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없음 오늘의 젊은 작가 14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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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한 권씩 나올때마다 표지를 유심히 본다. 지금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지는 바로 이 책, <날짜 없음>.



재난이 닥친 회색 도시. 컨테이너 박스에서 구두를 만드는 남자와 의사인 여자, 이들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이다. 색채 없는 도시에 유일하게 색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들. 소설 속 배경은 고요하고 쓸쓸하지만 그래서 서로만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



재난 소설이자 연애 소설. 거꾸로 카운트 다운되어가는 짧은 챕터들, 그 안에 피어나는 질투, 설레임, 미움, 사랑.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는 재난 도시에서는 분명하게 감각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감정 - 그러니까 사랑 - 일테다. 내일이 있을지조차 알 수 없으니 상대의 조건 또한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내가 너를 좋아하고 필요로 한다는 것, 그것만이 중요하다.



고요하게 일렁이는 마음. 우리, 세상이 끝나더라도 사랑은 계속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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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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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 쓰는 글들>을 필두로 허수경 시인의 시와 글을 다시 찾아읽고 있다. 지난 일주일동안 조금씩 읽었던 이 책은 2003년 출간되었던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의 개정판이기도 한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다. 짧은 산문과 긴 편지로 이루어져있어 매일 조금씩 나누어 읽었다.



시인의 유고 산문집에서 느껴졌던 감정이 아주 단단하고 짙은 고독과 죽음이었다면 이 책에서 느껴졌던 것은 어떤 묵묵함이다. 낯선 나라에서 늙은 유학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인의 모습에서 수련을 행하는 수행자의 모습이 겹쳐졌다. 왜 시인은 떠나야만 했을까. 왜 시인은 고고학을 선택했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결국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도망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바로 삶과 죽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마다 내가 주춤하게 된 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시인이 쥐고 있는 손수건이 ‘죽음‘이었구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그러면서 알았지요. 아, 한국을 떠나는 순간 시인은 죽었구나. 그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니까 거죽은 그대로 둔 채 삶과 죽음을 겁도 없이 오갈 수 있었던 거겠구나. 이 시인의 시가 언제듯 통곡의 가락일 수 있는 연유는 예 있었겠구나.‘- 출판사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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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
알렉산드라 해리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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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솔직히 말해보자.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읽은 울프의 책은 <자기만의 방>, <보통의 독자>, <어느 작가의 일기>, <등대로> 뿐이다. 사실상 내 머릿속의 버지니아 울프는 영화 <디 아워스>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쓴 작품들을 전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그녀의 전기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자주하는데 실천에 옮기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러던 차에 ‘나는 위대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울프의 말이 새겨진 이 책이 내 눈안에 들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심지어 제목도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 저자인 알렉산들아 해리스는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라는 책을 쓴 이로,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물론 그 책 읽지 않았다.) 분량도 250쪽이 채 되지 않는다. 합격!



이 책,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는 원래 2011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인생을 평전 형식으로 짧게 정리‘하고 있다. 평전이라고 하니 거창하고 딱딱한 것 같지만, 사실 이 책은 꽤 재미있다. 버지니아 울프 자신의 글들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의 증언, 사진 자료, 그동안의 학술적 자료등을 토대로 상당히 유연하고 친근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버지니아 울프가 우울하고 깐깐하며 어려운 작가라는 내 안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보다 다채로운 울프의 모습들을 짐작해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를 이제 막 알아가려고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 같다. 예를 들어 이 책에는 작품을 집필할 때마다 울프가 새로이 도전하고자 했던 부분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녀 삶의 어떤 부분이 그런 작품들을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는지와 같은 에피소드들이 들어가 있는데, 울프의 작품을 조금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자, 이제 진짜로 버지니아 울프의 책들을 읽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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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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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이찬혁 군의 소설 <물 만난 물고기>는 최근 발간된 악동뮤지션 정규 3집 앨범 ‘항해’의 일부다. 그의 팬이라면 예술관과 음악, 특히 이번 앨범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집어들어도 좋겠다. 위의 사실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물 만난 물고기>는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악동뮤지션의 음악을 즐겨듣는 편이라 순전히 호기심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앨범을 만들었을지 궁금했다. 또, 파란색의 책 표지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소설의 주요 서사는 주인공 선과 해야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바다와 항해, 자유, 음악, 예술에 대해서도 풍부한 사유가 담겨있다. 흥미로웠고, 노래 가사들을 곱씹어보게 되었으며, 이번 앨범이 더 좋아졌다.



바다가 들려주는 음악, 파도. 그리고 자유, 예술, 사랑. 그야말로 동화 같으면서도 환상 소설 같았다. 책을 막 읽고 나서는 당장 바다로 뛰어들어가야 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기기 힘들었다. 아,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자유로운, 자유로운, 자유로운 일상을 살고 싶다. 권태를 견디기 힘든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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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는 평생 바다라는 꿈을 간절히 꾸었다. 그러나인간이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가 물고기로 태어났으면 이 바다는 그녀에게 당연한 삶이었다. 같은 의미로, 해야에게는 죽음조차 문제될 게 없었다. 삶과 죽음이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나뉘는 것 또한 절대적인 기준이아닌 오직 본능에 의한 것일 뿐.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생각해왔던 삶의 끝이 아니라면 그에게는 슬퍼할이유가 없다. 해야도 그 누군가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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