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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우리는 비밀을 - 여성.십대.몸에 관한 다섯 개의 시선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해원 외 지음 / 우리학교 / 2018년 6월
평점 :
‘여성, 십대, 몸‘에 대한 다섯 편의 소설이 실린 소설집 <그날 밤 우리는 비밀을>. 몸의 변화에 한참 예민할 10대. 나의 경우만 해도 여성으로서 지나온 10대를 돌이켜보면 내 몸에 대한 부정을 먼저 배우게 된 것 같다. 조금만 살이 쪄도 흉하게 보일까 걱정하고, 얼굴에 여드름이 하나라도 나면 가라앉을 때까지 전전긍긍하고, 예기치 않게 생리가 터지면 누구한테 들킬세라 보건실로 달려가 생리대를 빌리고.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아본 기억이 없음은 물론이다. 이 시기 내면화된 몸에 대한 자기혐오 및 코르셋은 지금도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다섯 편의 작품들 모두 제각기 다른 지점에서 그동안 충분히 이야기되지 못했던 여성 청소년의 성과 사랑, 호기심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윤이형의 ‘눈그림자‘다. 모두가 화장을 하니까 따라서 화장을 하는 여학생들과 그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맨 얼굴의 설영이라는 아이. 그리고 데이트 폭력과 소문들. 학교라는 폐쇄적인 곳에서 소문은 사실보다 과장되어 퍼진다. 그것도 여성에게 불리한 쪽으로. 여성의 외모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은 10대에게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더 강압적으로 기능하는 것 같다. ‘눈그림자‘에서 이 부분을 포착해낸 점과 거의 금기시되다시피 하는 10대의 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 인상깊었다. 연대로 이어지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음은 물론이다.
나는 영영 지나온 10대이지만 그 때 내 몸에 대한 권리는 나에게 있다는 것을 먼저 배웠더라면, 그리하여 다른 여성들과 연대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나보다 늦게 이 시기를 지나는 이들이 있다. 기회가 될 대마다 거듭해서 ‘남들의 시선, 사회적 시선에 너를 맞추지 말라‘고, ‘네 외모와 몸 전부 너의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지만 그녀들에게 더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여성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긍정했으면 좋겠다. 몸무게가 어떻든, 화장을 하든 안하든, 연애를 하든 안하든 어쨌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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