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민감자입니다 - 지나친 공감 능력 때문에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치료실
주디스 올로프 지음, 최지원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느낌이 왔다. ‘왠지 내 얘기 같은데?‘. 의심했던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하고 감정적이라는 것. 사람 많은 자리에 가면 급격히 피곤해진다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초민감자‘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워서 내심 아니기를 바랐다.



그러나 나의 기대가 무색하게 나는 초민감자였다. 이 책에 따르면 초민감자는 ‘감정이입이 지나쳐서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느껴 고통받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 초민감자에도 신체적, 정서적, 직관적, 내향적 등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책의 중간에 삽입된 자가테스트를 해본 결과 나는 그중에서도 정서적 초민감자가 분명했다.



내가 보통의 사람들보다 감정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심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선천적, 유전적 혹은 양육 방법 등에 따라 초민감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초민감자로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돌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사실 책의 중후반부까지는 영적 체험이 도움이 된다거나 명상을 하라는 식의 방법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저자가 초민감자들의 기운을 복돋아주려는 나머지 그들을 지나치게 특별하게 그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초민감자들이 일상속에서 쉽게 지치고 상처받는다는 점,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미루어볼때 저자의 표현이 단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민감자들에게는 단호하게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민감할 뿐이며, 그 능력을 잘 보살펴서 최대화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도 필요하다. 주디스 올로프가 책을 통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혹은 주변 사람이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그 예민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그 예민함을 잘 다뤄서 장점으로 바꾸어나가는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훌륭한 지침서가 될지도 모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 기억. 노스텔지어. 주인공이 1970년대 후반 여자대학 기숙사에서 벌어졌던 일을 2017년 현재 친구의 소설을 읽으며 회상한다. 70년대의 사회적 상황과 기숙사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였던 20대 초반의 불안정하고 미성숙한 여성들의 이야기. 소설적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작중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를 집필한 주인공의 친구 희진이 너무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 내가 주인공 유경의 시점으로 희진을 바라보기만 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유경과 희진 둘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가 다르듯이 누구의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면이 보일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짙은 향수가 느껴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한 유경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단단함은 희진의 소설을 뒤늦게 읽으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그녀가 적어도 과거의 자기 자신을 낭만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삶의 풍파를 겪어내고 60대에 이른 유경에게서는 평정심이 느껴진다. 오히려 끝도 없이 불안에 잠식당한 쪽은 소설을 읽은 나였다. 돌이킬 수 없는 날들에 대한 회고, 그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너무나 아득해진다. 만약 내가 유경이라면 혹은 희진이라면,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쓸쓸함, 적막함, 체념, 단단함, 그리움의 잔향이 가득 남는다. 왜일까.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이민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의 책. 어젯밤 이 책을 미친 속도로 읽어치우고 계속되는 인지부조화와 싸우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의 과격함에 왜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자신과 이 책을 읽은 후 과격해야 할 수 밖에 없음을 알게된 나 자신이 계속해서 충돌한다. 책의 절반을 넘어 거의 모든 구절이 다 밑줄이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였기에 통렬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읽은 내용을 곱씹고 생각을 정리하기까지의 시간이 다소 필요할 듯하다.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들어와서.



인형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 무엇이 되기 이전에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선을 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올해의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밤의 양들 - 전2권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뿌리깊은 나무>,<바람의 화원>의 이정명 작가 신작. 12년 동안이나 집필한 스릴러 소설이라길래 덜컥 읽어보겠다고 했다. 전작들도 썩 괜찮게 읽은 편이라 어떤 기대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배경은 예루살렘. 예수의 십자가행 이전 일주일동안 벌어진 네 건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밀정 마티아스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주된 서사이나 그는 예수와 그의 제자들, 마리아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구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서체는 담담하고 간결하지만 결국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종교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

<밤의 양들> 속에 인간의 본성과 선과 악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딱히 종교가 없는데다가 무신론자에 가까운 신념을 가진 나로서는 책을 읽다가 김이 샌 것도 사실이다. 결국 소설의 끝이 수없이 언급되고 다루어진 예수의 십자가형으로 수렴하니 ‘아 결국.’ 이런 생각이 들었달까. 비록 예상가능했으나 담백한 마무리이기는 했다. ​

그러나 책의 단단함이나 내지의 질, 표지의 금박 같은 것들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가 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예약구매하여 바로 받아보는 기쁨. 김금희 작가의 새 작품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가 출간되었다. 드디어. 어딘가 주변부에서 비켜나있는 주인공들을 세심하게 그려내는 작가 특유의 시선이 좋아 줄곧 신간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드디어.



저자의 소설들을 읽고 있으면 어디선가 몽글몽글한 마음이 피어오른다. 남의 사랑에 이입하여 자신의 감정으로 끌고 들어오는 주인공이나 삶과 꿈과 예술 그 어딘가에서 맴맴 돌면서도 아주 모든것을 포기해버리지는 않는 주인공을 마주할 때 특히 그렇다. 게다가 문장. 한 문장 한 문장 고심해서 지은 흔적이, 그 문장마다 담긴 마음이 오롯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마음이 크게 일렁였다. 여느때처럼 한 손으로 연필을 굴리며 보물같은 문장을 찾아 개걸스럽게 눈알을 굴리다가, 어떤 문장 앞에서는 희미하게 웃으며 아주 천천히 줄을 그었다. 아주 빠르게 소설을 읽어치웠지만 어떤 문장, 어떤 표현 앞에서는 시간이 한없이 느려졌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사랑은 모자를 쓰고 온다‘,‘문상‘,‘새 보러 간다‘,‘쇼퍼, 미스터리, 픽션‘이다. 사실 수록작들이 다 엇비슷하게 마음을 치고 지나가서 그중 몇 편을 꼽는 것이 부당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꼽아보자면. 굳이 한 작품만 꼽자면 마지막 수록작인 ‘쇼퍼, 미스터리, 픽션‘을 꼽겠다. 소설과 글쓰기가 주인공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왠지 나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나와 주인공이 겹쳐질 때 그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김금희의 소설을 기다려왔던 독자라면, 그녀가 자아내는 세계와 문장에 매혹을 느낀 독자라면, 이번 소설집 또한 각별하게 기억에 남으리라 짐작한다. 역시, 좋았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