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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마음 ㅣ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 원제는 ‘Les loyautés‘. 책을 읽기 전에도 읽고 난 뒤에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충실함이란 무엇일까. 나 자신에게, 부모에게, 자식에게, 내가 속한 사회에, 더 나아가 인생에 충실한 것. ‘충실함‘하면 한국어로 비슷한 어감인 ‘성실함‘이 떠오른다. 다분히 긍정적인 느낌의 단어다. 그러나 번역되지 않은 원제를 보면 통제, 불편, 억압 같은 감정도 함께 느껴진다. (주관적인 견해다.) 사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도 충실함의 여러 단면일테다.
소설은 크게 네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어린시절을 보낸 교사 엘렌,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소아 알콜중독자 테오, 테오의 친구 마티스, 남편의 숨겨진 진실 앞에 자신의 두 자아를 발견하는 마티스의 엄마 세실. 주된 사건은 테오를 중심으로 벌어지지만 그를 둘러싼 나머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충실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테오가 알콜에 손을 댈 때 그의 부모는 무엇을 했는가? 학교는? 선생은? 친구는? 테오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고, 그 ‘충실함‘을 견디기 위해 알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치사량의 알콜이 자신을 구원할 것이라 믿으며. 엘렌만이 테오의 균열을 알아채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녀 자신의 어린시절이 계속 겹쳐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테다. 어쩌면 이 부분이야말로 가장 슬프고 희망적인 장면이 아닐까. 과거 고통을 겪은 이만이 예리하게 알아챌 수 있는 비슷한 모양의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 말이다. 결국 고통은 족쇄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이를 구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의 내면에, 고통에, 그 감각에 ‘충실‘할 것.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곱씹어 소화해내기가 어려웠다.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은,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은 어쩐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제게 『충실한 마음』은 어둠 속에 내미는 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해하고, 길을 잘못 들고, 실수를 저질러 꼼짝달싹도 못 하게 되었지만, 마침내 진실을 맞이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충실함으로, 자신에게 했던 다짐을 배반하지 않음으로, 엘렌은 직감을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침내 구원의 약속이 됩니다˝_델핀 드 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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