검열내용이 실려있다.
격하지 않고 그저 그랬다고 검열을 체크한 자료들을 그대로 실어놓았다.
씬마다, 대사하나하나, 배경음악, 제목, 스토리 모두다 꼬투리잡아 시비건다.
상상력을 검열하는수준이 한심하다.
난쏘공의 이원세감독은 1985년 여왕벌의 반미시비이후 영화감독 그만두고 미국으로 이민가버린다.  
그의 답답함이 이해된다.
독재국가에 복무하는 검열관들이 가위질한후
상상력을 통제하고 남은것은 권태를 이기지 못하는 뻔하고 뻔한 결과의 통속물뿐이니
누군들 그런 영화를 즐겨볼까.
80년대만해도 한국영화는 돈주고는 절대 안보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국가권력의 검열은 많이 줄었지만(아직 있다오)
오히려 상상력은 자본이 제한하지 않는가.
헐리우드의 물량공세, 엄청난 제작비에 기죽어 블록버스터 '볼거리'를 봐야하는 시대에
상상력이란 곧 자본이 아닌가.
요즘은 부쩍 이런 생각이든다.


4.
씨네 21세대라 그런가 십년도 더 전에 읽은 영화에 대해 알고싶은 두세가지것들 이후에
가장 내 입맛에 맞는 영화책이다.
어렵지 않게 세상을 보는 창으로의 영화 읽기

이제 3년 임기의 한국영상자료원장 임기를 끝내며  한국영화에 사랑고백을 하고난 그녀에게
헤밍웨이처럼 기자의 문장으로 불후의 소설을 쓰시라고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