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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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상에. 이제 김세희 작가님 믿고 읽는 리스트에 저장✨ 이 책 안 읽은 사람 없게 해주세요! 단숨에 읽어버린 <항구의 사랑>.



‘그 시절 우리를 사로잡았던 건 뭐였을까? 아이돌, 팬픽, 그리고 여자를 사랑했던 소녀들. 두고 왔지만 잊은 적 없는 나의 첫사랑 이야기.’



이 소설은 무엇이었다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때 그 순간 분명하게 존재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목포에서 여중 여고를 나온 주인공 준희가 어른이 되어 과거의 기억을 써내려간다. 민선 선배를 사랑하고 팬픽을 읽고 무언가 위대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준희. 그 모습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본다.



‘스무 살이 되어 들어간 세계는 조금 전까지 내가 몸담았던 세계와 이어 붙일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중략) 이제 그 부분까지 포함한 나 자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53p)’



스무 살 이후의 세계에서는 십대 시절 소녀들의 미친 사랑을 유치한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유치한 것이었는가? 정말 인희의 짧은 머리와 힙합 바지는 그녀 자신의 표현이 아니라 남성적인 외양을 따라한 것에 불과한 것인가? 글쎄. ‘’남자처럼 짧은 머리’라는 표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차린 뒤로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159p)’는 준희의 말처럼 이 책을 다 읽은 나도 세상이 조금은 달라보인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이 소설은 어떤 시도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이 소설은 어떤 시도가 되리라 확신한다. 과거의 나를 이해하려는 시도,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려는 시도, 획일화되지 않으려는 시도.



특히 나의 여자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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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을 채워라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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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의 <공백을 채워라>. 그의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나와는 연이 없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주인공 쓰치야 데쓰오가 죽은지 3년만에 살아돌아오면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데쓰오는 3년 전 자기 죽음의 이유를 밝히려 함과 동시에 자신이 죽어있었던 3년 동안 생긴 관계의 구멍을 메우려 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환생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남긴 공백에 주목하고 있다.



첫 400페이지까지는 술술 넘어간다. 전반부는 ‘데쓰오는 어떻게 죽었는가’라는 미스테리를 푸는데 할애된다. 하지만 이 책의 포인트는 데쓰오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깨닫게 된 이후에 있다. 미스테리 소설인줄 알았는데 제법 심오한 성찰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이하 스포)



가장 흥미로웠고 내게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분인’ 이야기였다. 인간은 하나의 정체성만을 가지지 않고 누구를 만나 어떤 상황에 처하느냐에 따라 다른 여러개의 모습(‘분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인물의 말을 빌려 혼자일 때조차 그 전에 관계했던 사람과의 분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아내와 있을 때의 다쓰오, 아이와 있을 때의 다쓰오, 직장에서의 다쓰오는 제각각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 다 다쓰오 자신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분인이 다른 분인을 용납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삶의 의미를 부정하는 나를 없애고 싶었던’ 다쓰오 역시 그런 경우였다. 죽애고 싶었던게 아니라 없애고 싶었다고. 이게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기에 다쓰오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았다. ‘죽고 싶은 건 아니지만 사라지고 싶다, 한심한 나를 죽이고 싶은 건 아니지만 없애고 싶다’와 같은 생각은 매일 그 빈도가 다를 뿐 항상 하는 나이기에 더욱.



이 책은 죽음보다 삶이 낫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지는 않지만 대신 ‘죽음 뒤에도 살아남는 것’에 이야기한다. 유전자, 기억 그런 것들. 그러나 꼭 무언가가 남아도 남지 않아도.. 모든 존재는 살고 또 죽는다.



의외의 발견. 기대없이 읽은 책이 생각보다 좋을 때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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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강승희 옮김 / 천문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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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옳았다. 어느 쪽이든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운명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졌다. 나는 언제나 그녀 곁에 있을 것이고, 그녀는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254p)’



예상대로 재미있었다. 위트있고 간결한 스릴러! 동생은 남자를 죽인다. 이유? 글쎄. 그냥 죽일 수 있으니까 죽인다. 어쩌면 아름다운 외모의 자신을 상품으로 보는 이들에 대한 복수같다. 간호사인 언니는 동생의 편에서 사후 처리를 돕는다. 언니에게 동생은 가족이고 곧 그녀 자신이다. 우월한 미모의 동생에게 질투도 분명 느끼지만, 권위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인 아버지 아래서 함께 살아남았다는 연대가 그들 자매를 하나로 만든다. 결국 언니와 동생은 하나이고 함께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더욱 좋았다! 여자가 일을 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아니, 아니, 아니! 작가가 나이지리아의 여성 작가이며 이게 첫 작품이라는 사실도 끝내주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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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구원
임경선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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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임경선 작가의 신간을 읽어보았냐고 물어봤을 때 그녀의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다고 대답했었다. 그 때의 대답이 영 마음에 걸렸었나. 서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다정한 구원> 동네서점에디션. 사실 원래 표지를 갖춘 책만 있었다면 들춰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순전히 동네서점에디션 표지가 예뻐서 안을 열어보았다.



리스본 여행기. 저자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과거를 찾아 딸과 함께 떠난 여행이다. 책에는 ‘통제할 수 없는 그 당연한 사실을 우아하게 직시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들이 기록되어있다.



내게는 페소아와 사라마구의 도시로 익숙한 곳. 작가의 과거 경험과 겹쳐져 당시 기억에 남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수십여년만에 당시의 지인을 만나기도 하는 이야기가 진솔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과거의 한 부분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잠시 돌아가보는 듯한 여행이어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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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김애란 작가의 작품들 정주행 시작. 가뿐히 끝낸 <달려라, 아비>. 구질구질함, 아버지없음, 자립과 상실의 서사. 과거에는 이 소설집을 읽는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유달리 버거웠다. 막막함. 그래, 막막함 때문이다. 이 막막함을 빨리 뚫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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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언제나 가장 특별할 ‘영원한 화자’를 제외하고 오늘 나에게 직격탄을 쏘아댄 작품은 ‘종이 물고기’와 ‘노크하지 않는 집’이다. 옥탑방과 팔랑거리는 포스트잇이 남의 것 같지 않았다. 다섯 명의 여자들처럼 될까봐 겁이났다. 이 소설집 속의 인물들이 나일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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