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박연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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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쑥 어떤 책을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제 내가 그랬다. <소란>을 다시 읽고 싶었다. 마침 어쩌다 책방에 있길래 재빨리 데려와 읽었다. 곱씹어 읽고 또 읽었던 1부의 글들은 특별히 더 좋았고. 이번에는 ‘모든 소란은 고요를 가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기로 한다. 지금 내게 일어나는 소란도 결국 무엇이든 얻을 수 있게 해주겠지,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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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우주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3
김인숙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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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라니. 우주라니. 벚꽃의 우주라니.



엄마와 단 둘이 살아왔으나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된 미라. 그녀는 안간힘으로 자신을 지키고 이십대의 끝에 봄비같은 남자 혁을 만난다. 그러나 미라가 가지게 된 것은 혁 뿐만이 아니라 새 생명과 비밀과 또 다른 죽음들이었으니.



감히 미라를 이해한다. 그까짓 삶, 그까짓 죽음, 그까짓 사랑.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을, 혁을, 아이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던 미라를 이해한다. 그녀의 선택에 어떠한 가치판단도 하지 않겠다.



그러나 미라가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우선시했다면 어땠을까. 나부터도 스스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소설속 인물을 걱정하다니 참 우습다. 그렇지만 기댈 곳 없는 미라와 나같은 사람들은 끝까지 경계해야만 한다. 특히 사랑을. 우리 자신을 속절없이 진창으로 끌어들이는 그런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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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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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책 리뷰만 올리고 있지만 사실 나는 공연, 전시, 영화도 좋아한다. (블로그에는 간간히 리뷰를 올리고 있다.) 여성학자 정희진도 이 에세이를 통해 본인이 ‘영화광’임을 고백한다. 주로 조용한 예술 영화관 맨 뒷자리 통로에서 (혼자가 아니나) 혼자 보는 영화를 즐긴다고. 그와 비슷한 이유로 사람이 많이 없고 음료 반입만 허용되는 (방해요소를 최소화한) 예술 영화관을 좋아하는 나는 서문부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적은 영화 감상문이 고루 실려있는 이 에세이는 다소 개인적이다. ‘영화는 보는 이의 삶만큼 보이는 것’이므로, 저자의 삶이, 저자의 생각이 활활 타오르는 글들도 여럿이다. 그러나 그래서 이 책이 참 좋았다. 원래 감상이란 지극히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것이 아니던가! 다른 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기 때문에 리뷰들을 뒤적이는 것이 아니던가.



책 속에 나도 인상깊게 관람한 인생의 영화들이 몇 편 등장하여 더욱 반가웠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깊이 파고드는 지점을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영화를 즐겨보는 이라면 저자의 감상을 읽으며 본인의 감상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가 늘어나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영화는 삶을 그려낸다. 그렇기에 영화를 통해 사회와 인간을 배우는 것이 어느정도 가능하다. 또한, 좋은 영화는 나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이 점에서는 저자와 나의 생각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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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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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깃털을 소유하기 위해 자연사 박물관을 턴 열아홉의 플루티스트 에드윈 리스트. <깃털 도둑>은 수년간 에드윈 리스트가 벌인 사건을 추적하며 깃털을 둘러싼 인류학적 역사와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 집요한 에세이다. 소재 자체가 흥미로운데다 저자의 끈질긴 추적과 글솜씨가 인상적이다. 재미있다.



출판사 책소개에 따르면 저자는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들의 표본을 남기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행동인지‘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즉, 깃털을 수집하는 플라이 타잉 덕후들보다는 박물학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책 전반적으로는 저자의 깃털 수집가들에 대한 끈질긴 관심이 돋보였다. 저자는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에 눈 먼 깃털 수집가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그들의 심리를 파헤친다.



잘 생각해보면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욕망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다만 이 책에 언급된 에드윈 리스트 사건의 경우, 그 욕망이 ‘불법‘인데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과학사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 문제겠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지금 당장이 아닌 언젠가 밝혀질 지구의 역사를 위해 새를 표본으로 만들어 보관하는 일과 아름다운 것을 소장하기 위해 새 표본을 훔치는 일 모두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새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일단 판단 보류다.



하지만 이 책이 아주 기이하고 매력적이라는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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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성년열전
신해욱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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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의 시집을 읽다가 문득 그의 에세이가 읽고싶어져서 찾아보았다. 내가 고른 것은 <비성년열전>.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비딱함이 나를 끌어당겼다. 이 책은 소설, 만화, 실존인물 등을 넘나들며 열 두명의 비성년들에 대해 탐구하는 에세이다. <필경사 바틀비>의 바틀비, 프란츠 카프카,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 등이 저자가 꼽은 비성년들 중 하나다.



이 책속에서의 비성년은 ‘이미‘ 인간의 세계에 진입하지 않게된 이들이다. ‘세계의 안쪽으로 들어가기를 간절히 희구하나 그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들‘, ‘심연을 응시하도록 억지로 강요받으며 속수무책으로 회복불가능한 병을 앓는 이들‘이 바로 비성년이다. 이들은 ‘삶의 정상성‘에 들어가지 못해 허덕이는 내 모습을 자조하듯 비성년의 모습 그대로 또렷하다.



‘I would prefer not to.‘



삶의 모습은 제각각으로 다양하니 미성년도, 성년도, 비성년도 있고 혹은 그들과 전혀 다른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어딘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 군중 속에 잘 섞어야 한다는 것은 때로 나 자신을 꼼짝없이 이방인의 감각으로 몰아넣는다. ‘나도 결국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과 ‘나는 ‘비정상‘에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요즘, 슬며시 강박을 내려놓으면 어떨까한다. 이 책을 막 다 읽은 즈음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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